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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의 날개(저작권자와 이용자)가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날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좌우의 날개(저작권자와 이용자)가 조화롭게 공존해야 새는 비로소 제대로 날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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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요약: 

  • 사실 관계: 네이버 자료실의 무료폰트 게시판에서 폰트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영리적으로 사용한 사안.
  • 저작권 침해 여부(X): 무료 폰트를 배포한 이상 약관으로 이용 범위를 제한했고 하더라도, 그 범위를 넘어(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것만으로 저작권 침해(복제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고, 다만 채무불이행 책임 여부만 검토하면 된다. (기존 대법원의 입장)
  • 채무불이행 책임 혹은 손해배상책임 책임(X): 원고인 폰트 회사가 이용약관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경우, 즉 사용조건이 분명히 제시되지 않은 경우 사용허락계약 위반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상 요약은 편집자)

혹시 이 글 내용이 다소 이해되지 않는 분들은 판결문을 인용해 좀 더 직접적으로 상황이 눈에 보이는 ‘친절하고 상세한 버전(판결문 인용)’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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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이 공익소송으로 진행한 폰트 저작권 남용 방어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footnote]2022. 1. 14. 선고 창원지방법원 2020나66210 판결, 원고 상소 포기로 확정[/footnote] 그간 오픈넷은 무료폰트를 제공하고 저작권법 위반을 이유로 형사 및 민사소송을 남발하는 이른바 ‘저작권 합의금 장사’ 관련 민형사 소송을 방어하는 데 노력해왔다.

사실관계: 네이버 무료 폰트 게시판에서 복제한 프로그램 사용

이번 사건은 헤움디자인(주)가 개인 디자이너를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을 주장하며 진행한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 사건 중 민사소송의 피고 대리 사건으로 오픈넷이 지난 2020년부터 공익소송으로 지원하였다(소송 대리: 오픈넷 이사 박지환 변호사).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개인 디자이너가 네이버 자료실의 무료폰트 게시판에서 다운로드 받은 폰트 프로그램을 영리적으로 사용한 사안으로 형사고소 사건에서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은 바 있다. 원심[footnote]2020. 11. 18. 선고 2020가소106357 판결.[/footnote]은 피고에게 50만 원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 최종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하 판결의 의미를 간략히 살펴보자.

이번 소송의 원고인 헤움디자인(주), (출처: 홈페이지 갈무리) https://www.heumm.com/
소송의 원고인 헤움디자인(주). 형사 사건에서는 (이용자가) 증거불충분 불기소처분, 민사소송에서는 원고 패소가 확정됐다. (출처: 홈페이지 갈무리)

1. 복제 허락받은 경우 계약 내용 위반해도 저작권법복제권) 위반 아님 (대법원) 

재판부는 아래와 같이 저작권자가 이용자에게 무료 폰트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경우 이를 다운로드 받아 약관과 다르게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저작권법 위반은 아니며 해당 사용허락계약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 성립 여부만 판단하겠다고 명시하여, 기존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

“위와 같이 복제를 허락받은 사용자가 저작재산권자와 계약으로 정한 프로그램의 사용 방법이나 조건을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사용자가 계약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저작재산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다1017, 1024, 1031, 1048 판결).”

2. 상업적 사용 불가 내용이 명확히 고지되어야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있어

또한, 네이버 무료 폰트 게시판을 통해 다소 불분명한 형태로 사용허락계약이 체결된 점과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에게 상업적 사용이 불가하다는 약관 내용이 분명히 제시되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허락계약 위반 관련 손해배상책임 자체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서체가 네이버 자료실에 무료 프로그램으로 등록된 사실, 피고는 네이버 자료실에서 이 사건 서체를 받아 사용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우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서체의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사용허락계약이 체결되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와 갑 제5,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무료로는 비상업적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사용허락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창원지방법원)

약관(계약)에 '비상업적 사용'으로 그 용도가 제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즉 분명하게 고지해야 해당 내용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있다.
약관(계약)의 내용을 주장하려면 원고(폰트 회사)가 ‘무료로는 비상업적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사용허락계약(=약관)이 체결되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즉, 상업적 사용 불가 내용이 명확하게 고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내용의 계약 위반을 주장할 없다.

3. 의의: 무료폰트라도 사용허락계약 시 이용자에게 계약 내용 분명히 고지해야 

본 판결은 앞으로 폰트 프로그램의 사용허락계약 과정에서 사용 조건이 분명히 제시되지 않은 경우 1) 저작권법 위반은 물론 2) 사용허락계약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미있는 선례가 될 것이다. 최근에는 PDF 변환금지 또는 사용범위를 지나치게 세분화한 약관 조항이 주로 문제되는데, 본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약관규제법상 불공정약관금지 조항에 따라 해당 조항의 무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폰트 저작권자들은 무료폰트라 하더라도 약관규제법에 따라 명확한 계약 내용을 고지해야 함은 물론이며, PDF 변환금지 등 불공정약관 조항의 소지가 다분한 내용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용자들도 본 판결의 취지에 따라 무료폰트라 하더라도 설치 과정에서 제시되는 약관 내용을 꼼꼼하게 살피고 사용한다면 부당한 저작권 합의금 장사의 피해를 더 이상 입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제는 사라진 네이버 소프트웨어 서비스.
이제는 사라진 네이버 소프트웨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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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폰트 파일에는 저작권이 있지만 서체 자체에는 저작권이 없다

최근 이슈가 많이 되는 것이 ‘폰트’(서체) 문제이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폰트 파일’에는 저작권이 있지만, 서체’ 자체에는 저작권이 없다. 즉, 폰트 파일을 허락 없이 복제하면 저작권 침해가 되지만, 그 결과물인 서체 자체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아니, ‘폰트 파일’없이 어떻게 서체가 나온다는 말인가? 그럴 수 있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나 플래카드, 웹자보를 외주 제작해서 만들었을 경우, 제작한 사람이 폰트 파일을 불법복제해서 사용했다면 제작한 사람은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을 사용한 사람은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폰트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무조건 쫄 필요는 없다. (오병일,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때 확인할 8가지 체크포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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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께: 

혹시 이 글 내용이 다소 이해되지 않는 분들은 판결문을 인용해 좀 더 직접적으로 사건 상황이 눈에 보이는 ‘친절하고 상세한 버전(판결문 인용)’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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