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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 인터뷰] 지리산 권역의 ‘커뮤니티 연결자’. 올해로 10년을 맞은 ‘지리산포럼’을 포함해 다양하고 멋진 행사들로 전국 방방곡곡 사람과 꿈을 연결하는 지리산이음의 조아신(조양호). 1년 전 인터뷰 마무(의)리. (⏰19분)

이 글은 작년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지역 소멸’)의 일환으로 인터뷰했던 조아신(조양호) 지리산이음 이사장(현 작은변화연구소장)과의 대화를 정리한 글입니다. 1편을 발행한 지가 벌써 1년이네요. 너무 늦었지만, 여전히 지금에도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지역과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마저 정리합니다. 인터뷰는 작년(2023.09.14)에 있었지만, 인터뷰이가 답변을 퇴고하는 과정에서 최근 일도 부분적으로 언급되었습니다. 이 글은 아랫글에서 이어집니다.

인맥과 네트워크


지역 공동체의 스타시스템?

민노: 성공적인 지역 공동체를 보면 일종의 ‘스타시스템’이랄까요. 공동체 자체보다는 그 공동체를 상징하는 몇몇 개인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문화와 시스템의 확장성을 고려하면, 어떤 특별한(?) 개인이나 역량이 출중한 리더에게 의존하는 공동체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아신: 스타라는 표현은 좀 과하고 ‘커뮤니티 연결자’라고 해야 할까요. 출발은 그런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하죠. 저도 서울에서 오래 활동 했고 지리산 자락에 살면서도 서울에 오가며 일을 했으니까요. 제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가 ‘산내'(전북 남원시 산내면)라는 지역에서만 오랫동안 살고 있었던 사람들보다는 넓겠죠. 보통 초반에는 그런 개인적인 네트워크가 작동합니다. 다만, 공적인 일을 하려면 그런 개인 네트워크를 지역과 단체를 위한 네트워크로 전환해주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런 과정이 없으면 그건 그냥 내 인맥일 뿐이니까요.

내가 사는 지역과 단체를 위한 네트워크로 ‘전환’해서 ‘연결’하지 않으면 그건 그냥 ‘내 인맥’에 불과하다.

가령, 지리산이음이 처음 하는 일에, 지리산포럼 같은 행사에 사람들을 초대할 때 아무래도 저를 잘 아는 분들은 훨씬 쉽게 초대에 수락해 주겠죠. 아무래도 그동안 신뢰가 있으니까 좀 더 마음이 갈 거고요. 그런데 혹시 제가 없더라도 지리산이음이 하는 일이면 괜찮지, 믿을 만하지, 느낌이 나쁘지 않았어, 좋은 경험을 하고 왔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미 그건 제 인연이 아니라 지리산이음의 자산이 되는 거거든요. 저와 동료들이 하는 일이 마을과 지리산권, 비영리와 시민사회 생태계에 이렇게 사람 자본을 만드는 일이고, 지리산이음은 여전히 그런 과정에 있는 거고요.

지금 지리산이음에는 상근하는 5명의 동료가 있는데, 우리가 모든 일을 온전히 책임질 수는 없어요. 5명이 떠나더라도 단체와 지역의 네트워크가 사라지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연결된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가 지속해서 해볼 만한 일을 협력 단체나 파트너들이 지속해서 함께 도모할 수 있는 구조를 짜고, 그분들 역할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고, 특정 개인이 없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얼마든지 그 일을 잘할 수 있게 지원하는 네트워크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에 너무 의존하면, 그래서 그 개인이 빠지면 일이 안 된다고 하면 그런 네트워크는 지역의 자산으로 축적될 수가 없겠죠.

사람 갈아 넣기는 인제 그만

민노: 어떤 취지인지는 충분히 알겠습니다. 약간 짓궂은 질문인데, 궁금하기도 하고요. 조아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지리산이음이 있었을까요?

조아신: 저랑 친구이자 동료인 임현택 센터장이랑 그 전에 김인숙, 오관영 선배 두 명이 같이 만들었으니까요. 제가 없었으면 없었을 수도 있겠죠? 공동 창립자니까. (웃음)

민노: 그러면 지금 10년이 넘었는데, 앞으로도 20년 30년 계속 활동하길 바라지만, 갑자기 조아신이라는 사람이 5년째 된 해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면, 지리산이음은 어떻게 됐을까요. 사람의 힘과 시스템의 힘을 분리하는 건 어렵지만, 이런 지역 공동체가 ‘사람 갈아 넣기’ 시스템인 것 같기도 해서요. 물론 꼭 대답을 들어야겠다고 드린 질문은 아닙니다만.

조아신: 사람 갈아 넣는 시스템을 안 만들게 하기 위해서 좀 전에 말씀드린 이야기를 한거구요. 제가 10여 년 전에 단체를 공동 창업하긴 했지만, 이사장을 맡아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깊숙이 개입한 건 4년 정도밖에 안 됐어요. 그 전에 저는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면서 단체 일을 같이 의논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정도였어요. 물론 기획이사라는 직함은 가지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단체 운영은 임현택 센터장과 활동가들이 했으니까요. 저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온전히 저 혼자만 해온 것도 아니고요. 지금은 사실 제가 빠져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민노: 오, 그 정도 그 정도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조아신; 그런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중이라고 봐야겠죠. 어느 정도는 갖춰졌다는 생각도 드는데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네요. 개인적으로는 올해(2024)와 내년까지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소수의 활동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협력 단체와 파트너들이 지리산이음을 플랫폼 삼아 일할 수 있는 단체와 시스템을 만들고 싶긴 하죠.

선수와 스태프


여전히 사람이 돋보이는 지역이 많긴 하죠

민노: 경험적으로 어느 쪽이 많은 것 같아요. A.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지역, B. 스타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지역이 있다고 좀 거칠게 구분한다면.

조아신: 지역 프로젝트가 뭐냐,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요즘 흔히 말하는 로컬 크리에이티브 혹은 로컬 브랜드 영역에서는 사람만 돋보이는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면 어느 지역하면 ‘아, 그 사람’ 하고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지역에 살다 보면 그 사람 한 명이 하는 일은 굉장히 작은 일부분일 뿐이에요. 다른 지역과 미디어에서 그 사람을 약간 인정해 주는 것 뿐이죠. 그게 지역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허상일 수 있죠.

어떤 특정 지역의 공간이나 카페나 조직이 굉장히 잘 되고 있는 게 그 지역 주민의 삶이나 그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데 실제 얼마나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그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조직이나 공간이 활성화될 순 있지만, 지역 전체의 네트워크가 아니라 특정 개인의 역량이나 명망에 집중되는 경우에 그 사람에게 좋은 게 지역에 좋은 일일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위 이미지는 본문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필요한 건 지역과 연결된 사람이 지역 사회를 위해서 뭔가 일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고 연결고리를 만들고 사람을 연결해 주는 일이에요. 그런데 아마도 저희와 같은 미션을 가지고 있는 단체는 많지 않을 거예요. 어떤 특정한 이슈나 어떤 특정한 사업을 하기 위해서 만든 단체들은 많겠지만 연결, 변화 이런 것만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스스로 지원조직이라고 하죠. 변화를 지원하고 사람을 지원하고 세상의 변화를 지원하는 조직인데 그 지원하는 방식이 사람을 연결해 주고 자원을 연결해 주고 지역을 연결해 주는 거죠.

선수도 좋지만, 스태프처럼 지원해 줄 사람이 필요해요

민노: 지리산이음 같은 곳이 더 많이 생겨야 할까요?

조아신: 저는 지역별로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체가 10년 정도 이상 활동하면 10년 전에 비교해 성과가 보이는데, 그건 10년이 지나서 보이는 거지 매년 그런 차이가 보이진 않아요. 저희도 10년을 하다 보니 역량이 축적되고 앞으로 무엇을 해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거죠. 처음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에요.

비유하자면, 운동 경기에서 사람들은 선수가 되려고 하죠. 그런데 선수 말고 뒤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스태프가 있고, 경기장 관리하는 분들이 있고, 물리치료사가 있고, 행정적인 지원을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저희는 지원 조직이 되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저희가 선수로 나서거나 어떤 이슈에 깊숙이 파고들어서 앞장서거나 이런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죠.

그런데 선수로 뛰는 지역 단체가 많죠. 지난 30년 동안 지역에서 훌륭한 활동을 해온 단체를 보면 다 깃발 들고 선수 역할 했던 단체기도 하고요. 그런데 너도나도 다 선수만 하니까 이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선수가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고 그다음에 계속 새로운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새로운 선수가 나올 수 있는 생태계가 없는 거죠…. 그래서 선수를 뒷받침해 주는 사람과 조직이 지역마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선수도 좋지만 선수를 지원해줄 스태프도 소중해요.

민노: 그런 일은 잘 보이지 않는 일이라서 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조아신: 맞아요. 사실 누군가를 지원하고 사람을 연결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되게 핫한 일일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잘 눈에 띄지 않는 일이기도 해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 스스로 자존감이 없으면 오히려 하기 쉽지 않아요.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 시민사회가 꽤 성장하고 다양성도 커졌는데 왜 계속 위기라고 할까요? 서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죠. 지금이라도 그런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1~2년 안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일이라서 5년, 10년 정도의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인연들


아름다운재단과의 인연과 다른 시작

조아신: 비영리단체가 지원 없이 일하기는 어려워요. 저희도 의지와 기획력만 가지고 일한 건 아니고요. 그게 운이든 저희의 역량이든 아름다운재단이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고 그 파트너의 지원을 바탕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만약에 그 파트너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거나 네트워크를 넓히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

아름다운재단과의 동행도 올해면 끝나요. 관계가 끝난다는 게 아니라 지원을 올해(2023)까지 하기로 3년 전에 상호 합의했어요. 6년째 한 지역을, 한 단체를 지원하는 거잖아요. 흔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6년 정도 했으면 저희가 자립의 틀을 만들어야죠. 내년부터 어떻게 할지 계획을 같이 세워야죠.

아름다운재단이 소개한 지리산이음.

그래서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지역 활동가들한테 활동비를 지원하지는 못할 거예요. 그런데 지금까지 관계 맺어온 분들은 돈이 없더라도 활동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는 의지를 밝히고 있고 그런 관계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조금 느리더라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저희가 가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기금이나 재원을 마련해야겠죠.

일단 기본적으로 후원 회비가 있고요. 그 후원제를 커뮤니티 멤버십 제도로 바꾸자는 이야기도 하고 있어요. 비슷한 의미지만, 후원은 도와주고 지지해 주는 거잖아요. 반면에 커뮤니티 멤버십은 상품이든 서비스든 사람들 간에 연결된 그 선을 타고 흐르는 기술일 수도 있고 체험일 수도 있고 경험일 수 있는 걸 제공하는 거죠.

브라이언임팩트와의 인연

또 하나는 작년(2022)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에서 저희를 임팩트 혁신조직으로 선정해 줘서 2년 정도 운용할 재원은 확보된 상태이고요. 기회가 있으니 커뮤니티 멤버십을 운용할 기술이나 저희가 관계 맺어온 지리산권의 100명의 활동가와 전국적으로 2,000명의 네트워크와 함께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만드는 일을 과제로 삼고 있어요.

지리산이음, 브라이언임팩트 임팩트그라운드 2기 선정. 지리산이음 제공.

한편으로는 저희 조직이 다른 곳들보다 조건이 나쁘지 않은 점은 들썩과 토닥이라는 공간을 자산으로 가지고 있다는 건데요. 임대료가 나가지 않고 그 공간 안에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죠. 여전히 들썩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러 오시니까요. 지리산만의 특별한 숙박형 교육프로그램도 개발할 수 있고요. 그런 일에서 생기는 대관비와 기획.운영 수익이 나올 여지는 있으니까요. 저희가 사회적협동조합이라 영리와 비영리를 다 할 수 있습니다.

활동가를 위한 공간과 연결 플랫폼으로!

민노: 오, 활동가를 위한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으로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조아신: 플랫폼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국의 활동가들이 놀러 오고 쉬러 오고 일하러 오고 공부하러 오고 교육하러 오는 공간이자 장소였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연결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조직이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의 영역도 넓어지는 거겠죠. 그냥 단순하게 공간을 빌려주고 운영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그 사람들이 뭔가 시도할 수 있게 제안하고, 일을 도모하고, 상생할 기회를 제공하는 조직이었으면 좋겠어요.

민노: 여기 계신 주민들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외지에서 사람이 많이 오면.

조아신: 지난 6년 동안 지리산권 5개 지역 활동에 집중하느라 마을 내에서의 역할이 축소되긴 했는데요. 만약에 우리 네트워크가 천 명을 넘어서 2천 명, 3천 명 5천 명이 된다면, 지역 주민이 가진 가능성을 그분들과 연결하면 지역사회에도 분명히 보탬이 되겠죠. 식당이든 숙소든 카페든,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상품이든 농산물이든.

민노: 지역 주민은 어때요? 지리산포럼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게 지역 주민과의 접점이 별로 없었다는 거였는데요.

조아신: 내년에는 접점을 많이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지역 주민의 이해관계나 관심사가 워낙 다양하니까 딱 부러지게 얘기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하는 일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저희는 생각해요. 그래서 뭔가 제안했을 때 반대하거나 거절하지 않고 같이 해보려고 하고요. 지역 주민과는 친한 분들도 많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내가 저 지역을 살려보겠다고 오는 걸…

민노: 그런 거 싫어하는 것 같아요, 지역 주민들이.

조아신: 그렇죠. 갑자기 와서 일을 벌이고, 이러면 반발도 심하죠. 그런데 저희는 지리산이음 만들기 전에 여기서 저만 해도 10년을 살았어요. 그다음 저희가 지역을 살리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라 저희만의 일을 하려고 단체를 만들었고요. 물론 그 일이 자연스럽게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로 만들어가려고 하는 거고.

여러 가지 지역 일에 저희가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지리산이음 구성원들이 다른 방식으로 같이 했던 일들이 많아요. 개인 자격으로, 마을 주민으로서 나름으로 역할하고 있죠. 그런데 다른 사람이 가진 역량이나 능력과는 제가 좀 다른 걸 가지고 있어서, 그 다른 능력을 그 일이 잘 될 수 있도록 채워주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죠. 단체 사업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일로서 주민 사회나 지역적으로 참여하고 같이하는 일들도 있으니까요.

정체성, 스타일, 방법론


정체성의 뿌리

민노: 기본적으로 조아신은 도시에서 생활을 오래 했잖아요.

조아신: 고향은 시골이지만 학교는 도시에서 다녔고, 자연스럽게 사회생활을 서울에서 시작하게 된 거죠.

민노: 내 정체성의 뿌리는 도시에요? 아니면 다른 공간인가요?

조아신: 시골인 것 같아요. 그런데 도시에 존재하는 것들도 좋아해요. 제가 지리산에서 마을 카페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몇몇 사람들은 시골에 만드는 찻집 같은 느낌이냐고 물어보던데요. 저는 도시형 북카페나 커뮤니티카페 느낌을 생각했고, 도시에 존재하는 그런 공간 문화가 시골 사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이 지리산포럼을 시작한 계기이기도 합니다. 시골에서 이런 거 하면 뭐 어때? 왜 모든 사회 의제는 다 서울에서만 다뤄지는 거야? 왜 어디서든 개최하면 되지, 시골이라고 못할 이유가 있나? 그런 생각인 거죠.

포럼, 시골이라고 못할 이유가 있나?
지리산이음의 상징성

민노: 대화와 연결의 방법론이랄까요. 조금씩 친해지는 공동체의 방법론이랄까요. 그런 지리산이음의 철학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요?

조아신: 철학이라고 말하기는 부담스럽고 스타일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근데 그걸 전략적으로 키운다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이긴 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투입되는 자원이 필요하잖아요. 근데 지금은 거기에 집중할 시간은 아닌 거 같아요.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활동의 지원자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이게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까? 다른 지역에서도 지리산이음이 해왔던 모델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그때는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다른 지역까지 챙길 여력이 솔직히 안 된다고 보거든요. 마을에서, 지리산권에서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은 거 같아요. 지역 일은 프로젝트처럼 마무리라는 게 없거든요.

지리산이음은 조직 구조가 단순합니다. 사회적 협동조합이니까 당연히 조합원이 있겠죠. 근데 조합원이 많지 않아요. 지금은 이사회 구성원이 조합원이에요. 의사결정을 복잡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보통의 시민사회 조직에 있는 운영위원회나 집행위원회나 이런 자문기구가 없어요. 적극적인 협력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조합원을 좀 늘리고, 그분들과 함께 조직의 미래를 그려보고 싶은 생각은 있고, 그 준비를 하고 있기는 합니다.

지역 소멸과 이주노동자


인구 문제

조아신: 우리가 인구 문제를 단체 활동의 중요한 키워드로 삼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 단체가 있는 지역의 문제로 존재하는 거니까 관심은 가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가 하는 일이 지역의 인구를 늘린다기보다는, 이 지역에 커뮤니티를 다양하게 하고, 풍성하게 하는 데 일조한다고는 생각하죠. 연결, 관계, 커뮤니티를 위한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연결된 사람들은 늘 거라고는 생각해요.

왜냐하면 어느 사람이 특정 지역을 가는 이유는 저희도 그렇지만 그 지역에 아는 사람이 있거나 신뢰할 만한 커뮤니티가 있을 때거든요. 물론 좋은 풍경이나 시설 등 인프라가 전제 조건이긴 하지만, 산내 같은 경우는 자연적인 조건이야 말할 것이 없고, 사람들이 산내에 와야 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사람과 커뮤니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꼭 여기에 살지 않아도 돼요. 인구를 2천 명에서 100명 늘리는 것보다 선내를 자주 오가는 관계 인구가 1,000명 늘어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정주 인구를 늘리는 것보다는 ‘관계 인구’를 늘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주노동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려웠던 시절에 유럽이나 미국으로 이민 가서 힘들었을 거잖아요. 지금 외국인 노동자들은 단기 체류가 많잖아요. 일하는 곳 외에 일상이 생활 속에 스스로 존재를 드러내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들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 대중문화가 주는 잘못된 이미지가 문제이긴 하지만 제도 문제가 훨씬 크죠.

이분들을 ‘일하는 자원’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거잖아요. 우리가 같이 살아갈 한국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단기적인 인력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존재 자체를 하찮게 보는 거죠. 그런데 한국의 인구 감소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이런 사람들 없이 해결될 수 있을까요? 갈수록 노년층은 늘어날 테고 젊은 층은 점점 줄어들 텐데요.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을 단기 알바처럼 데려다 쓸 거냐, 아니면 그 사람들을 우리 사회의 주민과 국민으로 받아들여서 잘 살아갈 거냐 이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 분명히 오겠죠.

지역과 인구 이야기와 이 이야기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과의 관계가 있는 거잖아요. 근데 그 관계가 호의적이거나 신뢰적인 관계가 아니고, 한국과의 첫 인연에서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간다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도 좋을 게 없죠. 우리 지역에 오는 타지역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이냐는 지점과 다를 게 없어요.

지리산 포럼


민노: 지리산이음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 지리산 포럼인가요.

조아신: 중요하죠. 근데 포럼은 중요한 행사나 사업이라기보다는 조금 독특한 의미가 있어요.

다보스 포럼과 알메달렌 정치 축제

민노: 포럼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 활동가들이 모여서 서로 위로하는 자리인 것 같기도 하고요.

조아신: 위로가 목적은 아니지만 감정적인 부분은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 얻어가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활동가만 대상으로 하는 포럼도 아니에요. 1년에 한 번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지리산에 모여서 서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구상과 생각과 경험과 사례를 서로 발표하고 공유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좋은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 이렇게 설명할 수 있죠. 참가하는 분들의 지역과 분야, 직업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요.

포럼을 시작했던 또 다른 이유는 서울 같은 대도시가 아니어도 이런 시골에서도 이런 포럼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거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이 있잖아요.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작은 도시에서 열리거든요. 그 도시는 다보스포럼 하나로 컨벤션 도시라고 하는 명성을 얻은 거죠.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스웨덴의 비극적이고 신화적인 정치인, 스웨덴 복지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의문의 암살을 당한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가 ‘알메달렌 위크’에서 남긴 말. 출처는 EBS.

스웨덴에서 열리는 알메달렌 정치 축제에서는 일주일 동안 몇 만 명이 참여하고 2천 개가량의 프로그램이 열려요. 알메달렌이라는 작은 섬에서 열리는 이 정치축제에 스웨덴의 거의 모든 정치 조직들이 참여해요. 1년에 한 번, 정치 조직의 간부, 노동조직, 시민사회 조직, 커뮤니티 조직도 다 와서 참여하죠. 그 행사가 시작된 게 68년이에요. 다보스 포럼은 원래 유럽의 경제인들이 경제적 현안에 관해 토론하고 대화하기 위해서 만든 모임이 시작이에요. 71년에 제네바대학교 교수였던 클라우스 슈바프가 ‘유럽경영포럼’을 설립하면서 시작된 거죠.

다보스 포럼과 알메달렌 정치축제를 보면 거의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속해 왔잖아요. 2개의 행사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그 시간의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알메달렌 정치 축제는 정치사회 이슈의 최전선에서 해법을 모색하는 사람들을 통해 배울 수 있고, 전문가를 만날 수 있고, 내가 해야 할 과제를 얻어갈 수 있는 배움의 장이거든요.

소통 연결하는 느슨한 사회적 네트워크

지리산 포럼도 그렇게 지속되고 발전해 갔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150~200명 정도의 사람들이 3박 4일(올해 2024년은 4박 5일, 편집자) 모여서 서로 대화하고 발표하고 교류하면서 서로에게 배우고 위로받고 지지받는 자리지만, 이 일이 지속된다면 그 시간을 함께 경험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지는 거죠. 저는 20년, 30년 후에는 지리산 자락에 있는 이 작은 마을에 일주일 동안 몇천 명이 오고 가면서 사회적 대화, 사회적 토론, 논쟁, 아이디어 이런 것들이 계속 분출되는 포럼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기대를 하고 지금은 한 단계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100명 2박 3일이었는데, 2019년에는 3박 4일 200명까지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거고, 그다음에 코로나를 거치면서 숙박은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험도 쌓았고요.

특정 주제를 다루는 포럼이나 컨퍼런스가 많이 있잖아요. 가령 IT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나 정치 포럼 등이 있는데, 그 모든 주제를 다 망라하는 10년, 20년, 30년 지속하는 토론 공간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참가 규모로 성과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지리산포럼에서 얻어 가는 에너지와 인사이트를 통해서 참가자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그걸 좀 더 발전시켜 보고, 사람들한테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보고, 그런 것들을 계속 쌓여가면 더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만약, 이건 정말 만일이지만요.(웃음), 지리산 포럼은 1년에 한 번이지만, 일주일 동안 열리고 여기에 오는 사람들이 수천 명이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200개의 프로그램이 열린다고 하면요. 그걸 준비하기 위해서 우리는 1년 내내 뭔가 해야 하죠. 그러니까 준비 과정조차도 일회성 행사를 위한 게 아니라 지리산포럼을 계기로 참여하는 사람이든 준비하는 사람이든 계속 소통하고 연결되면서 큰 관계망이 되는, 느슨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포럼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기대가 있어요.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산, 일종의 커뮤니티 자본 늘리기

그러면 그게 곧 지역사회를 풍성하게 하는 데 효과도 있겠죠. 지리산포럼을 준비하는 작은 워크숍들이 이어지고, 사람들이 와서 먹고 자고 관계 맺고 가는 그 시간이 지역에 계속 축적될 거고요. 그 시간과 함께 연결된 사람들이 이 지역과도 연결되는 거죠. 우리는 그 사람들이 지리산에서 연결될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거고요. 그런 역할을 꾸준히 하는 것이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산, 일종의 커뮤니티 자본을 늘리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내년(2024)이 10년인데 10년 이후부터 그런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긴 합니다.

민노: 지리산 포럼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조아신: 저는 열린 섹션, 참여 섹션이라고 생각해요. 참가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시간이죠. 참가자들이 미리 혹은 현장에서 직접 제안하고 만들고 운영하는 그런 섹션의 가치를 훨씬 키우고 싶습니다.

민노: 그러면 가장 아쉽고 좀 이게 잘 구현되지 못했다는 이런 아쉬움이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조아신: 공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죠. 올해까지는 100명 규모 선에서 유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들썩’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몇 군데 공간을 썼잖아요. 들썩이 안정적인 공간이지만 예전에 초등학교 강당에서 했을 때보다 마을 주민들과의 접점이 예전보다 적어진 것 같아요. 그걸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입니다. 마을 전체가 포럼의 공간이 되는 걸 생각하고 있고, 들썩은 로비 역할을 했으면 싶은데, 그 부분은 계속 마을과 협력하면서 풀어 가봐야죠.

“따뜻한 환대”

민노: 지리산 포럼의 어떤 독특한 정서, 첫 참가자인 최요한 님께서 “따뜻한 환대”라고 표현했던, 그런 따뜻한 정서는 자연스럽게 생겨난 거라고 보세요. 아니면 치밀한 전략적 설계가 있을까요(웃음).

조아신: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지역에서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게 호혜적 관계, 신뢰에 기반한 관계라서 포럼에도 그런 관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서울에서 열리는 큰 규모의 컨퍼런스나 포럼에 가보면 보통 100명에서 500명 정도 와요. 그런데 대부분 발표자는 발표하고, 청중도 자기가 듣고 싶은 발표만 듣고 가죠.

그런데 거기 모인 수백 명의 사람들은 그 주제와 발표자 때문에 모인 거잖아요. 같은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 수백 명이나 한자리에 모였으니 그 사람들의 관계성을 잘 엮어내면 그 포럼의 지향과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아주 좋겠죠. 그런데 실제로 그런 사람들의 관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럼이 별로 없어요. 그게 서울이라는 도시와 포럼이 열리는 공간이 가지는 한계이기도 하죠. 우리는 처음부터 관계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외국에 ‘로비 컨퍼런스’라고 있어요.

마루노조 ‘삼총사’. 최우영 마루노조 위원장(오른쪽 끝)과는 지리산포럼이 인연이 돼서 인터뷰도 했다.
관계성… ‘로비 컨퍼런스’

민노: 로비 컨퍼런스요? 처음 들어봐요.

조아신: 어떤 사람이 컨퍼런스에 갔는데 컨퍼런스에서 발표자 얘기도 좋았지만 가장 큰 인사이트를 얻었던 것은 쉬는 시간에 로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라는 거죠. 로비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처음 보는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경험이 좋았던 거예요. 그래서 아예 로비 컨퍼런스를 만들었다고 해요.

사실 우리가 발표하는 것들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어요. 굳이 여기 와서 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그건 기획된 의도가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지리산포럼에서 발표하시는 분들에게도 최소 1박 2일 이상 머물면서 참가자들과 교류하시기를 요청하고 있어요.

또 포럼 참가자들이 만들어가는 문화라는 게 있어요. 환대와 공감과 같은 건데. 포럼에는 처음 오는 분도 있고, 매년 오는 분들도 있거든요. 계속 오시는 분들의 마음속에 쌓인 환대와 공감의 경험이 처음 온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거죠. 계속 새로운 사람만 오면 그 새로운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다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지리산포럼은 30~40% 정도가 한 번 이상 왔던 사람들이에요.

그분들이 처음 온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게 말 걸어주고 반갑게 맞이하는 게 제일 큰 매력인 거 같아요. 발표 시간 끝나면 이제 끝! 하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쉬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발표자랑 참가자들이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이어가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차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하고, 또 우리 저녁에 맥주 한잔 같이할래요? 하면서 호프집에 가기도 하고, 이런 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한 것 같아요.

2013년 1월 10일 지리산이음&토닥에서 인터뷰하는 지금보다 좀 젊은 조아신(조양호). 이때 ‘로비 컨퍼런스’ 이야기를 한다.
10점 만점에 6점 정도?

민노: 곁가지 얘기지만, 이번엔 프로그램이 좀 빡빡했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조아신: 맞아요. 그런데 사실 프로그램은 선택 사항이거든요. 듣고 싶으면 듣고, 쉬고 싶으면 쉬는, 말 그대로 참가자 마음이죠. 물론 의도적인 휴식 시간을 좀 더 늘리면 좋겠지만요.

민노: 아, 그랬군요. 전 땡땡이를 한 번도 안 쳤어요.

조아신: 올해는 참가자들 집중도가 높았던 것 같아요. 예년에는 참가자들이 만드는 열린 섹션을 하면 팀 짜서 땡땡이도 치고, 알아서 쉬기도 하는데 올해는 섹션별 참여도가 꽤 높았어요. 여유 시간이 없었던 건 내년에 좀 더 개선해야죠.

민노: 마지막 질문. 점수 매기기가 참 유치하긴 한데(웃음), 지금 조아신 님 생각에 지리산 포럼은 10점 만점에 몇 점 정도예요?

조아신: 굳이 매겨야 한다면, 그래도 한 6점. 그래도 6점까지는 왔다. 나머지 4점은 서서히 채워가면 되죠. 방향과 컨셉은 잘 잡혔다고 생각해요. 포럼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해 봐야 하고. 그리고 규모를 늘린다는 건 단순히 사람 수를 늘리는 게 아니거든요. 참가자의 다양성을 넓히는 거죠. 그리고 지리산포럼을 계기로 한 관계망을 넓게 만드는 거로 생각해요. 매번 똑같은 얘기와 똑같은 사람 만나면 재미없잖아요.

민노: 맞아요. 좋은 의미로 낯선 것,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주는 즐거움과 설렘이 있죠.

변방? 내가 사는 곳이 세상의 중심!


조아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역의 가치를 좀 더 중요하게 인식하면 좋겠어요. 모든 지역은 서울의 변방이라는 인식 말고요. 서울도 지역이고, 강원도도 지역이고, 지리산도 지역인데, 보통 서울 중심으로 생각해서 서울은 지역이라는 말을 안 붙이잖아요.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이 세상의 중심이다. 서울이 중심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곳이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끝, 10년 뒤에 다시?)

지리산이음 김누리, 임현택, 조양호, 채지연. 사진은 민노씨. 지리산포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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