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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환금성·실거주 비중 ‘반전’… 숫자로 깨뜨린 빌라에 대한 편견. 50년 아파트 중심 정책이 낳은 잘못된 통념. (박인석/명지대학교 건축대학 명예교수) (⏳5분)

‘대다수 국민들은 아파트를 원한다. 아파트 매매는 실거주와 내집마련 목적이 많은 반면, 빌라 등 비아파트는 투자·임대용 매매가 대부분이다.’

주택시장 전문가나 오피니언 리더를 자처하는 이들의 글과 말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얘기다. 이 글은 이런 생각이 잘못된 오해임을 밝히고, 비아파트 시장이 아파트 시장 못지않게 ‘내집마련’ 수요를 떠안고 있는 역동적인 시장임을 데이터로 밝히려는 목적을 갖는다. 나아가 이 근거 없는 오해가 다주택자 규제 반대와 아파트단지 중심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부추기는 논리로 작동하고 있음을 짚으려 한다.

빌라에 대한 편견

대통령을 필두로 다주택자 규제 신호가 이어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언론에서 낸 ‘아파트 잡으려다 얼어붙은 빌라시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자. 기사는 비아파트 시장의 성격에 대한 예단으로 시작한다.

“빌라는 실제 거주 목적으로 사는 경우는 적고, 다주택자들이 투자·임대용으로 매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근거로 “아파트 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춘 다주택자 규제를 비아파트 시장까지 무차별하게 적용할 경우 임대주택 공급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라며 경고를 날린다. 다시 말해, 다주택자 규제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단과 우려는 주택·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 널리 퍼진 통념에 뿌리를 둔다. 비아파트는 아파트에 비해 선호가 낮다거나 아파트는 자가거주 비율이 높고 비아파트는 임대 거주 비율이 높다는 것이 상식처럼 통용된다. 이 통념은 비아파트 시장은 다주택자가 임대 공급자 역할을 하는 만큼 다주택자 규제라는 틀로 일괄적으로 묶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주택가격 안정의 핵심은 아파트 가격인데, 아파트는 실거주용 ‘똘똘한 한 채’ 소유자가 대부분이라서 다주택자 규제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추측성 주장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통념과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빌라는 임대용? 데이터로 보는 빌라의 진실

위 표는 국가통계포털(KOSIS) 인구총조사(2020) 통계 중 ‘거처의 종류별 점유형태별 가구’ 통계를 기초로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자가거주가구 비율 등을 계산한 것이다(2025년 인구총조사 결과가 아직 공표되지 않아 2020년 통계를 사용함). 

“아파트는 자가거주 비율이 높고 비아파트는 임대 거주 비율이 높다“는 통념은 표에서 ‘① 거처 종류별 자가거주 가구 비율’에 근거한다. 실제로 아파트는 66.2%, 비아파트는 50.3%로 아파트가 높다. 서울만 보면 아파트 58.3%, 비아파트 34.8%로 격차가 더 커진다. 그런데 이 수치만으로 비아파트가 자가 거주 비율이 낮은 주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비아파트는 한 집에 여러 가구가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④ 거처당 거주 가구 수’를 보면, 아파트는 한 집당 1.0가구인 반면 비아파트는 전국 1.47가구, 서울은 1.65가구다. 한 집에 여러 가구가 함께 거주하다 보니 총거주가구를 분모로 삼으면 비아파트의 자가거주 비율이 낮게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비아파트는 내집마련용이 아니라 투자·임대용 중심”이라는 주장을 하려면, 집 소유주가 거주하지 않는 집이 대부분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려면 총거주가구 수가 아니라 총주택 수를 분모로 계산해야 한다. 빈집을 제외한 ‘③ 거처 종류별 자가거주율’이 그 기준이다. 이 수치를 보면 소유주가 거주하는 비율은 아파트 65.9%, 비아파트 73.7%로, 오히려 비아파트가 높다. 서울도 아파트 58%, 비아파트 57.3%로 거의 비슷하다. “비아파트는 내집 마련보다는 임대 중심”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비아파트는 소유주가 직접 거주하는 비율도 높으면서 동시에 임차 가구도 수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주택 수(C)는 아파트가 비아파트보다 훨씬 많지만, 거주하는 가구 수(A)는 비슷하다. 서울은 오히려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가 많다. ‘① 거처 종류별 자가거주가구 비율’의 나머지인 임차가구 비율을 보면, 서울은 아파트 거주 가구 중 임차가구가 41.7%인 데 비해 비아파트는 65.2%로 훨씬 높다. ‘비아파트는 임대 중심 주택’이 아니라 ‘자가 공급과 임대주택 공급 효과를 동시에 갖는 주택’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대통령을 필두로 다주택자 규제 신호가 이어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통계를 통해 비아파트 시장이 아파트 시장 못지않게 내집마련 수요를 떠안고 있는 역동적인 시장임을 확인할 수 있다.

비아파트 매매가 쉽지 않다는 오해

아파트단지 선호를 부추기는 또 다른 통념이 있다. 아파트는 비슷한 조건의 매물이 많아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반면, 비아파트는 집마다 건축 조건과 주변 동네 여건 차이가 커서 거래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사실일까?

아파트가 환금성이 좋다는 통념은 주택 매매거래량 통계에 근거한다. KOSIS ‘주택매매거래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전국에서 거래된 주택 726,111호 중 아파트가 570,490호로 78.6%를 차지한다. 서울은 126,806호 중 83,131호로 66.5%다. 압도적인 수치지만 이유는 단순하다. 전체 주택 중 아파트가 많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전국 총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은 65.3%, 서울은 60.1%다. 아파트가 많으니 거래도 많은 것이다.

이런 통계를 근거로 “아파트는 다른 주택에 비해 매매거래량이 많기 때문에 환금성이 좋다”고 할 수 있을까? 1,000채 중 100채가 거래되는 주택과 100채 중 20채가 거래되는 주택 중 어느 쪽이 환금성이 높다고 해야 할까? 정확하게 비교하려면 거래량이 아니라 매매거래율(총주택 대비 거래 비율)을 따져봐야 한다.

아래 두 그래프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주택유형별 매매 거래율을 계산한 그래프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아파트의 매매 거래율이 가장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이 거의 매년 아파트보다 높다. 특히 서울에서는 다가구주택을 제외한 모든 주택유형의 매매거래율이 아파트보다 높다. 비아파트는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 쉽지 않다는 통념도 사실이 아닌 것이다.

아파트 신화의 시작은 아파트 중심 주택정책

비아파트의 자가거주 비율과 매매거래율도 아파트에 비해 낮지 않다. 오히려 높은 경우가 더 많다. 비아파트 시장은 내집마련을 목적으로 한 매매거래가 활발한 역동적인 시장이다. 단독주택, 특히 다가구주택은 임차 거주 가구도 많아 임대 주거공간 공급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오해가 통념으로 굳어진 배경은 통계 수치 오독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50여 년간 이어진 아파트단지 중심 주택정책과 그 결과로 이어진 양극 주거계층화에서 진짜 원인을 찾아야 한다. 1970~90년대 압축성장 과정에서 중간계층이 급격히 늘어났고, 이들의 ‘질 좋은 주거공간’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커졌다.

생활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수요를 감당할 방법으로 선택된 것이 아파트단지 개발이었다. 녹지·주차장·부대시설을 갖춘 ‘동네’를 단지로 만들어 파는 방식이었다. 질 좋은 동네와 주택을 찾는 중산층은 다른 선택지 없이 아파트 분양에 몰렸다. 아파트 신화의 시작이었다.

반면 단독주택 중심의 주거지역은 생활인프라 부족 상태로 방치됐다. 값비싼 아파트단지가 버거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부담 가능한 거처를 찾았다. 도시 인구가 늘면서 저렴한 주거공간에 대한 수요는 커졌고, 시장과 정부는 거주 밀도를 높였다. 다세대주택(1984), 다가구주택(1990), 도시형생활주택(2009), 준주택(2010) 등 새로운 주거 형식들이 제도화되며 비아파트 시장이 형성됐다. 생활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채 과밀한 저층주거지가 되어갔다. 그렇게 아파트단지는 중상위 계층용, 저층주거지 비아파트는 중하위 계층용으로 나뉜 양극 주택시장이 당연한 것처럼 자리를 잡았다.

아파트 시장 오해가 통념으로…비아파트 시장에 주목하라

아파트·비아파트를 둘러싼 오해가 통념이 된 것은 주택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 대부분이 중상위 아파트 단지 계층에 속하는 탓이 크지 않을까. 비아파트를 그저 투자·임대용 매매 수요가 대부분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자기 계층 중심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오해를 걷어내고 사실을 보자. 생활 인프라 부족 속에서도, 과밀한 거주환경 속에서도, 비아파트 시장은 역동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내 집 마련 꿈, 더 나은 삶터에 대한 희망이 아파트 시장 못지 않게 살아 숨쉰다. 아파트 단지와 빌라 외에는 선택이 어려운 양극화한 주택시장을 더 많은 선택지가 있는 시장으로 바꾸고, 다원화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선 비아파트 시장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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