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기초생활보장제도, 일해서 나간 사람보다 죽어서 나간 이가 많다. 수급 종료가 곧 빈곤 탈출은 아니다… 맞춤형 자활과 소득 보장이 함께 가야한다. (김윤민 / 국립창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우리 사회 안전매트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의 방향성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은경(보건복지부 장관)
지난 1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초보장제도 발전 포럼에서 한 말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관련 포럼을 이어가며 제도의 역할과 수급자 선정기준, 급여 수준 등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제4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최근 발표된 수급 종료 사유와 수급자 구성에 관한 통계는 그 방향을 고민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사망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종료 제일 많아
2026년 6월 기준, 사망으로 수급이 종료된 사람은 4만7,297명으로 소득 증가나 신규 취·창업에 따른 수급 종료 인원 4만43명보다 7,254명 많았다. 지난해에도 사망에 따른 수급 종료 인원은 7만8,014명으로, 소득 증가와 신규 취·창업에 따른 탈수급자 6만6,976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원인은 수급자의 고령화다. 65세 이상 수급자는 2021년 85만2,396명에서 2025년 121만2,262명으로 42.2% 증가했다. 이는 단순히 노인 수급자가 늘었다는 사실을 넘어, 수급자에게 노동을 통한 탈수급이라는 하나의 경로만을 요구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일할 수 있는 수급자에게 일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연령과 건강 상태, 노동시장 경험, 가족관계가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방식의 자립을 기대할 수는 없다. 제도의 목표와 지원 방식도 이러한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
최근 자활사업은 참여자 개인의 상황과 여건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7월부터 실시한 ‘맞춤형 자활지원체계 개편’ 1차 시범사업이 대표적이다.
개편의 핵심은 참여자를 역량과 관계없이 사업단에 배치하고 취·창업이라는 공통 목표를 부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서, 근로능력과 자활의지 등 자립역량과 생활 여건을 살펴 개인별 목표와 참여경로를 설정하는 데 있다.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경로를 요구하기보다 각자의 여건과 준비 정도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전환이다.
취업만으로 자활의 성공을 판단할 수 없다
자활의 경로가 달라지면 참여자별 목표와 기대하는 변화도 달라진다. 성과 역시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참여자의 성장과 자활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살피는 질적 성과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다만 성과를 다양하게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을 성공적인 자활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이해도 넓어져야 한다.
같은 취업이라도 고용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일을 통해 어느 정도의 소득을 확보하는지, 얼마나 오랜기간 일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취업 여부만으로 빈곤에서 벗어날 가능성까지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오랫동안 단절되었던 일상을 회복하고, 자신감을 되찾아 노동시장에 참여할 준비를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정이자 성과다. 결국 맞춤형 자활은 사람마다 출발점과 여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목표와 성공의 기준을 세우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탈수급과 탈빈곤은 다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도의 성과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한 이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동시에 자립을 지원한다. 소득 증가나 취·창업을 통한 탈수급은 그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탈수급이 곧 탈빈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탈수급은 수급 자격이 종료되는 행정적 상태의 변화다. 소득이나 재산의 증가 등으로 선정기준을 벗어나면 수급이 종료되며, 사망도 수급 종료 사유에 포함된다.
반면 탈빈곤은 실제로 빈곤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수급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이후의 고용과 소득, 생활까지 안정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제도의 성과는 수급을 벗어난 인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당사자가 빈곤의 위험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수급 종료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사회의 ‘안전매트’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우리 사회의 ‘안전매트’라면, 빈곤으로 삶이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생활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자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노동을 통해 충분한 소득을 얻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소득보장을 제공해야 한다.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수급자가 일반수급자의 44.4%에 이른다는 사실은 이러한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수급자의 고령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취업과 탈수급만 강조한다면 제도가 보호해야 할 사람들의 현실을 놓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사람이 제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엄격한 선정 기준을 완화하고, 실질적인 최저생활을 보장하도록 급여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데에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 남아 있는 부양의무자 관련 기준과 제한도 살펴야 한다. 제도의 문턱은 그대로 둔 채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데만 집중하거나, 자활을 통한 탈수급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한다면 최후의 안전망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

단순 수급자 감소가 아닌 빈곤으로 삶 포기 않도록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목적은 ‘수급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가난으로 인해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줄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제도는 탈수급 이후의 삶까지 함께 아우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개인의 조건과 상황에 맞게 자활의 기회를 다양화하고, 노동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두터운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 자활 지원과 소득보장은 빈곤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살아갈 기반을 마련한다는 하나의 목표 아래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수급에서 벗어나는 경로와 속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과 이후의 삶이 빈곤에서 벗어나 존엄하게 살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의 변화가 이러한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