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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뉴스가 ‘잊혀질 소리’를 찾아 나섭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2014년 3월 7일 오전 국제친선 조찬기도회(국회 도서관)에서 게임은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이라고 또다시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소리를 했네요.

“(인터넷 게임 등 4대) 중독은 하나님 이외에 매이는 것”

기획/디자인: 써머즈
기획/디자인: 써머즈

출처를 찾아서

황 대표는 “4대 중독은 마약, 알코올 도박은 물론 최근 인터넷게임까지 여기에 포함된다”며 “학자들에 따르면 중독자가 이미 600만 명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님 이외는 어떤 것도 매여서는 안 된다”면서 “분명한 신앙으로 중독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설득했다.
– 백봉삼 (ZD넷코리아), 황우여 “신앙으로 중독 해결” 발언 논란, 2014년 3월 7일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아서

황우여 대표의 ‘구원자’ 코스프레는 이미 지난 해 10월에 접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이 나라에 만연된 이른바 4대 중독, 즉 알콜, 마약 그리고 도박, 게임중독에서 괴로워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의 고통을 이해,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하여야 합니다”

– 황우여,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 중에서, 2013년 10월 7일

당시 슬로우뉴스는 그들이 게임업계에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지 근심했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인터넷 게임 중독 문제는 학계에서 논란 중일 뿐이었으니까요. 우리는 ‘게임이 문제라고요? 그 게임 제목이 뭔가요?’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게임 때문에 얼굴은 사람인데 뇌는 짐승인 아이들”(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이라는 주장에 대해 ‘무엇이 아이들을 죽이고 있나’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질문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들’에게 게임은 이미 ‘악’입니다. 왜 그런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공부해야 할 시간을 빼앗는 게임이 미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 악을 처단하자고 종교계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악이라면 이 악으로부터 세상을 구해야 하는 건 필연적인 귀결입니다.

마치 중세의 십자군 전쟁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들의 뜻이 고귀한 것이었더라도, 그 무지에 바탕한 전쟁이야말로 악입니다. 전쟁은 전쟁 자체를 통해 악으로 변질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맹목적인 저주와 무지로 비롯한 약탈과 살육이 반복됩니다.

200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리스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십자군에 의한 침략과 학살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했습니다. 십자군 원정이 있은 지 10세기 만의 일이었습니다.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게임을 4대 악, 4대 중독으로 규정하는 소위 ‘게임중독법’이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을 악마화하는 십자군의 학살과 약탈이 이 땅에서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일방적인 규제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한순간에 ‘마약제조자’로 전락한 게임개발자들을 향해 독일 지방정부는한국의 개발자들이여, 독일로 오라!’고 손짓합니다. 게임중독법 논란에서 가장 필요한 건 여전히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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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소위 불리고 있는 게임중독방지법에 정확한 내용은 다 알지 못하지만 게임회사에 대한 규제 내용이 포함될 뿐 게임을 하는 사용자에 대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약 도박 음주와 같은 증독은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나 방침등이 있으나 그러한 내용이 없다는 것은 모순처럼 보입니다. 게임중독방지법에 포함되는 몇가지 항목들로 미루어 봤을때 인터넷 미디어에 대한 통제를 위한 단계로 보이며 그 중에 기성세대에게 쉽게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이 이들 눈에 그 기반을 다지기 위해 적합한 존재로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확대 해석하는 경향은 있지만 그만큼 국가에서도 인터넷 미디어를 장악하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어떤 힘을 가지게 되는지 알고 있을 것이며 우리가 사용하는 대형 포털들이 게임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연관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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