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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슬로우뉴스가 가로수길서점과 제휴하여 좋은 책과 함께 매주 독자를 찾아갑니다. 가로수길서점은 “가로수길에서의 책 한 권”를 더불어 나누고자 2012년 7월에 문을 연 온라인 공간입니다. (편집자)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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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지금, 내가 아는 친구와 지인이 아닌 전혀 모르는 타인의 삶도 우리는 쉽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이의 삶을 단순히 온라인의 사진과 글로 바라봄으로써 동경을 하게 될 때도 있죠. 저도 제 블로그 이웃 분들 중 가끔 포스팅을 보며 나도 모르게 부럽다-라는 말을 내뱉을 때가 있는데요. 하지만 이제 그들도 나와 다르지 않을 거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끔 제 개인 블로그에 “예쁘게 사시네요.”라고 남겨진 덧글을 보았을 때인데요. 사실 제가 마냥 예쁘게 살지는 않거든요. 즉, 타인이 바라보는 나, 내가 바라보는 타인이 전부가 아닐 겁니다. 우리의 인생은 각자의 상황이 다를 뿐 느끼는 감정들은 비슷하리라 생각하는데요. 오늘 가로수길서점에서 소개해 드릴 책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 이면의 모습을 다룬 소설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입니다. “작가들이 칭송하는 작가” “미국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제임스 설터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먼저, 이 책의 저자와 책 소개부터 시작합니다.

저자 제임스 설터는 미국의 소설가입니다. 전투기 조종사로의 길을 걷다, 한국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군에서 집필한 소설 “헌터스”를 출간하면서 전역, 전업 작가로 데뷔하게 되는데요. “스포츠와 여가”, “어젯밤”, “황혼” 등의 소설과 시집, 에세이, 자서전,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작품집필을 하였으며,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언론으로부터 극찬과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2년에는 펜/맬러머드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예일대에서 제정한 윈덤캠벨 문학상 수상자로도 선정되었는데요. 그 중 “가벼운 나날”은 1975년에 발표된 소설로 전원주택에서 두 자녀와 함께 다소 호화롭게 사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결혼과 욕망의 문제를 말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부족할 것 없이 누리는 일상 이면에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허무가 이분법적인 ‘양면’이 아닌 ‘다면’을 지닌 것이 결혼이자 인생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데요.

이 책을 볼까 말까. 좀 더 자세히 이 책을 살펴볼까요? ‘오늘의 책 미리 읽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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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ge. 51
그들의 삶은 미스터리였다. 숲과 비슷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덩어리로 이해되고 묘사될 수 있었지만, 가까이 갈수록 흩어져 빛과 그림자로 조각났고, 그 빽빽함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는 형태가 없었고, 경이로울 정도의 디테일만이 어디나 가득했다. 이국적인 소리와 쏟아지는 햇빛, 무성한 잎사귀, 쓰러진 나무,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에 달아나는 작은 짐승들, 곤충, 고요함, 그리고 꽃. 이 모든 것은 제각각이면서도 밀접하게 엮여 있고, 보이는 것과 달랐다. 실제로 이 세상엔 두 종류의 삶이 있다. 비리의 말처럼, 사람들이 생각하는 당신의 삶 그리고 다른 하나의 삶. 문제가 있는 건 이 다른 삶이고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바로 이 삶이다.

Page. 67
완전한 삶이란 없다. 그 조각만이 있을 뿐. 우리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 모든 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다. 그런데 빠져나갈 이 모든 것들, 만남과 몸부림과 꿈은 계속 퍼붓고 흘러넘친다……. 우리는 거북이처럼 생각을 없애야 한다. 결의가 굳고 눈이 멀어야 한다. 무엇을 하건, 그 반대는 하지 못한다. 행동은 그 대안을 파괴한다. 이것이 인생의 역설이다. 그래서 인생은 선택의 문제이고, 선택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뿐이다. 바다에 돌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우리는 아이들을 가졌기에 이제 애 없는 부부가 될 수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우리는 온건한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인생은 내던지는 게 어떤 건지 알 수 없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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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들은 온기를 잃었다. 때로 정오가 되면 작별 인사를 하듯 한두 시간 여름 같다가 금세 온기가 사라졌다. 근처 과수원 가판대에는 진한 과즙으로 가득 찬 단단하고 노란 사과들이 놓쳤다. 이가 닿으면 사과는 몸을 터뜨렸고, 언쟁 같은 흰 조각들이 이에 남았다. 멀리 있는 밭,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축축한 대지에선 아직 토마토가 덩굴에 달려 있었다. 언뜻 보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토마토는 그 안에서 숨겨지고 보호되었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은 거였다.

Page. 250
나무에 새겨진 나이테처럼, 삶은 흉터로 나뉜다. 인생 초기에 생긴 흉터들은 더 촘촘하다. 시간에 압축된 듯, 이십 년 세월의 상처들은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녀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옛날 것들은 모두 묻어버리고 치워버려야 했다. 아노드가 남긴 이미지, 눈에 감은 두꺼운 붕대며 깊게 든 멍, 고장 난 레코드 플레이어처럼 느려진 말투. 이 상해들이 그녀에겐 징조처럼 느껴졌다. 삶이 주는 첫 번째 공포였다. 삶이 갖고 있는 그 악의에 대한 공포. 그 악의엔 설명도, 치유법도 없다. 그녀는 집을 파고 싶어졌다. 그녀 존재의 모든 방향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었다. 거리에서도, 어둠 속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깨달은 거였다. 한번 보이기 시작하면 사방에서 보인다. 그녀는 지반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아주 작고 가늘지만 분명한 주름을 보았다. 언젠가는 깊은 주름이 될 거였다. 그 주름들은 그의 성격과 운명의 흔적이었다. 예를 들어 그가 비리에게 갖는 약간 비굴한 존경심은 독특한 상황의 결과가 아니라 그의 천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는 어딘가 아첨하는 성격이 있었다. 성공한 남자들을 지나치게 존경했다. 그의 자신감은 신체적인 것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자기 방에서 웨이트를 들어 올리는 젊은 남자 같았다. 그는 힘이 셌지만 그 힘은 유아적이었다. 그들 사이에 뭔가 달라졌다. 그녀는 언제나 그에게 애정을 가질 터였지만, 여름은 지나갔다.

Page. 410
언제나 그렇듯 그녀는 조금 먹었고, 그는 이제 익숙했다. 마침내 그는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는 걸. 그는 삶을 여기서 보낼 터였고, 다른 삶이 아닌 이 삶을 살 것이었다. 인내심, 그는 생각했다. 그것이 생길 거라고. 빵이 맛있었다. 그는 농부처럼 빵 조각을 와인에 담갔다가 먹었다. 이곳은 그녀의 바다였고, 이 햇빛은 포도 잎 사이로 그들 위에 떨어졌다. 그 안에서 그녀가 반짝였다. 짧은 머리카락은 빛났고, 수줍음도 사라졌다. 눈 밑에 자리 잡은 푸르스름한 다크서클이 관능적이었다. 그녀는 마치 난민 같았다.군대가 지나가는 것을, 파괴와 부조리를 목격한 여인 같았다. 이 모든 것들을 겪고 살아남은.

볼까말까 이 책!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감상은 어떨까요? SNS상 독자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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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고이즘 님 : 제임스 설터의 소설책은 독서 입맛이 완전 떨어진 나에게 찾아온 갓 구운 바게트빵과 같은 책이다. 따뜻하지만 딱딱하고, 딱딱하지만 부드러운, 뒷맛이 오래 남는 그런 빵. 덜 익숙하고 덜 무관심한 다정함이 넘친다. <달빛책방> 속 ‘독서슬럼프를 탈출하는 법’에서 강조했던 ‘때와 장소를 바꿔가며 읽어라’라는 규칙을 활용할 필요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읽게 되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과 동시에 읽고 있다는 껄끄러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증샷이 무안할 정도다. 다들 근성이 있는 사람들인데도… 설터 열풍에 흔쾌히 동조하는 것이 놀랍다. (중략) 1975년작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중략) 아, 이 단순한 문장을 읽고 얼마나 심장이 뛰던지. 사춘기 소녀로 돌아간 것처럼 <새의 선물>을 처음 읽던 그 밤으로 돌아간 것처럼 그렇게 나는 이 소설을 아프게 읽고 있다.
  • 강윤정 님 : “우리는 정말 한 계절밖에 없는 걸까요? 여름 한철?”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이제 지난 건가요?” 설터의 『가벼운 나날』 속 이 문장은 여름 내내 떠올라 끊임없이 괴롭힐 테지. 아니 이 소설 자체가 그래.
  • imseonbin 님 : 외과의사인데 시인협회 회원이시기도 하시다는 어떤 어르신 시인께 “아, 체홉 같이요?” 라고 말했으나 묵살 당했을 때의 홧끈거림이 생각나는 제임스 설터의 소설 <가벼운 나날> 야금 야금 아껴서 읽고 있다. 아깝다.. 줄어드는 것이..
  • 소설가 함정임 님 : 제임스 설터, 신작 소설 <가벼운 나날>을 받았다. 한국에 소개되었던 그의 첫 소설집 <어젯밤>에 대한 인상을 쓴 적이 있는데, 뉴욕에서의 설터. 그의 소설 공간과 인물이 궁금하다.
  • 소설가 정이현 님 :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이 드디어 나왔구나. 교정지 넘기기 전엔 절대 안읽을테다! 기다리는 책이 늦게 도착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기는 처음이다 :)
  • 빨간바나나스무 살 무렵 앞날에 관한 확신에 찼던 나는 흔들리는 타인들이 시시했다. 지금은 그것이 자만이었음을 안다. 스무 살에 멀어지니 모호한 미래보단 고단한 현재를 잘 견디고 싶다. 산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가벼운 나날』은 타인의 눈에 행복해 보이는 비리와 네드라 부부가 이혼 후 삶(혹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중략) 제임스 설터의 문장들은 ‘수영할 때 민물 가자미가 몸속으로 들어오듯’처럼 직유법 문장이 많다. 비유를 통해 드러난 문장은 경험하지 못한 삶을 상상하게 함으로써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를 내 상황과 심리로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그 마법은 잊었던 나의 일부를 찾아주었다. 그의 비유 문장은 세상에 대한 예리한 관찰의 결과일 것이다. 삶의 의외성, 관계의 친밀성 앞에 또다시 무너지겠지만 오늘의 나는 누군가의 ‘나’가 아닌 나만의 ‘나’로 살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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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판타지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는 편인데요. 단순히 이야기를 즐기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을 반추하고 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어쩌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전 이 책을 개인적으로 천천히 꼭꼭 삼키듯 읽고 싶어서 그 시작을 조금 미뤄두고 있는데요. 여름 휴가 때 하루는 시원한 그늘에 누워 온종일 이 책에 빠져보면 어떨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여름휴가 가방에는 어떤 책이 담길까 문득 궁금해지네요.

[box type=”info”]본 게재본은 원문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가로수길서점 블로그의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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