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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꺾정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올해도 국정감사(국감)는 여지없이 역대 최악이란 수식어를 피하지 못할 만큼 저질이었다. 국감이 행정부 정책에 대한 국회 측의 감사와 이를 통한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던 적은 원래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올해 국감은 여야 간 갈등과 대립의 양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선정적인 정쟁으로만 점철됐던 그야말로 최악의 모습이었다.

국감, 무엇이 문제일까?

국감은, 국민의 감시·감독이 근본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행정부의 정책결정 및 집행 그리고 예산 등에 관해 국회가 민의의 전당으로서 대신 감시하고 감독하라는 취지에서 마련된 매우 귀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민주화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국감이 안착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최근에는 질적 하락세가 점점 더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행정부의 정책이나 예산을 둘러싼 국회 차원의 생산적 견제는 애초에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여야 간에 이를 두고 다툼이 발생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사실상 이와는 거의 무관한 정쟁으로만 이 귀중한 시간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으로서는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올해 국정감사 드물게 만날 수 있었던 ‘감동’의 시간. “사건이 신속하게 회복이 돼서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 원 정도 되는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공무원들이 잘못이 있다면 저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그 잘못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문지석 부장검사, 국정감사, 2025.10.15)

1. 너무 짧다: 근본적 한계

첫째, 한국의 국감은 너무 짧은 기간 동안만 이루어진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제한된 시간 내에 각 상임위별로 막대한 양의 사안들을 다뤄야 하다 보니 중요한 정책이나 그 예산 등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엔 물리적 제약이 명백하다. 따라서 각 상임위나 의원실로선 몇몇 사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중요한 정책일수록 그 내용이나 예산이 복잡하고 클 것인바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감사를 수행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국감을 통해 어떻게든 의원의 지명도를 높여야 하는 의원실의 입장에선, 중요한 행정부 정책들에 관해 깊이 있는 감사를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는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보다는 선정적이고 갈등유발적이더라도 보도 및 회자의 가능성이 높은 소재를 선택해 문제제기를 하는 편이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며, 많은 경우 이는 본질적이기보다는 일시적이고 대증적인 관심만 높은 사안일 공산이 크다.

2. 너무 뻔하다: 대통령과 여당의 일체화

둘째, 한국의 국감은, 대통령과 여당의 일체화 현상이 일상화됨에 따라, 여당의 행정부에 대한 무조건적 방어, 그리고 야당의 행정부에 대한 무조건적 공격이라는 패턴을 계속 재생산하고 있다. 여야는 점점 더 철저하게 정파적인 입장에 서서 한쪽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방패막이 역할을, 다른 한쪽은 이를 향해 어떻게든 흠집만을 내려는 칼잡이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 결과, 국회라는 하나의 대의기관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행정부에 대한 감시·감독이란 책무는 형해화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그렇지 않아도 행정부에 비해 인적·물적 자원의 측면에서 한참 열세에 있는 국회가, 여야 간의 극심한 분열 속에서 생산적인 견제 기능을 수행하고 행정부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독려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3. 너무 보여주기식: 강성 지지층 소구 현상 가속화

현시점에서 가장 문제인 것은, 최근의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 및 강성 지지층에 의해 추동되는 양당 간 극렬한 충돌이 위의 부정적 현상들을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짧은 국감 기간과 대통령을 둘러싼 여야 사이의 갈등적·대립적 구도가, 심각한 정치적 양극화와 만남에 따라, 여야 지도부는 물론 의원들 역시 주로 강성 지지층에게만 최대한 강한 인상을 남기려는 행태를 취하게끔 유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배숙(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띄운 화면.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의 정치적 환경 속에선 이러한 선택이, 공공의 이익과는 별개로, 정치인들의 개인적 이해에 딱 들어맞고 있는 셈이다. 여든 야든 행정부 정책에 대한 생산적인 감사 활동에 매진하도록 유도될 가능성은 원래도 낮았는데, 이로 인해 바람직한 국감의 기회는 점점 더 축소되고 있다. 그리고 단지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에 더 어울리는, 희화화된 정치의 선정적 장면들만을 계속 양산하고 있을 뿐이다.

제도적으로 짧은 국감 및 대통령·여당과 야당 간 갈등·대립의 구도, 그리고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는 계속 악순환을 그리며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을 위축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는 행정부의 견제되지 않는 정책결정 및 집행을 야기함으로써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전세 사는 정책실장 ‘딸’ 거론하며 ‘갭 투자’ 의혹 추궁한 257억 재산 신고(2024.03 기준)한 김은혜. 대치동에 대지와 빌딩 등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국감 상설화는 언제든 가능하잖아!

여야 간의 만성화된 충돌과 점점 심화되는 정치적 양극화는 구조적인 문제라 당장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기 어렵다. 하지만 국감을 상설화하거나 그 기간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건 제도적으로 언제든 시행할 수 있는 과제이다. 그리고 이는, 행정부의 중요한 정책들에 대해 생산적인 감사를 시도하고 날카롭게 문제점을 짚어내는 의원이 소수라도 등장하게 될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열지도 모른다.

나아가, 해당 의원이 쇼츠로나 재생산되는 선정적 장면이 아닌 성공적인 정책 감사를 통해 국감의 스타로 떠오를 수만 있다면, 비록 급격한 개선이 이뤄지긴 어렵더라도, 국감의 문화 또한 서서히 바뀌어갈 수 있을 것이다. 현시점은 바꿀 수 있는 건 뭐든 하나씩이라도 바꾸어 나가야 할 때이며, 국감을 상설화하거나 그 기간을 대폭 늘려 내실화해 나가는 일이 어쩌면 그 작은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바쁜 최민희(민주당 의원, 국회 과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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