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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을 중심으로 한 ‘이너 서클(inner circle)’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하나금융 회장 함영주의 ‘셀프 연임’ 과정이 문제였다. 2024년 말 ‘연령 제한 규정’을 변경해 재임 기간을 늘렸다는 비판이다. 직전 하나금융 회장 김정태가 퇴임 후 4년간 고문을 맡으며 고액 연봉을 챙긴 것도 질타를 받았다.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박홍배(민주당 의원)는 “금융지주 회장 선임부터 퇴임 후 보상까지 이사회 견제와 감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 관행을 바꾸겠다던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가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당국은 올 1월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구성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3월까지 마련할 방침이었지만 여태 깜깜소식이다.
  • 이찬진(금융감독원장)은 19일 “법안은 다 만들었는데 당정 협의 중”이라고 했다.
  • 금융지주 회장과 임원들 전횡을 비판하는 국감을 계기로 금융당국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 박홍배는 19일 금감원 국감에서 금융지주 이사회 독립성과 최고경영자 승계, 퇴직 경영진에 대한 보상 문제를 지적하며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사외이사 표결 6,100건 중 반대는 1건뿐.

  • 박홍배는 현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셀프 연임, 셀프 보상, 이너 서클, 참호 구축, 그들만의 리그”로 요약했다. 현직 CEO(지주 회장)가 이사회에 ‘참호’를 구축해 연임과 자기 보상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는 지적이다.
  • 사외이사들도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 박홍배가 분석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개 은행지주 이사회와 이사회 내 위원회에서 사외이사들이 행사한 개별 표결 6,100건 중 반대 의견은 단 1건뿐이었다.
  • 박홍배가 8대 금융지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2025년 평가 대상 사외이사 79명 중 68명이 ‘매우 우수’, ‘최고 수준’, ‘S’ 등 최고 수준 등급을 받았다. 평가는 사외이사 본인의 자기 평가, 동료 사외이사의 상호 평가, 금융지주 임직원 평가와 출석률 등 정량 평가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 금융지주는 사외이사 활동을 매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재선임 시 반영한다. 금융지주가 사외이사 연임을 전제로 관대한 성적표를 주면서 CEO 우호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장 선임에 지주 회장 입김 지적.

  • 금감원은 지난 7월 하나금융에 제재 조치를 내렸다. 지주 회장이 하나은행장 선임에 과도하게 입김을 행사한다는 지적이다.
  • 지주 회장이 최종 은행장 후보를 승인할 때,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원래는 하나금융 이사회 산하 ‘그룹임원후보추천위(그룹 임추위)’와 하나은행 산하 ‘은행 임추위’가 은행장 후보 선정에 관여한다. 지주 내규에 따르면 그룹 임추위는 은행 임추위 추천 의견을 참고해 은행장 후보군을 승인한다.
  • 금감원은 은행 임추위 의견이 후보 평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탓에 그룹 임추위가 사실상 최종 후보를 선정하고 있다고 봤다.
  • 금감원 제재 후에야 하나금융은 그룹 임추위가 최종 후보군을 은행 임추위와 공유하고 최종 후보 평가 과정에 은행 임추위원장이 참석하여 의견을 전달토록 조치했다.
  • 이와 관련 박홍배가 “은행 임추위가 지주 임추위에 들러리 섰다는 지적이 있다. 절차를 개선했느냐”고 묻자 이호성(하나은행장)은 “개선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하나은행 신사옥. 하나은행.

회장 연임 위한 ‘연령 제한’ 내규 변경.

  • 2022년 3월 취임한 함영주(하나금융 회장)가 연임을 준비하던 2024년 12월 하나금융 이사회는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개정했다. 당시 68세인 함영주가 연임할 시 임기가 3년 이상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꾼 것이다.
  • 규정을 바꾸기 전까지 하나금융은 이사 재임 연령을 만 70세까지로 규정하면서도 임기 중 70세에 도달했을 땐 만 70세가 된 날 이후 처음 열리는 정기 주총까지로 임기를 제한해 왔다.
  • 이사회는 개정을 통해 임기 중 만 70세가 되더라도 임기가 끝난 뒤 처음으로 열리는 정기 주총까지 임기를 보장한 것인데, 이 변경으로 함영주의 재임 가능 기간은 2027년 3월에서 2028년 3월까지 1년 늘었다.
  • 박홍배는 “당시 지주 이사회는 롱리스트(1차 회장 후보군) 발표 전날 사전 안건 통지도 없이 내부 규범 변경을 의결했다”며 “회장님 스스로 셀프 정년 연장을 했다. 오늘 이 자리(국회 증인석)에 서야 할 사람은 함영주 회장인데, 금융지주 회장들 권력이 대단한지 증인 세우기가 참 어렵다”고 꼬집었다.
하나금융 회장 함영주.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KB금융 ‘엄지척’, 하나금융 ‘질타.’

  • KB금융은 지난달 이재근(KB금융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정했다. 양종희(현 KB금융 회장) 연임이 무산돼 업계에서는 이변으로 받아들였다.
  • KB금융은 이번 회장 승계 절차에서 외부 후보에게 약 8주간 준비 기간을 제공하고, 외부 후보가 요청한 자료를 모두 제공하는 등 공정한 기회 마련에 주력했다. 최종 후보자에게는 두 차례 면접 기회를 부여하며 옥석을 가렸다.
  • 반면, 금감원 검사에 따르면 2024년 하나금융 회장 승계 절차는 △외부 후보 자료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당일에 제공했고, △최종 후보군 인원을 선정 당일에 결정했고, △후보 평가 기준이 회추위원별로 상이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 박홍배는 “주먹구구도 이런 주먹구구가 어디 있느냐”며 “‘부패한 이너서클’, ‘회장 3연임 못하면 바보다’ 이런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왕 회장’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금융지주.

  • 박홍배는 김정태(전 하나금융 회장)의 고문 위촉과 보수 지급도 문제 삼았다.
  • 김정태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하나금융 회장을 재직한 금융계 원로다. 회장을 퇴임한 후에도 2022년 3월부터 12월까지 하나금융 고문을 맡았고, 2023년 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하나은행 고문으로 재직했다.
  • 박홍배는 “지주와 은행에서 4년 넘게 고문을 맡았다”면서 “최근까지 하나은행장 고문이었다. 김정태 연봉이 7억 맞느냐, 8억이 넘느냐. ‘왕 회장’님으로부터 자문을 계속 받으셨느냐”고 물었고, 이에 이호성은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도 “경영 활동에 대한 전반적 자문이 이뤄졌다”고 했다.

“퇴임 임원 재취업, 지배구조 개선안 반영 검토.”

  • 한편, 김용만(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을 통해 8개 금융지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6년 9월까지 지주 임원에서 퇴임해 그룹 내 자문, 고문, 특임직 등으로 위촉된 인원은 총 38명에 달하며, 이들의 연간 보수 기준 합계는 최대 56억 9,520만 원으로 집계됐다.
  • 이와 관련 이억원(금융위원장)은 22일 국감에서 “지배구조 개선, 특히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문제를 계속 살피고 있다”며 “고문 제도 운영 방안에 대한 개선 방안까지 포함하여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찬진도 “금융위가 준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안에 고문 및 자문과 같이 그림자 형태로 숨어 있는 부분도 추가 협의하여 보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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