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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환자 사망 사건에 관하여

“19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18일) 다발성 장기부전(여러 장기가 한꺼번에 망가지는 현상)으로 숨진 정모(17) 군은 이날 코로나19 ‘음성 판정’으로 최종 확인됐다. 하지만 국가 지정 국민 안심병원인 경북 경산중앙병원 측은 정군이 코로나 19에 감염됐을까봐 미온적으로 대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 ‘확진자 공포’에 떠는 병원들…17세 소년은 그렇게 떠났다, 김민욱, 백희연, 백경서, 2020. 3. 20. 중에서

17세 정 모 군의 안타까운 죽음을 바라보는 마음은 무겁고 비통합니다. 정 군 부모의 원통함이 가슴을 울립니다. 하지만 병원 측 대처를 “미온적 대처” 혹은 “의혹” 수준으로 비난하고, 손쉬운 ‘희생양 만들기’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일부 언론의 시선은 편협해 보입니다. 17세 환자 사망 사건… 더 깊고, 더 멀리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슴만 뜨거운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머리와 가슴, 모두가 필요한 때입니다.

조용수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의 글입니다. (편집자)

 

1. 41도의 의미

41도1라는 단순 수치에 너무 몰입돼 있다. 검사 수치는 임상 증상과 일치해야 의미가 있다. 의식 변화, 전반적 위약등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면 단순 고열만으로 응급상황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나라면 다른 체온계로 다시 측정했을 것이다.)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가 양호하면 선별진료소 대부분은 귀가를 지시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체온계 온도계

이 방침에 불만을 제기하면? 증상이 있는 모든 환자에게 입원을 지시할 수밖에 없다. 아마 하루 안에 전국의 모든 격리실이 가득찰 것이다. 모든 사람이 우려해마지 않는 의료자원 고갈이 단 하룻만에 일어날 수 있다. 소중한 생명을 놓친 건 맞다. 하지만 그 책임을 물어 지금처럼 의사를 욕하는 게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다들 조금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2.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는 말

결국, 어머니는 오후 4시 반쯤 상태가 위중하다며 병원에 다시 전화를 걸었고, 담당 의사는 “아침에도 소견서를 써줄까 말까 고민했다”며 병원에 와보라고 했습니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 부모는 그야말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년의 병세가 빠르게 악화해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거 같다”는 겁니다. “아침에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무슨 말이냐”고 따졌지만 소용없었습니다. ((KBS,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숨진 17세 유족의 눈물, 최유경, 2020. 3. 20. 중에서) h

“오늘밤을 넘기기 어렵다”는 의사의 소견은 과장법일 가능성이 크다. 보통 큰 병원으로 전원할 때 의사들은 질병의 경과를 침소봉대해서 말하는 버릇이 있다. 심지어 그걸 받아들이는 보호자는 거기서 한 번 더 증폭한다.

진짜로 밤을 넘기지 못할거라는게 아니고, 상태가 나빠질 수 있으니 어서 큰병원으로 옮기라는 권유(완곡한 표현)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날 밤에 환자는 부모님께 전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3. 최종 검사결과

최종 검사 결과 코로나19 음성으로 판정이 나왔다. 13번이나 검사를 반복한 걸 보면 코로나19 가능성을 높게 본 것 같은데, 실제로 양성 판정이 나왔으면 더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반복 검사에서 음성이 양성으로 바뀌는 건 드문 일이 아닌데, 하필 진단검사 방법에 의혹이 제기된 시점이라 쓸데없는 정치 공세 등으로 소모적인 논란이 길어질 뻔했다.

 

4. 위음성 문제

코로나19 진단은 방법의 한계 때문에 태생적으로 위음성(가짜 음성) 확률이 꽤 높을 수밖에 없다. 이걸 자꾸 PCR 진단기법의 부정확으로 착각하는데, 코로나19 진단과 PCR은 동의어가 아니다.

코로나19 검사결과의 위음성은 주로 검체 채취과정에서 발생한다. PCR2이 제 아무리 정확한 검사라도, 애초에 검체라는 소스를 제대로 채취하지 못하면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없다. 코나 목의 깊숙한 곳에서 검체를 채취하지 못하고, 적당히 겉면의 침만 묻혀서 검사실로 보내면, 백이면 백 음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검체 채취를 제대로 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점. 특히 검사수가 많아질수록… 인간이 하는 일이 다 그렇다. 그 외에도 환자의 질병 진행 정도 등 여러 이유로 위음성이 생겨날 수 있다. 즉, 위음성이란 결과 자체는 대부분 검사 기법 자체의 정확도와는 관련 없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자원이 확률 낮은 검사

코로나19 진단은 방법의 한계로 위음성(가짜 음성)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5. CT의 장단점 

코로나19 초기라면, PCR 확진 검사보다 흉부 CT(컴퓨터 단층촬영; Computed Tomography)가 질병을 더 잘 찾아낸다는 내용의 연구가 있다. 위의 4번과도 연관되는 내용이다. 특히 하부기도가 아닌 상부기도(대부분의 검체채취를 시행하는 코와 목)에서 검체 채취시 PCR의 민감도는 50~70% 정도로 알려져있다.

CT는 코로나19를 거의 놓치지 않는 대신(90%가 넘음), 코로나와 관련 없는 것들까지 모조리 꺼내 놓는다. 일단 비슷하면 다 찾아주니 놓치는 일은 드물다. 코로나와 관련 없더라도 어차피 치료해야 할 병변이니 CT 검사는 매우 유용 하지만, 비슷한 걸 다 찾아주다보니 CT로는 확진 판정이 어렵다. PCR이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병원 의사 CT 검사

6. ‘격리’ 혹은 ‘격리해제’ 문제 

입원 중에 코로나 검사를 매일 시행한 건 사실 이상할게 없다. 앞서(4, 5) 얘기한대로 PCR 검사에서 위음성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CT에서 코로나19가 강력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임상의사 입장에선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게 옳다. (어차피 코로나19든 아니든, 치료 방법에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CT소견이 바이러스 폐렴이었다면, 현재 치료법은 동일하니까.)

PCR 검사 결과가 중요한 건 ‘격리해제’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아닌걸로 밝혀지면 환자는 격리실 밖으로 옮겨진다(격리실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니까).  환자 상태로 추정할 때 격리실 밖은 아마도 중환자실. 코로나19의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으면? 면역에 취약한 중환자실 환자 전체를 감염시키면서 병원이 초토화될 수 있다. 더구나 격리해제면 의사들도 더는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는다. 중환자실 의료진이 감염되면? 그 이후는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따라서 코로나19 PCR이 음성이 나오더라도,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격리를 지속하는 게 맞다. 특히 CT에 특징적인 코로나19 소견이 관찰된다면 나라도 격리를 지속하고, PCR 검사를 반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PCR 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환자의 치료가 종결될 때까지 격리를 유지했을 것이다.

 

7. 질본 발표의 아쉬움과 부검 필요성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코로나19에 의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중앙임상위원회가 판단했고, 코로나19 여부 확인을 위한 부검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동앙일보, 질본 “대구 17세 사망 원인 코로나19 아냐”…최종 ‘음성’ 판정, 2020. 3. 19. 중에서)

“코로나19 확인을 위한 부검은 필요하지 않다”는 발표는 조금 더 주의해서 했어야 할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아닌 걸로 결론났다는 발언만 건조하게 하는 게 더 좋았을 거 같다. 부검 여부는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다.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부검하는 게 맞다. 오히려 반대로 코로나19 양성이면, 사인을 이미 알고 있으며 감염의 위험이 있으니 부검의 필요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음성이면 사인을 알아내기 위한 부검이 가치가 있다. 부검 도중 감염 위험도 없고. 혹시 모를 코로나19의 변이 여부 등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다. 여러모로 부검은 유용하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결정은 보호자 몫이다.

 

8. 영남대 ‘미결정’ 확인 의뢰와 질본 발표의 문제점 

질병관리본부는 폐렴 증세로 사망한 17세 A군의 마지막 검체에서 코로나19 일부 양성 반응이 나타난 것에 대해 진단검사 과정에서 일시적 오염이 발생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컷뉴스, 질본 “영남대병원 ‘미결정’은 일시 오염탓, 코로나 검사 문제없다”, 2020. 3. 21. 중에서)

PCR 검사 ‘미결정’은 드문 일이 아닌 것으로 안다. 실제로 경험한 적도 있다. 검사 과정과 결과에 단정이 어려운 상황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할 수 있고, 다양한 교차검증은 당연한 과정이다. 판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조금 늘어나는 것 이외에 손해는 없다. 영남대병원이 ‘미결정’ 확인을 중앙(질본)에 의뢰한 자체가 시스템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결과 통보부터 상황이 꼬였다. 중앙에서 건조하게 검증 결과만 영남대병원에 통보해주고 끝내는 게 보통 절차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브리핑해버렸다. 아마도 정치 공세에 마음이 급했던 게 아닌가 싶다. 실험실 오류 등이 의심되더라도 해당 병원과 충분히 조율과정을 거치는 게 필요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다.

검사실 운영이 엉망이라고 판단했다면 모르겠지만, 이전 12번의 검사가 음성 판정이 나온걸로 봐서 그럴 가능성은 낮다. 대조군 오염이 갑자기 발생했다면? 해당 병원과 소통하여 그 원인부터 찾아야 했다. 일단 검사실 운영을 잠시 중단토록 하고 후속조치를 논의하는게 가장 다급한 문제다. 그런데 그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성급하게 발표부터 했다. 투명한 정보공개가 금과옥조라서인가?

옳고 그름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사회적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해야한다. 남대병원의 실험실 오염 등을 문제점으로 지목함으로써 지불되는 사회적 비용은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영남대병원에서 검사 받은 모든 환자의 검사 결과가 신뢰를 상실한다. 해당 병원을 이용한 환자들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 병원은 현 시점에 제대로 된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다. 확진자 한 명만 진료해도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항의가 빗발치는 세상이다. 그런데 실험실에 문제가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모르긴 몰라도 그 병원은 아마 지금쯤 지옥을 경험하고 있으리라.

최소한 지금까지의 검사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맨 마지막 검체만 이상한 상황이라고, 실험실을 점검해서 바로 원상복부 하겠다는 식의 말이라도 덧붙였어야 했다. 실험실 오류로, 지금까지의 검사 결과를 모두 믿지 못한다는 얘길하려는 게 아니잖은가? 그렇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얘기했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는 신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는 신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영남대병원이 이런 식이면 전국의 다른 검사실은 모두 믿어도 좋은지라는 근원적인 문제제기에는 어떻게 답할 작정인가?

자체 질관리는 믿을 수 없고, 중앙에서는 따로 질관리를 안해왔을텐데. 또 어디선가 영남대병원과 마찬가지의 오류를 범하고 있을지 누가 안단 말인가?

일본에서 전문성 문제로 검사를 민간에 확대할 수 없다는 주장과 다를게 무엇인가?

 

9. 영남대병원 의료진에게  

영남대병원 모든 의료진의 상실감이 클 것이다.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코로나19가 의심된다고 에크모 시술까지 했다고 들었다. 보호장구 입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많이 들었을 것이다. 에크모 시술할 때는 그 보호장구에 한겹의 옷을 더 입어야 한다. 최소 3장의 장갑을 끼고 무딘 손으로 혈관을 잡아야 한다. 누군들 코로나19이길 원하겠는가? 음성 결과 나왔다고 격리해제하면, 가장 편한 건 의료진인데.

대학병원이니 사명감으로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적지않게 봐 왔을 텐데. 한 순간에 지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아마도 사기가 말이 아닐 것이다. 하나마나한 말이지만, 너무 괘념치 말고 빨리 털고 일어나길 멀리서나마 응원해본다.

 

10. 코로나와의 싸움마저 정치로 물들이는 사람들 

방역대책본부에서 발표할 때 과연 이러한 사회적 여파를 모두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잘못을 눈감아 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좀 더 세련되게 할 수 없었느냐는 지적이다.

물론 조급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이해한다. PCR 검사 방법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혹이 일었고, 이는 우리나라 방역대책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이니 얼마나 많은 정치적 공세에 시달렸는지도 안다. 사망한 학생의 검사 결과를 빨리 해명하지 않으면 골치 아파지는 상황이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이 시점에 가장 미운 건 코로나19와의 싸움마저 정치로 물들이는 사람들이고, 부정확한 정보를 퍼다나르는 무책임한 사람들이다.

제발 싸우더라도 전쟁이 끝난 뒤에 하면 안되겠는가? 


  1. KBS 보도에 따르면 “병원 의무기록상 수치는 39.5도”,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다음날 고열(40.5도, 부모는 41도라고 주장)”

  2. PCR(중합효소 연쇄 반응; polymerase chain reaction)은 캐리 멀리스(Kary B. Mullis)에 의하여 1985년에 개발되어 현재 유전물질을 조작하여 실험하는 거의 모든 과정에 사용하고 있는 검사법으로, 검출을 원하는 특정 표적 유전물질을 증폭하는 방법입니다. (출처: 영인프런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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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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