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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국토교통부는 현대·기아자동차(주)에서 제작·판매한 쏘렌토 등에서 발생한 ‘에바가루’ 분출 현상에 대해 공개 ‘무상수리를 권고’하였다. 에바가루는 자동차 에어컨의 표면처리 불량으로 알루미늄이 부식되어 만들어진 백색가루 수산화알루미늄로 인체에 유해한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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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무상수리 권고’의 문제점  

그러나 ‘자동차관리법’ 상의 무상수리는 법정 품질보증제도로서 본 건과 같은 ‘결함의 시정’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제조사에 무상수리를 ‘권고’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즉,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에어컨 표면의 부식된 가루가 차 안에 분출되는 현상에 대해 그 결함의 여부를 확인하고 시정을 명해야 하는 본연의 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닌, 법적인 근거가 없는 무상수리로 우회시켜 제조사 부담을 최소화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경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 받은 ‘무상수리 권고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토부는 18번 자동차 제조사에 ‘공개 무상수리 권고’를 내렸고, 이 중 8건은 결함조사 결과 ‘리콜’ 판정을 내렸음에도 무상수리를 권고했으며, 에바가루 분출을 포함한 3건은 결함조사 결과에 앞서 국토부가 자체적으로 무상수리를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제품의 결함이 확인되어 리콜을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소비자가 아닌 기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 규정을 위반하며 법적 근거 없는 ‘무상수리 권고’를 내렸다고 비판하였다. 더욱이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통해 제품 결함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관리·감독이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에 얼마나 큰 위해를 줄 수 있는지 경험한 상황에서 신체에 미치는 위해성 검증도 없이 이루어진 부당한 조치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고, ‘리콜 명령’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국토부의 ‘무상수리 권고’ 결정 과정(=자동차 결함에 관한 축소 해석)을 좀 더 상세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에바가루’ 문제를 ‘부품’ 문제로 축소: 현행 ‘자동차관리법’ 제31조 제1항에 의하면 자동차 제작자 등이나 부품제작자 등은 “자동차 안전기준 또는 부품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에 시정조치 하여야 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에바가루’ 결함을 브레이크나 조향장치와 같은 부품의 문제로 제한해 법령을 적용하였고, 에바가루 분출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라고 해석하지 않았다.
  2. 강제력도 법적 근거도 없는 ‘무상수리 권고’: ‘자동차관리법’상의 무상수리는 법정 품질보증제도로서 에바가루 사건과 같은 ‘결함의 시정’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제조사에 무상수리를 ‘권고’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3. 리콜 명령을 행해야 할 문제: 위해성이 의심되는 물질인 에바가루 분출은 생산물의 ‘상품성’ 결여(X)로 인한 하자를 치유하는 무상수리가 아니라, 생산물의 ‘안정성’ 결여(0)로 인한 결함을 시정하는 리콜 명령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환경물질로 인한 위험이 의심되는 사안이었던 만큼 위해성 평가도 없이 리콜 대상이 아니라고 유권해석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국토교통부의 대응은 '솜방망이'라기보다는 '솜사탕'에 가깝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국토교통부의 대응은 ‘솜방망이’라기보다는 ‘솜사탕’에 가깝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국토부의 ‘위해성 평가'(비공개) 미스터리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후 경실련은 국토교통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와 답변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무상수리를 권고한 지 6개월이 경과 한 2018년 12월에 비공개로 민간연구원에 ‘위해성 평가 용역’을 발주하였고, 이를 토대로 최종 문제가 없다고 자체 결론 내렸음을 확인했다. 이에 국토교통부의 보고서를 입수해 위해환경물질 전문가 자문을 통해 평가 내용과 방법의 적정성 등을 검토한 결과 이 역시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관련 내용 검토에 참여한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인 박동욱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는 국토부 평가서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차량 공간은 쾌적해야 하는데 공정결함으로 인체에 해로운 금속먼지가 발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특정 시간, 특정 차량의 측정치로 해석하는 자체가 모순이며, 발생한 먼지 등으로도 차량 이용자의 불쾌감, 심리적 불안을 야기해 안전운행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국토부의 ‘에바가루’에 관한 ‘위해성 평가 결과’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비공개 외주 용역(’18년 12월):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리콜의 대상이 되지 못한 에바가루 분출 현상에 대해, 2018년 12월 국토교통부는 ‘위해성 평가’를 비공개 외주 용역으로 실시해 인체에 위해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려 리콜 대상이 아님을 재확인했다.
  • 국토부 공개 자료, “0~2세 아동에 대한 위해성 밝혀졌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자동차 실내 백색가루 유해성 평가’‘자동차 분출물질 위해성 평가 추가 수정보완’ 자료에 따르면, “육안으로 에바가루가 식별되지 않는 자동차로 평가를 진행했으며, 그럼에도 0~2세 아동에 대한 위해성이 밝혀졌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평가 내용과 방법상의 문제가 다수 존재함에도 위해성이 의심되는 결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 결론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평가 결과를 토대로 위해성 없음을 명확하게 결론내리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국토교통부의 기존 ‘무상수리’ 권고 결정을 합리화하는 결과로 활용하였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위험하지만 위험하지 않습니다(???)
위험하지만 위험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지금까지 밝혀진 관련 자료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에바가루 사건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재검증을 실시하고, ‘위해성 없음‘을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할 때엔 리콜 명령해야 한다.

더불어, 자동차리콜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국회는 자동차리콜제도의 실효성 있는 운용을 위해 리콜 결정 프로세스를 재점검하여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주무 부처를 좀 더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관련법상 자동차 결함 범위가 주무 부처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축소되지 않도록 안전결함의 정의를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 자동차 결함을 협소하게 규정하는 현행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소비자에게 건강상 안전상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자동차 결함을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가 법적 근거 없는 ‘무상수리’의 형태로, 또한 강제력도 없는 ‘권고’ 정도로 대응하도록 한 것은 제조사의 배임을 방조하는 처사로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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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경실련의 정보공개청구 및 질의 과정

  • 2020. 1. 17. 경실련, 국토교통부에 정보공개 청구 (조사 심의 여부/향후 계획 등)
  • 2020. 1. 23. 국토교통부, 정보공개 청구 답변 (위해성 평가 실시한 사실 언급)
  • 2020. 2. 10. 경실련, ‘에바가루 사건의 미해결은 국토부 책임이다’ 성명 발표
  • 2020. 6. 10.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위해성 평가 자료 및 결과 일체 요청 1차 질의
  • 2020. 6. 17. 국토교통부에 위해성 평가 자료 일체 요구 2차 질의
  • 2020. 6. 30. 국토교통부, 위해성 평가 자료 ‘자동차 실내 백색가루 유해성 평가’, ‘자동차 분출물질 위해성 평가 추가 수정보완’ 공개
  • 2020. 7. 7. 경실련, 전문가 자문 회의(박동욱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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