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 ‘헌법’은 왜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을까요?

집회는 사회적 약자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고, 불의에 항의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연대와 협력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옥외집회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2026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드디어 해당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음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이제 우리의 집회·시위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될까요? 집회 신고제 자체의 위헌성 논란부터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가 놓친 부분까지 집회·시위 자유의 완전한 보장을 위해 이장희 국립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분석합니다.

신고의무는 합헌, 주최자 형사처벌은 헌법불합치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6년 2월 26일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에서 ‘집시법’이라 함) 제6조 제1항 본문 중 “옥외집회”의 사전신고 부분(이하에서 ‘신고조항’이라 함)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헌을 선고하였지만, 미신고 집회의 주최자를 처벌하는 부분(이하에서 ‘처벌조항’이라 함)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를 결정하고 2027년 8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됨을 선고하였다. 만약 개정 시한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처벌조항은 2027년 9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환호하고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과연 그렇게 만족할 만한 결정인가?

어떤 일이 있었는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미신고 집회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세 명의 청구인들이 각각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들을 병합한 것이었다.

사건1: 청구인 A

먼저, 청구인 A는 모 대학교 총학생회장이었는데 2016년 12월 16일 14:10경부터 14:55경까지 집회의 사전신고를 하지 않은 채 불과 약 45분 동안 구 새누리당사 앞에서 ‘당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를 개최하였다는 이유로 1심 법원에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위 기자회견이 사전신고 대상인 옥외집회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기도 하였으나 상고심에서 다시 파기환송되었다.

사건2: 청구인 B

청구인 B는 2021년 4월 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상임공동대표로서 역시 집회의 사전신고를 하지 않은 채 18:40경부터 19:03까지 불과 약 23분 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버스정류장 앞 노상에서 전장연 회원들 20여 명과 도열하여 ‘장애인 이동권 지역간 차별을 멈춰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목에 건 채 구호를 제창하고 버스 앞문에 몸을 쇠사슬로 연결하거나 ‘저상버스 100% 도입 약속을 지켜라’를 쓴 종이를 버스 외벽에 붙이고 휴대용 마이크와 스피커로 발언하는 식으로 버스를 운행하지 못하게 하여 집시법 위반 및 업무방해죄로 1심 법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건3: 청구인 C

청구인 C 역시 사전에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채 2023년 11월 28일 11:00경부터 11:40경까지 약 40분 간 성남시의 넥슨코리아 본사 앞길에서 한국여성민주회 활동가 등 20여명과 함께 ‘넥슨은 혐오 차별에 호응 말고 노동자를 보호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방법으로 옥외집회를 개최하였고, 법원에서 벌금 1백만 원을 선고 받았다.

세 사건은 모두 미신고 집회로 그 주최자가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점 외에도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1. 첫째, 불과 20분~40분 정도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열린 집회였다는 점이고, 
  2. 둘째 20여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한 소규모 집회였다는 점이다. 
  3. 셋째, 그 방법은 기자회견을 하거나 피켓과 구호제창 등이었으며, 
  4. 넷째로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이 부정의한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그에 항의함으로써 널리 사회적 공감을 얻으려는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

헌법 제21조에 규정한 집회의 자유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이다. 그러나 집회는 여러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사회적 약자 또는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이 정치권력자나 사회적 강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집회는 불의에 항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연대와 협력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집회의 자유는 우리 사회 내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소하면서 실질적인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해 줌으로써 민주주의 실현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헌법적 가치인 것이다.

집회 신고제, 헌법이 금지하는 ‘허가제’는 아닌가?

우리 헌법은 제21조에서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한다.” 따라서 집회의 자유를 법률로 구체화하더라도 집회의 주최자가 집회의 대상, 목적, 장소, 시간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만 집회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가 절대적으로 금지됨을 함께 명시하고 있다. 집회의 허가제란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집회의 허용 여부를 사전에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집회를 법률로 규제할 필요가 있더라도 집회의 개최 여부를 허가하는 방식은 헌법상 금지된다.

그런데 ‘집회 신고제’에 대해 헌법학계에서는 이러한 ‘허가제’가 아닌지 오랫동안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집회 신고제는 집시법 제6조 제1항에 근거한 법률상의 제도인데, 집회 주최자가 집회의 목적, 일시, 장소, 주최자, 참가 예정 단체와 인원, 시위의 경우 그 방법 등을 기재한 신고서를 집회 시작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경찰서장은 이를 심사하여 주최자에게 집회의 금지까지 통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게다가 미신고 집회나 금지통고된 집회를 주최한 사람에게는 집시법 제22조 제2항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벌까지 부과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간 헌법재판소는 옥외집회의 신고의무가 단순한 행정절차적 협력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보고, 신고만 하면 집회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헌법이 금지하는 허가제는 아니라고 보아 왔다(헌재 2009. 5. 28. 2007헌바22). 긴급집회처럼 사전신고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있지만 모든 옥외집회에 사전신고의무를 부과하면서 위반시 형벌까지 부과하였더라도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 아니라고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신고 가능한 즉시 신고한 긴급집회”까지 처벌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집회 신고제를 합헌으로 결정해 왔던 것이다(헌재 2014. 1. 28. 2011헌바174).

집회 ‘신고제’는 사실상 헌법이 금지하는 ‘허가제’ 아닌가?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그간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집회 신고제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반대의견도 계속해서 함께 개진되어 왔다. 가령 해당 집회의 목적이나 장소 등이 공공의 안녕질서와 관련이 있는지와 상관 없이, 또 그것이 사전신고가 가능한 집회인지 아니면 우발적 집회나 긴급 집회인지에 상관 없이, 현행 집시법 제15조에 열거된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2인 이상이 모이는 옥외집회이기만 하면 예외 없이 모두 사전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미신고집회로 처벌한다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내용의 반대의견이었다(헌재 2009. 5. 28. 2007헌바22 반대의견).

또 그간의 반대의견에 따르면, 집회 신고제가 단순한 행정절차적 협조의무에 불과함에도 그러한 협조의무의 불이행을 과태료 등 행정상 제재수단이 아니라 징역형까지 가능한 형벌에 처하는 식으로 신고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결국 신고제의 본래 취지에 반하여 허가제에 준하는 운용이라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헌재 2014. 1. 28. 2011헌바174 반대의견)

신고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과 문제점

앞서 헌법재판소는 2009. 5. 28. 2007헌바22 결정을 비롯하여 여러 결정에서 사전신고의무를 일률적으로 부과한 ‘옥외집회’ 부분(신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지도 않는다며 합헌을 선고하였고, 이번에도 선례의 견해를 유지하며 신고조항을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집회의 목적이나 신고의 가능성 여부 등을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사전신고의무를 부과하는 형태의 현행 ‘집회 신고제’는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이것은 집회를 최대한 자유를 보장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저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김복형 재판관과 마은혁 재판관이 반대의견에서 잘 지적하였듯이, 사전신고제도의 취지는 “해당 옥외집회가 방해받지 않고 개최될 수 있도록 개최 전 단계에서 옥외집회 주최자와 제3자, 일반 공중 사이의 이익을 조정하여 상호간의 이익충돌을 사전에 예방하고, 사전신고를 통하여 행정관청과 주최자가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함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보호하고 그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데 있다.

그런데도 “옥외집회의 목적이나 방법, 형태, 참가인원 수와 구성, 집회장소의 개방성과 접근성, 주변 환경 등에 비추어 제3자의 법익과 충돌할 가능성이나 공공의 안녕질서가 침해될 개연성 또는 예견가능성이 없는 옥외집회, 가령 소규모 집회나 단시간 집회, 사전신고가 불가능한 긴급집회까지도 집시법 제15조가 규정하는 적용 배제 대상이 아닌 한 모두 예외 없이 사전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게다가 현행 집시법의 신고조항에는 사전신고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긴급집회에 대해 그 신고를 유예하거나 즉시 신고로서 옥외집회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조치를 전혀 두고 있지 않고 있는데, 집회주최자가 집회를 개최하려고 마음 먹은 때부터 집회 시까지 채 48시간이 남지 않은 긴급집회의 주최자는 그러한 규율 공백으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번 결정의 반대의견에서 잘 지적하였듯이, 현행 신고조항에서 그러한 긴급집회에 대해 아무런 예외를 두지 않음으로써 무조건 사전신고의무를 적용하고 있는 것 역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집회 신고제도를 두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행정절차적 협력의무에 불과한 것이므로 제3자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침해의 개연성 또는 예견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야 하며, 이러한 가능성이 없는 옥외집회는 사전신고대상에서 법적으로 제외하는 것이 필요하고, 사전신고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긴급집회의 경우에도 예외 없이 사전신고의무를 무조건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아야 한다.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문제점

헌법재판소는 미신고 집회에 대한 처벌조항에 대해 그간 합헌으로 결정해 왔지만, 이번 결정에서 마침내 위헌성을 인정하였다. 다만 재판관 정형식, 김복형, 정계선, 마은혁의 단순위헌의견이 위헌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명에는 미달하여 결국 재판관 김상환, 김형두, 정정미, 오영준의 헌법불합치 의견에 따라 법정 의견이 나오게 되었다.

법정의견인 헌법불합치 의견에 따르면 처벌조항의 위헌성은 신고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로 형벌을 부과하는 것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옥외집회의 주최자까지 일률적으로 처벌대상으로 삼는 것이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점에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미신고 옥외집회 중 어떠한 형태의 집회에 대하여 처벌의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에 관하여서는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헌법불합치 의견은 단지 미신고 옥외집회 중에서 어떤 특정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형벌을 부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일 뿐이고, 여전히 미신고 옥외집회에 대해 원칙적으로 형벌을 부과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집회 신고제에 담긴 위헌성을 해소하지 못하였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이 종래의 합헌 결정보다 진일보한 것임은 물론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행정절차상 협조의무에 불과한 신고의무의 위반에 형벌까지 부과하는 이 사건 처벌규정 자체가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또 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로 변질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처벌 규정은 단순위헌으로 폐기했어야 했다.

처벌조항에 대해선 단순 위헌 결정이 타당하다

이 사건 처벌규정에 대한 위헌성은 정형식, 김복형, 정계선, 마은혁 재판관의 단순위헌의견에서 더 정확하게 지적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사전신고의무는 ‘행절절차적 협조의무’에 해당하며 그 필요성은 수긍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신고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제재 수단으로는 ‘과태료’만으로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집시법의 처벌조항은 그러한 행정협력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형사처벌을 택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였다.

또한 사전신고가 없었더라도 소규모 옥외집회이거나 비교적 단시간의 옥외집회로서 평화롭게 마치는 경우나 옥외집회의 주최 중에 경찰과 주최측이 협의하여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도 사전신고를 예외없이 관철시키기 위해 형벌로써 신고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수단의 확보를 위하여 목적이 되는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전체적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또 신고제도의 본래적 취지에 반하여 허가제에 준하는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았다.

또한 이 사건 처벌규정은 행정절차적 협조의무 위반을 집시법 제5조 제1항이 금지하는 폭력집회 등과 동일하게 최장 징역2년 또는 최고 200만 원의 벌금까지 부과할 수 있게 하였는데 그 법정형도 과도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았다.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헌재가 놓친 것은?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와 같은 문제점뿐만 아니라, 몇 가지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놓친 문제점도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이 사건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그 심판대상이 단지 옥외집회에 한정되어 시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결정의 주문에서도 “옥외집회” 부분만을 지적하였다. 그 결과 옥외집회와 사실상 구별되지 않고 어쩌면 집회의 실질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시위’ 부분에 대한 형사처벌은 여전히 합헌으로 남고 말았다.

집회란 본래 다중이 위세를 보이며 항의하는 것이므로 개념 본질적으로 ‘시위’의 의미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시위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집회는 그야말로 집시법 제1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 등의 집회”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회는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거나 집회 대상에 대해 항의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시위와 실질적으로 구별되기 어렵다.

오히려 대다수 집회는 시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집시법은 옥외집회와 시위를 개념적으로 분리시키고 있는 문제가 있으며,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 역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옥외집회”에 대해서만 판단하고 “시위”에 대해서는 전혀 위헌성을 판단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시위의 경우에는 여전히 예외 없이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국회가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집시법을 개정하여 처벌의 예외가 될 수 있는 옥외집회의 경우를 새로 규정하더라도, 경찰과 사법당국은 그 집회를 ‘시위’라고 평가하여 여전히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러므로 적어도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을 직권으로 확대하여 시위에 대해서도 함께 위헌성을 확인했어야 했다.

둘째,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은 집시법 제15조가 규정하는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 등의 특정한 집회를 제외한 나머지 옥외집회에 대해서만 사전신고의무를 부과하면서 그 미신고 집회의 주최행위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을 문제삼았다. 그런데 집시법 제15조 자체가 이른바 정치집회와 그렇지 않은 집회들을 법적으로 분리하고 갈라치기 하는 차별적 조항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이것까지 의식하진 못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집시법 제15조에 따르면 학문, 예술, 종교 등의 집회는 사전신고의무도 없고 당연히 처벌의 가능성도 없다. 정치적 집회와 성질상 구별될 수 있고 시위성도 없다고 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옥외집회에 대한 신고의무의 취지가 정말로 “옥외집회 주최자와 제3자, 일반 공중 사이의 이익을 조정하여 상호간의 이익충돌을 사전에 예방하고, 사전신고를 통하여 행정관청과 주최자가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함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보호하고 그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데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시위든 옥외집회든 집시법 제15조가 규정한 학문, 예술, 종교 등의 집회든 다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행정절차상 협조의무’의 필요성이란 측면에서는 학문, 예술, 종교집회라 하더라도 사전신고가 필요하다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목적이나 형태의 집회이든 그 사전신고라는 협조의무의 이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 형벌이 아니라 과태료만으로도 충분함은 물론이다.

얼마 전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지 내란 행위를 옹호하는 종교집회들이 다수 개최되었고 그 과정에서 각종 혐오와 욕설이 난무하며 온갖 무질서에 교통소통에도 심각한 방해가 초래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대규모의 종교집회가 만약 집시법 제15조의 집회라서 아무런 신고의무도 없고 그래서 형사처벌도 되지 않는다면, 결국 사전신고의무도 필요 없고 심지어 형사처벌도 과도하다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전신고를 해야 하는 소규모 집회나 단시간 집회보다도 우대하는 결과가 될 것이고 또 ‘기자회견’처럼 도대체 ‘집회’라고 보기도 불분명한 경우까지 미신고 집회라 하여 형사처벌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평등원칙에 위반하여 중대하게 차별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박사모 탄핵 반대 집회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집회의 자유 불온시하고 규제하는 권위주의가 근본적 문제

요컨대, 현행 집시법의 신고조항뿐 아니라 이 사건 처벌조항의 위헌성이 처음부터 신고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없는 경우 또는 신고를 하지 못했더라도 처벌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그런 예외적인 경우를 찾아서 규정하지 않은데 있다는 시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집회 자체를 불온시하며 집회의 자유를 가능한 한 효과적으로 규제하려는 권위주의적 시각이 문제이다. 현행 집시법 자체가, 또 현행법의 신고제도나 처벌조항 역시 그런 권위주의적 입장의 유산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권위주의적 입장에서 볼 때 형벌까지 동원하여 단속하고 처벌하고 싶은 정치집회와 시위를 그렇지 않은 제15조의 특정 집회들을 서로 갈라치기하고 차별한 것에서 현행 신고제도와 처벌규정의 위헌성이 시작되는 것이라 봐야 한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에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찰의 관행, 검찰, 법원 등 사법기관의 인식은 안타깝게도 이러한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광장에 나온 판결: 309번째 이야기


⚖ 옥외집회 신고의무 및 형사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헌법재판소 김상환(재판장),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오영준 재판관.
⚖ 헌법재판소 2026. 2. 26. 선고 2021헌바168등 [결정문 보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