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슬로우뉴스는 2016년 연중기획으로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초래한 변화를 점검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는 ‘미래 읽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공유경제, 자본의 진화인가 대안인가
- 공유경제, 자본주의의 진화인가 새로운 대안인가
- → 에어비앤비와 불평등
- 디지털 지입제: 화물연대를 통해 본 우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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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를 지금 시작하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요?’
인터넷 게시판 등에 곧잘 올라오는 질문이다. 직장인들의 짭짤한 부수입 거리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적인 공유경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에어비앤비.
세상에서 가장 큰 숙박 체인이지만 집 한 채 소유하지 않은 중개 플랫폼. 호스트와 투숙객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부족한 숙박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온 디맨드 서비스. 현재 에어비앤비를 묘사할 때마다 등장하는 표현들이다.
에어비앤비의 위상과 가치
에어비앤비도 우버나 미케니컬터크, 태스크래빗처럼 ‘Peer To Peer’라는 새로운 기술적, 문화적 조류에 올라타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숙박 공간을 대여해주는 호스트는 놀고 있는 공간을 활용해 부가 수익을 얻어서 득이고, 여행객은 호텔급 공간을 저가에 빌려 쓸 수 있어서 득이다.
에어비앤비는 이러한 매력을 무기로 191개국 3만4000여 도시에서 200만 개 이상의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운영하기보단 중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비공개 상태인 현재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250억 달러에 육박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직원만 해도 1,600명에 달할 만큼 거대한 IT 스타트업으로 발돋움했다.
뉴욕타임스 2015년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 오스틴의 경우 에어비앤비 숙소 리스트가 10% 증가하면 호텔 체인 매출이 0.35%가 감소할 만큼 전통 숙박 업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휘황찬란한 익스테리어의 호텔이나 숙박 시설을 추가로 건축하지 않고도 도시의 숙박 부족을 ‘스마트’하게 해결할 수 있어 주목을 받는다.
무엇보다 에어비앤비는 특별한 숙박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매력으로 손꼽힌다. 여행객들은 그들이 방문하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도시의 역사와 호흡하고 도시의 구성원들과 교류를 나눌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얻을 수 있다. 호텔이라는 획일적인 체류 경험에서 벗어나 여행지의 이면을 만날 수 있다는 이점이 에어비앤비의 가치를 더한다. 여행지의 주거 문화를 매일매일 확인하고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은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에어비앤비가 수익을 취하는 방식
에어비앤비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술 스타트업이다. 빠르게 그리고 끊임없이 성장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아이콘이다. 색다른 숙박 체험의 제공은 가파른 성장 곡선을 지탱토록 하는 근원적인 힘이다. 이를 위해서는 호스트와 게스트라는 참여자(Peer)의 평판과 신뢰를 철저하게 관리해야만 한다. 에어비앤비는 그 역할을 기계에 부여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신뢰와 수익을 통제하기 위해 랭킹 알고리즘과 가격 추천 알고리즘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전자의 위험 관리를 담당한다면 후자는 수요와 공급 그리고 에어비앤비 측의 수익 극대화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의 랭킹 알고리즘은 호스트와 여행객 간의 최적 조합을 찾아준다. 여행객이 특정 지역에 마음에 드는 숙소를 빨리 찾아낼 수 있도록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이 알고리즘은 주로 여행객 문의에 대한 호스트의 응답 속도, 취소나 거절 빈도, 편의시설 표시의 구체성, 즉시 예약 가능 여부, 사진의 품질 등에 따라 호스트의 순위가 달라진다.
랭킹 알고리즘은 에어비앤비의 수익과 직결된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여행객의 최적 조합을 통해 결제 성공률을 높일 때 수익이 극대화한다. 잦은 취소나 품질 낮은 숙박 공간의 제시, 검증되지 않은 호스트와 게스트는 에어비앤비의 위험을 증대시킨다. 따라서 랭킹 알고리즘을 통해 적절히 조율하지 않으면 에어비앤비의 시스템은 위태로울 수 있다.
호스트의 가격을 통제하는 몫도 에어비앤비 알고리즘에 부여돼있다. 에어비앤비는 2015년 가격 추천 알고리즘을 소개하면서 호스트들에게 적정 가격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완비했다. 명분은 “객실의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려는 여행객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숙박 공간의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면에는 다른 논리가 개입돼있다. 가격에 대한 결정권을 알고리즘을 통해 에어비앤비가 가져오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호스트들이 당시의 여건에 맞는 최적의 가격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에어비앤비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숙박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변수를 혼자 힘으로 계산해내기란 쉽지 않다. 이 가격 조절 기능을 에어비앤비가 대신하겠다는 의도다.
당연히 페이스북의 가격 추천 알고리즘은 에어비앤비 생태계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다만, 호스트와 게스트의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에어비앤비 (알고리즘)의 ‘흑인 차별’
앞선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마이클 바웬스의 분석틀을 빌리면 에어비앤비는 ‘네트워크 통치 자본주의’의 사례에 해당한다. 이른바 공유경제로 불리는 서비스들은 대부분 네트워크 통치 자본주의에 해당한다는 것의 그의 구분법이다.
커먼스 경제와 공유경제를 구분하는 핵심 요소는 분산성의 적용 범위다. 공유경제는 분산성이 프론트와 인터페이스 범위에 한정돼있지만, 디지털 커먼스 경제는 백 앤드 시스템에까지 적용돼 있다는 측면에서 차별적이다.
에어비앤비는 앞선 사례에서 보듯 겉으로 드러나는 프론트 앤드 인터페이스는 P2P 구조에 의존한다. 하지만 호스트와 게스트의 매칭 방식(P2P 연결)이나 가격 결정 등은 사실상 중앙집중식으로 운영된다. 통제 방식의 집중성은 경제적 이익의 차별 구조를 고착화하거나 알고리즘을 통한 사회적 차별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낳기도 한다.
먼저 후자의 사례부터 짚어보자. 에어비앤비는 올해 초 인종 차별 논란이 휘말린 적이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소속의 에델만과 루카가 작성한 논문이 정식으로 공개되면서다. 두 학자는 논문에서 에어비앤비의 랭킹 알고리즘이 흑인을 여러 측면에서 차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리즘 역분석을 통해 증명했다. 흑인이 객실을 제공하면서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하거나 제안하고 흑은 여행객이 객실을 검색하면 더 높은 가격을 매긴다는 것이다.
두 연구자는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2015년 7월 7일부터 2015년 7월 30일까지 모두 20개의 계정을 운영해 얻은 6,400개의 메시지를 분석했다. 20개 계정 가운데 절반은 백인 이름, 나머지 절반은 흑인 이름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백인 이름의 계정은 50% 숙박 승인을 얻었지만, 흑인 이름 계정은 42% 승인을 얻어냈다. 약 8% 정도의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이 수치는 익스페디아나 프라이스라인과 같은 호텔 부킹 서비스와 비교하면 그 의미가 뚜렷해진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에어비앤비와 달리) 이들 플랫폼은 우리 실험에서 차이가 0 값을 가지게 되는데 왜냐하면 이들 플랫폼은 게스트를 이름에 따라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이들 연구진은 2014년에도 유사한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에는 흑인 호스트가 백인 호스트에 비해 더 낮은 가격을 얻게 된다는 연구 결과였다.
에어비앤비와 불평등
네트워크 통치 자본주의 시스템으로서 에어비앤비는 또 다른 사회적 차별을 불러오고 있다. 에어비앤비 측은 항상 “중산층의 소득을 개선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다 최근의 통계는 그들의 주장이 그저 의미 없는 수사였음을 확인해준다.
아래 표는 JP모건체이스 인스티튜트가 2016년 2월 발표한 통계다. 강조하지만 JP모건체이스 인스티튜트의 통계다. 이 자료는 JP모건 고객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으로 수익을 얻은 경험이 있는 26만 명의 고객을 따로 떼어내 분석한 결과다. 이 결과는 우버와 같은 온라인 노동 플랫폼보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온라인 자본 플랫폼을 이용한 고객이 더 많은 소득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Farrell, D. & Greig, F., 2016).
방 한 칸 내어줄 자산이 없어 자신의 노동력을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내놓는 이들보다 집 한 칸이라고 소유한 이들이 온라인에서 부가 수입을 더 많이 얻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이라 해도 무엇을 공유하고 교환하느냐에 따라 소득의 불평등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 공유경제가 사회 전체의 불평등을 해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길들이다
에어비앤비는 알고리즘의 변경을 통해 호스트를 친절한 공급자로 길들인다(Sundararajan. 2015.7.26.).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을 지시에 따르는 순한 양이 되어달라고 속삭인다. 에어비앤비에만 ‘보이는 손’이 생태계의 가격을 조정하고 수익을 통제하기에 선뜻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그것뿐이랴. 에어비앤비는 적절한 시점에 특정한 도시를 선정해 최고의 수익을 내는 사례도 발표한다. 나름 저명한 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모양새도 취한다. 정작 그 논문에 담긴 데이터는 극히 제한적일 뿐이다. 에어비앤비의 성공을 빛나 보이게 할 수 있는 취사선택된 자료만이 담겨 있다.
어느 도시의 어느 호스트가 평균 얼마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꼭꼭 숨겨둔다. 상장 회사가 아니기에 에어비앤비의 순익이나 실적도 파악하기 힘들다. 간혹 이들이 조세회피처에 숨겨둔 통장이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질 뿐이다.
에어비앤비의 P2P 모델은 공유경제 혁신의 전형이라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만들어가는 커뮤니티의 미담도 가치를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에어비앤비는 축적된 자본의 양에 비례해 수익이 결정되는 초자본주의 시스템의 또 다른 전형이다. 보유한 자산이 차별적이고 많을수록 제안할 수 있는 가치가 높아지고 되받는 수익도 늘어난다.
JP모건 인스티튜트의 통계는 공유경제가 불평등의 대안 모델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증강 모델임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사용자의 편익 뒤에 감추어진 차별과 자본의 축적을 그리 간단히 봐서는 안 될 것이다.
애셔 샤피로(Asher-Schapiro, 2014.9.19., 사진)는 공유경제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에어비앤비의 핵심은 위험을 기업에서 노동자로 전이시키고, 노동의 조직화를 불가능하게 하며, 낮은 고정비용을 통해 거대한 규모의 이익을 뽑아내는 것이다.”
에어비앤비가 이 샤피로의 논평에서 얼마나 자유로울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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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Asher-Schapiro, Avi. Against Sharing. 2014.9.19. Jacobin Magazine Online.
- Farrell, D. & Greig, F.(2016). Paychecks, Paydays, and the Online Platform Economy:Big Data on Income Volatility. JPMorgan Chase&Co.
- Hill, Dan. The Secret of Airbnb’s Pricing Algorithm. 2015.8.20. IEEE SPECTRUM.
- Porges, Seth. 7 Tips From NYC’s ‘King of Airbnb’ for Being the Highest-Rated Host in Town. 2015.11.30. New York Magazine.
- Sundararajan, Arun. The ‘gig economy’ is coming. What will it mean for work?. 2015. 7.26. The Guardian.
- Slee, Tom. The Sharing Economy’s Dirty Laundry. 2016.3.23. Jacobin Magazine Online. [online] https://www.jacobinmag.com/2016/03/uber-airbnb-sharing-economy-housing-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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