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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 인터넷 역사에서는 커뮤니티끼리 상대 진영에 게시판 도배테러를 하거나 서비스 방해 공격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그저 ‘재미있는 하위문화’ 또는 ‘다소 지저분한 행위들’로만 치부된 측면이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커뮤니티 전쟁이다!’, ‘누가 이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도로만 언급하며 그저 흥미롭게 소비할 이벤트로만 취급합니다. 이러한 현상 속에는 흔히 정치권이 진행하는 것 이상으로 무척 치밀한 선전선동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군사집단이 준비하는 것 이상으로 무척 치밀한 전략전술 요소들도 반영되어 있고요.

온라인에서 그저 키보드를 두들기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벌어지는 일이니 ‘사건’으로만 다루어지지만, 이것은 명백히 ‘현상’이며 그 안에는 현상을 일으키는 개개인들이 존재합니다. 언론매체들이 ‘재미있는 사건’으로 이야기하는 건 개인의 시각에서 멈춘 것입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선 당연히 재미있는 전쟁놀이지요. 하지만 그 전체 현상을 조망할 땐 ‘집단폭력’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타 커뮤니티에 분탕 치는 일은 그저 ‘전쟁놀이’가 아니라, 사실 서북청년단 혹은 1950년대 정치깡패들의 폭력행위 그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워스트(ilwar.com; 일워)가 난데없이 생겨난 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났습니다. 그간 무척이나 많은 공격이 들어왔지요. 기술적 방어는 서비스 유지를 위한 1차 조치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커뮤니티’인지라 그 공격이 이루어지는 배경과 이유를 되짚어 대응하는 정치적 활동 또한 필요합니다. 그 대응은 현상이 아닌 개인의 동기를 되짚는 대응이어야 할 것입니다. 공격자들이 어떠한 이유에서 일간워스트를 공격해댔는지, 개인의 동기는 무엇이었고 그 행동들이 모여 어떤 현상으로 나타났는지, 각 공격 행동 유형들을 살펴보며 하나씩 되짚어볼까 합니다.

공격유형 1: 사장 나오라 해 사장

운영자만 잡으면 커뮤니티 사이트는 게임 오버?
운영자만 잡으면 커뮤니티 사이트는 게임 오버?

병자호란 때처럼 왕만 잡으면 모든 전쟁이 끝나는 그런 시절은 지났죠. 커뮤니티, 사회라는 것은 ‘체크메이트’ 하면 이길 수 있는 상대 말이 아니라, 그 말들이 서 있고 움직이는 체스판 그 자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위원장 잡는다고 노조가 와해하지 않는 것처럼 운영자를 제거해도 사이트는 굴러가죠. 하지만 여전히 운영자 하나만 잡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건 무척이나 단순한 사고라 자세한 분석은 됐고, 그냥 함께 웃고 넘어가겠습니다.

공격유형 2: 방해활동

어뷰징, 도배, 단순 분탕질과 같은 행동뿐만 아니라, 치밀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커뮤니티존립 방해활동도 목격되곤 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디도스 공격과 같은 기술적 공격이 아닌, 운영 기반을 흔들어버리려는 정치적 행위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이해가 아닌 치밀한 전략이 기반이 됩니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미 일상적으로 내면화된 생활의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오프라인이라면 사방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거나 생사람 잡고 폭언을 퍼붓는 지하철의 이상한 연설가인 것이고, 온라인에선 우리가 늘 보았던 악플러 또는 분탕 분자인 것이겠죠. 헌데 그냥 트롤로 분류하기엔 꽤 똘똘하게 사람들을 선동하는 역량을 발휘합니다.

북한 노동신문 프록시 링크를 마구 올린 뒤, 일워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신고하려는 ‘실천형 종북주의자’
북한 노동신문 프록시 링크를 마구 올린 뒤 일워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신고하려는 ‘실천형 종북주의자’
현 정부에 비방글을 올린 뒤 일베꼴 만들겠다는 ‘실천형 반정부주의자’
현 정부에 비방글을 올린 뒤 일베꼴 만들겠다는 ‘실천형 반정부주의자’
기존 회원들을 골탕먹여 회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겠다는 ‘고무줄 끊는 애’
기존 회원들을 골탕먹여 회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겠다는 ‘고무줄 끊는 애’
광고를 차단해 운영비용충당을 막으려는 ‘경제사범’
광고를 차단해 운영비용충당을 막으려는 ‘경제사범’

게다가 법적 분쟁에서 면피하기 위해 자신들을 ‘오유인’(오늘의유머 회원)라고 지칭하는 치밀함이 보입니다.

사실 이러한 행위들은 지난 한 달 남짓 일워를 대상으로 한 게 극심히 늘어나긴 했지만, 그간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대상으로 늘 벌어졌던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들은 명백한 위협, 희롱, 기만, 영업방해 행위에 해당하지요. ‘일간워스트 개장기’에서 소개해드린 바와 같이 어뷰징으로 간주해 대처할 수도 있긴 하지만, 정치적 목적의 방해활동들이기 때문에 단순 차단만으로는 쉽사리 잠재우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많은 커뮤니티 운영사들이 이 문제로 늘 골치를 겪고 있죠. 최근 벌어졌던 ‘루리웹 전설의 벌레대첩.jpg’ 때와 같은 운영역량 투입이 불가피합니다.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한편에서는 늘 이런 모습들을 너그럽게 바라보기도 하죠. 경우에 따라선 ‘그럴만한 짓을 안 했으면 저런 해코지는 안 당하지. 몸 사리고 살아~’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범죄에 무뎌지며 피해자가 되려 몸을 사릴 것을 권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골탕먹이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이 어쩌면 이들을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심슨 가족(The Simpsons)] 캐릭터들: 커니, 짐보, 넬슨, 돌프. 극 중에서 주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역할을 한다.
[심슨 가족(The Simpsons)] 캐릭터들: 커니, 짐보, 넬슨, 돌프. 극 중에서 주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들을 불량학생들이라고 부릅니다. 영어권에서는 Bullies로 부릅니다. ‘불링'(bullying; 괴롭히기, 따돌리기)을 저지르는 학생들(Bullies)에 대해 서구권은 무척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되며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에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당할 만한 짓을 했으니 당하지.’라는 이야기가 버젓이 나도는 한국의 문화와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한국에선 늘 있었던 사이버상의 악플, 스토킹을 서구권이 ‘Cyber Bullying’이라는 개념으로 재구성한 것도 ‘불링’을 비중 있게 다루는 문화적 배경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타 인터넷 커뮤니티를 괴롭히고 골탕먹이거나 특정인 관련 기사에 악플을 쏟아내는 한국에서의 현상은 사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대상으로 한 ‘불링’을 그저 방치하고 방관하며, 거꾸로 피해자의 ‘처세’ 문제로 수렴시키려고만 했던 무책임한 교육과정들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구에서 ‘불링’은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으로 간주합니다.

Bully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폐 끼치는 일없이 정정당당하고 떳떳해질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그들이 성인이든 미성년자든 간에 엄격히 법으로 대응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와 함께 이들이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도 사실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자라온 환경 탓도 있을 것이고 제지하는 사람이 없는 극단적 집단에서의 대화만 경험하다 보니 보편적 도덕관념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탓도 있을 것입니다(아마 이 이유가 가장 유력할 것입니다). 모든 행동 촉발 요인을 분석하고 그 요인을 제거한다면 공격성 행동들이 이 사회에서 또 나타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괴물이 더는 자라지 않도록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은 이것입니다. “괴물 건드리지 말고 내버려두자며 도망치는 것” 말고 말입니다.

공격유형 3: 모략

한 살인사건의 범인을 오늘의유머 회원이라고 주장하거나, “오늘의유머 운영자가 ‘오유 회원이 범인인 사건이니 관련 글 게시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허위내용이 대거 유포된 일이 있었죠. 결국, 오늘의유머 운영자님이 직접 관련 게시자들을 형사고발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거짓 누명 씌우기를 우리는 ‘모략’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사람을 해치기 위해 꾸미는 거짓 술책입니다. 어느 커뮤니티에서나 그런 일들은 벌어지죠. 생긴지 이제 한 달 남짓 된 일워도 비슷한 모략의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디시인사이드의 한 갤러리에는 이런 글이 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그들이 쓴 것이겠죠?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의 어떤 글. 밑도 끝도 없이 싸움을 조장하는 글.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의 어떤 글. 밑도 끝도 없이 싸움을 조장하는 글.

트위터엔 이런 맨션도 저에게 오더군요.

어느 트위터 이용자의 분노에 찬 트윗.
어느 트위터 이용자의 분노에 찬 트윗. 하지만 일워에는 다른 커뮤니티에 가서 스스로 일워 이용자임을 알리지 말라는 규칙이 존재한다.

일워 이용자들이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을 장악하고 다니더라는 이야기들입니다. 정말 일워 게시판에 ‘타 커뮤니티에 가서 게시판을 장악하자고 선동하는 글’이 있나 하고 찾아보니 그런 글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디시인사이드 게시판 역시 일워 이용자임을 자처하며 게시판에서 분탕 치는 사례가 딱히 보이진 않더군요. 물론 일워는 이런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아예 타 커뮤니티에서 일워 이용자임을 밝히지 말라는 규칙을 크게 내걸고 있습니다. (루비 집사님 정도면 다들 봐 드립니다)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저 글들은 아마도 무언가 어뷰징을 감행하기 위해, 그 정당성을 미리 얻고자 진행하는 사전 조작 선전행위일 거라 짐작합니다.

일베에는 이런 글도 있더군요.

일워 촌장님이 몰래 회의 중이시닭? 일베에 가서 일워 이용자인 척 모략하는 글
일워 촌장님이 몰래 회의 중이시닭? 일베에 가서 일워 이용자인 척 모략하는 글

다른 커뮤니티에서 일워 이용자임을 티 내지 말라고 규칙에 걸어놨는데 일베에다 저런 글을 쓴 것부터가 뭔가 이상하죠. 일단 2월 10일 00시 32분에 모든 운영진은 푹 자고 있었습니다. 싸움 붙이기를 위한 엉터리 모략이죠.

사실 ‘모략’은 인터넷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 속에서 꾸준히 전개되어왔습니다. 백색테러는 그냥 우익단체가 자신을 스스로 내세워 진행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좌익단체가 한 것이라 뒤집어씌우며 저지르기도 합니다. 한국전 당시 북한도 ‘우리가 공격받았다’고 주장했었고, 이라크전에서도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거짓된 근거를 들어 침공이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모략 사례는 통킹만 사건입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깐 소개해드리면, 1964년 8월, 미국에서는 베트남 해군이 통킹만에서 미군 군함을 공격했다면서 베트남에 대한 폭격을 감행합니다. 헌데 사실은 거꾸로 미국 군함이 베트남 군함을 선제공격해놓고선 자기들이 당했다고 조작한 것임이, 1971년 7월 뉴욕타임스 보도로 밝혀졌죠. 이 보도는 안 그래도 불타오르던 ‘반전 여론’ 불에 기름을 끼얹었고, 전장에서 죽을 쑤던 미국은 결국 전쟁에서 패하고 베트남에서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수많은 무고한 장병들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남아 많은 사람을 고통에 빠트리고 있죠. 그 모든 결과가 거짓된 모략 하나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미군의 베트남 융단폭격,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이하 생략)
미군의 베트남 융단폭격,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이하 생략)

모략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시장만능주의 사회에서는 경쟁사를 상대로 한 거짓누명마저도 영업행위로 정당화되는 현상이 종종 일어납니다. 그렇기에, 한국은 특히나 누군가가 저지르는 모략에 대해 ‘그런가? 그런가 보네……’하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결국 모두 ‘누군가에게 시기 질투를 받을만한 일은 하지 말자’는 몸 사리기로 수렴하곤 합니다. 게임업계에 한턱내라는 그들처럼(참조: 그들이 게임 업계에 원하는 것), ‘많이 벌었다면 기부도 하고 말이야……’라며 당당히 접근해오는 사람들도 다 그런 배경에서 활동하는 것이죠.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거짓선전을 하더라도, 사기를 치더라도 이득을 취한다면 성공한 것이라는, ‘나도 차라리 한탕 해먹어봤으면 좋겠다’며 바라는 태도들이 바뀌지 않는 이상, 모략은 앞으로도 꾸준히 사회 각 분야에서 널리 펼쳐질 것입니다.

공격유형 4: 기술적 공격

지난 2월 6일 새벽 00시 10분경, 일간워스트 서버로 디도스 공격이 들어왔습니다. 수백 메가 이상의 트래픽이 한꺼번에 여러 서버로 몰려온 것이죠. 종전과 같은 서버 마비 시도가 아닌, 네트워크망을 점유해 서비스를 중단시키고자 한 디도스 공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몹쓸 누군가가 개인적으로 좀비 PC 몇 개를 동원해 공격 프로그램을 돌리나 보다 했습니다. 헌데 그러기엔 너무 트래픽이 많더군요. 과거 오픈넷이나 몇 언론사에 쏟아진 공격 트래픽 규모를 훌쩍 넘었습니다.

시스템 엔지니어라면 소름 돋을 광경. 물론 이 공격 IP들은 모두 가짜입니다
시스템 엔지니어라면 소름 돋을 광경. 물론 이 공격 IP들은 모두 가짜입니다

처음에는 TCP SYN Flooding이라는 무척 고전적인 방법으로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점차 그 양이 많아져 이들 공격을 감당하기 위해 마련된 별도 하드웨어 방화벽 또는 라우터가 감내할 수 있는 트래픽 이상으로 몰려왔습니다. 양이 문제였습니다. 차단되지 않은 공격 트래픽이 점차 서버까지 닿더군요. 서버는 여차저차 버텼지만, 네트워크 장비들이 감내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백본망 대역폭을 넘어서는 공격 트래픽이 들어온 겁니다. 뒤이어 근처 네트워크 기기와 주변 서버들을 향해서까지 공격이 진행되었습니다. 결국, IDC 네트워크망 일부가 통째로 마비되어 일워를 비롯한 여러 서비스들이 36시간가량 마비되었습니다.

메이저 통신기업의 일반적인 장비들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어마어마한 양을 몰고 온 공격이기에, 당연히 과거 아이템베이 디도스 사건이나, 여전히 해명되지 않은 선관위 디도스 사건 때처럼 ‘치밀한 계획하에’ 그리고 ‘다량의 자금력과 기술력을 동원한’ 준비된 공격으로밖엔 볼 수 없었습니다. 그만한 투자를 들여서라도 공격을 감행해야만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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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베이 디도스 사건

경쟁사 이사가 아이템베이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하여 서비스를 장기간 마비시켜, 결국 시장점유율을 추락시키는 데 성공함, 범인은 중국으로 도피하였고, 일부는 검거됨 (게임메카 기사)

선관위 디도스 사건

서울시장 등을 다시 뽑는 2011년 재보궐선거 당시 최 모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수행비서관 공 모 씨가 2011년 10월 26일 재보궐 선거에서 200여 대의 좀비 PC를 동원해 초당 263MB 용량의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디도스 공격을 가함으로써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약 2시간 동안 마비시킨 사건, 같은 비서관이 당시 야당 출마후보였던 박원순 현 시장의 개인 홈페이지 ‘원순닷컴’에도 동일한 공격을 가함. 2012년 6월 26일 서울중앙지법은 앞서 공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최 모 의원과 박 모 의원 전 비서에게 징역 5년, 이를 직접 실행에 옮긴 2명에게 4년 6월, 실행을 도운 3명에게 1년 6월~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함 (엔하위키 미러 – 2011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선관위 공격 사건)

(참고로 일간워스트로 들어온 디도스 공격은 이 트래픽을 훨씬 넘는 더 큰 트래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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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uru를 닮은 아름다운 디도스 공격 트래픽. 볼록 튀어나온 그래프가 공격 트래픽이고, 그 직전 바닥을 기는 트래픽은 들쑥날쑥하게 보여야 맞을 평상시의 트래픽이 공격 트래픽 양에 눌린 것입니다
Uluru를 닮은 아름다운 디도스 공격 트래픽. 볼록 튀어나온 그래프가 공격 트래픽이고, 그 직전 바닥을 기는 트래픽은 들쑥날쑥하게 보여야 맞을 평상시의 트래픽이 공격 트래픽 양에 눌린 것입니다

디도스 공격의 목적은 두 가지였으리라 생각합니다. (1)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중단시켜 일워 커뮤니티의 운영을 못 하게 하는 것. (2) 주변 네트워크까지 침해하여 주변 고객과 IDC 운영업체로 하여금 일워가 머물러 있는 서버를 내쫓도록 하여 운영진들을 골탕먹이는 것. 일워를 일베가 싫어해서 그런 공격이 감행된 것인지 [또 하나의 약속] 감독님의 편지가 하필 일워에 올라왔던 것을 그대로 보도한 한겨레 기사 때문인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아이템베이 사건 때처럼 금액을 요구하지 않은 걸로 보아 정치적 목적의 공격인 것으로 판단합니다. 물론 정황증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앞서 소개한 여러 비기술적 공격사례와는 분리된 또 다른 주체들에 의한 행동이었을 것으로 잠정적으로 추정합니다.

포털처럼 IDC도 소유하고 시스템 엔지니어도 상시 운영하는 경우가 아닌 개인이 만드는 서비스라면 유연하게 대응하기란 쉽지 않죠. 어지간해서는 귀찮아서 서비스 운영을 포기해버릴 것입니다. 하필 그게 일워라 복구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죠. 일상적인 디도스 대처 요령에 맞추어 (사실 느긋하게) 조치를 취해 복구시켜두었습니다. 기술적인 공격은 일단 기술적으로 대응하고 나서 판단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디도스 공격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48조 3항에 의거,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추적도 하고 사건의 범인도 찾아내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공격감행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처벌로 인한 손해가 더 크도록 하는 것 외엔 사실 딱히 방법은 없습니다. 저라 하더라도 만일 잔고가 부족한 실정이라면 누군가 거액의 돈을 주고 해외도피까지 시켜줄 터이니 사이트 공격 한 번만 해달라는 제안이 온다면 솔깃하긴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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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48조

③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box]

그저 피하고 몸 사리는 건 답이 아닙니다

다음, 네이버와 같은 포털서비스나 게임 서비스, 쇼핑몰 등에 대한 공격이라면 사실 기술적 방어조치에 집중하고 업무방해 등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면 그만입니다. 대부분의 공격이 개인정보탈취나 금전적 이득을 노린 것이니까요. 하지만 커뮤니티서비스는 다릅니다. 커뮤니티라는 집단 자체가 지니는 사회적 의미와 맞물리기 때문에 모든 공격에는 동기가 존재하고, 매체에서 다루어지는 양상 또한 ‘쟤들이 그런 걸 당할만한 이유가 있었는데……’가 함께 다뤄질 수밖에 없어 정무적 운영감각이나 마케팅적 요소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도스 공격이 IDC로 들어왔을 때 저는 이를 단순 네트워크 장애로 볼 뿐만 아니라 사이트를 방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의 연장 선상으로 보았습니다. 결국, 누군가에게는 없어져 주기를 바라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겠죠. 그것이 단순 ‘증오 발언(hate speech)’을 수시로 쏟아내는 커뮤니티가 지녀온 공격성향의 연장 선상인지 자유로운 대안적 커뮤니티 사이트가 사라져주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의도였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저 그러한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버젓이 버텨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겠죠. 물론 이들이 왜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군부가 급부상한 1930년대 일제를 살아간 일본 노년층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라가 전쟁의 광기로 치닫는 모든 과정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덴뿌라만 계속 팔다 보니 어느새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며 전쟁이 벌어지고 있더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치독일 역시 경제공황 속에 어느 순간 나라 좀 살리고 자존심 좀 살려보겠다고 맘먹고 싸워오니 그게 광기였더라 라는 이야기가 있지요. 둘 다 집단의 결과가 치명적이었기에 개인의 작은 움직임마저 상처로 남아버린 사례입니다.

그저 ‘찌질한’ 사람들이 벌이는 일이라고 치부하는 그 모든 행동이 모였을 때, 우리가 우려하는 ‘광기’, ‘파시즘’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북청년단. 그게 옳은 줄 아는 사람들에겐 반공이 독립운동의 연장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문화대혁명, 크메르 루주. 가족을 사지로 내몰았던 그 광기 역시 사실은 그저 생존투쟁이었다고 변명합니다. 따라서 개인의 동기와 그로 인한 집단의 현상은 늘 함께 바라보며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행동은 결코 사회와 분리되지 않습니다. 개인의 동기 가지고 현상을 평가해서도 안 될 것이고, 현상을 분석함에 있어 개인의 동기를 간과하여서도 안 될 것입니다. 단순 ‘커뮤니티 전쟁’, ‘대결’로 그칠 게 아니라 누군가의 공격적 성향의 발현들이 모인 광기라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일간워스트가 생겨난 동기가 의도치 않았다거나, 농담에서 시작되었다거나, 이 커뮤니티는 특정 정치적 성향을 띄기보다는 여러 성향이 뒤섞여있다거나 하는 사항들은 공격자들에게는 의미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존재 자체에 도전하는 것이고 ‘적’으로 규정하여 행동을 개시하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의 ‘적’이 되지 않기 위해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몸을 사리거나 침묵해주는 것은 옳은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거꾸로 이들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타인을 공격하지 않으면 자기 자존감을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사람들”

바로 이것입니다.

이러한 무리를 그대로 방치하는 한 오늘은 일워가 공격을 받을 것이고, 어제는 선관위가 공격을 받았으며, 내일은 어느 정론·직필의 언론사가, 언젠가는 인터넷과 우리 민주주의 전체가 공격을 받을지 모를 일입니다. 우리는 실제적인 위협들을 함께 목격했습니다. 일워는 이래저래 복구한다지만 시민사회단체 사이트나 언론사 사이트라면 막대한 노력과 비용을 치러야 했겠지요. 덮어두고 감추기만 하다가 어느새 우리 옆으로 다가왔을 때는 이미 늦은 것입니다. ‘일워’가 설령 없어진다 한들 그들은 또 다른 공격대상, 먹잇감을 찾아 밀림으로 뛰어들 것입니다. 사방에 분노를 품고 있는 그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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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인 레이니걸닷컴(rainygirl.com)에도 실렸습니다. 글의 표제와 본문은 슬로우뉴스 편집원칙에 따라 일부 수정, 보충하였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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