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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Starts Now(미래는 지금 여기서부터)”. FIFA 월드컵 2026 후원사인 현대자동차의 캠페인 제목이다.

“’다음’은 저 멀리 있는 어떤 순간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이고 “미래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직접 미래를 앞당겨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야심만만한 구호를 내걸었다.

현대차의 높은 자부심에는 근거가 있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치면 지난해 728만 대를 팔아 도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40억 달러로 도요타 272억 달러에 이어 글로벌 2위다. 영업이익률이 6.8%로 폭스바겐(2.8%)의 두 배가 넘는다. 미국 관세 전쟁과 글로벌 전기차 캐즘이라는 역풍을 맞받으면서 만든 놀라운 성과다. 현대차가 도요타를 따라잡고 세계 1위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에서 연간 100만 대를 넘겼고, 친환경차 판매는 한 해 만에 27% 늘었다.

최상위 FIFA 파트너의 자부심.

  • 현대차는 1999년에 시작한 FIFA와 파트너십을 2030년까지 갱신하기로 했다. FIFA 후원은 서포터와 스폰서, 파트너 3단계가 있는데 파트너가 가장 금액이 크다. 한 사이클에 1억 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 자동차 카테고리에서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로고조차 노출할 수 없다.
  • 현대차 캠페인은 지속가능한 미래, 친환경과 공존, 지구적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현대차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기업이다. 명성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질문이 필요할 때다.
  • 그린 워싱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율배반일 뿐만 아니라 위선이고 기만이다.
  • 전기 자동차 전환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든 전기 자동차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 현대차는 월드컵 무대에서 지속가능성과 미래 비전을 이야기한다.

놀라운 실적과 초라한 발뺌.

  • 압도적인 실적이나 화려한 마케팅과 별개로 현대차는 그린 워싱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현대차는 지난해 6월 발간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현대차와 기아의 철 사용량을 각각 124만 톤과 20만 톤, 합산 144만 톤이라고 보고했다.
  • 기후솔루션은 현대차가 협력 업체 철강 사용량을 고의로 누락했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자동차 생산량과 차량당 평균 철강 사용량 기준으로 추정하면 실제 사용량은 144만 톤이 아니라 487만 톤으로 3.4배 가까이 많을 거라는 분석이다.
  • 자동차 한 대에는 통상 900kg 이상 철강이 들어간다. 자동차 무게의 60%가 철강이고 생산 단계의 탄소 배출의 70%가 철강 생산에서 발생한다.
  • “미래는 지금 여기서부터”라고 말하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미래의 출발점인 공급망의 실제 탄소 영향과 생산구조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아 사회적 책임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4만 톤의 비밀.

  • 현대차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철과 알루미늄 사용량을 각각 124만 톤과 14만 톤으로 보고했다.
  • 이를 지난해 생산량 415만 대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당 철+알루미늄 사용량은 0.33톤 꼴이다.
  • 볼보 XC40와 메르세데스 E300e에 각각 철강 0.93톤과 0.98톤이 사용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승용차 한 대 무게가 1.5톤 정도 나간다는 걸 감안하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무게다.
  • 현대차가 협력사와 부품 공급망(업스트림) 단계에서 사용되는 철강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거나, 현재 공시 방식이 실제 공급망 구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급망 배출, 의도적으로 누락했나.

  • 탄소 배출량은 직접 배출(스코프 1)과 간접 배출(스코프 2), 공급망 배출(스코프 3)을 합쳐서 계산한다. 자동차 회사는 보통 스코프 3 배출이 전체 배출의 90%에 육박한다. 철강은 스코프 3 카테고리 1(구매한 상품 및 서비스)의 최대 70%를 차지하는 핵심 배출원이다.
  • 현대차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2024년 기준 스코프 1+2의 배출량 210만 tCO2-eq를 2035년까지 60% 줄이고 2045년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정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코프 3의 탄소 배출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독점적 수직 계열화가 독이 됐다.

  • 현대차는 현대제철을 계열사로 두고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의 72%를 공급받고 있다. 공급망 문제를 외부 공급업체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완성차-제철 수직 계열화를 구축한 자동차 브랜드는 현대차와 인도의 타타자동차, 둘뿐이다.
  • 타타자동차의 계열사 타타스틸은 영국 포트탤벗 사업장의 고로를 폐쇄하고 전기로로 전환하는 중이다. 2027년 말부터 탄소 배출을 90% 가까이 줄인다는 계획이다. 비슷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가진 기업이지만 탈탄소 전환 속도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 현대제철이 자랑하는 하이에코스틸(HyECOsteel)은 전기로-고로 복합 제품으로 고로로 생산할 때보다 탄소 배출을 20% 줄일 수 있지만 애초에 석탄 기반 고로 공정에 의존하는 만큼 근본적인 탈탄소 해법이라 보기 어렵다.
  • 현대제철은 2030년 탄소 감축 목표가 12%인데 아직 세부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현대차 공급망 감축에 필요한 탄소 저감 기술의 일정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재생 에너지 전환은 아직 초기 단계다.
  • 현대차 탄소 중립 목표는 2045년인데 현대제철은 2050년으로 더 늦다. 그룹 차원의 기후 전략조차 정렬되지 않은 셈이다.

전기차 전환?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 따져야.

  • 황준아(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는 “그동안 정부의 자동차 기후 정책은 배기구를 없애는 ‘운행 단계’의 전기차(EV) 보급에만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집중해 왔다”면서 “정작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산 단계의 배출, 즉 ‘내재 탄소(Embodied Emissions)’는 완벽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 완성차 메이커 기준으로 스코프 3 배출량이 전체 배출의 90%에 이른다. 원자재 조달 단계가 16%를 차지하고 특히 철강은 스코프 3 카테고리 1(구매한 상품 및 서비스) 배출량의 최대 70%를 차지하는 핵심 배출원이다. 공급망 철강의 탄소를 규제하지 않는 정부의 탈탄소 정책은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현대차만 너무 늦다.

  •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이미 철강 공급망 탈탄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볼보는 2030년 이후 출시하는 모든 차량에 100% 무탄소 철강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판매량 기준으로 2031년 75%, 2032년 95%까지 끌어올리는 연도별 경로까지 제시했다.
  • BMW는 2030년까지 유럽 공장 철강 수요의 40% 이상을 저탄소 철강으로 채우고, 연간 최대 40만 톤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로 했다. 재활용 강재 비중도 5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 메르세데스-벤츠는 스웨덴 스테그라와 연 5만 톤의 수소 기반 무탄소 철강을 공급받는 구속력 있는 계약을 맺었다. 스테그라는 메르세데스-벤츠를 포함해 포르쉐와 스카니아, 볼보 등과 연 150만 톤 이상의 선구매 계약을 확보했다.
  • 현대차는 아직까지 아무런 약속이 없다. 연도별 비율 목표도 구속력 있는 구매 계약도 없다. 유럽 일부 차종에 탄소 저감 철강을 적용하겠다는 언급이 전부다.
  •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에 따르면 17개 주요 완성차 기업 가운데 2030년까지 무탄소 철강을 조달하겠다고 약속한 곳은 포드와 메르세데스, GM, 폭스바겐 4곳뿐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 명단에 없다.

유럽 수출 괜찮나.

  • 유럽연합은 이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며 철강 제품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자동차 부품까지 규제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 첫째, 현대차가 쓰는 철강과 강판, 부품 등도 당연히 탄소 비용 적용 대상이다.
  • 둘째, 완성차는 아직 대상이 아니지만 결국 시간 문제다.
  • 셋째, EU의 완성차 제조사와 바이어들은 벌써부터 공급업체에 탄소 데이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공급망 탄소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면 수출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 기후 공시는 수출 경쟁력의 문제가 됐다.

세 가지 제안.

  • 기후솔루션은 “공급망 탄소 배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강력한 제도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면서 세 가지를 제안했다.
  • 첫째, 기후 공시에 공급망(업스트림)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공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자사 공장뿐만 아니라 부품 협력사 단계에서 투입되는 원자재 총량과 배출량 데이터를 대당 지표로 의무 공개해야 한다.
  • 둘째, 국가 차원에서 녹색철강(Green Steel) 기준과 조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단계적으로 완성차 산업의 녹색철강 사용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녹색철강 시장 창출을 위한 제도적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
  • 셋째, 공급망의 핵심인 철강 산업이 빠르게 탈탄소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K-ETS) 등 기존의 기후 정책을 다시 설계하고, 재생 에너지 확대와 저탄소 생산 기술 전환을 위한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현대차가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 먼저 공시부터 고쳐야 한다. 현실을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개선도 가능하다.
  • 녹색철강 전환 없이는 탄소 중립 달성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성장 전략을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 현대차가 글로벌 2강을 넘어 1강을 노린다면 월드컵 마케팅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에 맞는 강도 높은 탄소 감축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그린 워싱 논란은 올해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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