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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해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실현해야 한다며 검찰개혁 법안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4월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4월 중 법안처리를 만장일치로 당론으로 의결했는데요.

검찰은 4월 11일 대검찰청에서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 회의를 열고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냈으며, 더불어민주당의 당론 채택을 두고는 “현명한 결정을 기대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주요 이슈로 연이어 보도되고 있는 ‘검수완박’ 언론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 집중 보도

대검찰청에 지방검찰청 검사장들이 모여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모은 4월 11일과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채택한 4월 12일을 전후해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보도량에서 드러나 듯 이른바 ‘검수완박’ 소식에 언론은 큰 관심을 보였는데요. 신문은 한국경제를 제외하고 모두 10건 이상 보도를 내며 정치권과 검찰의 목소리를 전했고, 방송 역시 하루 3~4건의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4월 12일 저녁종합뉴스는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 당론 채택을 톱뉴스로 보도하고, 검찰 반응을 전했습니다. 시민단체 반응이나 기자가 직접 출연해 현재 갈등을 짚는 순으로 보도가 이어졌는데요. 획일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방송 저녁종합뉴스는 비슷한 수준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법안 당론 채택을 톱뉴스로 전한 방송 저녁종합뉴스 보도(4/12)

신문 1면 제목 ‘자극적’ 표현

신문 1면 기사 제목을 살펴보니, 방송 저녁종합뉴스보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 추진에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습니다. 4월 12일 방송 저녁종합뉴스는 더불어민주당 결정을 ‘당론 채택’으로 기술했지만, 다음날 신문‘폭주’ ‘쐐기’ ‘강행’ 등을 제목에 포함해 ‘방아쇠 당겼다’는 공격적 어휘까지 사용하며 더불어민주당 결정을 강하게 표현했습니다. ‘강행’ ‘폭주’ 등 공격적, 비판적 어휘의 적절성도 의문이지만, 언론이 격양된 듯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정국을 극단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듯한 모습입니다.

△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법안 당론 채택을 보도한 신문 1면 기사 제목(4/13)

정치권·검찰 목소리 72.6%… 국민은 어디에 

언론에는 검찰의 ‘검수완박’ 반대 목소리와 이를 둘러싼 여야 의견을 전하는 보도가 대다수입니다. 기소권-수사권이 분리되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국민이지만, 언론은 정치권과 검찰을 오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평가하는 보도에만 열심입니다.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에서 ‘검수완박’ 관련 보도는 모두 17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를 ‘취재원이 누구인지’ 구분해 살펴봤는데요. 여야와 청와대 목소리를 전했을 경우 ‘정치권’, 검찰 및 검찰과 같은 주장을 하는 법조계 의견을 전했을 경우 ‘검찰’, 사설·오피니언·기자대담 등은 ‘언론’, 시민단체나 교수 의견은 ‘전문가+시민단체’, 외국 사례나 김건희 씨 주가조작 언급 보도는 ‘기타’로 분류했고 다양한 목소리가 등장하는 경우 가장 비중 있게 언급된 곳으로 분류했습니다.

분석 결과, 정치권과 검찰의 목소리를 전한 보도가 전체의 72.6%에 달했습니다. 이에 대해 평가하는 언론의 입장도 20.3%였는데요. 결국 정치권과 검찰의 목소리와 이를 평가하는 언론 보도가 ‘검수완박’ 보도의 93%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앙일보는 4월 12일 1면 머리기사로 [“검수완박, 국민 공감도 정당성도 없다”] (김효성·하준호·정용환 기자)를 실었습니다. 제목에는 ‘국민 공감’이 들어갔지만, 더불어민주당·검찰·법조계·변호사 단체·국민의힘·정의당의 주장만 나열됐을 뿐, 국민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국민’은 언급만 될 뿐, 국민 의견은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데요.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견제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져 국민의 이익’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과 ‘중대범죄를 저지른 권력자와 강한 자가 두 다리를 뻗고 잠자게 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검찰·국민의힘의 주장은 있지만, 언론이 나서서 민심을 듣거나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들여다본 보도는 없습니다.

권성동 “천인공노” 제목에 인용한 매경 

이번에도 언론에는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이 제목에 등장했습니다. 날이 선 양쪽 발언을 위주로 전하는 보도 방식은 사안을 정쟁화하고 싸움을 부추기는 꼴이지만, 빠지지 않았는데요.

조선일보 [변협 “검수완박은 빈대 없애겠다고 집에 불지르는 것”] (4월 13일 이세영 기자)은 변협“‘검수완박’은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중대 사안으로, 국민적 합의를 선행해야 하는 만큼 정권 교체기에 서둘러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전했습니다. 기사에는 ‘검수완박 방향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는 민변의 논평과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논의는 가능하지만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는 참여연대 보도 자료도 인용됐지만, 가장 자극적인 발언이 제목에 쓰였습니다.

매일경제 [“검수완박은 문·이 부부 보호 위한 천인공노할 범죄”] (4월 11일 박윤균 기자)는 “‘(검수완박을) 만약에 그대로 진행한다면 만행’이라며 ‘검은 커넥션, 이권 카르텔을 그대로 방치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정말 천인공노할 범죄’”라고 주장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제목에 뽑았습니다. 이어 ‘검수완박 폭주’, ‘입법 알박기’, ‘무생물 검찰’ 등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의 논평도 실었는데요. 이처럼 극단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 것은 갈등을 부채질할 뿐 검찰개혁 논의에 도움 되지 않는 ‘받아쓰기’ 보도에 그칠 뿐입니다.

권성동 의원의 “전인공노할 범죄”라는 주장을 그대로 제목에 인용한 매일경제 박윤균 기자의 ‘일방적인 너무나 일방적인’ 기사. 칼럼이나 사설이라면 그렇다 치겠지만,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편의 주장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기사’의 형식으로 전해도 되는 걸까요? 저널리즘의 최소한은 지키면 좋겠습니다.

검찰·민주당 성찰 주문도

검찰개혁 법안을 바라보는 언론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개혁의 대상이 된 검찰은 자성하라’는 비판과 검찰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숙고를 거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경향신문 [사설/검찰은 집단행동 멈추고 민주당은 ‘검수완박’ 서둘지 마라] (4월 11일)는 “검찰의 집단행동은 중단돼야 한다”며 “집단반발은 조직이기주의이자,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라며 스스로를 성찰하라고 비판했습니다. 경향신문은 검찰의 ‘선택적 수사’를 사례를 나열하며 윤 당선자의 공약 역시 “‘검찰공화국’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민주당도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형사사법체계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중대한 작업을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아일보 [사설/여는 무모한 ‘검수완박’, 검은 조직이기주의에서 물러서라] (4월 12일)는 검찰의 반대는 “말로만 시기상조일 뿐 실제로는 중대 사건 직접 수사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선진국 검찰은 “수사권이 있어도 직접 수사는 자제”한다며 “우리나라처럼 방대한 분야에서 직접 수사를 하는 나라는 없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1년여 전에 수사권 조정이 있었지만, 여전히 검찰의 권한은 과도”해 “반드시 축소해야”하지만, 단계적·지속적으로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정략에 따른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밀어붙이기가 먼저 잘못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며 “정치적인 의도로 국가의 근간이 되는 제도인 형사사법 체제를 흔들어 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졸속 처리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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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 2022년 4월 11~1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평일)/[뉴스7] (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2년 4월 11~1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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