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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게임업계에 원하는 것

이제 게임은 악이다. 집권 여당 새누리당 대표 황우여가 구원자로 나선다.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 그의 ‘4대 중독’ 혹은 ‘4대 악’ 관련 발언을 다시 들어보자.

“이제는 이 나라에 만연된 이른바 4대 중독, 즉 알콜, 마약 그리고 도박, 게임중독에서 괴로워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의 고통을 이해,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하여야 합니다”

– 황우여,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 중에서, 2013년 10월 7일

악의 열매들
(Ian D, ‘Games’ CC BY)

게임규제법의 종착지는 ‘기금 징수’

게임규제법의 핵심은 게임 유해성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게임개발사로부터 징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률상 유해성 규정은 징벌적 부담금 징수를 위한 근거가 된다. 다시 말해 게임개발사로부터의 기금 징수가 게임규제법의 최종 종착지다. 툭하면 매출의 5%를 떼어가겠네 어쩌겠네 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전체 컨텐츠/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수출 규모에 있어 2010년 기준 게임이 16억 달러, K-POP 등 음악이 약 0.8억 달러였고, 한국 게임업계의 매출 규모는 7조 4천억 원에 이른다(주1). ‘게임은 무엇인가?’ ‘이 산업에서 거두는 수출실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와 같은 본질적인 문제는 사실 입법자에게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일본의 방송저널리스트 츠쿠시테츠야가 언급한 것과 같이 정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의 몫을 빼앗기 위해 다투는 과정이다. 로비와 로비가 모여 구성되고, 충돌하며, 나아간다. 통상 게임산업에서 나오는 수익은 다시 해당 회사의 R&D(연구개발)나 종사자, 투자자, 주주들의 이익에 환원되는 것이 기본적인데, 여기서 ‘우리에게도 좀 떼어다 주라’고 불쑥 튀어나온 것이 [게임중독예방기금] 등으로 불리우는 징벌적 부담금들이다.

보이스카우트의 비밀

이들은 왜 불쑥 게임업계의 수익을 탐낸 것일까. 작년 봄에 쓴 ‘보이스카우트의 비밀’이라는 글을 다시 인용해본다. 아래 내용은 나와 친구의 대화 로그를 복사해 정리한 것이다.

rainygirl @ 2004년인가 2005년인가 청와대 오찬에 간 적 있어요. 이상하게 청소년 육성 관계자 오찬간담회인가에 껴서 갔는데(전 그런 일 종사자 아니에요), 옆자리가 스카우트 회장인가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보이스카우트 총재 걸스카우트 총재인가 둘이서 한단 소리가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보이스카우트가 망해가고 있으니… 스카우트활동을 해야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게끔 법률을 개정하면 그것이 우리의 살길이니 건의하자”고 작당하는 걸 옆에서 들었죠. (11:43~11:45)

ㅁㅁㅁㅁㅁㅁ @ 뭐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45)

rainygirl @ .. 이듬해 ‘청소년활동진흥법’이란 게 진짜 통과됩니다. 열우당 주도로 의무적으로 그런 활동 하도록 시간도 정해놨어요. (11:45)

빌딩 지을 때 예술조형물을 반드시 설치토록 지자체 조례를 만들어 조각가들이 먹고사는 것처럼 (한국, 서울 강남구), 또는 새집을 지을 때 반드시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토록 하여 전기차 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처럼(미국,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 경우에 따라선 저마다의 분담을 통해 공공에 유익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도 일리는 있다. 이러한 형태의 제도는 아주 많아서 방송사는 방송발전기금을,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같은 곳은 국민체육진흥기금을 부담한다.

게임규제를 주창하는 측에서 노리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많이 벌고 있으니 기금을 내놓으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누가 게임규제를 원하는가

이제 게임규제를 주창하는 그들이 누구인지 살펴볼 때이다. 앞서 소개한 대화내용에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힌트가 숨어 있다.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은 더 이상 학생들의 군사체험 활동이 인기를 얻지 못하자 관련 입법 로비활동을 통해 명맥을 유지하자는 결의에 나선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이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17대 국회의원 탄돌이로 들어온 그 의원이 주도한 것 맞다). 가엾게도 아이들만 멍청한 법 때문에 의무적으로 관련 활동을 수행하고 확인증을 받아 제출하는 수고를 들이며 청소년수련시설업계 종사자들에게 시간을 빼앗기게 되었다.

사실 90년대 후반부에 도입된 학생 봉사활동 의무화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발성에 대한 숱한 논쟁을 뒤로하고 무작정 일정 봉사시간을 채우지 않으면 입시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엄포 속에 아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만 했다. 덕분에 수많은 기관들이 학생들의 노동력을 염가에 착취하는 데에 지대한 도움을 얻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런저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그들은 나아가 ‘청소년활동진흥법’이라는 법률까지 만들어 청소년들의 체험활동을 대학입시에 반영토록 하고, 이 활동 운영기관들의 운영을 국가 예산으로 보조하며, 청소년들의 참여기록을 국가기관에서 위탁 관리토록까지 하였다.

이렇게 그들은 지난 수년간 학교입시제도를 빌미로 사교육 학원산업으로부터 아이들을 빼앗아오는 데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실적은 미미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다음 공략목표로 PC방에 죽치고 있는 청소년들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게임이나 하고 공부는 안 하고 이 녀석들아!’

꼰대 어른의 자세로, PC방에 죽치고 있는 그 아이들 또한 그들의 체험프로그램에 들어와 어른들 보시기에 ‘건강한 지덕체’를 수련 연마하는 청소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는 사명감 비슷한 마음을 가졌던 거라면 ‘체력’을 논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주목했던 것은 청소년의 성장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청소년체험활동 업종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간 사교육 학원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리고 이제는 나아가 게임업계와 경쟁을 벌이는 형국인 것이다. 나이키의 경쟁사가 닌텐도인 것처럼, 이 다툼의 바탕에는 아이들에게 주어진 여유시간을 둘러싼 관련 업계의 경쟁구도가 깔려 있다.

하물며 파편화된 사교육산업 주체들과의 다툼과 달리, 거대한 상장기업들로 이루어진 게임업계와의 다툼이기에, 이들은 자기 강화 진흥입법이 아닌, 상대를 억누르는 규제입법으로 진로를 수정한다. 그렇게 그들은 청소년수련활동지도사, 청소년상담사, 유해매체단속반, 영상물등급위원 등의 직함을 벗어던지고, ‘게임중독 예방 전도사’로 변신한다.

‘게임중독 예방 전도사’의 등장

예를 들어, 게임규제법안 추진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이력은 다음과 같다.

  •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간사
  •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총무
  •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총무
  •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
  • 영상물등급위원회 게임제공업소용게임물 등급분류소위원회 의장
  •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 국가청소년위원회 매체분과 정책자문위원
  • 이후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교육 민간기관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설립

저서는 다음과 같다.

  • 요즘 아이들 힘드시죠 (1995)
  • 대중문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1998)
  • 공부 집중력 확 높이는 우리 아이 게임 절제력 (2010)

이 아저씨는 게임업계에서는 생방송 TV프로에 나와 게임에 대한 혐오성 발언을 쏟아내기로 유명해 ‘막말’ ‘망언’ 제조기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독실한 신자이시며, 청소년유해매체환경에 맞서 싸우며 청소년들을 보호하고자 지대한 노력을 해오신 고결한 분이시다. 헌데 ‘퇴폐대중문화에 분노하여’ [대중문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책에 공저자로도 나서고,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게임등급분류에 나서시더니, 지금은 스마트폰과 게임과 맞서 싸우는 ‘게임중독 예방 전도사’, ‘스마트폰 중독 예방 전도사’가 되었다.

주옥 같은 말씀만 골라 하신다

주옥같은 말씀만 골라 하신다

‘청소년 수면권’ 도입해 ‘게임셧다운제’ 만들다

그 분의 업적을 다시 돌이켜보겠다. 첫 시작은 ‘청소년 수면권’이라는 기상천외한 개념을 도입해 ‘게임셧다운제’라는 세계 초유의 괴이한 제도를 입법 통과시킨 것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라는 단체에서 이 입법 활동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나는 당시 그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토론 패널로 나와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그들에게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인권으로서의 청소년 수면권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그간 무자비하게 침해당해왔던 학교 내 학생 인권, 야간자율학습, 예배 강요 등에도 맞서야 하지 않겠느냐. 그에 동참하시라’라고.

그랬더니 “편협하다. 나만 옳다는 독선을 버려라. 청소년 수면권 운동에 찬성하는 청소년들도 아주 많이 있다. 균형 잡히길 바란다.” 등 감정 섞인 답이 와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게임셧다운제의 본질: 여성가족부의 등장

게임셧다운제의 본질은 청소년 수면권에 있지 않다. 이 제도를 시행하여 게임 전체에 대한 규제 법률 그리고 규제행정기관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규제법률은 이를 집행하는 규제행정기관을 수반해야만 하는데 그것이 여성가족부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등 청소년 단체가 ‘게임셧다운제’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그리고 소망교회 장로님이신 분께서 대통령에 오른 2008년부터 여성가족부가 태도를 바꾸어 관련 검토에 적극 착수하며 입법 통과에 이르게 된다.

사실 ‘게임셧다운제’를 주창한 것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라는 단체이지만,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은 여성가족부다. 게임규제법률을 통해 여성가족부는 문화관광부나 교육부를 상대로 큰소리칠 수 있는 부처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정권 교체 이후 적극적으로 게임규제법률 추진에 동참하게 된다.

그간 보건복지가족부나 여성부, 청소년보호위원회 등으로 쪼개지고 뒤틀리며 그 위상을 존중받지 못하였던 여성가족부가 명실상부한 ‘게임규제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여 타 기관들과 맞서게 된 것이다.

게임업계 ‘삥뜯기’는 고도의 정치적 책략

그 다음이 지금 논란을 겪고 있는 게임업계 매출징수 법안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사례에서 촉발된 ‘청소년육성활동업계’의 꿈은 바로 여기에서 드러난다. 모두들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힌트가 될만한 중요한 기사가 잠시 나간 적이 있다.

18일 관련 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육성기금 재원 확충방안 연구’라는 용역 과제를 발주했다. 이 연구 과제에는 청소년기금 조성 대상으로 술, 담배, 060서비스와 함께 게임을 포함시켰다.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주는 게임에 기금을 물리겠다는 발상이다. …(중략)… 전문가들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기금 조성 대상이 게임이라고 진단했다. …(이하 생략)…”

– 전자신문, [부족한 청소년기금 재원, 게임 업계에서 충당하나], 2010년 4월 19일.

게임중독예방기금이니, 게임중독예방을 위한 재원확보니 하는 이야기는 결국 ‘청소년육성기금’ 재원(주2)을 게임업계로부터 얻어내겠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언급하지만, 정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집단이 다른 집단의 몫을 빼앗기 위해 다투는 과정들이다. 규제법률 입법과 신종규제행정기관으로의 진출 등의 최종 목표는 돈이다. 그들은 돈을 원하는 것이다.

이제 보이는가?

그간 우리는 정부가 게임을 죄악시한다며, 이 나라는 역시 게임산업이 성장할 수 없는 한심한 나라라며 한탄만 해왔다. 하지만 시선을 게임규제가 아니라 그 규제를 추진해온 집단의 과거 면면으로 돌려본다면, 이 문제는 게임에 누명을 뒤집어씌워 한 몫 챙겨보려는 집단의 정치적 책략임을 알 수 있다. 게임업계는 단순히 정부나 입법기관을 개탄할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핑계로 존립하고자 하는 부처와 게임을 핑계로 돈을 타내고 싶은 집단과 치열하게 정치적으로 다퉈야 한다. 사실 이건 비단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처해있는 처지이기도 하다.

잘나간다면, 언제, 누가, 난데없이 해코지 해올지 모를 일이다.

1. 콘텐츠 산업별 매출액과 수출입액 (2002년~2010년)

콘텐츠별 매출액 추이

콘텐츠별 수출입액 추이

2. 청소년육성기금 조성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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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raingirl.com’에도 실렸습니다. 글의 표제와 본문 일부 및 삽화는 슬로우뉴스의 편집원칙에 따라 수정, 보충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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