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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불법승계 혐의로 재판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2심 무죄 판결에 이어 7월 17일 대법원에서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심 판결 당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다음 날 신문 지면기사를 분석한 바 있는데요. 이번에는 2심과 대법원 판결에 관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다음 날 신문 지면기사를 분석합니다.

제2심

먼저 2심 판결에 대한 언론보도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심 판결이 나온 2월 3일 지상파3사와 종편4사, 다음 날인 2월 4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살펴봤습니다.

신문은 2심 관심, 방송은 내란·관세전쟁 집중

보도건수와 순서에서 방송과 신문의 온도차가 확연합니다. 방송은 지상파3사와 종편4사는 2월 3일 검찰의 윤석열 공소장을 비롯한 12·3 내란과 트럼프발 관세전쟁을 주요 뉴스로 다뤘습니다. 이재용 회장 2심 선고는 후순위로 1~2건 보도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신문은 경향신문을 제외하고 5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가 이재용 회장 2심 선고를 1면을 비롯한 복수의 지면에서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동아일보와 매일경제가 8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고, 중앙일보가 3건으로 가장 적게 보도했습니다.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2/3)·신문 지면(2/4) ‘이재용 회장 2심 선고’ 보도건수와 첫 보도순서. 정리: 민주언론시민연합

2019 대법원 판결과 2심 충돌, 대다수 외면

국정농단 사건 관련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재용 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개명 후 최서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가 인정되었습니다. 또한 2024년 8월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판결했습니다.

검찰도 2심에서 회계부정을 인정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취지를 반영해 ‘예비적 공소사실’까지 추가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들의 문서 조작 등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처리 결과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며 근거와 과정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존재한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 예비적 공소사실

주위적(주된)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사실.

이처럼 2심은 ‘최소한의 합리성’을 근거로 이재용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개명 후 정유연)에게 준 말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건넨 뇌물로 본 2019년 대법원 판결,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부 분식회계를 인정한 2024년 8월 서울행정법원 판결과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 2심 선고 결과를 전하며 2019년 대법원 판결을 언급한 언론은 한국일보에 불과합니다.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보도한 언론도 지상파3사와 채널A를 제외한 종편3사, 경향신문·한겨레를 제외한 4개 종합일간지에 그쳤습니다.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2/3)·신문 지면(2/4) ‘2019년 대법원·2024년 서울행정법원 판결’ 보도 여부. 정리: 민주언론시민연합

물론 대법원과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전했다고 해서 이재용 회장 2심 선고에 따른 의문과 의구심을 제대로 짚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보도한 언론은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일부 분식회계를 인정했지만 2심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며 단순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2019년 대법원 판결과 2024년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모두 보도한 한국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설/이재용 2심도 무죄… 검찰의 무리한 기소, 자성해야] (2월 4일)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유라씨에게 건넨 말을 뇌물로 본 2019년 대법원 판결 취지, 일부 분식 회계를 인정한 지난해 서울행정법원 시각과 다소 엇갈리는 면”이 있다고 서술했을 뿐입니다. 의문이나 의구심은 짚지 않은 채 “1심에서 이 회장의 19개 혐의가 전부 무죄로 나온 데 이어 2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된 건 그만큼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고 혐의 입증에도 실패했다는 걸 보여준다”며 검찰을 탓했습니다.

재판부 비판 목소리 전한 언론 4곳뿐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제기해온 참여연대는 2심 판결 당일 [성명/‘이재용 무죄’로 ‘법 앞의 불평등’ 판결한 법원 규탄한다]에서 “(2019년 대법원 판결과 2024년 서울행정법원 판결 등) 모든 판결들을 외면하고 일방적인 합병작업 지시와 분식회계를 부정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도 같은 날 [성명/또다시 재벌총수 범죄 앞에서 멈춰 버린 ‘법치’, 범죄자 비호하는 사법부를 규탄한다]에서 “법치의 근간이 흔들리고 위협받는 내란 정국에서 (이재용 회장 2심 무죄 판결은) 재벌 대기업과 총수에 대해 법치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일갈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사회 비판은 언론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2심 판결을 환영하며 검찰이 상고하면 안 된다는 재계 입장은 과장되게 다뤄졌습니다.

1심 선고 당시 시민사회 비판을 전한 언론은 지상파3사와 조선일보를 제외한 5개 종합일간지 등 8곳입니다. 그러나 2심 선고를 전하며 시민사회 비판 목소리를 전한 언론은 MBC, SBS, 경향신문, 한겨레 등 4곳으로 줄었습니다.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2/3)·신문 지면(2/4) ‘이재용 회장 2심 선고’ 보도 중 입장 전달된 등장인물 및 단체. 정리: 민주언론시민연합

MBC [“부당합병·분식회계 증거 없다”‥2심도 무죄] (2월 3일 윤상문 기자)는 “(이재용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고,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꾸고, 다시 삼성물산과 합병한 뒤 결국 회장직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며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대한 사법당국의 부실대응을 비판했습니다.

경향신문 [사설/삼성물산 합병 이재용 무죄, ‘재벌 경제범죄’ 관대한 법원] (2월 4일)은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주요 범죄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검찰권 오남용을 견제하는 일은 사법부의 당연한 책무이나, 이 회장이 아닌 일반인 재판에서도 똑같이 적용해야 재벌을 봐줬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더불어 “법원이 재벌 총수의 경제 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닌지 묻게 된다”며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하고 끝까지 증거와 법리로 이 회장의 불법 행위 여부를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재용 변호인 입장 전달은 필수, 검찰 상고 포기 종용

MBC를 제외한 모든 언론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이재용 회장 변호인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동아일보와 한국일보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 등 재계 환영 입장을 상세히 전하며 부각했습니다. 검찰은 2심 선고 후 항소심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상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검찰 상고’에 이재용 회장이 겪을 ‘사법 리스크’ 걱정부터 하고 나섰습니다.

조선일보 [2주에 한 번꼴 재판 불려다닌 사이… 반도체도 스마트폰도 휘청] (2월 4일 박순찬 기자)는 삼성 안팎에서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 걱정을 떨치고 본격적인 해외 네트워킹과 미래 투자로 글로벌 기업들과 본격적으로 경쟁에 나서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검찰이 상고를 해 대법원 재판까지 이어진다면, 이 회장은 10년 넘게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고 삼성의 미래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는 재계 관계자 입장을 충실히 전했습니다.

해당 기사의 작은제목은 “사법 족쇄 ‘삼성 수난사’”입니다. 증거와 법리에 따라 상고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검찰을 향해 조선일보는 ‘사법 족쇄’, ‘사법 리스크’, ‘삼성의 미래’ 등을 운운하며 상고하지 말라고 부추긴 것입니다. 한국경제 [사설/이재용 2심도 전부 무죄, 검찰은 상고 포기로 기업가 족쇄 풀어야] (2월 4일)도 “검찰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기업가에게 씌운 족쇄를 풀어줄 때”라며 노골적으로 검찰의 상고 포기를 종용했습니다.

조선일보 “문재인정부 ‘적폐청산’ 따른 검찰의 무리한 수사 결과”

방송은 신문에 비해 보도량이 적은 탓에 이재용 회장 무죄 판결 자체에만 집중했습니다. 이에 비해 신문은 이재용 회장의 19개 혐의가 전부 인정되지 않고, 함께 기소된 삼성 임직원 14명 모두 무죄 선고를 받은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한겨레 [사설/이재용 항소심도 전부 무죄, 검찰 수사 실패 돌아봐야] (2월 4일)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상당 부분이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게 (2심 판결에) 영향을 끼친 것”인데 “검찰이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대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할 만큼 이 사건을 중시하고 수사력을 집중”했지만 “결과적으로 혐의 입증에 실패”한 만큼 “검찰의 수사 역량과 적법 수사 관행에 근본적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문제 삼으며 수사를 이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등 3인방에 비판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3인방 외 다른 곳에도 비판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 신문 지면(2/4) ‘이재용 회장 2심 선고’ 보도 중 거론된 수사 및 기소 책임자. 정리: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 [최지성·장충기 등 임원 10명 모두 무죄] (2월 4일 김희래·박혜연 기자)는 이재용 회장과 삼성 임직원 14명의 무죄 선고 소식을 전하며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기조에 맞춰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한 결과가 이제야 나온 것”이라는 ‘고위 법관 출신 한 변호사’ 주장을 덧붙였습니다. [사설/‘이재용 무죄’ 삼성 총수 10년 옭아맨 결과가 뭔가] (2월 4일)에서는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 수사) 당시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이고, 수사와 기소를 주도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이복현 현 금융감독원장”, “(국정농단 사건 수사는) 윤 당시 특검 수사팀장과 한동훈 검사”가 했다며 3인방이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조선일보는 “이 수사는 문재인 정권의 적폐 청산 일환으로 강행됐지만 문 정권은 이 회장을 2018년 방북에 동행시키는 등 정치 쇼에도 동원”했다고 문재인 정부를 소환했습니다. 하지만 삼성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논란은 오래된 일입니다. 이재용 회장은 1994년 부친 고 이건희 전 회장으로부터 60억 원을 물려받았습니다. 이 돈을 종잣돈으로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MBC [“부당합병·분식회계 증거 없다”‥2심도 무죄] (2월 3일 윤상문 기자)는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고,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꾸고, 다시 삼성물산과 합병한 뒤 결국 회장직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 판결

2심 판결에 이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언론보도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7월 17일 지상파3사와 종편4사, 다음 날인 7월 18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살펴봤습니다.

삼성의 ‘잃어버린 10년’ 부각한 신문

보도건수와 순서에서 방송과 신문의 온도차가 확연합니다. 방송은 지상파3사와 종편4사는 전국 곳곳에 쏟아진 폭우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습니다. 이재용 회장 대법원 선고는 후순위로 밀려 1건씩 보도하는 데 그쳤는데요. 그럼에도 JTBC·TV조선·채널A 등 종편3사는 2건씩 할애해 비교적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7/17)·신문 지면(7/18) ‘이재용 회장 대법원 선고’ 보도건수와 첫 보도순서. 정리: 민주언론시민연합

반면 신문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가 모두 1면에서 다뤘습니다. 경향신문·한겨레를 제외한 4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는 4~7건의 기사를 통해 이재용 회장 대법원 선고를 주요하게 보도했습니다. 특히 ‘잃어버린 9년’ 혹은 ‘잃어버린 10년’ 등 표현을 써가며 이재용 회장이 1심부터 대법원을 거치는 동안 삼성이 정체 혹은 위기 국면을 맞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2건씩 보도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재용 옭아맨 10년’ 깊은 고통?

방송과 신문은 이재용 회장 무죄 확정 판결을 전하는 기사 제목에서 ‘사법리스크가 끝났다’, ‘사법족쇄를 벗었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는데요. 방송은 KBS, SBS, JTBC, TV조선이 “사법 리스크 ‘마침표’”(KBS)“‘사법 리스크’ 종지부”(SBS)“사법리스크 벗고”(JTBC)“‘사법 족쇄’ 벗은 이재용”(TV조선)이라고 썼습니다. MBC, 채널A, MBN은 “‘무죄’ 확정 이재용”(MBC)“5년 만에 23개 혐의 전부 무죄”(채널A)“‘불법승계’ 이재용 무죄 최종 확정”(MBN) 등 사실위주로 담았습니다.

신문의 경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대법, 이재용 무죄 확정”(경향신문)“부당합병 등 혐의 이재용 무죄 확정”(한겨레)으로 사실위주 제목을 썼지만 다른 신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주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이재용 회장이 검찰 수사와 재판에 임한 기간을 강조하며 자극적인 제목을 썼습니다. “3168일 ‘사법리스크’”(동아일보)“빼앗긴 9년”(동아일보)“이재용, 9년 족쇄 풀렸다”(조선일보)“무리한 기소, 삼성 잃어버린 9년”(중앙일보)“9년 사법 리스크 벗은 삼성”(중앙일보)“혁신 발목잡은 ‘잃어버린 9년’”(한국일보)“이재용 ‘무죄’… 삼성, 잃어버린 10년”(매일경제)“이재용 무죄… 삼성의 ‘잃어버린 10년’”(한국경제)“‘10년 사법 족쇄’ 벗어난 삼성”(한국경제)과 같이 말입니다.

대법 판결까지 걸린 기간을 강조한 자극적 제목은 처음이 아닙니다. “9년 ‘사법 족쇄’ 풀렸다”(동아일보)“국정농단 사태부터 ‘9년 사법리스크’”(동아일보)“송사에 허송한 9년 누가 보상하나”(동아일보)“삼성 총수 10년 옭아맨 결과가 뭔가”(조선일보)“이재용 ‘8년 사법리스크’ 일단락”(중앙일보)“4년 5개월 발목 잡은 사법리스크 해소”(한국일보)“8년만에 사법리스크 턴 이재용”(매일경제)“이재용 8년 괴롭힌 ‘사법 악몽’”(매일경제)“이재용 ‘10년 사법 리스크’ 털어냈다”(한국경제)“삼성 ‘잃어버린 10년’”(한국경제) 등 2심 선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문마다 기준이 달라 제각각 기간을 표현했지만 전하고자 하는 바는 같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인해 장기간 송사에 휘말려 삼성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 이재용 회장 2심 선고 직후(2/4)·대법원 선고 직후(7/18) 신문 지면 자극적 제목. 정리: 민주언론시민연합

‘기계적 상고’ ‘묻지마 상고’로 검찰 비판

1심에서 대법원까지 이어진 무죄 판결은 곧 검찰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TV조선은 [따져보니/‘사법 족쇄’ 벗은 이재용 ‘뉴 삼성’의 미래는?] (7월 17일 신유만 기자)을 통해 “일각에서는 검찰이 ‘기계적으로 상고를 했다’ 이런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형사 사건에서 이런 ‘묻지마 상고’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일보 [이재용 무죄 확정… 기업 잡는 검찰 ‘기계적 상고’] (7월 18일 위용성·이유지·최다원 기자)도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는데도 기계적으로 상고하는 검찰의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날 선고를 계기로 검찰의 기계적 상고 관행에 실질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설/이재용 무죄, 무죄, 무죄… 검찰 ‘기계적 상고’ 자성을] (7월 18일)은 “혐의 입증에 실패하고서도 기계적인 상고까지 이어온 검찰의 무능과 과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힐난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9년 사법 리스크 벗은 삼성, 재도약의 계기 돼야] (7월 18일) 역시 “1, 2심에서 혐의 전부에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반성하고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검찰은 기계적 상고를 선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아일보 [윤석열 수사 지휘-이복현 기소 강행… 1, 2심 이어 대법도 “전부 무죄”] (7월 18일 송유근·송혜미·구민기 기자)는 “대법원 역시 19개 혐의 전부 무죄로 판단하면서 ‘기계적 상소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피고인이 1심 혹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동일한 범행으로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협을 재차 받지 않는다’는 수정헌법 5조에 따라 검찰이 상소할 수 없다”며 “선진국처럼 검찰의 무분별한 상소를 제한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매일경제 [재계 삼성이니까 버틴것… ‘묻지마 사법족쇄’ 개혁 한목소리] (7월 18일 박소라·김민소 기자)도 마찬가지 주장을 폈습니다.

검찰 상고는 정말 기계적이고 무분별한 상고였을까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로 일단락된 이재용 회장의 이른바 ‘사법리스크’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 때문에 지속된 것일까요, 검찰의 상고는 기계적이고 무분별한 상고였을까요? 국정농단 사건 관련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재용 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개명 후 최서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가 인정되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과 함께 2016년부터 쟁점화한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수사는 계속되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2020년 5월 6일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무노조 경영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특히 이 회장은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대해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 조처 없는 추상적 다짐에 불과했지만 사실상 경영권 불법승계와 노조 파괴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내용입니다.

이후 검찰은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해 2020년 9월 1일 이 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을 기소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이재용 결국 또 기소, 한 기업인에 대한 끝없는 수사와 재판] (2020년 9월 2일)은 “이 부회장은 2016년부터 4년간 구속과 수사, 재판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중앙일보 [사설/삼성 기소,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한 배경 뭔가] (2020년 9월 2일)는 “삼성 기소는 검찰 간부들 간의 알력과 권력 분쟁에서 이뤄진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나같이 이재용 회장을 억울한 피해자인 양 그렸지만, 당시 검찰의 기소 이유는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뇌물 공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 시세조종 등 이 회장이 경영권 불법승계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행위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2019년 대법원 판결은 뇌물 제공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고 판결한 것일 뿐 승계 작업의 불법성이나 위법성을 판단한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판결 직후 참여연대도 “뇌물을 주고받아 처벌은 받았지만 정작 그 뇌물의 목적이 없었다는 셈”이라고 일갈할 정도로 많은 의문이 남았습니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증거로 채택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8TB(테라바이트) 백업 서버 등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며 3,704개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경향신문 [사설/삼성물산 합병 이재용 무죄, ‘재벌 경제범죄’ 관대한 법원] (2월 4일)은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주요 범죄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검찰권 오남용을 견제하는 일은 사법부의 당연한 책무이나, 이 회장이 아닌 일반인 재판에서도 똑같이 적용해야 재벌을 봐줬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는데요. 이는 언론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검찰권 오남용을 견제하는 일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 수사·기소·상고에서만 ‘무리한 수사와 기소’, ‘기계적 상고’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일반인 수사와 기소, 상고에서도 똑같이 적용해 보도해야 재벌을 봐줬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제2심:
📺 방송: 2025년 2월 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 신문 : 2025년 2월 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대법원 판결:
📺방송: 2025년 7월 1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 신문: 2025년 7월 1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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