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제1심 선고를 했다.
-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징역 3년 형
-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징역 2년 형
-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정관주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각각 징역 1년 6개월 형
-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징역 1년 6월 형에 집행유예 2년
-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징역 1년 형에 집행유예 2년 (이하 호칭 생략)
여론은 판결에 일제히 반발했다. 가장 첨예한 논점은 다음 세 가지였다.
- 김기춘에 대한 형량
- 조윤선에 대한 일부 무죄 선고 및 집행유예 선고
- 박근혜에 대한 공범 성립 부인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는 이 판결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고,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향법)는 발제자로 나서 판결문이 채택한 법리를 반박했다.
첫째, 박근혜는 지원금·보조금 집행 대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등 “단순 의견 표명에 그쳤다”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의 명령만 합법적이라고 판단한 것은 어불성설이다.
둘째, 문화예술기금 지원 배제 절차는 정무수석실의 검토를 거치는 체계였다. 조윤선이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은 모순이다. 김상률은 보고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죄가 인정된 것과도 모순된다.
셋째,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사건은 ‘사익추구’ 목적의 다른 국정농단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고 해석했다. 이것은 권력자들에게 “성향에 따라 국민을 분류해 지원 여부를 정하는 정도는 해도 된다”는 신호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피고인들은 현재 모두 항소를 제기했고, 특검도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이 재판은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3부(부장판사 조영철)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나는 22일 하주희 변호사를 찾아 ‘블랙리스트’ 1심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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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크게 다음 세 가지 사안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안들에 어떻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죄가 적용되는지 일단 간단히 설명해주면 좋을 것 같다.
-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現 문체부 제2차관)·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에 대한 사직 강요 (유죄)
-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에 대한 사직 강요 (무죄)
- 문체부 산하 기관에 ‘좌파단체 지원 배제’ 지시 등
‘노태강·진재수 사직 강요’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됐지만, ‘1급 공무원 3명에 대한 사직 강요’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국가공무원법상 1급 공무원은 신분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노태강·진재수 사직 강요’를 예시로 들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노태강·진재수에게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서 “나가라”고 요구했고, 이에 따라 사직할 의무가 없는 두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다. 노태강은 당시 2급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사표를 내야 할 의무가 없었고, 파면·해임될 이유도 없었다.
이렇게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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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형법 제123조(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24조(강요) ①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가공무원법 제68조(의사에 반한 신분 조치)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서 정하는 사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1급 공무원과 제23조에 따라 배정된 직무등급이 가장 높은 등급의 직위에 임용된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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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형위원회가 설정한 양형기준표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의 양형기준이 없었다.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형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모두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혐의라서, 무거운 형이 선고될 수 있는 혐의는 아니다.
하지만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의 위증 혐의도 있고, 사안도 중하다. 법원이 사안 자체·헌법적 가치관과 관련된 심각성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한다.
국가 권력이 공개적으로 헌법상 양심의 자유·표현의 자유 관련 사항을 사전 검열 및 분류를 해서 관리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 김기춘은 3년형을 선고받았는데.
최고형(5년) 선고도 가능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강력한 심증이 있었던 것 같다.
– 판결문 121쪽에 따르면, 김상률은 ‘2015년 세종도서 사업 지원배제’와 관련해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유죄가 인정됐다. 반면 판결문 171~191쪽에 서술된 ‘조윤선 무죄 선고 이유’는 “조윤선이 지시·승인을 한 증거가 없고, 보고받은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형평에 맞지 않다. 하지만 그런 판단이 나온 데에는 증인들의 증언 취지 차이 때문이었던 것 같다. 김소영은 “김상률에게 보고했고, 승인을 받았다”고 증언했지만, 조윤선에 대해서는 청와대·문체부 공무원들이 “보고한 적이 없고, 승인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윤선이 재직하던 정무수석으로 재직하던 시절, 각종 지원 배제 시스템이 정무수석실을 통해 운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이고, 그런 취지의 증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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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문체부 직원들도 조윤선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고, 오진숙 문체부 서기관은 “(조윤선 재직 시절) 정무수석실의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정관주는 “문예기금 지원 배제와 관련, 조윤선에게 보고를 했다면 그 업무가 중단될 수도 있었다”며, “조윤선에게 보고하지 못해 후회된다”고 증언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윤선이 정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2014.6.12.~2015.5.18.), 정무수석실 혹은 조윤선은 다음과 같은 일을 했다.
① 2015 문예기금 공모 접수 후 신청자 목록을 접수해 대상자 선별 검토, 정무수석실의 선별 후 교문수석실을 거쳐 문체부에 하달.
② 영화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부정적 여론 조성 및 상영현황 정보공유 등 협조 요청, 김소영 → 정관주 → 조윤선 순으로 상영현황 일일보고서 전달
③ 2015.6. 김종덕,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에 “2016 문예기금 공모사업 관련 지원배제 지시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 조윤선 퇴임 후 한 달 후 시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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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춘의 강요 혐의 중 상당수가 무죄로 선고됐고, 그 근거는 대체로 “(문체부 및 산하기관 공무원들이) 겁을 먹었을 정도로 해악을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대단히 권위적인 정부였고, 김기춘 같은 대통령비서실장이 ‘살짝만’ 암시를 줘도, 공무원 입장에서는 강한 메시지로 받아들일 것 같다는 의문도 들었다.
역으로 실행자들은 (지원배제가 위법행위라는 것을) 의식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고, 그것이 심각해보였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일”을 말한다.
물론 전문가들도 강요죄에 대해서는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하기는 한다. 협박을 넓게 해석해도 구성요건 성립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지원배제 행위를 실행한 개별 공무원들이 인식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고, “문체부에서 새로 구성한 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한다.
공무원들은 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무슨 지시를 받았는지 등 지금까지 다룬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 재판부는 박근혜의 공범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보수주의를 표방하여 당선되었고 보수주의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그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문화예술계 지원사업과 관련하여 ‘좌파에 대한 지원 축소와 우파에 대한 지원확대’를 표방한 것 자체가 헌법이나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재판부가 이를 통치행위(고도의 정치성 때문에 사법심사가 배제되는 행위)로 판단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런 취지로 해석한 것 같다. 하지만 “보수주의를 표방해 당선됐다”는 사실관계와 정책적으로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행위는 전혀 다른 문제다. 아울러 탄핵심판에서도 이미 ‘국민 전체를 위한 봉사자로서의 공익실현 의무 위반’ ‘특정 이념에 따른 지원 배제는 의무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재판부의 판단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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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137쪽에 서술된 “박근혜가 공범이 아닌 이유”
① 대통령은 보수주의를 표방하여 당선되었고 보수주의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그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문화예술계 지원사업과 관련하여 ‘좌파에 대한 지원 축소와 우파에 대한 지원확대’를 표방한 것 자체가 헌법이나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그러한 국정기조를 강조하고 그에 따른 정책 입안과 실행을 지시한 것을 두고 특정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지시하거나 이에 관한 기능적 행위지배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② 피고인들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실행하기 전 또는 실행할 당시 이와 관련하여 청와대 또는 문체부에서 작성된 보고서의 내용을 대통령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보고받았을 개연성은 크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보고 내용이 어떤 절차와 방식을 거쳐 어느 정도까지 대통령에게 보고되었는지 알 수 없고, 일부 보고는 요약된 서면보고 또는 그보다 더욱 간략한 대수비 보고자료 형식으로 보고된 것으로 보여 이 부분 범행과 관련된 내용이 구체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되어 대통령이 이를 승인 내지 지시한 것으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③ 대통령이 문예지 지원문제, 건전영화 지원문제, 보조금 집행문제, 종북 성향 서적의 도서관 비치문제 등에 관해 직접 언급하고 지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와 같은 지시내용 자체가 위법?부당한 것은 아니고, 그러한 지시가 위법?부당한 방법으로 특정 문화예술계 개인?단체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는 범행계획에 대한 지시라고 볼 수도 없다.
판결문 135~136쪽에 제시된 박근혜의 ‘블랙리스트’ 관련 행위
① 2013. 9. 30.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정지표가 문화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 특히 롯데와 CJ 등 투자자가 협조를 하지 않아 문제”라고 발언.
② 2013. 12. 19. 새누리당 최고위원 송년만찬에서 “좌파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계 권력을 되찾아 와야 한다. 나라가 비정상이다”라고 발언.
③ 2014. 11.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만나 “CJ의 문화사업이 좌파적 성향을 보인다”고 지적.
④ 정무비서관실로부터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를 보고받음.
⑤ 각종 문화예술 지원사업 관련 방안에 대한 서면보고를 받고, 김상률을 통해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지시.
⑥ 김상률은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 반액 삭감 방안’을 보고
⑦ 2014. 12. 김상률·김종덕에게 “‘국제시장’과 같은 건전애국영화 발굴을 지원하라”고 지시. 김종덕에게는 2015. 1. 9. “보조금 집행이 잘 돼야 하고, 정치편향적인 것에 지원되면 안 된다”고 지시.
⑧ 2015. 4. 김상률에게 “‘창비’ ‘문학동네’ 등 문예지들에 대한 예산 지원은 증액됐지만, 보수문예지는 축소됐다”며 해결 지시.
⑨ 2015. 말.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 종북 성향 서적은 단 한 권도 비치돼선 안 된다”고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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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암시’를 했고, 그 ‘암시’가 하달되는 과정에서 구체화된다면, 그것도 공범으로서의 ‘기능적 행위지배’로 평가할 수 있지 않나.
이미 판결문에 박근혜의 지시사항 및 발언이 다 제시됐고, 그에 따른 실행도 다 제시돼 있다. 그럼에도 공범 가능성을 부인한 판단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판결문에 제시된 사실관계로만 판단해도 공범 인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서는 박근혜·최순실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고, 공소사실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혐의도 포함돼 있다. 그래서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 중인데 ‘박근혜 공범 여부’에 대해 판단해도 되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공소장에 박근혜가 공범으로 명시돼 기소됐으니 판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판결문에 따르면, 김기춘의 양형에는 “공직에 오래 봉직했고 훈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 참작 사유로 명시됐다. 하지만 김기춘의 공직 생활은 대체로 공안 조작 사건으로 점철돼 있다는 의문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해가 안 되는 판단이다. 김기춘이 중앙정보부에 재직하던 시절 개입한 각종 공안 사건에 대해서는 법원이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한 사안도 많다. 그렇다면 김기춘의 공직 생활은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박근혜의 공범 여부에 대한 판단과 김기춘의 양형 등을 보면, 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시각이 녹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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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142쪽에 제시된 ‘김기춘의 양형 사유 중 일부’
“피고인이 오랜 기간 공직자로서 봉직하면서 홍조근정훈장(1973년), 보국훈장 천수장(1976년), 황조근정훈장(1987년), 청조근정훈장(1990년) 등을 수여받았고, 1999년 국가유공자 지정을 받기도 하는 등 국가 발전에 공헌한 점, 고령이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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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장을 많이 받았으니 감경하겠다’는 재판부 판단에 깜짝 놀랐다.
깜짝 놀랄 일이다. ‘사익을 추구한 일이 아니고 의욕이 지나쳤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 같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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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김기춘이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으로 재직했던 1975년에 수사한 ‘학원 침투 간첩단 사건’에 대해서는 2016년 재심 신청자 12명에 대해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또한, 김기춘이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2015년 재심을 거쳐 무죄 선고가 있었다. 아울러 강기훈 씨에 대해서는 6억 원의 국가배상 판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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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심 판결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제1심 판결에는 ‘헌법상 권리 침해’라는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한 관점이 결여돼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국가가 국민에게 헌법상 보장되는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완전히 무시한 채 언제든 분류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직적으로 지원 배제를 실행한 것이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이 매우 심각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사안의 중대성을 지나치게 간과한 것 같다.
– ‘9,746명의 명단을 만들어 지원을 배제했다. 김기춘은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 아닌 것으로 알았는데, ‘총기’가 이렇게 흐려졌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국정원을 거쳐 열심히 명단을 추가 작성했다고 하지 않나. 너무 놀라운 일이다. 김기춘도 세상이 이렇게 바뀔 줄 몰랐을 것이다.
– 항소심에서 보강되거나 추가로 다뤘으면 하는 부분은?
박근혜의 공범 여부와 관련해 제1심 재판에서 특별히 심리를 많이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박근혜는 그 재판의 피고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죄가 나온 부분에 대해 여러 근거들을 종합해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