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법무부 청구를 받아들여 재판관 8:1의 다수의견으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했습니다. 이로써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5명은 모두 의원직을 박탈당했습니다.
한국 헌정사상 헌재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마지막 재판에 나와 주문을 낭독했습니다.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 등을 포함한 각계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box]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이전을 위헌으로 판결한 것은 헌재 역사상 오점을 남긴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정당해산 결정도 그것에 버금가는 잘못된 결정이다.
헌법이론으로서 ‘전투적 민주주의’는 나치라는 역사적 부채를 가진 전후 독일에서 생겨난 왜곡된 헌법이론이다. 그 왜곡된 논리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작용하는 것 같다.
헌법에서 정당해산 조항을 삭제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현실적으로 이번 판결로 정부와 국가에 대한 비판 세력을 음성화하고, 지하 조직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한다.
김삼수 (경실련 정치사법팀장)
정당해산은 그 중대성 때문에 그 요건을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 특히 정당활동과 목적을 포괄해서 봐야 하는데, 그런 요건들을 헌재에서 숙고했는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법원에서 이석기 사건을 심리 중인데, 헌재가 이석기나 RO를 사실로 받아들여서 이런 이번 해산 결정과 연계했는지도 궁금하다. 이석기의 활동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는 아직 사법적으로 결정된 문제가 아니고, 이를 통진당 전체의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도 논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를 죽였다.
통합진보당이 마음에 안 들면 국민들이 비판할 일이다. 헌재가 나설 일이 아니다. 정권의 눈 밖에 난 사람과 단체를 법의 이름으로 탄압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판결이다.
다만, 헌재와 박근혜 정권의 폭거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탄핵소추와는 달리 시민들이 크게 저항하지 않았던 점은 통합진보당뿐만 아니라 진보 시민사회 모두가 성찰해야 할 부분이다.
윤철한 (경실련 국장)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이석기와 관련해서 논란이 있는 점은 인정하지만, 확정된 사건도 아닌데, 이런 성급한 결정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통합진보당이 지금까지 해왔던 행위가 민주주의를 후퇴하는 일이었는지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이런 고려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치적인 해석이 강한 것 같다. 법의 이름을 한 법의 횡포라고 생각한다.
원종우 (딴지일보 논설위원, 필명 “파토”)
우려했던 상황이다.
나는 통진당원도 아니고, 심지어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이런 식은 곤란하다. 더 걱정인 것은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통진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훼손을 가속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이상호 (고발뉴스)
다시 시작해야 한다.
87년 민주항쟁의 성과물로 태어난 헌재가 독재의 개가 되었다. 그 개가 사람을 물었다. 이로써 87년 체제는 종식됐다. 뒷짐 지고 당한 87년 체제 기득권자들은 이제 숟가락 내려놓기 바란다.
다시 시작하자. 진실과 인간 회복 위한 세월호 체제로 거듭나야 한다.
이병찬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변호사)
다른 분들은 예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의외다. 8:1은 우선 너무 충격적이다. 너무 의외의 결과라 논리 정연하게 정리된 생각을 지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주낙현 (성공회 신부)
애초에 눈곱만큼도 통합진보당 노선을 지지한 적이 없고, 오히려 그 행태에 진절머리가 났다. 우리 사회의 진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걸림돌이라는 생각도 여러 번 밝혔다. 그러나 정당 해산이 ‘헌법’을 다루는 기관에서 결정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 했다.
‘우매한 국민’을 믿지 않으니, 유식하고 지고하신 분들이 ‘심판을 내리시겠다’는 왕조의 논리가 ‘헌법’이라는 가면을 쓰고 횡행하는 한국 사회!
하기야, 예수님도 ‘죽음의 세계’에 내려가시지 않았나? 이 사회는 세월호를 통해 말 그대로 ‘죽음의 세계’를 경험했다. 이를 먼저 인정하는 일이 필요하겠다. 이 사회는 ‘죽음의 세계’이니, 그 안에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다시 일어서야 한다.
정대화 (상지대 정치학)
시대착오적이다. 원시시대의 재판이다. 국민에 의해서만 존립 여부가 결정되어야 할 공당의 존부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헌재가 심리를 통해서 판결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헌재는 87년 민주화의 제도적인 상징인데, 그 제도가 민주주의에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이번 판결의 기원이 ‘권력의 의지’이기 때문에 더욱 개탄스럽고, 우려스럽다.
더불어 조봉암 사건을 처리할 때 민주당이 보여준 태도와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이는 태도는 그 본질에서 같다. 이른바, 조봉암과 통합진보당도 ‘이념적 왕따’다. 나 자신 통합진보당의 이념과 노선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는 수정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이지 해산 사유가 될 수는 없다.
법원의 월권을 이제는 문제 삼아야 할 시기가 왔다.
capcold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이제, 모의가 아니라 아예 실제 이뤄진 백색 테러를 소속의원이 옹호하고도 성황리에 활동 중인 어떤 정당도 해산 청구를 하는 것이 정당한 수순이다. 시대착오적이며 진보 전반에 민폐의 역사가 깊은 NL당이기에 충분히 퇴출당할 이유가 있는데도, 더욱 시대착오적이며 민주제 전반에 민폐인 판결로 인해 오히려 그들이 부당한 피해자로서 정당성을 얻는 순간이다.
“과거 우리 사법부가 헌법상 책무를 충실히 완수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에게 실망을 드린 데 대하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몇 년 뒤, 이 문구를 다시 그대로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사건에 관한 내 판단은 8:1에서 1에 해당하는 소수의견 내용과 대체로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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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가 공산당원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뒀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노동조합원에게 왔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대인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나에게 왔을 때
항의해 줄 누구도 더는 남지 않았다.
Als die Nazis die Kommunisten holten,
habe ich geschwiegen;
ich war ja kein Kommunist.
Als sie die Sozialdemokraten einsperrten,
habe ich geschwiegen;
ich war ja kein Sozialdemokrat.
Als sie die Gewerkschafter holten,
habe ich nicht protestiert;
ich war ja kein Gewerkschafter.
Als sie die Juden holten,
habe ich geschwiegen;
ich war ja kein Jude.
Als sie mich holten,
gab es keinen mehr, der protestieren kon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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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아닌 통진당 스스로가 반성을해서 자진해산을 하길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