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폴리시] 기후변화가 때 아닌 기회가 됐다. 오징어는 가고 참다랑어가 ‘따뜻한 동해’로 찾아왔다. 하지만 이 절호의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5분)
따뜻해진 동해, 오징어는 떠나고 참치가 왔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이 어종 분포와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동해 오징어 어획량은 4년 사이 10분의 1로 급감한 반면, 참치(참다랑어)·고등어·방어 등 난류성 어종 어획량은 급증하고 있다.
수산업에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에서는 강원·TK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 주도로 ‘참다랑어 고급 상품화’ 전략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게 왜 중요한가.
- 강원도에서 참다랑어 어획 규모는 2020년 31톤(ton)에서 올 상반기 438톤으로 급증했다. 참다랑어는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어종이 아니라 동해안의 새로운 어족 자원으로 등장했다는 평가다.
- 동해 수온 상승으로 먹잇감인 고등어·정어리 떼가 증가하면서 참다랑어 무리가 이를 쫓아 북상하다가 연안에 설치된 정치망 그물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
- 아이러니하게 기후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기회. 그러나 제도·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직면한 4가지 문제.
- 토론회 발제자 김인현(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장)은 4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 첫째, 쿼터 부족으로 참치를 폐기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참다랑어는 남획을 막기 위해 국제적으로 어획량을 정해 두고 관리한다. 국제 협정상 할당량을 초과하여 어획한 참다랑어는 폐기해야 한다. 김성식(강구수협장)은 “2020년도에는 약 2톤 정도 (수협을 통한) 위탁 판매가 이뤄졌으나 올해의 경우 6월까지 76여톤이 위판됐고 쿼터를 모두 소진한 상태”라며 “작년 경우 181톤 가량을 어획했으나 쿼터 소진으로 인해 56톤을 위판하고 나머지는 폐기 처리했다”고 밝혔다.
- 둘째, 상품화가 돼 있지 않아 아주 싼 값으로 처리되고 있다. 어획 직후 생선 피 빼기, 내장 제거 같은 선상 전처리 기술과 급랭 장비가 부족해 고급 횟감이 헐값에 넘겨지거나 폐기되기 일쑤다. 평시 kg당 1만 4,000~1만 5,000원 수준의 위판 가격이 대량 출하 시 최저 2,300원까지 폭락했다.
- 셋째, 대량으로 포획된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선망(어군을 발견하고 에워싸서 포획하는 이동식 조업)이 아닌 정치망(어군 이동 길목에 설치해 유인 후 포획하는 고정 어장) 어업에서 참치가 많이 잡힌다. 정치망 특성상 어군이 그물에 들어오면 수백 마리가 동시에 어획되기 때문에 시장이 일시적으로 포화하고 가격이 폭락한다. 참다랑어를 전문 취급하는 기업들과 양해각서(MOU) 맺어 일시적으로 대량 공급하기도 하지만, 국가별·지역별로 정해진 쿼터가 조기 소진되면 참치는 어구만 망가뜨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잡아봐야 팔지도 못하는 참치는 그물만 찢는 재앙”이라는 말이 괜한 게 아니다.
- 넷째, 정치망 어장에서만 포획되기 때문에 전체 어민이 아니라 일부만 수혜를 본다. 어획 기회가 정치망 어장을 보유한 소수 어민에 집중되어 이익이 어업인 전체로 확산되지 않는다.

2027년 쿼터, 지금보다는 낫다.
- 참다랑어 쿼터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위치한 미국, 멕시코, 왼쪽에 위치한 한국, 일본, 대만이 나눠 갖는 구조다.
- 한국은 연 1,000톤 미만에서 1,200톤 수준으로 늘려왔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약 10배 많은 할당을 받고 있다. 각국의 최종 쿼터는 오는 12월 바누아투 공화국에서 열리는 WCPFC 총회를 통해 확정된다.
- 지정훈(해양수산부 어업정책 과장)은 토론회에서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쿼터 확대를 전망하면서도 국내 정치망 어장의 데이터 축적 부실을 지적했다. 선망보다 과학적 조사와 관리가 허술한 정치망 어업에 무작정 할당 쿼터를 늘리기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취지다. 데이터 측정이 되어야 쿼터 할당 등 계량화를 할 수 있다. 정부의 체계적 데이터 수집과 일부 어획 손실을 감수한 어가의 협조가 필요한 지점이다.
- 국내서 폐기되는 참다랑어가 많다는 소식은 한국의 쿼터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 “한국은 지금 참다랑어 조업이 초기이기 때문에 냉장·냉빙 등 기술력이 부족하다. 일본이 협상에서 우리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너희는 참다랑어 쿼터를 늘려도 다 폐기하지 않느냐. 우리(일본)는 100% 식용으로 다 쓸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우리가 처리 못하는 참다랑어를 동물 사료로 쓰고 있다는 걸 일본이 알면 쿼터 협상에서 더 불리해진다.”(지정훈)

냉동 인프라가 부족하다.
- 참다랑어가 어획돼 식탁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정을 거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끊어지면 상품 가치는 급전직하한다.
- 첫째, 정치망에서 건져 올리는 단계다. 정치망 어선에서 피를 뽑고, 영하 15도 이하 급랭 얼음으로 예냉해야 한다.
- 김인현은 “선상에 작업 공간이 없고, 얼음을 육지에서 싣고 나와야 하며, 육지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현실적 문제를 짚었다.
- 둘째, 위판에서 창고까지 단계다. 잡은 참치는 위판장에서 경매에 부쳐지며, 참치 상태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상태가 좋지 않으면 낮은 가격으로 팔릴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 중도매인이 개입한다.
- 셋째, 냉동 창고에 입고와 보관이다. 참다랑어는 선상에서 내려오면 영하 50~60도 초저온 냉동 창고에 보관해야 한다. 천천히 출고돼야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강원도 도내 냉동 저장 시설은 오징어, 청어, 고등어용인 영하 40도 수준 냉동고다. 경북 동해안 냉동 시설은 대부분 영하 20도 수준 일반 냉동고다. 참다랑어는 영하 60도 초저온 냉동 창고가 필요하다.
- 강원도의 콜드 체인 컨테이너 공급을 주목해야 한다. 강원도는 내년부터 수산물 초저온·냉동 컨테이너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초급랭 냉동 컨테이너 10대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선상 전처리 교육이 필요하다.
- 김인현은 “선상 전처리의 전제는 육상에 얼음 공급 인프라가 있는 것”이라며 “정치망 어선은 출항 시 배에 얼음을 공급받아 나가는데, 얼음을 채워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다. 수협 인프라 확대를 통해 육상 제빙 설비와 항구 내 공급 거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 정치망 어민들이 참다랑어 전처리 기술력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김인현은 “참다랑어 피를 뽑고 얼음에 넣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면 1등급 상품이 된다. 어민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품화가 중요한 이유.
- 정치망 어장 일부에 집중되던 수혜를 다양한 계층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도 상품화가 필요하다.
- 김인현은 “상품화가 되면 10배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대량 출하 시 kg당 1,300원에 그치던 참다랑어가 상품화를 통해 1만 5000원으로 수직 상승할 수 있다. 얼음 공급, 선상 전처리, 가두리 관리·가공·소매로 이어지는 연계 산업 구조가 구축되면 정치망 어장 일부에 집중되던 수혜가 어촌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고 했다.
- 강구수협의 경우 해양수산부 및 지자체와 긴밀히 소통, 사업비 244억 원을 확보해 저온 위판장, 제빙 시설, 냉동 시설을 구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9년 12월 준공이 목표다.
“합리적 어획 관리 제도 필요.”
- 김성식은 “참다랑어의 성공적 고급 상품화를 위해 물리적 시설 확충과 일반 대중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스페인 산 미겔 시장을 모니터하여 기존 위판점 부지를 오픈형 푸드 마켓으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곳에서 참다랑어 홍보, 판매, 해체 쇼 등을 상시 개최하여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고 수산물 소비 저변을 대중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이철규(국민의힘 동해·태백·삼척·정선 국회의원)는 “참다랑어가 많이 잡혀도 어획 할당량에 따른 제약과 보관·유통 체계의 한계로 어민이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늘어나는 어획량을 실질적 소득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수산 자원 보호와 어업 현장의 현실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 어획 관리 제도를 마련하고, 가공·유통 기반을 확충해 참다랑어의 고부가가치 상품화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