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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선거에서 당선된 현직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은 선거구의 크기가 다를 뿐 정치활동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을 살펴보면,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을 이유 없이 차별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특히 국회의원은 당선 전 후보자 시절 설치했던 후원회를 당선 후에도 유지할 수 있지만, 지방의회 의원은 당선되면 후원회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차별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안동시의원 후보자였던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 공동위원장이 이번 결정의 의미를 비평했습니다.

  • 광장에 나온 판결: 228번째 이야기
  • 현직 지방의회(기초의회, 광역의회) 의원의 후원회 설치를 금지한 정치자금법 제6조 등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
  • 헌법재판소 2022. 11. 24 선고. 2019헌마528등 병합 [판결문 보기]
  • 재판관 유남석, 이석태,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이상 헌법불합치) / 이선애, 이종석(이상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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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헌법재판소는 지방의원의 후원회 조직을 금지하는 정치자금법 6조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위헌 판결 받은 ‘지방의원 후원회 금지법’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은 입법과 정치를 담당하는 대의제 정치인으로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등 보수를 받는 등 직무의 성격과 기능이 본질적으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지방의원의 후원회를 금지하는 것은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불합리하게 차별한다는 것이 헌법소원 청구인들의 요지다.

헌법불합치는 사실상의 위헌 판결이지만, 위헌 결정을 했을 경우 당장 법률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으니 관련 법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위헌 판결을 하면 기존 국회의원 후원회도 무효가 되므로, 2024년 5월 31일까지 국회가 해당 법률을 개정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무효가 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24년 6월이면 올해 선출된 지방의원들의 후반기 임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그때부터 지방의원에 대한 일상적인 후원도 가능하리라 예상된다. 지방의원 후원회 제도를 통해 지방의원들의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촉진하고, 지역민들의 지방정치 참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더 나은 지방정치에 대한 바람과 함께 이번 판결의 의미를 살펴보자.

후원회 제도는 무엇인가?

정치자금법상 후원회 제도는 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 의식을 높여 유권자 스스로 정당이나 정치인을 후원하도록 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고, 비공식적인 정치자금을 양성화시키는 취지로 생겼다. 또한 후원회 활동을 통하여 후원회 또는 후원회원이 지향하는 정책적 의지가 보다 효율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자는 철학이 담겨 있다. 여러분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후원을 하면 해당 정치인과 정당은 그 돈으로 정책토론회 개최나 연구보고서 발간 등 더 나은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현재 정치자금법은 후원회를 지정할 수 있는 자를 8가지로 분류한다. 선거와 관련된 후원 6가지 평상시 후원 2가지로 나뉜다. 정당과 국회의원은 평소에도 일상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정당은 시군구 지구당이 아닌 중앙당을 의미하며, 창당준비위원회 단계에서도 후원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대통령 선거 후보자·예비후보자와 당내 경선 후보자들은 후원을 받을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의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선거 후보자·예비후보자들도 후원을 통해 선거운동 비용을 조달할 수 있다. 다만 비례대표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 후보자는 후원회를 둘 수 없다. 정당의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 후보자들도 후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번 판결을 통해 지방의원도 추가될 예정이다.

화장실 더럽다고 화장실을 축소하자는 정치개혁론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정치자금 후원을 두고 많은 시민은 부패 가능성과 부정한 청탁을 떠올린다. 정치자금 후원이 활성화되면 정치인을 둘러싼 나쁜 돈 거래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들 수 있다. 그런데 부정한 돈일수록 기록이 남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음성적인 정치자금은 후원회 제도와 별개로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오히려 후원회 제도가 활성화되면 음성화된 정치자금을 양성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정치활동도 인간들의 사회활동이다.

사람이 만나고 모여서 무언가를 하면 자연스레 돈이 들어간다. 돈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돈을 쓰느냐가 중요하다. 정치활동에 드는 필수 비용을 모금할 수 없다면 원래 돈이 많거나 기존에 정치를 하는 기득권 정치인에게 유리하다. 정치 선진국일수록 정치자금 후원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에 오면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감옥갈 수 있다는 말은 농담반, 진담반이다. 부패한 정치를 막겠다는 취지와 달리, 정치자금 후원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돈이 많은 자들에게 유리한 정치를 만들고, 정치자금의 음성화를 조장한다. 깨끗한 정치를 위한 제도가 오히려 정치를 더럽게 만드는 꼴이다. 이에 정치자금 후원회 제도가 점점 복원되는 추세다. 헌법불합치 판결도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에서 정치하면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 (출처: DonkeyHotey, Barack Obama – State of the Union, CC BY SA)

지방의원 후원회 제도가 생긴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후원회 제도를 잘 활용하면 더 많은 지역민들을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에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의원들도 국회의원처럼 의정보고서를 발간하여 의정활동을 주민들에게 더 알릴 수도 있다. 다양한 정책토론회 개최나 연구보고서 발간에 돈을 쓸 수도 있다. 동네에서 지역민들을 더 친숙하게 만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고, 유능한 보좌진을 영입할 수도 있다. 지역의 힘 있는 기득권들과 싸워야 할 때, 수많은 개미 시민들을 조직하는 과정으로서 활용할 수도 있다.

결국, 지방의원들이 어떻게 정치자금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효능감은 달라진다.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공적으로 해결하는 대시민 공공서비스다. 정치적 효능감은 비용의 적고 많음에 달려 있기 보다, 서비스의 적정함이 기준일테다. 지방의원들이 정치자금 후원의 효능을 몸소 증명하길 응원한다.

 

원외 정치인·지역위원장과 지구당 후원도 가능해져야

나아가 현직 지방의원이 아닌 정치인인 원외 정치인·지역위원장들에 대한 후원도 열려야 한다. 경북의 국민의힘 지역위원장들은 모두 현직 국회의원이지만, 호남의 국민의힘 지역위원장들은 대부분 국회의원이 아니다. 호남의 국민의힘 지역위원장들은 지역 정치 활동을 하지 않고 이름만 올려두고 있을까? 그들도 각종 지역 현안 관련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고, 다양한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

경북의 국민의힘이 아닌 정당의 지역위원장들도 열심히 지역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 활동은 선거 시기에만 하는게 아니다. 원외 정치인·지역위원장에 대한 일상적인 후원이 불가하다면, 이들의 정치 활동 또한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의 몫이다. 원외 정치인들에 대한 일상적인 후원회 제도가 생긴다면 건강한 정치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다.

한편 시군구 정당 조직인 지구당 사무실을 허용하고 이와 관련한 후원도 열어야 한다. 현재 현직 국회의원은 본인의 사무실을 지구당 사무실처럼 쓰고 있지만, 국회의원이 없는 정당의 지역위원회는 사무실을 둘 수가 없다. 부패한 정치를 청산하겠다며 돈도 많이 들어가고, 부패한 사건도 일어나는 지구당을 없애버렸다. 목욕물 버릴려다가 어린 아이까지 다치게 만든 꼴이다.

사무실이 있어야 지역민들이 편하게 들락날락하면서 민원과 관련된 대화를 하지 않을까?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수많은 사회단체 가운데 시군구 지역 사무실을 못 두게 하는 법이 있을까?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슷한 정치적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이야먈로 중요한 공익단체가 아닐까? 불법 행위는 사법적 절차로 엄격하게 처리하되 정당하고 필요한 후원 통로는 열어야 한다.

원외 정치인·지역위원장과 지구당 후원 허용은 현직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에는 불리할 수 있다. 그런데 현직 국회의원들을 위해서 정치 제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 시민들에게 필요한 제도라면, 시민들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응당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향후 국회와 정치권, 시민사회에서 더 많은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정치혐오의 역설: 기득권엔 유리, 보통 국민엔 불리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서면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정치의 축소’다. 20세기 이후에 등장한 권위주의 정권들도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인 ‘민주주의’ 자체를 건드리진 않는다. 일당 독재 국가인 북한의 정식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며, 한국의 유신 체제도 ‘한국식 민주주의’를 내세웠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은 남겨두는 대신 시민들의 대의 기관인 국회와 시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정치인과 정치적 다양성을 드러내는 정당 활동을 규제한다.

정치의 축소가 사회 발전에 보탬이 된다는 이념이 바로 ‘정치혐오’다. 여전히 한국 사회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유산인 ‘정치혐오’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치개혁 관련한 논의시 시민들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의원 정수 축소론, 비례대표 폐지론, 의원 무보수 명예직화 등은 압도적인 정치혐오 국민정서법이다.

이러한 국민정서법은 결코 좋은 정치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기득권 정치에는 유리하나 보통 시민들에게 불리한 제도임에도 다수의 시민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럴수록 누군가는 정치의 축소가 아닌 확대를 통해 더 나은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계속 해야 한다. 이러한 목소리가 국민정서법을 넘어설 때,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 이후의 민주주의가 풍성하게 펼쳐지리라 생각한다. 우리에겐 정치혐오가 아닌 더 많은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의 확대를 통해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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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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