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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촛불’ 판결이 남긴 것

“전세금 안 뺏기게 되었네요.”

17명에 달하는 광우병촛불 손해배상 사건 피고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말이다. 피고의 일원이었던 내 명의로 된 연립주택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자산이 거의 없는, 내가 대표인, 한국진보연대는 강제집행을 당해도 집행불능 상태가 되겠지만, 건물이 있는 참여연대는 자칫 건물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천만다행이었다.

광우병촛불에 대한 국가(대한민국)의 손해배상청구가 대법원에서 청구기각으로 확정판결되었다. 2008년 ‘광우병위험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항쟁’(이하 ‘광우병 촛불’) 당시 경찰(대한민국)이 촛불집회로 인해 경찰장비 등이 파손되었고 또 의경들이 다쳤다면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관련 간부들을 상대로 무려 5억 1천여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는데, 지난 7월9일 대법원이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소제기 이후 12년만이다.

샛길, 2008년 5월 3일 청계광장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 CC BY SA http://byway69.tistory.com/

2008년 5월 3일 청계광장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 (출처: 샛길, CC BY SA)

 

대법원의 판단 근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경찰(국가)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공모 또는 고의를 원인으로 한 손배청구에 관하여

  1. 피고들이 집회·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행위에 직접 가담하였거나 폭력 시위자를 지휘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2. 또 피고들이 폭력시위자와 공모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도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과실에 의한 방조를 원인으로 한 손배청구에 관하여

  1. 피고들의 집회시위의 주최행위와 일부 시위자의 일탈행위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인 ‘참가자 또는 개별 폭력행위와 피고들과의 관련성’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
  2. 원고(경찰)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이 이 사건 집회·시위를 주최하고 진행한 행위와 폭력행위 사이, 또는 원고의 손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한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의 판결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려운 시기(이명박근혜 시절)에 소신 있게 판결했던 재판부들과 이런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심초사 밤새워가며 애써주신 김남근 변호사와 서선영 변호사 등 17명 변호인단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대법원은 경찰(국가)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경찰(국가)의 상고를 기각했다.

집회·시위의 기본권 확장 

이번 판결로 사법부는 집회·시위 관련 기본권 보장과 관련하여 또 다른 경지를 개척하게 되었다.

  • 집회·시위 과정에서 도로에 대한 전면적·배타적 점거의 경우는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되지만, 도로를 부분적으로 점거하는 집회·시위는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형성되었다.
  • ‘광우병 촛불’ 직후 진행되었던 형사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의 위헌제청을 통해 일률적인 야간집회금지와 야간시위금지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이끌어 내었다.
  • 당시 이른바 ‘보수적’ 법률단체 등이 공개적으로 모집한 인근 상인들 100여 명이 촛불시민들을 상대로 제기한 23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법원에서 정교하고 촘촘한 법리로 청구기각한 판례도 나왔었다.

이제 ‘광우병 촛불’ 관련하여 해결되지 않은 실정법적 측면의 ‘외상값’은, 광우병 촛불과 관련하여 아직도 집행유예 기간에 처해 있는 나와 주제준 위원장 및 2MB탄핵범국본의 백은종 대표 등의 사면복권 문제만 남은 셈이다.

이 판결을 비롯해 헌재 등의 판결을 통해 집회와 시위에 관한 기본권이 크게 향상됐다.

이 판결을 비롯해 헌재 등의 판결을 통해 집회와 시위에 관한 기본권이 크게 향상됐다.

전략적 봉쇄소송의 부당성 확인 

한편, 2심 판결문에는 소송의 이익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 등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의견을 억압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SLAPP)1의 부당성이 설시되었다. 대법원은 이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ㅎㄴ다.

“집회·시위 주최자가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모인 집회·시위 과정에서 일부 소수 참가자의 일탈행위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폭력시위자뿐만 아니라 집회·시위 주최자에 대해서까지 손해배상책임을 확대한다면, 집회·시위 주최자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안게 된다. 이로 인해 사회·정치 현상에 대한 불만을 느끼는 소수집단은 집회·시위를 주최하는데 큰 부담을 갖게 되고, 종국적으로 소수집단의 구성원은 집단적 의견표명을 통해 공론의 장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이는 자기 책임의 원칙에 반하여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법원, 2016다39125

이른바 ‘소송의 천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에서조차 이미 31개 주와 컬럼비아특별구에서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한하는 법률(Anti-SLAPP법)이 제정되었고, 그 외에도 캐나다와 호주 등의 나라에서도 전략적 봉쇄소송이 제한되는 입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경찰 등 권력기관들이 앞장서 전략적 봉쇄소송을 남발했다는 점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실이다.

‘광우병 촛불’에 대해 5억1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가 이번에 청구기각되었던 사례 외에도,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 과정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총 34억5천만 원의 구상금을 청구하였다가 법원의 조정안을 정부가 수용하여 종결된 사례도 있다. 또 백남기 농민의 사망까지 불러왔던 ‘민중총궐기 집회’ 건으로 3억8천여만 원을 손배청구하였다가 작년 7월 법원의 화해권고에 따라 종결된 사례도 있다.

2015년 대한민국의 모습: 2015년 11월 14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있었던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백남기(69) 보성농민회 회장. 쓰러진 뒤에도 집요하게 백남기 회장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대한민국 경찰 혹은 박근혜 정부. (사진 제공: 공무원U신문) http://www.upublic.co.kr/

2015년 대한민국의 모습: 2015년 11월 14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있었던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백남기(69) 보성농민회 회장. 쓰러진 뒤에도 집요하게 백남기 회장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대한민국 경찰 혹은 박근혜 정부. (사진 제공: 공무원U신문)

쌍용차를 향한 경찰의 ‘집요함’ 

그에 반해 쌍용차 사례에 대한 경찰의 대처방식은 이상하리만치 매우 집요하다. 쌍용차 정리 해고 반대 투쟁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중형으로 형사처벌 받은 것도 모자라 경찰은 16억6천만원의 손배청구를 강행하여 현재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다.

2018년5월 경찰개혁위원회는 ‘집회 시위 관련 손해발생시 국가원고소송제기 기준’을 마련하여 이를 경찰청에 권고하면서, 쌍용차 사건 등 이미 소송 중인 사안에 대해서도 화해하거나 취하할 것을 권고하였지만, 아직도 경찰측은 화해나 취하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개혁위’는 다음과 같은 ‘권고’ 기준을 경찰에 제안했다. 

  1.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과 충돌해 피해를 입었더라도 그 피해가 통상적인 수준이라면 원칙적으로 국가의 예산으로 처리하고, 손해배상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청구할 수 없다.
  2. 또 피해 양상이 예외적으로 크다고 하더라도 집회 시위라는 공공의 법질서 영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해 경찰관의 신체나 경찰 장비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친 개인 당사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소송을 청구하도록 한다.
  3. 한편, 집회 관리 책임을 지나치게 넓게 인정해 집회 시위 과정에서 일어난 손해를 집회 추최 측에 과도하게 묻는 소송도 제한한다.

그러나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한 만큼 쌍용차 사례처럼 경찰이나 국가기관이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다른 나라 사례와 같이 입법적으로 해결되어야 마땅하다.

대법원, "쌍용차 정리해고는 적법하다." 2014년 11월 13일 오후 원심을 뒤집는 대법원 판결 직후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과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대법원을 나서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 하지만 이 판결은 '재판거래' 의혹https://www.ytn.co.kr/_ln/0103_201805310920061202이 있는 판결이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http://www.vop.co.kr/A00000814569.html

대법원, “쌍용차 정리해고는 적법하다.” 2014년 11월 13일 오후 원심을 뒤집는 대법원 판결 직후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과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대법원을 나서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 하지만 이 판결은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 의혹이 있는 16개 판결 중 하나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전략적 봉쇄소송 제한 입법…오리무중 

한편 법무부는 작년 3월 전략적 봉쇄소송이 해당 소송의 승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라면서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한하는 정부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개선안 마련을 위해 한국민사소송학회와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발표가 있은지 벌써 1년5개월이 경과된 현재까지도 정부 입법안은 오리무중 상태에 있다.

전략적 봉쇄소송의 대표적 사례인 이번 광우병 촛불 손해배상 청구기각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이른바 ‘입막음용 소송’, ‘괴롭힘 소송’으로 불리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한하는 법률이 한시바삐 제정되기를 촉구한다. 아울러 쌍용차노조에 대한 손배소송과 같이 지난 적폐정권 시절에 제소되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략적 봉쇄소송들도 신속하게 화해 또는 취하되기를 촉구한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사용자에 대한 (사기업에 의한 형식적으로는 자율적인 형태를 띤) 검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즉 법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의무'를 강조하면, 사업의 필요를 위해 위험을 줄여야 하는 사업자는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

‘입막음용’ 괴롭힘 소송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뱀발.

광우병촛불 사건 1심 판결문에 적시되어 있는 당시 경찰의 부상피해 내용을 몇가지만 열거해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재판부도 한심하다고 생각한 듯함)

  1. 구보로 이동하던 중 도로에 세워져 있던 기둥에 오른쪽 다리를 부딪침(연번7 사례)
  2. 수송버스로 이동중 차도와 인도 사이에 있는 울타리를 넘으려다 앞으로 넘어짐(연번8 사례)
  3. 방패를 챙겨 나가려다 너무 세게 방패를 잡아당겨 자신의 방패에 맞음(연번21 사례)
  4. 이동 중에 인도와 차도 경계부근에서 발을 헛디뎌 접질림(연번314 사례)
  5. 경력버스에서 하차하던중 왼쪽 가슴이 방패에 부딪침(연번315 사례)

 

광장에 나온 판결 – ‘광우병 촛불 손배소송’

  • 대법원 민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 2016다39125)

원고(대한민국)의 상고를 기각한다. 

  • 1심(2013.10.31.선고 서울중앙지법2008가합74845, 윤종구, 서전교, 백지예 판사): 청구기각
  • 2심(2016.8.19.선고 서울고법2013나72574, 김상환, 이영창, 조찬 령판사) 항소기각

이 글의 필자는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당시 광우병위험미국산쇠고기수입반대국민대책위 운영위원회 임시소집책임자)입니다.


  1. Strategic Lawsuit Aganinst Public Particip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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