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폴리시] 도로공사 퇴직 전관 회전문, 알고 보니 수수료가 절반… ‘바닥 권리금’에 뒷돈까지 받는다. (⏳4분)

입점 업체를 상대로 거액의 판매 대금을 떼먹는 휴게소 운영사와 이를 알고도 방관하는 한국도로공사의 유착이 국회 질타를 받았다.
김성회(민주당 의원)는 8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휴게소 운영사 대금 체불로 점주들이 극심한 생계난을 겪고 있다. 기흥, 망양, 충주 등 휴게소 3곳에서만 피해액이 28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도로공사는 공사 소유 휴게소 201곳 가운데 직영 3곳을 제외한 198곳의 운영을 민간 운영사에 위탁하고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2020년 입점 업체 점주 윤아무개 씨가 판매 대금 체불 고통에 스스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인테리어 비용 5억 원을 포함해 8억 원의 손실을 떠안은 후 유명을 달리했다.
-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운영사는 휴게소 입점 업체와 ‘물품 공급 계약’을 맺는다. 물품 판매는 입점 업체가 하지만 소비자가 지불한 돈은 운영사에 입금되는 구조다. 운영사는 물품 판매 대금 가운데 일부를 수수료로 떼고, 일부는 도로공사에 임대료로 낸 뒤 남은 금액을 입점 업체에 지급한다.
- 2025년 12월 기준 최소 입점 업체 16곳이 대금 체불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공사의 감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왜 공사는 방관하는가.
- 김성회는 ‘전관’ 문제를 지적했다. “도로공사 퇴직 전관들이 휴게소 운영사의 사내 이사 등으로 포진돼 있는 상태다. 이들이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 한겨레21은 “도로공사에 대한 운영사들의 로비가 운영 평가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도로공사에서 퇴직한 전관들이 휴게소 운영사에 대표 등 사내이사와 감사로 포진돼 있어, 평가 기간 전후로 도로공사 쪽에 압력을 넣거나 회유하는 일이 많다는 게 휴게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 도로공사는 납품 대금 미지급 민원을 접수 받아 조사를 한 이후인 2024년 11월에도 문제적 휴게소 운영사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원칙대로면 운영 평가를 통해 걸렀어야 했지만 이들 운영사는 10년 동안 대금 체불을 해도 최저 등급(5등급)을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도로공사가 특정 휴게소 계약 해지를 막기 위해 운영사에 문제가 있어도 (재계약 가능한 최저 등급인) 3등급을 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는 게 김성회 주장이다.
- 2023년 최인호 의원실(전 민주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에서 퇴직한 임원 및 1급 직원 118명 중 15명이 민간 휴게소에서 감사나 임원 등 ‘전관’으로 일하고 있었으며, 공사는 민간업체와 맺는 사업협약서에 사실상 전관 고용을 합리화하는 조항을 2013년부터 넣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이 지적해도 복지부동.
- 강훈식(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해 11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쟁이 제한된 독과점 환경 속에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업체들이 평균 4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취하고 있고, 한국도로공사 퇴직자들이 휴게소 운영에 개입하는 이른바 ‘전관예우’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고 밝히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 이재명(대통령)도 지난해 12월 “휴게소가 맛이 없는데 왜 이리 비싸냐. 알고 보니 몇 단계 거치면서 중간중간 임대료, 수수료 떼먹는 게 절반이더라”며 “휴게소 문제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 김성회는 김윤덕(국토부장관)에게 “장관이 지시를 해도, 심지어 대통령이 (휴게소 운영사에) 문제가 있다고 살펴보라 해도 도로공사와 국토부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보고가 올라온다”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질타했다.
- 김성회에 따르면, 국토부는 2023년 망향 휴게소를 현장 조사했고 미지급금을 상환하겠다는 운영사 공문까지 받아냈으나 점주들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아우성이다.

피해 사례 속출, ‘바닥 권리금’도 낸다.
- 납품 거래 약정상 인테리어와 시설비는 운영사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들은 수천만 원 상당의 시설비를 운영사에 청구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떠안았다.
- 납품 거래와 별개로 ‘바닥 권리금’을 걷는 운영사도 있다. 통상 권리금이 이전 세입자가 일군 단골손님이나 인테리어를 이어받는 대가라면, 바닥 권리금은 깡통 건물이라도 내야 하는 자릿값이다.
- 점주들이 운영사 관계자에게 매달 ‘뒷돈’으로 300~400만 원을 내는 사례도 있다.
- 김성회는 “납품 대금은 체불하지, 추가적으로 금전을 요구하지,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안 받아 본 대출이 없다’고 점주들은 호소한다. 왜 대한민국 국민이 휴게소를 이용하면서 도로교통공사 전관의 퇴직 후 임금, 나아가 뒷돈까지 보장해줘야 하느냐”고 분개했다.
이번에는 바뀔까.
- 한겨레21 보도 이후인 6일 국토부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국토부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내 유사 사례가 있는지 즉시 전수 조사를 시행키로 했다.
- 심각한 물품 대금 미지급을 일으킨 휴게소 운영사는 앞으로 휴게소 운영 경쟁입찰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운영권 계약 해지까지 가능하도록 휴게소 운영 평가 체계 개편도 추진키로 했다.
- 김윤덕도 “도로공사의 기존 운영 형태를 완전히 탈바꿈할 계획”이라며 “전체 휴게소 전수 조사를 지시했다. 조사에 기초해 대책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뒤 “대통령께서 지시하셨는데도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데 대해 국토부장관으로서 김 의원과 국회의원 전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휴게소 ‘전관 예우’ 실태, 제보를…”
- 의원실과 레거시 언론이 한 달 동안 협력해 개별 사례를 하나하나 취합·취재하고 종국적으로 구조 개혁을 추동하는 좋은 ‘솔루션 저널리즘’ 사례다.
- 김성회는 “우리 의원실 직원들이 기자들과 한 달 동안 파악해 본 내용이 이럴진대 전체 휴게소 상황이 어떨지는 불 보듯 뻔하다”라며 “국토부가 이때까지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조사하지 않은 것이라면 운영사, 도로교통공사, 국토부가 모두 한통속이라고 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 한편, 한겨레21은 “휴게소 관련 업계에 한국도로공사 출신이 재취업하는 ‘전관 예우’ 실태, 휴게소 운영사 관련 논란, 휴게소 물가를 올리는 불합리한 관행, 휴게소와 도로공사 정책 관련 개선이 필요한 사안 등을 취재하고 있다”며 제보를 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