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폴리시] 46명 신청해 43명 거절, “말로만 포용금융, 대표적 전시 행정” 논란.
금융 취약 계층인 건설 노동자를 위한 ‘건설 노동자 포용 금융’ 사업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지난 7월 BNK금융지주, 양대 노총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저금리 맞춤형 금융 상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BNK가 자회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통해 일용직 건설 노동자 맞춤형 신용대출 상품을 공급하고, 산업 재해로 인해 발생한 건설 노동자의 부실 채무 조기 탕감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노동부가 제도를 설계하고 감독한다면, 공제회는 제도를 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업주에게 공제부금을 걷고, 노동자별 적립 일수를 관리하고, 퇴직공제금을 지급한다. 기금 운용과 복지·취업 지원 사업도 담당한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지난 9월 말까지 두 달간 해당 상품을 통해 실제 대출받은 건설 노동자는 3명에 그쳤다. 46명이 신청했으나 거절률이 93.5%에 달했다. 이헌승(국민의힘 의원)이 공제회 자료를 분석했다.
- 이헌승은 “대대적으로 홍보한 사업인데 정작 현장에서는 건설 노동자들이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다”며 “대표적 전시 행정”이라고 질타했다.
홍보와 현실 사이.
- 홍보는 거창했다. 7월 업무 협약 당시 공제회는 “모든 국민이 소득이나 신용 수준에 관계없이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 공제회는 대출 심사에 필요한 공제부금* 적립 내역을 제공하고, 양대 노총은 조합원과 전국 건설 노동자들에게 금융 지원 제도 홍보를 담당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건설 노동자 전용 저금리 금융 상품을 출시했다.
- 건설 노동자는 신용이 낮고 소득 증빙이 어렵다는 이유로 생활 자금이 필요한 순간에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 접근성 개선 차원에서는 의미 있는 사업이나 아무리 ‘포용 금융’이래도 은행이 땅 파서 장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제부금:
건설근로자 퇴직공제부금을 줄여서 부르는 말. 건설 일용직을 위한 퇴직금 적립 제도. 노동자가 일한 날짜만큼 하루 일정액을 사업주가 건설근로자공제회에 지불한다. 노동자 본인은 돈을 내지 않는다. 지난 4월부터 하루 8,700원이다. 이전 6,500원에서 33.8% 상승했다. 건설 노·사·정이 처음으로 합의해 정한 인상이다.

대출 실적도 기대 이하.
- 지난 9월 말까지 두 달간 대출 신청자는 총 46명이었으나 이 가운데 43명이 거부됐다. 부산은행에 40명이 신청해 39명이 거절됐고, 경남은행은 6명 중 4명이 거절됐다.
- 실제 대출받은 건설 노동자는 부산은행 1명 , 경남은행 2명 등 총 3명인데, 장건(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은 23일 국정감사에서 현재 10월까지 총 ‘5명’이 대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10월에 2명이 증가한 것이다.
- 대출 실적도 당초 공급 규모에 크게 못 미쳤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50억 원과 100억 원 등 총 150억 원의 대출 공급액을 설정했지만, 실제 실행액은 부산은행 1500만 원, 경남은행 3800만 원 등 총 5300만 원에 그쳤다. 전체 공급 규모의 0.35% 수준이다.
까다로운 상품 이용.
- 상품 이용 요건도 까다로웠다. 해당 상품은 최근 6개월 내 퇴직공제부금 적립 일수가 90일 이상이거나 최근 1년 내 180일 이상인 건설 노동자만 신청할 수 있다.
- 그러나 올해 9월 기준 최근 1년간 퇴직공제부금을 적립한 노동자 103만 8,656명 가운데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인원은 24만 6,956명으로 23.8%에 불과했다. 나머지 76.2% 는 적립 일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출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 적립 일수 요건을 충족해도 실제 대출 승인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제회가 이헌승 의원실에 제출한 대출 거절 사유를 보면 지난 8~9월 총 79건의 거절 사유 가운데 은행 내부 규정 등 기타 사유가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용 등급 20건, 기존 채무 과다 17건, 소득 요건 9건, 신용 요건 6건 순이었다.

공제회 이사장 “은행대출 기준 조정 요청 중.”
- 공제회는 의원실에 “출시 초기 승인율이 낮은 것은 일반적 현상”이라며 “부결 사유 등 데이터를 분석해 승인율을 높일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
- 장건은 국감에서 “금융 상품 설계는 은행에서 결정한다. 은행 대출 기준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건설 노동자는 안정적 소득을 가질 수 없는 업종에 근무하다 보니 소득이나 재직 증빙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 전수 조사를 통해 은행에 (대출) 기준을 조정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포용 금융을 더 넓힐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 은행연합회, 시중은행과 함께 협의 중에 있다”고 했다.
이헌승 “건설 근로자 신용 보강 방안 마련해야.”
- 이헌승은 “건설 근로자들의 금융 문턱을 낮추기 위해 내놓은 상품이 정작 이들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협약과 상품 출시에 그치지 말고, 건설 근로자 현실에 맞는 대출 조건과 신용 보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제회 차원에서 건설 노동자 신용을 보완하거나 아니면 공제금을 활용해 담보를 제공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포용 금융 사업을 추진하겠다면 보다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 협력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헌승의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