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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선거제도 개혁을 막는가" – 참여연대 이선미 인터뷰

선거구 획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어제(2016년 2월 28일)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 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는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하고, 이를 국회에 공식 제출했다. 국회는 획정위 안을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선거구 획정안은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언제 획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지 그 시점은 미지수다.)

참고 업데이트: 2016년 2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위해 필리버스터 중단 방침을 정했다. 더불어민주당는 3월 2일 이종걸 원내대표를 마지막 주자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예정이다. (편집자, 업데이트 시각: 2016년 3월 2일 오전 3:10)

획정위 최종 획정안 (제20대 총선)의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9개 지역구가 통폐합된다.
  • 16개 지역구는 새로 생긴다.
  • 전체로는 지역구 7곳이 늘어, 지역구는 총 253석으로 늘어난다.
  • 비례대표는 그만큼 줄어 현 54석에서 47석으로 줄어든다. 

국회

극심한 ‘진통’ 끝에 태어난 20대 총선 선거구는 유권자 표를 얼마나 잘 반영할 수 있을까.

이번 획정 논의는 표의 대표성, 특히 지역구 인구 편차에 따른 표의 등가성 훼손을 바로 잡으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출발했다. 기존 선거구별 인구 편차의 허용 범위를 3:1에서 2:1로 줄이라는 게 헌재 주문이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가장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의 대표성은 이번 획정안으로도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죽은 표'(사표)는 여전히 자신의 대표를 찾지 못한 채, 20대 국회에서도 계속 떠돌아다닐 것이다.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문제를 담당한 이선미 참여연대  시민감시 1팀장에게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의 의미를 물었다.

이선미 참여연대  시민감시 1팀장 인터뷰 

 

이선미 참여연대 시민감시 1팀장

이선미팀장

 

총평 

– 이번 선거구 획정 결과를 점수로 환산하면?

30점.

– 왜 그렇게 평가하나.

의원 총수가 유지됐고, 지역구는 늘었으며, 비례는 줄었다. 결과적으로 농어촌은 지역구가 묶여서 줄었고, 서울이나 경기·인천권은 의원 수가 늘었다. 현재 54개 비례대표 의석도 부족한데 더 줄었다. 시민사회의 바람은 결과적으로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 지역구가 늘어난 만큼 비례는 축소했는데.

비례 확대는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한 오랜 숙원인데, 전혀 반영되지 않고 후퇴했다.

–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비례 축소’라고 보는 건가.

그렇다. 숫자는 줄이되 줄어드는 만큼 비례성을 보완하는 방안이 있었으면 모르겠지만, 현 선거구 최종 획정안은 그렇지도 못하다. 더블어민주당는 비례성을 확보 방안을 요구했지만, 결국 관철하지 못하고 새누리당에 밀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 의원 수를 늘리지 않고 대표성(비례성)을 확보할 방안?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쉽게 설명하면 이런 제도다. 지금은 1인2표(지역/비례)로 지역구와 비례를 별산한다. 연동형은 비례표가 지역표에까지 영향을 준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와 비슷한데?

맞다. 하지만 학자들은 엄밀하게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독일식 정당명부제

– 예시를 통해 좀 더 쉽게 설명하면. 

A당이 비례투표로 40%를 받았다면, 의원 총수 300명의 40%이니 총 120석을 가져가는 제도다.

– 비례투표를 우선 기준으로 당선 의원 총수를 정하는 건가? 

그렇다.

– 위 예시에서 A당은 지역구를 어떻게 분배하나?

지역구에서 1등 한 후보가 100명이면, 100명은 당선되고, 나머지 20명은 비례(순번)로 당선되는 거다.

– 가정해서 A당이 40%를 받고, 120석을 확보했는데, 1등 한 사람이 140명이면?

지역구 140명이 모두 당선으로 인정되고, 비례는 0명이 된다.

– 지역구 1위 후보자는 무조건 당선이 되니, 결국 의원 총수 300명을 넘어서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지 않나. 

그렇다.

– 이렇게 하면 좋은 점은?

유권자 표심이 의석에 제대로 반영된다. 정당은 표를 얻은 만큼 의석을 가진다. 또 후보자 개개인의 명망이나 지역공약에 치중하지 않은 정당 대표성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각 당의 정책이 투표에 더 영향을 주게 된다.

– 참여연대와 함께 작업한 뉴스타파는 최근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약 이행률에 100점 만점에서 36점을 줬다. 공약이행률이 대단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뽑는다. 쉽게 말해 합리적 투표를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는 공약이행률이 판단 기준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어떤 유권자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정당을 새누리당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는 합리적인 투표를 했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주세요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에 등장한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주세요”라는 플래카드. 여당의 지방선거 전략은 정책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박근혜 지키기”로 올인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그게 먹혔다.

– 이른바 ‘묻지마 지역 투표’ 경향을 보이는 유권자도 각자 위치에서는 ‘최선’의 투표를 했다고 보는 건가. 

현재 정치 상황에서 최선은 없다고 본다. 차선과 차악이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유권자가 지역 투표의 경향을 보이더라도 각자의 위치에서는 합리적인 투표를 했다고 가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

– 그럼에도 의문이 든다. 비유해보자. 정당(후보)을 학생, 유권자가 선생님라면, 36점 맞은 학생을 계속 칭찬하고 있는 셈이다. 36점 맞은 학생을 계속 반장 시켜 주고, 학생회장 시켜 주고. 합리적이지 않은데?

모두가 36점이라고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고, 야당이 발목 잡아서 그런 성적을 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판단하는 게 옳다는 건 아니지만.

– 현재 상황이 이럼에도 정책을 강조하는 제도적 방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보나.

우선은 비례성(대표성)을 높이는 방법이고, 부가적으로 정당의 책임정치나 정책선거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 설명을 들으니 꽤 좋은 제도 같은데, 앞으로는 실현될 수 있을까. 한국 정치지형에서 실현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 왜 그렇게 전망하나. 

거대 양당 모두에게 불리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누가 선거제도 개혁을 막는가 

– 왜 현실 정치권에서 수용하지 않는가.

선거제도 논의를 거대 양당이 주도하니까. 연동형 제도는 자신들에게 불리하다. 그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새누리 더민주

– 새누리당에 현 제도가 유리한 건 알겠다. 더불어민주당에도 그런가.

유리하다. (- 새누리당보다 더? 덜?) 새누리당보다 ‘덜’ 유리하긴 하지만, 유리하다는 건 확실하다.

선거구 획정 논의에 양당을 제외한 군소야당은 현실적으로 배제됐는데.

사실상 두 거대 정당이 논의를 주도했다. 선거제도는 특정정당의 유불리, 현역의원의 기득권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군소 야당이 논의 테이블에 들어가지 못한 점도 문제고, 무엇보다 유권자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본다.

– 유권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대안은?

현실적으로 버려지는 표가 얼마고, 지역 구도가 어떤 상황이고, 우리 국회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를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의 표피적인 여론조사가 아니라 ‘공론조사’라고 우리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 과정을 반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유권자를 만나서 ‘사표(대표자 선출 결과에 반영되지 않는 표)’ 수치를 보여주면, 달리 느끼는 것 같다. 절반 가까운 표가 사표라는 걸 설명하면, 현재의 선거제도가 불합리하다는 걸 좀 더 피부로 느낀다.

19대 국회의원 선거 사표 비율

  • 전국 사표 평균: 46%
  • 가장 높은 비중의 사표가 발생한 지역: 충청남도 (54%)
  • 가장 낮은 비중의 사표가 발생한 지역: 경상북도 (38%)

데이터 출처: 뉴스타파 – 결과에 영향을 못 끼친 표들

– 비유인데, 노사정위원회처럼 유권자의 직접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 유권자의 직접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에도 증명되었다고 본다. 이번 결과 역시 거대 양당의 이익에 따라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 현실적으로 이 구상을 실현, 혹은 거대 양당에 압박할 방법은 뭐가 있을까. 단계적으로 ‘공약평가위원회’를 만들어 문제 의식을 확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위원회를 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유권자들이 막연한 인상비평이 아니라 만약 비례대표제라고 하면 이를 숙의하고, 실제로 이 제도가 어떤 점이 문제이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시간을 두고 고민하고, 연구해서 사회 전체적으로 문제의식을 확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획정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대해 평가하면.

이번에 처음으로 독립적인 기구로 구성(선관위 1명, 여야 추천 각각 4명씩 총 9명의 획정위원)되었고, 권한도 꽤 많이 부여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 획정위의 핵심 권한을 설명하면.

획정안을 국회가 수정할 수 없도록 했고, 가부만 묻게 했다. 하지만 실제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로는, 언론에서 표현한 것처럼, 거대 양당의 대리전이었다고 본다. 정치권의 압박으로 획정위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 획정위원이 자율성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그 원인을 의결 기준이 2/3이기 때문에 1/2로 하자거나 선관위 몫을 늘리자는 의견도 있고 그랬는데, 어떻게 보면 위험한 해결방식이라고 본다.

– 왜 그런 개선안이 위험하다고 보나. 

일단 선관위 추천 몫을 늘리자는 건 선관위가 헌법기관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립적인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그리고 의결 기준을 과반으로 낮추자는 개선안은 것은 결국은 다수결의 논리인데, 결과만을 중시하고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방식인지 의문이다.

– 어쨌든 결과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현 구조에서 2/3 합의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과반이라고 하면, 현 구도에서 여야 4:4는 뻔한 거고, 선관위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선관위의 결정이 중립적일 것이라는 점에서 의문이라는 거다.

– 결국, 획정위에서 개혁적인 안은 나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그렇다. 물론 과정(공청회 등)에서 여러 의견을 수렴할 때는 비례대표를 늘리는 안 등 전향적인 논의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거대 야당, 특히 새누리당이 획정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획정위원회를 무력화했다고 평가한다.

– 새누리당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했는데. 증거가 있나.

증거는 없다.

– 그럼 왜 그렇게 확신하나.

새누리당이 획정위원회가 논의를 진행 중일 때,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려야 한다는 발언을 연일 쏟아냈고, 언론은 이를 계속 보도했다. 그런 상황에서 여당 추천위원이 새누리당 지도부의 ‘시그널’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본다.

선거구획정위원회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938712.html

선거구획정위원회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 끝으로 독자에게.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정치 개혁은 불가능하다.

선거제도가 ‘제도’의 이야기라서 좀 복잡할 수는 있지만, 선거제도는 결국, 우리가 가진 ‘표의 가치’에 관한 이야기다. 20대 국회에서는 결국 비례대표가 줄었지만, 20대 국회 개원 이후부터 국회 안팎에서 선거제도 논의가 활발하고, 또 활발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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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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