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한국의 이동통신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무선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의 트래픽을 이용자의 요금제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한해왔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가 음성통화 매출에 영향을 끼쳐 자신들의 수익기반이 약해지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세웠다.

2015년 5월 들어 이통사들 “데이터 중심 요금제” 발표

그러던 중 이통사들은 5월 들어 하나둘씩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출시를 알렸다. 통신소비 패턴이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는 기본요금에 포함을 시키고, 데이터 위주로 요금제를 개편하겠다는 선언이었다. (KT: 5월 7일, LG유플러스: 5월 14일, SK텔레콤: 5월 19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

SK텔레콤이 이통3사 중 마지막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발표하자 미래창조과학부도 5월 19일 보도자료를 내며 통신비 경감 효과가 있을 거라면서 홍보를 했고, 각종 미디어는 “통화·문자 공짜 시대”라는 문구를 이용해 가며 이를 보도했다.

이 요금제의 특징 중 하나는 그동안 트래픽을 제한해왔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요금제의 데이터 한도 내에서는 제한 없이 허용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제한은 존재한다. 요금제의 데이터 한도 내에서만 허용하기 때문이다.

[box type=”note”]LG유플러스는 요금제 안내에 데이터 한도를 넘어가면 속도 제한이 걸려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고, SK텔레콤과 KT는 한도 내에서만 허용한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편집자)[/box]

즉, 여전히 특정 서비스의 사용량을 제한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과거와 다르게 무제한 허용!”이라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전보다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반쪽짜리 개선이요, 차별의 연장인 셈이다.

비교할 만한 최신 사례가 있다. 2015년 6월 17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AT&T에 벌금 1억 달러를 부과했다. 이유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 가입자 수백만 명의 인터넷 전송 속도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늦췄다는 것. 망중립성 의무 위반에 대한 정부의 제재인 셈이다.

이통사는 자기 마음대로, 정부는 구경만

일반적인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데이터를 요금제 한도보다 더 많이 사용하면 사용한 만큼 돈을 지불하며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화려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들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이 특정 서비스의 트래픽을 별다른 근거 없이 요금제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이해할 수 있을까.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2011년, 2013년, 2014년 계속해서 각종 기준과 가이드라인, 정책을 발표해왔지만, 이 점은 2015년 현재에도 여전히 시정되지 않는 점이다.

  • 2011년 12월: 망중립성 및 인터넷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 2013년 12월: 통신망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
  • 2014년 6월: 2014년 가계통신비 경감 방안

한국의 망중립성 정책들

물론 이통사들이 음성 통화와 문자를 기본요금에 포함하는 요금제를 내놓음으로써 반드시 인터넷으로 통화를 해야 할 필요성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이통사가 별다른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특정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는가?”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부터 정부는 이제까지 기간통신사인 이통사의 근거 없는 차별을 한 번도 제대로 규제한 적이 없다.

시계를 돌려 2015년 5월 초, 망중립성 법안 발의

2015년 5월 1일 유승희 의원은 망중립성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 중 핵심사항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이통사는 합법적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차단할 수 없다.
  • 이통사는 정보통신망에 해가 되지 않는 기기를 차단할 수 없다.
  • 이통사는 콘텐츠와 서비스의 유형, 제공자 등에 따라 트래픽을 차별할 수 없다.
  • (※ 단, 예외는 있다. 정보통신망의 보안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일시적인 과부하가 생겨서 다수의 이용자를 보호해야 하는 등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가 필요할 때는 차단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출 보호’는 ‘합리적 트래픽 관리’가 아니다

망중립성 법안은 이통사가 앞으로 새로운 서비스 혹은 자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서비스가 나왔을 때 그 서비스의 트래픽을 함부로 ‘차단’하거나 ‘서비스양의 제한’을 두는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그간 이통사가 스스로 여러 번 밝힌 것처럼 자사의 매출 보호를 위해 자사의 음성통화 서비스와 경쟁 관계에 있는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의 사용량을 제한하는 것은 “합법적인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행위”로 간주해 위법이 된다.

역무 의무 위반을 더욱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다

이미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동통신사가 ‘역무 제공’을 거부하면 형사 처벌하게 되어 있으며 자의적으로 판단해 데이터 송수신을 차단하는 게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제3조(역무의 제공 의무 등) 제1항: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업무를 처리할 때 공평하고 신속하며 정확하게 하여야 한다.

이 새로운 망중립성 법안은 이통사의 이익을 위한 인터넷전화서비스 사용량 제한이나 차단은 역무제공 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보다 분명하게 밝히는 효과가 있다.

[box type=”info” head=”보편적 역무란?”]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전기통신역무로 이용자의 사회적 계층 및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국민이 지불 가능한 수준의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통신 서비스를 말합니다.

출처: KT 홈페이지[/box]

진정한 경쟁과 발전을 위해

망중립성 법안은 결국 여러 기업과 개발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자유롭게 꿈꿀 수 있게 하는 기초다. 지금처럼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일부만 되고 하는 식의 서비스 환경이라면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위한 상상의 날개는 꺾일 수밖에 없다.

대중

이렇게 제한된 상상력은 결국 소비자의 후생 저하로 이어진다. 이는 결국 한국 인터넷 서비스 산업 전체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 업체가 하지 않아도 결국 외국 기업과 외국 개발자가 만들 것이고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면 뒤따라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5년 6월 국회가 이 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길 기대한다.

[divide style=”2″]

[box type=”note” head=”미국의 사례”]
미국의 2011년 망중립성 규칙(Open Internet Rules)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유선(fixed)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컨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이하 “콘텐츠 등”)의 차별은 모두 금지, 무선(mobile)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웹사이트 및 이동통신사와 경쟁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 차단금지”

여기서 “차단”은 서비스의 완전 차단뿐만 아니라 ‘특정 사용량 이상에서 차단’하는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2015년 망중립성 규칙에서는 “유선, 무선 모두 합법적인 콘텐츠 등에 대한 차단금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2015년 FCC오픈 인터넷결정문, 110문-132문), 이 차단금지 의무에는 “이동통신사가 자신의 서비스와 경쟁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특정 사용량 이상에서도 차단해서는 안 될 의무를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box]

[box type=”note”]

오픈은 이 글을 함께 기획하고, 슬로우뉴스의 재정을 지원한 시민단체로 인터의 자유, 개방, 공유정신을 지향합니다.

[/box]

관련 글

첫 댓글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