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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수활동비’ 점차 정황을 드러내지만, 조선일보, 채널A, JTBC는 사실상 무(無)보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는 물타기까지.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정보공개센터·함께하는시민행동이 협업하여 우리 사회 성역이던 검찰 특수활동비 등 예산자료를 분석해 결과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검찰을 상대로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낸 지 3년 7개월 만인 지난 6월 24일 검찰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자료 역시 전체가 아닌 일부에 불과하고, 업무추진비 영수증 절반 이상은 판독이 불가능한 상태로 확인됐습니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검찰 특수활동비가 명절 상여금 명목으로 검사들에게 나눠진 정황, 참석자 등이 증빙자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쪼개기 결제’한 정황 등을 파악해 계속 알리고 있습니다.

조선일보·JTBC·채널A, 사실상 ‘무보도’

초법적 권력으로 군림해온 ‘검찰 권력’을 상대로 사상 처음으로 예산자료를 통해 감시하고, 3년여 소송 끝에 확보한 자료 중 일부인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내역을 PDF 파일로도 공개한 이때 다른 언론의 반응은 어떨까요? 한국 언론의 고질적 관행으로 지목되는 무분별한 인용보도가 검찰 특수활동비 공개에도 적용되고 있을까요?

10개 종합일간지·9개 방송사·3개 통신사의 ‘검찰 특수활동비’ 보도 건수는 다음과 같습니다(7/1~30).

신문

  • 세계일보: 12건
  • 경향신문: 9건
  • 한겨레: 6건
  • 한국일보: 5건
  • 문화일보: 4건
  • 중앙일보: 3건
  • 국민일보: 2건
  • 동아일보: 2건
  • 서울신문: 1건
  • 조선일보: 1건

방송

  • YTN: 14건
  • 연합뉴스TV: 14건
  • KBS: 12건
  • MBC: 9건
  • SBS: 7건
  • MBN: 7건
  • TV조선: 3건
  • JTBC: 1건
  • 채널A: 1건

통신사

  • 연합뉴스: 13건
  • 뉴시스: 13건
  • 뉴스1: 10건

뉴스타파는 6월 29일부터 검찰 특수활동비 실체를 공개해오고 있는데요. 7월 한 달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10개 종합일간지, 9개 방송사(3개 지상파·4개 종합편성채널·2개 보도전문채널), 3개 통신사에 올라온 기사 중 ‘검찰 특수활동비’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를 모니터링했습니다. 라디오방송 기사, 통신사 사진기사, 국회 일정 기사, 검찰 특수활동비 최초 공개와 무관한 기사 등을 제외하고 총 149건이 나왔습니다.

보도전문채널 YTN·연합뉴스TV, 통신사 뉴스1·뉴시스·연합뉴스의 보도량이 많았는데요. 서울신문, 조선일보, JTBC, 채널A는 각각 1건씩을 보도해 검찰 특수활동비 공개에 대한 관심이 낮았습니다. 특히 서울신문을 제외한 세 언론사 기사는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공개한 자료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JTBC [“가볍기가 깃털” vs “훈계는 사양”…전현직 장관의 ‘설전’] (7월 27일 이재승 기자)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간 공방을 다루며 검찰 특수활동비를 잠깐 언급했고, 채널A [송영길, 윤석열 대통령 고발…“선거법 위반”] (7월 25일 남영주 기자)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한 일을 다뤘습니다. 송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사용한 특수활동비가 사전 선거운동 비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쟁화로 특활비 쟁점 흐리는 문화일보·조선일보

조선일보가 1건 보도한 [‘검찰 특활비’ 논란 불붙였던 추미애, 박상기·조국 전 장관엔 왜 침묵?] (7월 28일 이슬비 기자) 역시 검찰 특수활동비를 검증한 기사가 아닙니다. 조선일보는 엉뚱하게도 “한 시민단체가 공개한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놓고 야당이 법무부를 상대로 공세를 펴는 가운데”라고 전하더니 “박상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장관실 특활비 배정 의혹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특활비와 관련해 ‘주머닛돈처럼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자신은) 예년과는 달리 검찰 특수활동비를 배정받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는 문자를 법무부 출입기자단에게 보냈”는데 이때 추 전 장관이 국회에 설명자료를 제출하면서 2018년과 2019년에 장관실로 특수활동비가 배정된 사실이 공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에 장관실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이 있긴 했지만 조선일보 주장처럼 “의혹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는 표현은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전 법무부 장관들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보도는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밖에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화일보 4건 기사 중 2건이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검찰 특활비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 더불어민주당만 비판하는 내용인데요. 문화일보 [다시 불거지는 박상기·조국 장관실 특활비 배정 논란…민주당·진보단체는 ‘침묵’] (7월 28일 염유섭 기자)은 “민주당이 최근 검찰 특활비 관련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 장관실 특활비 집행 등엔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단독’ 박범계, 장관 시절 검찰 특활비 일선에 직접 배정…당시 수사개입 논란 제기] (7월 7일 염유섭 김무연 기자)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전 장관이 검찰 특수활동비를 직접 각 검찰청에 배정했다며 “윤석열 중앙지검장 시절 총장 특활비 공개된 가운데 박범계는 총장 안 거치고 직접 배정”을 작은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검찰 특수활동비 세부 내역이 처음으로 공개되고, 부정하게 사용된 정황이 발견된 와중에 이를 지적하기보다 특정 정당의 책임을 부각하며 논점을 흐리고 정쟁으로 몰고 가는 보도입니다.

특활비 추가 검증 없고 정치권 공방만 가득

22개 언론에서 한 달 간 149건의 기사가 나왔으나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문제를 추적하고 추가로 검증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149건의 기사 소재를 분류해보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다룬 기사가 4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7월 2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관련한 현안 질의가 있으면서 보도량이 늘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증빙자료를 폐기했다는 의혹에 대해 “2017년 9월 특활비 관리 지침이 개정되기 전에는 두 달마다 자체 폐기하는 기준이 있었다”, ‘백지 영수증’ 의혹에 대해 “영수증을 오래 보관하다 보면 잉크가 휘발된다” 등 해명을 남겼는데요. 뉴시스, 국민일보, 세계일보 등이 한동훈 장관의 해명을 따옴표로 옮겨 제목으로 실었습니다.

10개 종합일간지·9개 방송사·3개 통신사 ‘검찰 특수활동비’ 보도를 주제별로 분류해 그 건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7/1~30).

  • 국회 법사위: 48건(32%)
  • 뉴스타파·시민단체 기자회견: 37건(25%)
  • 기타(5건 미만은 기타로 묶음): 23건(15%)
  • 송영길 윤석열 고발: 19건(13%)
  • 민주당 논평 및 발언: 14건(9%)
  • 시민단체 고발: 5건(3%)
  • 뉴스타파·시민단체 기자회견 심화: 3건(2%)
  • 합계: 149건(100%)

다음으로는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7월 6일 검찰 특수활동비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를 소개하는 기사가 37건을 차지했습니다. 그밖엔 송영길 전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 고발 19건, 더불어민주당 관련 논평 및 발언 14건,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의 윤석열 대통령 등 고발 5건 등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149건 중 3건(2%)만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내용보다 진전된 보도였습니다. KBS [‘사사건건’ 검찰 ‘특활비’ 의혹 대해부…어떻게 쓰고 누가 폐기했나?] (7월 12일)는 정보공개 행정소송에 직접 참여한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변호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시사프로그램 클립입니다. YTN [또 불거진 검찰 특수활동비 논란…실상은?] (7월 9일 최민기 기자)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과거 논란을 다뤘고, 뉴시스 [‘검찰 특활비’ 또 도마 위…“폐지해야” vs “수사에 필요”] (7월 9일 김남희 기자)는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가 “전 정부나 여당, 혹은 권력 다툼에” 이용되는 점을 언급하며, 특수활동비 폐지 입장과 수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검사들 입장을 함께 전했습니다.

한국 언론보도의 문제 중 하나는 출처를 가리지 않는 받아쓰기 행태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SNS, 댓글 등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를 선택적으로 가져와 기사화합니다. 이렇게 클릭 수를 노릴 땐 무엇이든 기사로 쓰지만, 언론 스스로 자신에 유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날 때는 받아쓰기조차 회피합니다.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기사 거래와 유착 실태가 드러난 ‘박수환 문자’ 사건이나 언론계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보수언론의 노동자 사망사고 무보도, 세월호·이태원 참사 외면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 세금으로 집행되는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이 오·남용된 정황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마저 외면한다면 우리 언론은 무슨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권의 무의미한 싸움과 공방만 중계하며 이를 뉴스로 만드는 행태 자체가 ‘언론권력’으로 비판받는 이유입니다.

모니터 대상

2023년 7월 1일~3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찰 특수활동비’로 검색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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