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정 78화]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이 논란일 수밖에 없는 이유: 법적 정당성과 정치적 효과. (이선우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5분)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나 슬로우뉴스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제미나이에 물어 봐!
최근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으로 인해 적잖은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 김지용 중수청장의 경우 임명 당시부터 그 자리에 적합한 인사인지를 둘러싸고 (특히 여권 내부적으로) 격론이 있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배석까지 지시하면서 논란이 고조됐다.
그런데 야당이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이 대통령이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의 확인을 거쳐 중수청장과 공소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은 법적 당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하면서 논란은 한층 더 커진 형국이다. 아울러, 일각에서 국무회의에 AI의 자리도 배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비판까지 나옴에 따라, 논란은 계속 커지는데 논점은 다소 흐려지는 것 같은 인상도 준다.

그러나 야당의 지적처럼 수사‧공소기관의 독립성이 필연적으로 침해될 것이란 단선적 비판에만 머무르는 것도, AI가 중대한 국정 결정의 핵심 근거를 제공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으며 논점을 벗어나는 것도(물론 국무회의에서의 AI 활용은 또 다른 토론의 소재가 될 수는 있겠다)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 사안과 관련해선, 중앙행정기관장이면서도 수사기관장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인사의 국무회의 배석에 대해 그 법적 정당성과 이와는 또 다른 정치적 효과를 분리해 이해하고, 이를 다시 종합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위법 아니고 국민에게 책임지는 공간 의미 강하지만
먼저, 법적 측면에서 볼 때 중수청장과 (향후) 공소청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하는 것은 위헌이나 위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헌법과 관련 법령들에 따르면, 모든 부·처·청은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 행정부 소속 중앙행정기관들이며, 국무회의의 배석 여부 또한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야당이 주장하듯 중수청과 공소청의 경우 독립성이 강하게 보장될 필요도 분명하기 때문에,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과 직접 대면하며 그 지시를 받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직관적‧인상적으론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는, 대통령이 과거처럼 밀실에서 수사‧공소기관장들을 만나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와 기소의 방향을 지시하고 정파적∙사적 이익을 취했던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읽혀야 할 지점도 분명히 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사실상 공개적인 국무회의에서 중수청장이나 공소청장이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한다고 하여, 그렇지 않았다면 공정하게 진행됐을 수사나 기소가 대통령 및 그 세력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되어 가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국무회의를 통해 약간의 정치적 편파성이라도 노출된다면, 국민과 야당이 가만히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중수청과 공소청의 독립성은 그 자체로 중요한 법치주의적 가치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수사와 기소의 공정성, 국민의 기본권 보장 및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방지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민주적 책임성의 실천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따라서 불편부당한 수사와 기소를 최대한 강제하기 위해 대다수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그러하듯 이들에게도 민주적 책임성이 부과되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그 가장 보편적인 절차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국무회의 역시 대통령에게 종속되는 통로라기보다 공개적으로 국민에게 간접적인 책임을 지는 공간으로 이해될 여지가 없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중수청과 공소청 공히 이제 갓 출범한 신생 기관들인 만큼, 조직의 안착을 위해 비사법적이고 행정적인 이슈들은 국무회의를 통해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 즉 중수청장과 공소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은 법적 정당성 측면에서 결정적 하자가 없으며, 오히려 민주주의의 차원에선 그 제도적 이점이 인정되는 부분도 있다.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자극할 우려도 사실
하지만 이 사안이 현 시점의 한국 정치 상황에서 만들어내는 현실적인 정치적 효과는 별도로 주의 깊게 파악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정치적 양극화의 상황에 놓여 있다. 적대적 양당제는 양측의 강성 지지층에 의해 당내 갈등까지 수반하며 점점 더 고착되어가는 양상이다. 그리고 이는 이론적∙경험적으로 계속 입증되어 온 바처럼, 한국에서도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라는 근본적으로 그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를 한껏 키우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와 사법이 균형을 이루고, 양자가 건강하게 상호작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정치가 사법에 혹은 후자가 전자에 약간이라도 부적절한 영향을 미치거나, 심지어는 미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해도, 양극화된 정치가 바로 자극을 받는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중수청장과 공소청장의 배석을 지시한 것은, 설령 법적 정당성과 제도적 이점이 십분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득만큼이나 손실 또한 작지 않은 행위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에 따른 여러 문제들로 인해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재 한국에서 공연한 의심을 살 것이 뻔한 처사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판단하자면 굳이 밀어붙이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실천적 로드맵 필요한 때
이미 김지용 중수청장이 국무회의에 배석을 했기 때문에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다. 어차피 정치적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되었고, 이 시점에선 오히려 본 난제의 연착륙을 고민해야 한다. 지혜로운 실천적 로드맵이 필요한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관례와 다른 중수청장과 공소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은 두 신설 조직의 행정적 안착을 위해 일단 한시적∙시범적으로만 이루어질 것임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긍정적인 제도적 이점이 나타난다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관례로 정착되겠지만, 부정적인 정치적 효과가 예상대로라면 조속히 중단하는 게 옳다.
마침 이 대통령도 어제 김 청장에게 항상 참석할 필요는 없다며 절충적인 입장을 피력한 만큼, 차후 이 원칙에 따라 다시 판단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국무회의 중 논란을 부를 것이 자명한 특정 형사사건에 대해선 중수청장이나 공소청장이 발언을 자제토록 함으로써 공연한 정치적 갈등을 만들거나 양극화를 더 자극하는 일이 없게끔 해야 한다.
문득 과거 오바마 대통령과 코미 FBI 국장이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서로 대면하게 되면 극도의 주의를 기울였다는 미국의 일화가 떠오른다. 부디 새롭게 출범한 중수청과 공소청이 특정 정치세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은 철저히 유지하면서도 국민을 향한 민주적 책임성은 충실히 실천하는, 정의롭고 공정한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