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발행 주체와 대주주 지분 제한이 변수… 스테이블 코인 점유율 늘어나는데 골든타임 놓칠라.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표류하고 있다.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게 왜 중요한가.
- AI 에이전트의 시대에는 금융 거래도 다르다. 에이전트끼리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0.1초에 0.1원을 거래하는 시대다. 원화에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이 없으면 달러화 코인으로 거래를 해야 한다.
- 이미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전체 스테이블 코인 시가총액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 한국은행이 통화 통제권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 제도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안 풀리는 이유를 정확히 들여다 봐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복잡한 게 아니다.
- 1원=1코인의 디지털 자산을 허용할 건가 말 건가 국가 차원에서 결정하면 된다.
- 미국과 유럽연합은 일찌감치 제도와 규제를 정비했다. 미국에는 지니어스법이 있고 EU에는 미카(MiCA)가 있다. 각각 달러화 패권과 유로화 패권을 지키려는 인프라 경쟁이다.
- 원화는 어차피 기축통화가 아니니 상관 없지 않냐고?
- 자칫 디지털 자산이 실물 경제를 흔들게 될 수도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원화 패싱이 디폴트로 자리잡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 국경이 무너지고 있다.
- 첫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한국 주식에 연동하는 파생상품을 달러화 코인으로 거래하는 시대다. 해외 거래소 11곳의 거래 규모가 1760억 달러, SK하이닉스가 92%를 차지한다.
- 둘째, 달러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루 평균 2000억 원 규모로 늘었다.
- 셋째, 원화에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도 이미 돌고 있다.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넷째, 관세를 우회하는 크립토 카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 다섯째, 비자와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코인베이스, 쇼피파이 등 결제 서비스 업체들도 스테이블 코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여기에 발을 걸치고 있다.
- 여섯째, 알파벳(유튜브)와 메타(페이스북)도 광고 수익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 일곱째, 한국 기업들은 기술을 확보하고도 서비스가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의 99%가 이미 달러화 연동이다. 테더와 서클이 82%를 차지한다.
더 큰 위기가 온다.
- 달러 코인 거래가 늘면 소득 추적이 안 된다. 은행은 외환 수수료 수익도 사라진다.
- 달러화 유입이 줄어들면 환율 불안도 커진다.
- 카카오와 토스, 쿠팡 등 한국의 플랫폼 사업자들은 가로 막혀 있는 상태다.
어디서 막혀 있나.
- [디지털 자산 기본법]은 디지털 자산 2단계 입법이다.
-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예치금 보호와 불공정거래 처벌에 그쳤다면, [디지털 자산 기본법]은 사업자 인가와 코인 발행, 공시까지 산업 전체의 규칙을 만드는 법이다.
- 민병덕(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했고, 정무위에 비슷한 법안 8건이 계류돼 있다. 정부 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억원(금융위원장)은 “막바지 협의 중”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 박성훈(국민의힘 의원)은 “김용범(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해시드 오픈리서치 대표를 했었다”면서 “보이지 않는 윗선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억원은 “지시 받은 건 없다”고 답변했다.
- 걸림돌은 두 가지다.
- 첫째,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하느냐,
- 둘째,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얼마나 허용하느냐다.
- 안도걸(민주당 의원)은 “둘 다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일축했지만 여기서 멈춰 있는 건 사실이다.
- 업계에서는 대주주 지분 제한을 밀어붙이던 김용범이 물러난 뒤 이재명(대통령)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관측이 돈다.
첫째, 누가 발행할 것인가.
- ‘51% 룰’이 쟁점이다. 한국은행은 은행이 지분 50%+1주 이상을 가진 컨소시엄만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국민의힘은 한국은행의 입장에 가깝고 민주당은 민간 주도로 가자는 입장이다.
- 한국은행과 민주당이 충돌하는 구도다. 민병덕(민주당 의원)은 “은행이 발행하면 안전하고 은행 아닌 데가 발행하면 안전하지 않다, 이게 어디서 나온 논리냐”고 반박했다.
둘째, 민간 주도의 공공 인프라, 지분 제한은 어떻게.
- 이른바 지분 캡 이슈다.
-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원칙적으로 20%로 묶고, 신규 사업자 등에 최대 34%를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주요 거래소는 이미 대주주 지분이 20%를 웃돈다.
- 국민의힘은 지분 캡에 반대한다. 박성훈(국민의힘 의원)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없을 반헌법적 규정”이라고 했다.
이창용과 신현송.
- 이창용(전 한은 총재)은 “비은행 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통화정책 효과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이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 신현송(한은 총재)은 다르다.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기업이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범용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절대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 발행 주체를 두고 국민의힘은 은행 중심으로 시작해서 핀테크로 확대하자는 입장인데 민주당은 의원들끼리도 의견이 다르다.
- 거래소 지분 제한도 국민의힘은 강력하게 반대하는데 민주당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기 때문인지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야기들.
- 안도걸(민주당 의원): “어떻게 보면 비본질적인 문제로, 이게 쟁점이 돼 가지고 지금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발행사와 거래소 지분 문제를 두고 한 말이다.
- 이억원(금융위원장): “이미 다 내용은 준비를 해 놨는데 막바지 협의들을 하고 있다.”
- 민병덕(민주당 의원): “은행이 발행하면 안전하고 은행 아닌 데가 발행하면 안전하지 않다. 이게 어디서 나온 논리인가.” “마차 시대에서 자동차 시대로 바뀌었다. (중략) 그런데 계속 자동차 위험하다고 하면서 우리 마차 더 잘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야기만 하면 안 된다.”
- 이강일(민주당 의원): “올해 들어 9월까지 63조 원이 빠져 나갔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누가 발행할 것인지 논쟁하고 있는 사이에 케이먼 제도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고 있다.”
- 김태년(민주당 의원): “실제 사용할 시장이 없다면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바꾸는 환전소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 김남준(민주당 의원): “해외 크립토 카드가 AI 구독료 할인과 관세 회피의 ‘꿀팁’으로 돌고 있는데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서는 이용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송언석(국민의힘 의원): “디지털 자산의 성격과 정책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채 과세만 먼저 이뤄지고,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유예됐는데 왜 디지털 자산만 바로 과세하느냐는 불만이 많다. 정부안도 없는데 2027년 1월 과세가 시작된다. 법안을 마련할 때까지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
- 신현송(한국은행 총재): “스테이블 코인은 민간 기업들이 진행을 하는 게 맞다.”
- 박성훈(국민의힘 의원):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표류하고 있는 건 금융위원회 원안에도 없는 대주주 지분 규제 때문이다. 아마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만한 반헌법적 규정이다. 누구의 지시로 만들어진 건가.”
팩트를 다시 보자.
- 스테이블 코인 때문에 환율이 흔들린다는 주장은 입증된 바 없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 코인 진입 장벽을 낮출 경우 스테이블 코인과 외환시장의 연계가 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국내 달러 코인 거래는 줄고 있다.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는 2024년 말 하루 1조 원 안팎에서 2025년 6월 하루 2380억 원으로 줄었고, 올해 7월에는 하루 2000억 원 수준이다. 세계 시장도 정체 상태다. 10월 20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3000억 달러 수준이다.
- 결제 규모도 아직 크지 않다. 140여 개 기업이 참여한 OUSD의 시가총액은 8.4억 달러로 전체 시장의 0.3% 수준이다.
어떻게 될까.
- 첫째, 은행 중심 컨소시엄과 거래소 지분캡을 함께 담아 통합법으로 가는 방안이 있다.
- 둘째, 스테이블 코인 발행 규율만 먼저 떼어내고 거래소 지배구조는 뒤로 미루는 방법도 가능하다.
- 셋째, 과세 유예 논쟁과 엮여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 은행에 맡기면 안정성을 얻는 대신 기존 금융 권력이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간다. 핀테크와 빅테크에 열면 혁신을 얻는 대신 플랫폼 독점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거래소 지분 이슈도 풀어야 한다.
- 정부가 안을 내야 논의가 진행된다.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익명을 요구한 한 디지털 자산 업계 관계자는 “입법 지체는 국가 경쟁력과 결제 주권의 포기로 직결된다”면서 “100점짜리 법안을 만들려다 해외 플랫폼에 안방을 내어주기보다는 제도의 불확실성을 즉각 해소해야만 달러 생태계에 종속되는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