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강의] 증강 저널리즘의 시대, 원칙과 전략… 2026년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안녕하세요. 저는 슬로우뉴스라는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고요. 성공회대 겸임교수로 대안 저널리즘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시절, 이 컨퍼런스를 11년 전에 만든 사람입니다. 우리가 그때 이야기했던 ‘저널리즘의 미래’가, 11년 전의 그 미래가 바로 오늘이죠. 2015년에는 우리가 카드뉴스나 검색엔진 최적화 같은 걸 이야기했었죠.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 이야기를 하고요. 소셜 미디어가 화두였죠. 그리고 지금 오늘은 AI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증강 저널리즘의 시대]라고 제목을 좀 드라이하게 달았는데요. 이걸 보시면서 무슨 AR 이야기냐, VR이냐, 생각하시는 분들 있을 겁니다. 원래 [AI 저널리즘, 실전 노하우와 가이드라인] 이런 제목을 달아볼까 했어요. 그런데 이러면 약장수처럼 보이죠. 그리고 사실 저는 AI 저널리즘이라는 표현을 웬만하면 안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AI가 저널리즘을 한다, AI로 저널리즘을 한다, 이런 표현들이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가속화나 자동화가 아니라, 저널리즘을 재해석하고 강화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잘한 일이, 미디어오늘 사장을 그만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년 전에 슬로우뉴스에 합류해서 현장 기자로 일하면서 기사도 열심히 쓰고 있고요. 아침마다 슬로우레터라는 걸 만들고 있습니다. 날마다 10만 명이 보는, 대한민국 최고의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는 건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하는 것과 같다고 하죠.
저희가 지금 이 정도에 있습니다. 열심히 비행기를 조립하고 있고요. 아마 올해는 처음으로 흑자를 내고 비행기가 뜰 것 같습니다. 아직 구독 안 하신 분들은 구독해 주시고요.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화살과 노래.
롱펠로우의 ‘화살과 노래’라는 시가 있었죠.
“하늘을 우러러 나는 화살을 당겼다. 화살은 땅에 떨어졌지, 너무나도 빨라서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었지. 하늘을 우러러 나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땅에 떨어졌지. 누가 그렇게 날카롭고 강한 눈을 가져서, 날아가는 그 노래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오랜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나는 보았다. 한 느티나무에 박혀, 아직 꺾이지 않은 화살을. 그리고 그 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친구의 마음속에 살아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네.”
오늘 강의를 관통하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기사는 어디에 가서 박히고, 누구의 마음에 남아 있을까요.

한국의 뉴스 페이지뷰는 하루 110억 뷰에서 14억 뷰로 줄었습니다. 거의 10분의 1이 됐죠. 화살을 쏘려면 제대로 쏴야 합니다. 우리의 핵심 질문을 두 가지로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 더 잘 이야기할 수 없을까.
둘째,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핵심인가. 우리가 만드는 뉴스가 중요한 걸 건드리고 있는가.


저널리즘 씽킹.
저는 몇 년 전부터 ‘저널리즘 씽킹’이라는 방법론을 학생들에게도, 우리 기자들에게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에서 문제를 도출하고, 질문과 반론을 통해 문제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 이게 저널리즘 씽킹이고, 저널리스트가 특히 잘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키워드는 시행착오, 그리고 반복입니다. 반복은 시행착오를 줄여가면서 계속 더 나은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이걸 디자인 씽킹 방법론과 함께 굴려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기자들에게 디자인 씽킹을 가르치죠. 문제를 정의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하는 과정을 무한 반복하면서 최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새로운 프로세스를 이야기해 볼까요.
기사 아이디어를 내고, 자료를 찾고, 분석하고, 검증하고, 팩트체크를 하고, 발행하기까지. 이게 하나의 직선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수많은 반복과 시행착오, 버리고 다시 되풀이하고 처음부터 다시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겁니다.
시행착오의 비용이 줄었습니다. 그만큼 더 많은 실험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이건 제가 지난달에 쓴 토큰 양을 뽑아본 건데요. 6.7억 토큰 정도를 썼고, 검색을 1.2만 건 했습니다. 저희 박용성 실장이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죠. 지난달에 토큰 비용으로 150만 원 정도를 썼습니다. 올해는 3000만 원 정도를 토큰 비용으로 쓰려고 예산을 잡아놨습니다. 그걸로 뭘 하려고 하는지 이따 보여드릴게요.
취재의 출발선이 달라졌습니다.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받아치는 게 일상이었고, 한 말씀해 주십쇼 하고 하면서 따라다니고, 자료 확보가 필수고, 어떤 경우에는 딥스로트도 필요했죠.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신호보다 소음이 더 빨리 늘어나는 시대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계속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수정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무엇이 본질인가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신호를 찾는 건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질문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였다면, 앞으로의 질문은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털어보자.
몇 가지 사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LH 직원들이 미리 정보를 빼돌려 가족과 친지를 동원해 땅을 매입했다는 이슈가 몇 년 전에 논란이 됐죠. 이걸 보고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당시에 64명, 1671건, 1193억 원 정도의 의심스러운 거래가 적발됐습니다. 과연 이게 전부일까요.
그래서 비슷한 사례를 더 털어볼까요. 그 무렵 기사를 돌아보면, 문제가 적발됐고 검찰이 수사했고, 기자들은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썼습니다. 1년에 토지 거래가 168만 건 정도 되고요. 광명과 시흥에서만 2만4000건 정도 됐습니다. 그냥 모든 택지 개발 이슈를 다 털어볼까요. 옆 동네와도 비교해 볼 수 있고요. 20년 동안 3400만 건의 토지 거래 내역이 국토교통부 거래 내역에 다 남아 있습니다.
옛날에는 3400만 건을 긁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죠. 자료라는 게 프린트물이거나, 어디 창고에 처박혀 있었을 겁니다. 지금은 다 데이터베이스로 있습니다. 그냥 긁어서 소팅을 하면 돼요. 지금은 국토부 실거래가 데이터가 있고, 주요 택지 개발 내역이 있고, 의심스러운 내역은 등기부 등본을 주소만 넣으면 주르륵 뽑아낼 수 있습니다. 이걸 교차해 보면 새로운 패턴이 나올 거라고 보고 굴려 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운데 빨간 점선이 택지 개발이 발표된 날인데, 그 몇달 전부터 이미 거래가 폭증했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됐던 시흥과 광명 지역만 뽑아본 거고요. 다른 지역도 살펴봤습니다. 점선 왼쪽으로 거래가 늘어나는 걸 볼 수 있어요. 등기부등본 한 통 떼는 데 800원입니다. 주르륵 긁어서 결제만 하면 탈탈 털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사람들이 모두 정보를 사전에 취득했을까, 이것만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걸 검증하고 직접 확인 취재하는 건 이제 사람 기자의 몫입니다. 1000만 건이든 3000만 건이든 주르륵 긁는 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불러주는 걸 받아 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이상 신호를 탐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군포와 안산, 의왕, 여러 택지 개발 지구를 다 뽑아서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면 다 그려줍니다. 그 다음 사람이 할 일이 따로 있죠.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확인 취재하고, 이거 맞으세요? 물어보고. 그뿐 아니라 전체를 보는 것, 현상을 넘어 구조를 보는 것.
패턴을 읽자.
‘괴짜 경제학’이라는 책에 나온 이야기를 잠깐 소개해 드릴까요.
스티븐 레빗이라는 경제학자가 일본 스모 선수들의 경기 데이터를 분석해 봤는데요. 스모는 1년에 열다섯 경기로 이뤄지고요. 여덟 경기 이상 이기면 1부 리그인 마쿠우치에 남고, 못 이기면 2부인 주료로 떨어집니다. 등급 차이로 연봉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죠.

그래서 7승 7패로 승진이냐 강등이 걸린 선수와, 이미 8승 6패로 올라간 선수가 붙었을 때 결과가 어떨까. 11년 데이터를 긁어서 비교해 봤죠. 3만 건 이상의 경기 결과를 때려넣었습니다. 원래 수학적 확률은 49% 정도인데, 이 두 사람이 붙을 때는 7승 7패 선수가 이길 확률이 80% 가까이 되더라. 이미 8승을 한 선수가 절박한 선수에게 져주는 거 아니냐는 통계적 의심이 있었죠. 그래서 이 사람들이 다음해에 다시 붙었을 때는 어떻게 됐나 봤더니 한 번 져준 선수가 다음에 또 이기는 확률이 높더라. 40%까지 의미 있게 줄었다가, 그 다음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이게 통계적으로 드러나면서 일본 스모 판이 발칵 뒤집혔죠.
데이터가 진실을 말해줍니다.

너무 커서 보지 못했던 숲.
1년에 최대 5700억 원어치 팔린 치매 치료제가 있습니다. 약효가 있나 없나 논란이 많았고요. 정부가 이 약이 효과가 없는 것 같은데 건강보험 재정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고 해서, 2022년부터 본인부담률을 확 높였습니다. 사실상 지원하지 않겠다고 한 거죠.
많이 알려진 이야기인데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죠. 그래서 작정하고 데이터로 털어봤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API가 있어요. 거기에 데이터가 수십억 건 있습니다. API를 던져서 데이터를 끌어다 쓰고, “여기서 뭘 털어보면 될까” 하고 일단 던지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전국 병원에서 심평원에 약제비를 청구한 내역이 있고, 그게 어떤 질병인지 데이터가 있습니다. 이걸 크로스로 비교합니다. 1년에 청구 명세서가 14억 5천만 건 가까이 되고요. 문제의 치료제는 작년 기준 상위 100상병 청구액이 4174억 원입니다. 이 약을 만드는 회사가 94개사인데, 큰 회사 두 곳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털어서, 가설을 검증하고, 근거를 확보하고, 질문을 좁혀 나가는 과정을 통해 신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위 100상병을 다 뽑아봤더니, 놀랍게도 치매 치료제였는데 치매는 3위였고, 고혈압이 1위였습니다. 고혈압 환자에게 치매 치료제를 처방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물론 고혈압 환자가 치매 환자일 수도 있겠죠. 오래된 도시전설이 아니라 지금도 수천억 원씩 건보 재정이 줄줄 새나가고 있습니다.
교차 대조가 필요합니다.
며칠 전 경향신문에서 정말 놀라운 기사가 나왔습니다.
‘의원님은 수주왕’이라는 기사인데요. 지방 의회 의원 전체 데이터를 다 긁고, 전국 지자체의 수의계약 내역을 다 긁습니다. 두 개를 크로스체크하고요. 수의계약이 535만 건이고 지방의회 의원이 3860명인데, 이 둘을 교차해서 의원들과 관련된 회사가 수의계약을 딴 내역을 다 뽑아본 거죠.

경향신문 기자들이 등기부등본을 500통 뗐다고 하죠. 한 통에 700원이니 35만 원 정도 들었겠죠. 의심스러운 거래 92건을 발견해서 전화를 돌렸습니다. “의원님, 이런 사업 받은 거 맞으세요?” 하고 물어본 거죠. 그렇게 확인한 의심 거래가 516억 원어치였습니다.
데이터를 합쳐서 상관 관계를 찾는 겁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과거에 500만 건 데이터를 사람이 하려고 했다면 몇 달이 걸리거나, 아예 못 했겠죠. 이제는 자료를 집어넣으면 나옵니다. 물론 자판기처럼 툭 나오는 게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질문을 발견하고 데이터의 의미를 파악한 다음에 좁혀 들어가는 겁니다.
반년 전에 안 됐던 것들이 이제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거 학교나 학원에서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노가다를 줄이고 시행착오를 늘리고, 일단 던져보고 탈탈 털어보는 것, 어디부터 털어볼까 하는 게 진짜 노하우죠.

돈의 흐름을 보자.
저는 재벌 개혁 이슈를 오래 취재했는데요. 최근 업데이트가 잘 안 됐죠. 그래서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그래서 공정위 기업집단 자료를 긁어오고, 공익법인 회계 장부를 탈탈 털어서 다 집어넣은 다음에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이런 것부터 해볼까요. 사업비 비율과 의결권의 상관관계를 털어봅시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재단 자료부터 시작해서 지난 26년 동안의 지분 거래 내역을 털었습니다. 연도별로 그래프를 그려주고, 각각의 지배 현황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자료가 그동안 없었던 게 아닙니다. 이미 다 있는데, 시계열로 뽑고 하나의 흐름으로 펼쳐놓으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2002년에서 2026년 사이에 정의선 회장의 자산은 30억 원에서 6조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이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죠. 그렇지만 이렇게 펼쳐놓고 보면, 수많은 다른 기사를 쓸 수 있는 아이디어와 보이지 않던 디테일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어렵지 않아요. 옛날에 DART(전자공시)를 뒤지려면 일일이 들어가서 이것저것 펼쳐보고 복붙하면서 파일을 만들어야 했는데, 이제는 DART 털어달라고 하면 데이터로 뽑아서 엑셀로 만들어 줍니다. 거기에 주가 데이터나 공시 데이터를 더해서 보면 맥락 데이터가 나오는 거죠.


기사가 멈춰 있지 않도록.
‘오바마미터라’고, 오바마의 공약을 추적 분석한 뉴욕타임스의 프로젝트가 있죠.
한국에서도 지금은 조금 성격이 바뀐 뉴스톱이 ‘문재인 미터’라는 걸 만들기도 했습니다. 어마어마한 노가다와 인력이 투입되는 작업이죠.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 공약 이행률을 살펴보려고, 선관위 공약집 데이터를 기초로 정책브리핑의 정부 발표를 다 집어넣고, 관련 기사를 탈탈탈 털면서 공약의 이행 정도를 체크했습니다.
현재 스코어 463건 중에 이미 완료된 게 7건, 입법 단계에 들어간 게 29건, 이런 식입니다.
데이터를 집어넣고 “웹앱으로 만들어 주세요”하면 됩니다. 참고로 저는 언제나 AI에게 존댓말을 씁니다. AI가 나중에 인류를 지배할지 모르니까요. 어쨌든 일단 만들어 놓고 고치자고 하면 됩니다. 공약이 나오고, 클릭하면 공약 내용과 진행 상황, 근거가 나옵니다. 물론 마지막 단계에서 사람이 할 일이 많습니다. 체크하고, 크로스체크하고, 검증하고, 팩트체크하는 과정이 훨씬 더 오래 걸립니다.
“업데이트해 봅시다” 하면, 지난 업데이트 이후 새로 나온 자료를 다시 찾아서 사이트를 업그레이드해 줍니다. 이런 걸 옛날 말로 ‘올웨이스 베타라고 했고요. 스트리밍 아티클, 또는 리빙 스토리라고도 하죠. 한 번 만들어놓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업데이트합시다” 하면 데이터를 찾아 갱신하고 “이걸 이렇게 바꿀까요?” 하고 물어봅니다. 언제나 최종 판단은 사람의 몫입니다.
얼마 전에 “바지락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를 봤어요. 아침에 그 기사를 보고 수산물 유통 정보 시스템을 뒤져 봤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일단 링크를 던져주고 “웹앱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한국의 모든 수산물 데이터를 연도별-지역별로 버튼 클릭하며 한 판에 볼 수 있는 웹앱이 나옵니다. 만들어서 웹에 임베드하고 독자에게 던져줄 수 있어요. 데이터가 어딘가에는 있지만, 맥락 없는 정보는 전화번호부 같은 겁니다. 그 전화번호부를 완전히 해체해서 재구성하면 의미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스토리로.
정부 광고를 털어볼까요. 언론진흥재단에 갔더니 광고 담당 본부장이 “정부 광고 이거 개혁해야 됩니다” 하더라고요. 보니까 이미 데이터가 있어요. 최근에 만들었다고요. 이것도 집어넣고 “웹앱으로 만들어 봅시다” 했습니다. 광고가 160만 건, 매체가 1만1000개, 금액이 8조6000억 원입니다. 미디어오늘은 정부 광고를 얼마나 받았나 돌려봤는데, 최근 3년간 정부 광고가 많이 줄었더라고요. 정부 광고를 가장 많이 하는 기관이 어디인지, 유튜브 광고는 어디에 많이 하는지, 클릭하면 기관별로 어느 매체에 광고를 내는지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스토리가 이 한 판에 담겨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X 게시물을 털어볼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미 털어봤죠. 그런데 며칠 전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소셜 미디어 게시물이 줄었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의 X 게시물은 어떨까 분석해 봤습니다.
“다 긁어 주세요” 하고요. 월별 게시물 건수를 봤더니 8월 들어 급격히 줄어든 게 맞고요. 유형별-성격별로 놓고 보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죠. 마우스 오버하면 포스트의 내용이 나옵니다.

이런 그림은 굉장히 많은 말을 하죠.
최근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식약처 청탁 논란이 있었죠. 사건 일지하고 세종메디칼 주가를 쭉 긁은 다음에 엑셀 파일을 주면서 “겹쳐서 그려봅시다” 했습니다. 그려봤더니, 김승원 후보자가 알았든 몰랐든 어떤 식으로든 식약처 청탁이 주가 조작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그림에는 굉장히 많은 정보가 담겨 있어요.

기계가 잘하는 일은 기계에게.
토론회 취재 어떻게 하세요? 저는 예전에 받아치는 걸 굉장히 잘했어요. 빨리 잘 쳤죠. 지금도 토론회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마지막 멘트까지 담고 기사를 털고 나오는 게 목표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건 이제 기계가 더 잘합니다.
기계가 잘하는 건 기계에게 맡기자. 이런 걸 노트북LM 같은 데 넣으면 훨씬 잘 뽑아줍니다. 그런데 노트북LM은 요약을 잘하지만, 우리가 필요한 건 요약이 아니라 정확한 원문이죠. 그래서 제가 슬로우스크립트라는 걸 만들었어요. 최근 한 방송사에 이 솔루션을 3900만 원에 팔았습니다(부가세 별도).

이제 방송이든 토론이든 걸어 놓으면, 끝나자마자 20분 만에 풀텍스트와 슬로우뉴스 스타일의 분석 기사까지 나옵니다. 요약이 아니라 정확한 워딩, 그리고 무엇이 우선 순위에 있는가를 판단해 중요한 발언을 정확하게 인용하는 게 슬로우스크립트의 핵심 기술입니다. 기계가 잘하는 일은 기계에게 맡기고, 우리는 검색 가능한 맥락 정보를 축적해야 합니다. 음성 파일을 추출하고, 맥락을 파악하고, 화자를 매칭하고, 워딩을 추출한다, 핵심은 사람이 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처리하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100번의 실수를 거치고 고치고 업데이트했습니다. 별건 아니지만 따라하기가 쉽지 않아요. 적당히 알아서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요약이 아니라 가치 판단이 필요하고, 정확한 직접 인용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물고기처럼 헤엄칠 수 없습니다. 물고기와 경쟁할 필요도 없죠. 받아치는 건 기계에 맡기고, 우리는 그걸로 맥락을 풀고 의미를 끌어내고 의제를 형성해야 합니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이걸 방송사에 팔면서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제가 하는 게 이런 겁니다. 10월에 국정감사가 있으면 17개 상임위에서 16일 동안, 한 달에 1500시간짜리 회의록이 나옵니다. 속기록이 있지만 며칠 있다 나오기 때문에, 저는 데일리 파이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국정감사 1500시간을 돌리면 토큰 비용이 3000만 원쯤 나올 것 같습니다. 이걸 좀 줄이는 방법이 있을 것 같고요. 여기서 기사를 2000건 이상 쓸 수 있습니다. 기자들이 쓰지 못한 기사, 놓친 맥락을 발견하는 걸 이번 국정감사에 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쉽지는 않네요. 무엇이 중요한가, 판단과 집중과 의제화가 중요하겠죠.
그래서 [슬로우 어셈블리]라는 이름으로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거의 다 끝났고요. 곧 보여드리겠습니다.
찾아가는 게 아니라 불러오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까. 제가 만드는 [슬로우 팩트북]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게 슬로우레터에 싣는 수많은 인포그래픽인데요. 최근까지 이걸 다 손으로 그렸어요. 한 땀 한 땀 마우스로 드래그하고, 자료 찾고, 엑셀 파일 긁어서 넣고, 폰트 조정하고, 제목 달고, 출처 써넣고. 새 자료가 나오면 열어서 데이터를 손으로 고치거나 엑셀을 다시 붙여 업데이트하고, 캡처해서 지면에 넣는 거죠.

이제 좀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자료 찾고, 분류하고, 소팅하고, 붙여넣고, 디자인하고, 업데이트했지만, 이제는 순서가 달라졌습니다. 어떤 데이터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지, 어제 2분기 GNI 성장률 발표가 나왔죠. 예전에는 다시 찾아가서 사이트 열고 데이터를 긁어서 붙였지만, 이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서, 다음에 또 쓸 거면 아예 그걸 구조화하는 겁니다. “이거 업데이트 확인해 봅시다” 하고 리스트업을 해놓고, “앞으로는 계속 업데이트해 주세요” 하는 거죠.
찾아가는 게 아니라 불러오는 방식으로. 그래서 이렇게 웹에 구현한 겁니다. 여기에 넣어놓고 데이터를 불러 갱신하게 명령을 주면 됩니다. 각각의 차트의 원본 소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원본을 확인한 다음에 업데이트하도록 명령을 주면 되는 거죠. 이렇게 만든 차트가 2700건 정도 됩니다. 슬로우뉴스 후원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냥 “업데이트해 주세요” 하면 됩니다. 부동산원 자료 같은 건 예전엔 주마다 몇 번씩 들어가서 손으로 업데이트했는데, 이제는 링크를 주고 “업데이트해 주세요” 하면 다음부터는 나올 때마다 주기적으로 갱신해 줍니다.

대시보드를 만들어 보세요. 잘 모르면 “만들어 주세요”고 해놓고, 쫙 펼쳐놓고 고치면서 만들면 됩니다. 이건 이렇게 고쳐주고, 이건 빼고, 행과 열을 바꿔보고 하면서 대시보드를 완성해 나가고, “깃허브에 올려주세요” 합니다. 깃허브에 올려두면 이력 관리도 되고 발행도 쉽고 보면서 고쳐가면서 쓰기 좋습니다.

얼마 전에 ‘용산 100만 가구’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런 걸 해봤어요. 역시 “웹앱으로 만들어 주세요” 했더니, 35만 가구를 넣으면 이 녹색 땅에 85층짜리를 지어야 하고, 139개 동을 지어야 한다는 걸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만들어서 그대로 사이트에 임베드할 수 있고요.
이런 것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블룸버그에서 하이퍼스케일러들 순환거래 그림이 나왔는데, 복잡해서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전체 그림을 보고 싶었어요. “지도로 그려봅시다” 하고 요청하면, 데이터를 탈탈 긁어서 보여줍니다. 기사 500건을 역추적하고, 실시간 시가총액을 업데이트한 다음, 크로스체크하고 그림을 그려줍니다. 한 장의 그림이지만 인터랙티브하기 때문에, 클릭하면 맥락에 따라 펼쳐 볼 수 있습니다.

한 장의 그림이 천 마디 말을 합니다.
최근에 김어준의 뉴스공장 조회수가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이것도 “웹앱으로 만들어 주세요” 했습니다. 돌려봤더니, 그동안 출연자가 중복 감안해서 2만 6989명 나왔고요. 민주당은 후보자와 전현직 의원을 다 합치면 327명인데, 국민의힘 관계자는 7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조회 수도 뽑아볼 수 있죠. 30분이면 만듭니다.

핵심 루프: 야매로 돌리고, 제대로 검증한다.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일단 돌려보고, 야매로 돌리고, 나올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고쳐가면서 완성하는 겁니다. 던져보고, 뽑아보고, 튀는 걸 찾고, 새롭고 의미 있는 게 나올 때까지 100번씩 반복하는 거예요. 다시 묻고, 좁혀 보고, 검증하고, 다시 처음으로 가는 거죠. 뭔가 이상한 게 없나 찾아봅시다, 더 찾아봅시다, 이거 뒤집어서 다시 해봅시다, 될 때까지 계속 명령하는 겁니다. 일단 던져보고, 일단 털어봅시다, 이거 말고요. 다시 해보세요.
다섯 가지 질문이 필요합니다. 첫째, 제일 튀는 것 하나를 찾거나, 둘째, 예상과 다른 게 있는지 물어보거나, 셋째, 왜 그럴까 더 파보자고 질문하고요. 넷째, 반대 사례를 찾아달라고 하고, 다섯째, 근거가 무엇인지 다시 묻고, 데이터를 보여달라고 합니다. 직접 데이터를 확보한 다음에 그걸로 검증하는 거죠.
중요한 것은 검증 가능성입니다. 내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LH도, 뉴스공장도, 이재명 미터도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데이터는 할루시네이션은 없으니까,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차이와 변화를 보는 것. 가설을 먼저 세우고 데이터는 나중에, 넘겨짚지 말고 숫자로 확인하고, 실패하면 다시 하고 또 하고, 검증하고 반복하고, 결론을 예단하지 말고 계속 물어보는 거예요. 패턴이 있는가, 원본을 추적하고, 부분의 합이 전체인가 검증하고, 범주를 다시 확인하고.
모든 책임은 바이라인을 다는 기자가 져야 합니다. 저는 AI를 많이 쓰지만, 단 한 문장도 제가 쓰지 않은 문장이 없어요. AI가 쓴 걸 그대로 쓰지 않고, 분석에는 많이 쓰지만 기사를 작성하는 단계에서는 쓰지 않습니다. 과정을 숨기지 않고요. 검증할 수 있을 때만 쓴다, 반드시 모든 데이터를 재현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는 원본 그대로 독자에게 제공한다. 모르는 건 쓰지 않는다는 게 원칙입니다. 확률로 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데이터에서 맥락을 뽑는 겁니다.

온톨로지 저널리즘.
저는 이걸 ‘온톨로지 저널리즘’이라고 이름 붙여봤습니다. 100가지 질문을 던져서 의미 있는 정보들을 연결하고, 그 연결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뽑아내는 것. 흩어진 사실을 이어 맥락을 만들고 최적의 답을 찾는 작업을 온톨로지라고 하죠.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자. 저는 이게 저널리즘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가속화가 아니라 새로운 확장을 만드는 새로운 질문이 필요합니다. 효율이 아니라 좀 더 강력한 저널리즘이 필요합니다. 드러나는 건 10%지만, 드러나지 않는 90%를 추적하는 새로운 저널리즘.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 그걸 저는 증강 저널리즘(augmented journalism)이라고 불렀습니다.
달라진 건 없습니다. 우리가 잘하는 걸 해야 합니다. 재밌는 걸 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결론은, 훨씬 더 강력한 저널리즘이 가능하다는 것. 우리에게는 좀 더 다른 질문이 필요하고, 굉장히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광고를 하나 하겠습니다.
이런 내용으로 AI 저널리즘 해커톤을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네이버, 업스테이지 등에 공동 주최를 제안했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기자들을 모아놓고 저와 멘토들이 오전에 AI로 맥락과 통찰을 발견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오후에 과제를 주고 함께 답을 찾아나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새로운 접근, 새로운 데이터, 새로운 저널리즘 방법론, 이런 거 같이 만들어 보죠. 자세한 공지는 때가 되면 슬로우레터에 남기겠습니다. 구독해 주세요. 곧 공지 나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