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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는데요. 이번 선고가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해당 사건에서 ‘전주’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소시효, 그것이 문제로다 

권 전 회장은 2009년 1월 30일 도이치모터스를 우회 상장한 후 주가가 하락하자 주가조작 선수와 투자자문사, 전·현진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91명의 157개 계좌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았습니다. 이들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검찰이 본 기간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였으나 재판부는 이 전체 기간을 ‘주가조작 선수 변경’에 따라 두 부분으로 나눠 2010년 10월 기점으로 그 이전은 공소시효 만료, 그 이후는 공소시효 유지로 보고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판단했습니다. 이 공소시효가 중요한 이유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를 부정하는 측과 그렇지 않은 측의 주장이 대립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대통령실은 해당 판결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한겨레 등의 기사에 반박하며 “1심 법원은 대통령 배우자가 맡긴 계좌로 일임 매매를 했던 A씨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되었다’며 면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난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는데요.

뉴스타파 [‘변화’ 뉴스타파 보도 3년 만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 1심 유죄] (2월 10일, 심인보 기자)에 나오듯 “재판부가 1차 작전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함에 따라 1차 작전 기간 동안 김건희 여사가 했던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었”으나 1심 재판부가 공소시효가 남았다고 판단한 2차 작전에서도 김건희 여사의 거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는 1차 작전세력 뿐 아니라 2차 작전세력에게도 계좌를 빌려준 유일한 계좌주”로, “2차 작전세력의 사무실에서 김건희 파일이 나오고, 긴밀한 관계였다는 증거들이 재판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제시된 바 있”습니다. 이를 뉴스타파는 “김건희 여사는 1차 작전 뿐 아니라 2차 작전에도 깊이 연루되어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물론 2차 작전에서의 권오수 전 회장 범행이 유죄로 판단된다고 해서 곧바로 김건희 여사와 공모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공모 여부’는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하며, 2심 전 보강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공판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2차 작전세력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은 발견되었으나, 아직까지 검찰은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결과를 전하며 이 같은 공소시효 설명이 부족한 언론이 있었는데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입니다.

중앙일보 무보도, 경제지 ‘공소시효’ 무언급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언론사별 논조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신문 지면을 모니터링 했습니다. 1심 판결 다음날인 2월 11일 지면을 살펴본 결과, 중앙일보를 제외하고 모두 관련 보도를 냈습니다. 토요일임을 감안하더라도 중앙일보만 지면에 싣지 않은 점이 눈에 띕니다.

조선일보는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권오수 1심 집유] (2월 11일 유종헌 박국희 기자)에서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전문가 이모씨에게 계좌를 맡겨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했다고 알려지면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공범’이라는 주장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면서 “법원은 김 여사가 계좌를 맡겼다는 시기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했다”고 썼습니다. 즉, 김 여사의 거래가 공소시효 만료로 법원이 판단할 수 없었다는 식으로 덧붙인 것입니다. 이는 대통령실 입장과 같은 것으로, 2차 작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오해를 일으킬 여지가 있습니다. 이어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부분에 김건희 여사의 거래가 행해졌다”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을 인용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매일경제 [‘도이치 주가조작’ 권오수 1심 집행유예·벌금 3억] (2월 11일 전형민 박인혜 기자)은 공소시효 관련 언급 없이 1심 판결에 대한 대통령실 설명을 다수 덧붙였고, 한국경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1심 권오수 집행유예·벌금 3억] (2월 11일 오현아 기자)은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어렵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우선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이씨가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됐기 때문”이라며 2차 작전 관련 언급을 피했습니다.

판결문 공개되자 조선·매경, 김건희 특검 반대 부각 

법원은 2월 13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 대한 주가조작 1심 판결문을 공개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야당과 대통령실은 설전을 이어갔고, 일부 언론은 판결문 분석 보도를 내놨습니다. 6개 종합일간지, 2개 경제일간지 중 다음날인 2월 14일 판결문 내용을 분석해 신문 지면에 실은 곳은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입니다. 이날 ‘김건희’, ‘도이치모터스’가 언급된 기사는 언론사별로 모두 있으나 대부분 전날인 2월 13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건희 특검’ 관철 의지를 밝힌 것을 다룬 내용입니다.

특히 조선일보, 매일경제는 판결문 분석 보도는 없는 채로 각각 [법사위 캐스팅보터 시대전환 조정훈도 “김건희 특검에 반대”] (2월 14일 주희연 기자), [야서 또 김건희 특검 반대 조정훈 “이재명 사퇴부터”] (2월 14일 전경운 기자)를 실어 김건희 특검에 반대 입장을 밝힌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부각했습니다. 그 뒤로도(2월 15~20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판결문을 분석한 지면 보도는 없습니다. 다만 동아일보, 매일경제 인터넷판에 판결문 내용을 옮겨 쓴 기사가 있으나 신문 지면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 “김건희 계좌 활용당해” 황당 해명… 받아쓰기 언론 

한편 판결문 공개 이후 언론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1심 관련 두 번째 해명을 내놨습니다. 대통령실은 “‘매수를 유도’당하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합니다”라고 주장했는데요.

경향신문 [“김건희 계좌 활용당했다” 해명에 개미투자자들 “나도 수익창출 당하고 싶다”] (2월 16일 이유진 기자)는 개인투자자들 입을 빌려 “사기 범죄에 계좌 명의만 빌려줘도 공범으로 처벌받는 마당에 대통령실이 김 여사의 변호인처럼 나서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도 수익 창출 당하고 싶다” 등 쓴소리를 전했습니다. 한겨레21 [정치의 품격/법대로 소환하고 수사하자, 김건희 특검] (2월 19일)에서 김소희 칼럼니스트는 “백번 양보해 그리 ‘당한’ 것이라면 주범으로 유죄를 받은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은 꼴도 보기 싫어야 마땅하다. 그의 아들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해 대통령 아버지 뒷줄에 앉히는 예우를 한 건 무엇으로 설명할까”라고 꼬집었습니다.

오드리 햅번 따라하는 게 취미 생활? 오드리 햅번이 주연한 ‘파계'(The Nun’s Story, 1959)의 한 장면(왼쪽)과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헤브론 의료원에서 십자가를 선물받은 장면을 찍은 모습. 누가 봐도 연출된 이런 장면들이 오드리 햅번 ‘흉내내기’라는 비판을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논란 은 ‘주가조작’ 논란에 비하면 가벼워 보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판결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와이프 리스크’는 더욱 더 커져만 갑니다.  (오른쪽 이미지 출처: 대통령실)

또한, 대통령실은 “일부 언론은 2차 주가조작 기간에 48회나 거래했다고 부풀리고 있으나, 매매 내역을 보면 2010년 10월 28일부터 12월 13일까지 기간에 단 5일간 매도하고, 3일간 매수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뉴스타파는 [도이치모터스 판결문 분석 : 유죄 인정된 ‘통정·가장 매매’ 중 김건희 비중 47%] (2월 14일 심인보 기자)에서 “대통령실이 제시한 숫자는 해당 기간의 매매 내역 가운데 판결문 범죄 일람표에 나온 부분, 즉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부분만을 센 것”이라며 “실제로 대통령실이 말한 한 달 반의 해당 기간 동안 김건희 여사가 거래를 한 것은 8거래일이 아니라 19거래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대통령실 해명이 나오자 다수 언론이 ‘받아쓰기’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대통령실의 ‘황당 해명’을 알리기 위해 썼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판결문 분석이나 혐의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나 지적 없이 대통령실 해명만 그대로 전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 의혹은 2019년 7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후보 시절 인사청문회에서부터 흘러나와 2020년 2월 뉴스타파의 경찰 내사 보고서 보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논란의 종식을 위해서라도 해당 의혹은 명명백백히 규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납득조차 어려운 대통령실 해명을 그저 받아쓰기만 할 게 아니라 의혹을 짚고 질문하는 언론의 역할이 우선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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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2023년 2월 11일~1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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