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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노동법 밖 노동자 2.] “노동자 10명 중 1명은 법 밖… ‘회색지대’ 노동권 보장 시급” 그리고 사용자책임 강화 필수 (조현민/한양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 노동법 밖 노동자 (‘소셜코리아’ 기획 특집)

자영업자와 노동자라는 이분법으로 포착할 수 없는 ‘노동법 밖 노동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임금근로자 10명 중 1명이 ‘노동법 밖 노동자’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권리를 보장해야 할까요? 열린 공론장을 지향하는 ‘소셜 코리아’는 ‘노동법 밖 노동자’에 대한 연속기획을 통해 이 문제를 심도있게 짚어보고자 합니다. (소셜코리아 편집자)

1편: ‘기타’로 밀려난 사장님 노동자들
2편: ‘회색지대’ 노동자 293만 명, ‘사각지대’ 방치 (이 글)

노동법 밖 노동자가 있다. 사실 노동법이 제정된 이래 노동법 밖 노동자는 늘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디지털 전환과 노동시장 유연화로 기존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라는 이분법으로 포착할 수 없는, 회색지대의 ‘노동법 밖 노동자’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노동형태는 실로 다양해 어떤 노동자가 ‘노동법 밖 노동자’ 인가에 대한 기준이 흐릿해지는 상황이다. 이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노동법 밖 노동자: ‘회색지대’ 293만 명

‘노동법 밖 노동자’는 누구인가? 이 글에서 노동법 밖 노동자는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지만 노동과정에서 종속성으로 인해 법제도의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로 정의하고자 한다. ‘노동법 밖 노동자’에는 사업자로서 본인이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고 다른 사람을 고용하기도 하는 자영업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계약의 형태와 관계없이 특정 사업주에 대해 상당한 경제적·조직적 종속성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들이 해당된다. 전통적 의미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부터 최근의 플랫폼 노동자들, 종속성이 있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노동법 밖 노동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들의 정확한 규모를 기술적으로 추정하기 어렵다. 이들을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회색지대’에 있어 어떠한 노동자들인지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고, 우리 사회 또한 그 범주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법 밖 노동자’ 규모를 추산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져 왔다. 지난 10월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주관한 ‘특수고용노동자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황선웅 부경대 교수는 ‘노동법 밖 노동자’ 규모를 약 293만명으로 추정했다. 이는 이전에 다른 연구자들이 제시한 것와 유사한 규모이다. 2025년 10월 기준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임금근로자수는 2,248만명으로, 노동자들 중 10명 중 1명 이상이 ‘노동법 밖 노동자’인 셈이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방치

우리가 ‘노동법 밖 노동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제도의 보호로부터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근로환경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31.4%가 최저시급 미달, 27.6%가 주 52시간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밤·주말·장시간 근무 및 고객 요구에 의한 업무 속도 결정 비중도 임금노동자보다 높다. 업무 자율성이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정도로 제한되어 있음에도,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아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법 밖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가 아니기에 최저임금과 법정근로시간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과도한 경쟁과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기 어렵다. 또한, 사업주에게 계약해지나 서비스 정지 등의 불이익을 당해도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절차를 활용하기 어렵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노동조합이 결성된 경우에도 사업주들의 교섭 거부와 회피로 실질적인 교섭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음식 배달서비스를 하는 플랫폼기업이 늘어나면서 종사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책임지는 제도와 법은 여전히 ‘임금근로자냐, 자영업자냐’라는 오래된 이분법에 멈춰 있다.

‘노동법 밖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어떠한 법제도 및 정책이 추진되어 왔을까? 이를 살펴보기에 앞서 오분류의 재분류 문제를 짚어 보고자 한다. 오분류란 노동법 밖 노동자가 실질적으로는 노동법상 노동자와 유사한 사용종속관계에 있지만, 이들의 형식적 계약방식이 자영업자 계약이기 때문에 노동법의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처럼 오분류 되어 있는 노동법 밖 노동자들을 실제 상황에 맞게 노동법상 노동자로 바로잡는 것이 재분류이다. 관련하여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보면, 오분류된 노동법 밖 노동자를 노동법상 노동자로 재분류하는 정책은 거의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개선안조차 국정과제나 공약에 적극적으로 담겨지지 않아 실현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해 근로자 개념의 확대나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입증책임 전환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법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권리보장 위한 법제도 절실

다른 하나는, 노동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노동법 밖 노동자에 대한 권리보장을 별도의 제도로 마련하는 것이다. 자영 노동자, 프리랜서 등 저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이미 미국 뉴욕주, 스페인, 일본 등에서는 ‘노동법 밖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별도의 법·제도가 마련되어 시행 중이다.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앞서 살펴본 ‘오분류와 재분류’ 정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산업안전 관련 법률에서 직종 제한 방식을 완화해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법 적용 확대가 이루어지더라도 해당 법률에서 모든 보장과 보호를 노동법 내 근로자와 동일하게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뚜렷하다. 임금과 근로조건 관련해서도 최저임금 보장이나 근로시간 규제 등 유의미한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일하는 사람 기본법’(고용 형태, 계약 방식과 관계 없이 일터에서 타인을 위해 일하고 보수를 받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고 이를 통해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기본법’으로서 한계가 뚜렷하며,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포괄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범위가 넓을수록 권리보장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처럼 여러 나라들에서 다차원적인 ‘노동법 밖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제도들이 도입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들의 권리 보장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노동법 밖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노동법 밖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제정하고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노동자성 입증 책임은 고용주에게

첫째, 실질은 노동자와 같으나 노동법 밖에 놓인 노동자들을 실질에 맞게 노동법 내 노동자로 재분류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성 입증책임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시도한 AB5는 독립계약자 기준을 제시하고 입증책임을 기업과 사업주에게 부과한 혁신적인 시도다.

📌 AB5

AB5는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등을 직원으로 인정해 법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로,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간주하려면 고용주가 ‘ABC 테스트’라는 엄격한 조건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즉, 고용주의 지휘·통제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업무가 고용주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 바깥이어야 하고, 노동자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노동법 밖 노동자의 명확한 기준이 있더라도 입증책임을 노동자가 가진다면, 이 법의 실효성은 크게 저하된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은 기업에 비해 법률지식, 정보접근성, 소송 수행능력 등에서 현저히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22대 국회에는 근로자 개념의 확대와 노동자 추정제도를 담은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되어 있다. 이 법안들이 추진력을 가지고 조속히 입법되기를 기대한다.

둘째, 오분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책임 강화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국세청이 주체가 되어 고의적으로 독립계약자를 오분류해 세금 신고를 하는 경우 상당한 벌금을 부과한다. 사용자로 하여금 오분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상 노동자인 특수고용 노동자를 노동법 밖에 위치시키는 사용자에 대한 제재가, 이들이 탈법적인 행위를 하는 것에 비해 약한 편이다.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사회보험료, 각종 법정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동법상 노동자여야 할 노동법 밖 노동자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소득으로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으로 간주되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오분류 문제와 관련해서는 ‘도급사업장에 대한 기획 근로 감독’(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노동자가 많은 도급·하청 형태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단적·계획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하는 제도) 정도가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오분류된 노동자를 노동법상 노동자로 적극적으로 인정하는데는 한계가 명백하다. 오히려 사업주가 근로 감독 대상에서 제외되기를 기대하거나, 근로 감독 대상이 된 이후에는 무지를 주장하면서 사후적 개선을 꾀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적극적 의미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근로조건, 최소한의 법적 기준 필요

셋째, 노동법 밖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우선 임금 및 근로조건에 관한 최소한의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시행된 노동법 밖 노동자들에 대한 별도의 법제도 마련은 임금 및 근로조건 등 직접적인 사항을 규율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 및 근로시간 등에 관해서는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동법 밖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및 보수를 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는 ‘도급제 최저임금 심의·지원’, ‘특고·플랫폼·프리랜서 최저보수제 마련 및 시행’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공약집이나 실제 이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 노동부의 보고 자료에서는 어떠한 내용도 확인할 수 없다. 

노동부에서는 2025년 9월에야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를 발주했다. 이를 시작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될 노동자의 구체적인 범위와 직종, 그리고 작업도구 등을 부담하는 노동자들의 특수한 노동 환경을 반영한,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고 관련 제도가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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