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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레터 100회를 맞아 구독자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실 만한 내용을 간단히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슬로우레터는 벌써 구독자 수가 2200명이 넘었고요. 평균 오픈율은 9월21일 기준으로 55.6%입니다. 카카오의 제안으로 9월4일부터는 아침 7시~9시 사이에 모바일 다음 메인에 슬로우레터가 고정 노출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와 슬로우뉴스 본판, 오마이뉴스, 얼룩소, 그리고 다음 채널까지 슬로우레터에서만 하루 페이지뷰가 1만~10만 사이를 오가는 것 같습니다. 이슈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뉴스레터 고정 독자는 탄탄한 편입니다. 스티비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최근 1주일 동안 발송한 뉴스레터를 모두 열어본 구독자가 500명 이 넘습니다. 한 달 동안 한 번도 빠짐 없이 ‘개근’한 구독자도 300명이 넘습니다. 꾸준히 늘고 있으니 올해 말 5000명, 내년에는 2만 명 목표 달성도 가능할 거라고 믿습니다. 숫자를 늘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 도달률과 영향력을 높이는 게 목표죠.

슬로우레터는 이렇게 만듭니다.

슬로우레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세 가지 문제 의식이 있었습니다. 첫째, 세상에는 뉴스가 너무 많고 진짜 중요한 뉴스를 찾아 읽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둘째, 사람들이 뉴스를 잘 읽지 않아요. 비슷비슷한 뉴스가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죠. 셋째, 그래서 뉴스를 좀 더 깊이 있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냉소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해법을 찾기 위해서요.”

일단 여러 신문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을 준비하면서 일단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누군가가 이런 것 좀 해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무도 하지 않아서 직접 해보기로 한 겁니다. 신문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으면 1시간 정도 걸리는데요. 한 페이지가 원고지 25~40매라고 치면 광고 빼고 30면만 돼도 웬만한 700매 이상, 웬만한 책 한 권 분량이 됩니다. 신문 읽는 것도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종이신문은 보통 새벽 몇 시에 배달되나요?

“집집마다 다르지만 빠르면 새벽 4시30분, 보통 5시 정도에 옵니다. 늦는 곳은 6시? 요즘은 지국 하나에서 여러 신문을 한꺼번에 배달하는 경우가 많고요. 저는 종이 신문을 넘겨 보면서 밑줄 쳐가면서 게 익숙한데요. 신문 배달 시간 때문에 요즘은 이미지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이미지 파일도 새벽 4시가 지나야 업로드 되기 때문에 그때부터 3시간 안에 뉴스레터 발송까지 끝내야 하죠. 엄청난 순발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그럼 몇 시에 일어나세요?

“새벽 3시30분쯤? 늦어도 3시50분에 일어나서 시작합니다. 월요일 아침에는 토요판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 미리 작업을 하기도 하고요. 물론 새벽에만 작업하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뉴스를 찾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하고 자료 찾고 취재한 결과를 반영하니까 실제로 뉴스레터에 투입하는 시간은 더 되죠. 마감을 더 늦출 수도 있겠지만 저도 출근 준비를 해야 하니까 7시 발송을 마지노선으로 두고 있습니다.”

신문 읽는 순서가 궁금합니다.

“10종의 신문을 빠르게 읽는데요. 먼저 1면 머릿기사를 한꺼번에 훑고요. 보수-진보 순으로 가거나 진보-보수 순으로 가거나 다른 논조의 신문을 교차해가면서 읽습니다. 한겨레-조선일보-경향신문-중앙일보-한국일보-동아일보, 이런 순서로 가거나 거꾸로 가거나 그렇죠. 경제지도 살펴보고요. 외신도 교차 확인합니다. 지면 비중으로 보면 여러 신문에 겹치는 이슈가 3분의 2 이상 되는데요. 같은 이슈라도 관점과 해석의 차이를 짚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종이 신문과 인터넷 뉴스는 또 다르죠?

“종이신문에는 인터넷 타임라인에서 찾을 수 없는 고급 정보가 있습니다. 종이신문 기사가 인터넷에 그대로 실리긴 하지만 종이신문의 지면 배열에는 맥락과 밸류에이션이 반영됩니다. 편집자의 의도가 드러나고요. 인터넷은 어떤가요. 모든 기사가 낱개의 링크로 떠다니죠. 클릭해서 열어 보기 전에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습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빠르게 스크롤하면서 봐야 하고요. 제목 낚시도 피해야죠. 그런데 종이신문은 기사 전체를 한 눈에 보고 줄과 단 사이를 오가면서 빠르게 키워드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리드와 결론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죠. 건너 뛰었다가 다시 앞으로 넘어올 수 있고요. 웹 콘텐츠는 그게 안 됩니다. 텍스트를 읽는 방식이 다르죠.”

종이신문을 읽어야 크게 판을 볼 수 있다는 말이죠?

“신문 지면을 보면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관점과 주장이 충돌하는 게 아니라 첨예하게 프레임 전쟁이 벌어집니다. 누가 의제를 주도하고 하고 여론의 흐름을 지배하느냐의 전쟁이죠. 종이 신문을 읽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맥락 정보입니다.”

뉴스가 계속 쏟아지니까요. 진짜 중요한 뉴스를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뉴스가 넘쳐날 때도 있지만 지루하거나 억지로 채운 것 같은 뉴스가 가득할 때도 있습니다. 중요한 뉴스를 끌어올리고 관심을 환기하고 계속해서 의제를 끌고 나가는 저널리즘 메카니즘이 무너져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날마다 새로운 이슈를 따라가면서 흘려 보내는 거죠.”

슬로우레터도 아무래도 정치 기사 비중이 높은 것 같은데요.

“과연 지금 윤석열(대통령) 뉴스가 가장 중요한가? 언제나 반문을 해보지만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죠. 발생 사건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면서 진짜 중요한 뉴스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늘 반문해 보곤 합니다. 대통령의 고독한 결단에 세상이 뒤바뀐다는 것이 애초에 문제의 핵심일 수도 있죠. 하지만 언제나 뉴스의 밸류에이션을 고민합니다. 전체 언론의 관심사를 반영하게 되지만 드러나지 않는 이슈를 발굴하려고 노력합니다.”

중요한 뉴스의 기준이 뭔가요?

“사건과 사건을 연결하는 키워드가 있죠. 변화를 촉발하는 사건이 있고요. 모든 뉴스는 연결돼 있고 우리는 세상의 모든 뉴스를 다 읽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뉴스는 반짝 하고 빛이 나죠. 변곡점을 만들고요. 우리는 그 의미를 짚어내고 기억해야 합니다. 중요한 뉴스는 시스템을 건드리는 뉴스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읽는 사람과 못 읽는 사람의 차이가 크죠.”

분량을 압축하다 보면 맥락이 사라질 수도 있지 않나요?

“정리나 요약, 압축이 아니라 맥락을 도출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뉴스의 세 가지 고유한 요소가 워딩과 숫자, 케이스라고 하면 이걸 어떻게 선택하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다른 완전히 메시지가 되죠.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버릴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소음을 걷어내고 신호에 집중하는 거죠.”

한국에서 하루 몇 건 정도 뉴스가 만들어질까요?

“제가 대학원 논문 쓸 때 조사한 데이터가 있는데요. 2020년 기준이지만, 네이버에 하루 3만6000여 건의 기사가 들어옵니다. 여기에 검색 제휴까지 포함하면 하루 네이버 데이터 베이스에 들어오는 기사가 6만 건 정도 되죠. 네이버 페이지뷰는 하루 3억 뷰, 이 가운데 뉴스가 1억 뷰 정도를 차지한다고 하죠. 종이신문에 실리는 기사는 하루에 100꼭지 정도 됩니다. 오늘 아침 기준으로 보면 한겨레가 섹션 포함해서 24+8면, 조선일보는 32+12+4면이네요. 한 면에 1~5꼭지까지 들어가니까요. 그런데 상당 부분 이슈가 겹칩니다. 단독 성격의 기사나 기획성 기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미만이고요. 나머지는 대부분 발생 사건을 따라 가는 거죠.”

관점의 차이를 읽는 게 중요할 텐데 잘 드러나지 않죠.

“그래서 같은 사안을 두고 왜 이 신문과 이 신문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지 파고드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신문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그냥 흘러 지나가는 정보입니다. 뭔가가 충돌하고 부딪히고 박터지게 싸운다면 여기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여기에 누군가의 미래가 걸려 있는 거죠.“

종이신문에 그렇게 ‘고급 정보’가 많은데도 계속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요?

“맥락을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뉴스를 다 담고 있으면서 웹 사이트에서는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게 편집이 돼 있습니다. 종이신문에 담긴 맥락이 온라인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여전히 종이신문 중심으로 뉴스를 만들고 온라인은 그냥 뿌리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10번씩 경향신문 웹사이트를 찾는 사람은 경향신문 직원 말고는 없습니다. 사나흘에 한 번 경향신문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은 띄엄띄엄 뉴스를 읽게 되죠. 온라인 뉴스 환경이 맥락적인 접근을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종이신문을 읽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되나요?

“뉴스 고관여자라면, 직접 종이신문을 읽는 게 좋고요. 그럴 여유가 없다면 슬로우레터를 읽으세요. 이 정도 퀄리티의 컨텍스트 분석은 한국에 없습니다. 한 달만 읽어도 시야가 넓어지는 걸 느낄 거라고 봅니다.”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요?

“지난 4월 슬로우뉴스 2.0을 시작하면서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핵심 과제로 잡았습니다. 학교 폭력의 해법을 찾는다는 주제로 석 달 가까이 연속 기획을 내보냈고요. 양극화와 갈등, 지역 소멸, 기후 변화, 민주주의와 공론장의 확대 등의 주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왔던 프로젝트인데요. 문제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대안과 모색, 문제 해결의 과정을 추적 보도하는 새로운 접근입니다. 실제로 부딪혀 보니 손에 잡히는 해법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저널리스트는 정답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 계속해서 질문하고 비판하고 본질을 추적하는 사람입니다. 아직 여러가지 방법론을 실험하는 단계입니다만, 의미있는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슬로우레터와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슬로우레터는 고정 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면서 뉴스의 흐름을 읽고 맥락을 분석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슬로우레터를 좀 더 확장해 주제별 레터를 추가할 계획입니다. 심층 리포트도 만들고 솔루션 레터도 만들고요. 순한 맛 버전과 매운 맛 버전을 따로 갈 수도 있겠죠. 슬로우레터는 뉴스 고관여 독자들과 강력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공유 지식(common knowledge)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슬로우뉴스 2.0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리는 좋은 저널리즘이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실제로 변화를 이끄는 모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별도의 글로 다시 설명 드리겠습니다.”

언젠가 슬로우레터를 유료화할 건가요?

“저는 좋은 저널리즘에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뉴스 유료화가 뉴스의 접근성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슬로우레터는 계속 무료 서비스로 갈 계획입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퍼뜨려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다만 슬로우레터와 별개로 프리미엄 콘텐츠로 만들어 유료 회원을 확보하고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는 계획은 있습니다.”

슬로우뉴스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슬로우뉴스의 도전과 실험에 함께 하시려면 슬로우뉴스 플러스에 가입해 주세요. 링크를 남겨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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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저는 슬로우 레터를 메일로 받아보긴 하지만, RSS 피드 연결해 놓은 걸로 보는 게 편해서, 메일을 잘 열어 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매일 챙겨 보고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었군요. 미디어 오늘을 나와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 오실 때 기대했던 모습이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건강하십시요.

  2. 슬로우레터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메일로 받고 있는데 홈페이지 북마크해서 매일 와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메일은 구독해지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구독해지 방법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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