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맛 트럼프, 온 세상이 맛의 지옥을 경험할 차례다.

트럼프 2기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뇌피셜을 돌려보자. 두 개의 전쟁과 동북아시아 상황, 그리고 미국 경제를 빠르게 훑어본다.

1. 우크라이나: 트럼프는 돈 쓰는 전쟁을 끝내고 싶어한다.

우크라이나에 쏟아 부은 달러를 미국 땅에서 제일 아까워할 사람이 트럼프다. ‘아까워하던’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는 대통령이 아닐 때는 별로 아까워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아까워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제일 불편할 사람은 젤렌스키가 아니고 푸틴이다. 만약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땅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면 푸틴은 덩실덩실 춤을 췄을 거다. 그러면 현재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휴전 내지는 종전이 가능했을 거고, 그게 푸틴이 원하는 종전 시나리오다.

그런데, 이걸 계획했는지 아닌지는 불확실하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보험을 드는 셈 치고 러시아 땅을 일부 점령했다. 트럼프는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하라고 양쪽에 압력을 가할텐데, 트럼프가 군사적 지원을 끊겠다고 압박하면 젤렌스키는 버틸 수 없다.

그럼 푸틴은? 종전 협상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있는 병력을 모두 빼서 쿠르스크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쟁이 꼬이는 판인데, 더 꼬이게 될 상황이다.

트럼프와 젤렌스키 사이의 텐션보다 트럼프와 푸틴 사이의 텐션이 더 걱정된다. 과연 트럼프는 어떤 선택을 할까.

2. 이스라엘: 트럼프는 미사일 값을 아까워 한다.

트럼프에게 이란은 그냥 악이다. JCPOA(포괄적 공동계획)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게 트럼프다. (이란이 핵 개발을 유예하는 대가로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제재를 풀어주는 협약이었다.)

그럼 이스라엘은 트럼프 2기를 반길까.

이스라엘은 지금 사방이 적인 상황에서 ‘자구권’을 지키는 전쟁을 하고 있다. ‘자구권’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레바논과 이란 등에 미사일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 조금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크고 작은 테러를 당해온 입장이라 이왕 칼을 뽑은 김에 헤즈볼라 등 무장 단체들이 당분간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게 이스라엘의 의도다. 헤즈볼라 등에 돈줄을 대는 이란에게도 경고를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간접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고 있다. 이스라엘도 미국을 등에 업고 원하는 작전을 펼쳐왔다. 그런데 트럼프는 중동의 긴장을 완화하고 싶어한다.

왜냐고? 역시 돈 때문이다. 이스라엘에도 돈이 무지막지 들어간다. 뭐라고?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은 것 같은데?

지금 당장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날리면 이스라엘은 미군의 도움 없이 대공 방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많던 대공 방어 미사일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했을 때도 미군 항공모함에서 뜬 전투기들이 아니었다면 이스라엘은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 미사일 값들이 껌값이 아닌데다 이스라엘이 그 미사일 값을 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는 이런 상황이 아주 많이 불편할 것이다.

그래서 아까운 ‘내 돈’이 저렇게 공중에서 사라지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중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이스라엘을 압박할 것이다. (그렇다. 트럼프에게는 이제 미국 정부의 돈은 ‘내 돈’이다.)

“말 안 들으면 우리 항공모함 뺀다.” 이렇게 대놓고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가자지구의 비인간적인 상황도, 이스라엘 인질들 걱정도 이유가 아니다. 그냥 돈이 아까운 것 뿐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조용히 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몇 주 전부터 이스라엘에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 때 ‘사우디는 트럼프가 이긴다고 계산이 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미군이 홍해를 벗어나면, 후티 반군은 사우디가 맡아야 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미군이 막아주고 있던 후티 반군을 사우디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된다. 미군 만큼은 못 하겠지만, 이제 최악의 경우 이스라엘은 혼자 싸우든지, 사우디의 도움을 받든지 해야 한다.

트럼프의 대이란 조치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냥 핵만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3. 동북아시아: 돈 안 되는 북한은 트럼프에게 매력이 없다.

중국과 관련한 미국의 정책이 바뀔 만한 건 거의 없다. 바이든 정부가 대만을 그나마 파트너 비슷하게 인식했다면, 트럼프는 귀찮은 존재쯤으로 생각한다는 게 좀 위험해 보일 뿐이다.

대만이 중국에게 공격을 받을 경우, 한국 주둔 미군의 참전하는 건 당연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한국과는 방위비 분담 이슈가 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에 항공모함을 빼겠다고 압박하는 것처럼 주한미군을 빼서 일본으로 넘어간다든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일단 국고가 넉넉치 않은 상황이고, 남북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 그렇다고 북한 또한 전쟁을 일으킬만한 경제 상황이 아니다. 남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마도 “최대한 맞춰보겠지만, 말씀하신 금액은 어렵습니다” 정도가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체면 차려주는 차원에서 주한 미군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의 관계는 트럼프가 나서서 뭔가 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본인이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해서 반도체 수입 제한을 풀어준다든지 하는 상상도 못한 악수를 둘 수도 있다. 트럼프는 어차피 4년 뒤 미국 따위는 안중에 없다.

트럼프를 무시하지 마라. 뭘 상상하든 그보다 더한 걸 보여줄 것이다.

트럼프가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가 북한에 관심을 두었던 건 북한과 관계가 좋아질 경우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할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우크라이나라는 북한과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개발 예정지가 존재한다. 굳이 중국도 버리고 러시아를 선택한 북한에 큰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북한을 괴롭혀야 NATO도 좋아하고, 한국과 일본도 좋아하고, 심지어 중국도 입을 가리고 웃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임기동안 그가 북한과 대화를 하려고 했던 것이 인도주의나 평화를 위해서 였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없길 바란다.

4. 미국 경제: 2년 동안 짧은 호황, 그 다음은 상상도 안 된다.

크립토 쪽은 환호 중이다. 공약으로 이야기한 것들이 있으니 당연하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트럼프 선거운동 기간에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낮추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를 더 빨리하라고 스탠스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임기 중에 트럼프의 자산을 확대시키려면, 인플레도 필요하고, 저금리도 필요하다. 고금리는 선거 때나 필요했던 것이다. 전 세계가 불황인데도 미국만 호황이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가 망가지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다. (날이 이렇게 더운데 무슨 기후변화냐고 했던 사람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경제의 펀더멘탈이 어찌 되든 부자들의 재산이 늘어나는게 중요하다. 물론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러라고 트럼프를 뽑았을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기준금리를 묶어서 불황을 만들 가능성이라도 만들면 안 된다. 재정 적자야 상하원 다 장악했으니 그냥 찍어내면 된다. 향후 1~2년 동안 미국은 최대의 호황을 누릴 예정이다.

2026년 말부터가 걱정이다. 이건 미국 경제 뿐만 아니라, 세계의 경제와 안보에 대한 걱정이다. 2026년 세계가 어떤 상황에 맞닥뜨릴지 상상도 안된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에 훨씬 더 위험한 트럼프가 돌아왔다. 지난 번 임기 동안은 그래도 괜찮지 않았냐고? 그는 이제 차기 대권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트럼프 2.0이 아니다. 지난 임기 동안 트럼프 순한맛을 봤다면, 이젠 트럼프 매운맛, 맛의 지옥을 경험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