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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심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언중위: 언론중재위원회
  • 선관위: 선거관리위원회
  1. 선방심의위: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방심위 산하, 한시기구)
  2. 선기심의위: 선거기사심의위원회 (언중위 산하, 한시기구)
  3. 인선심의위: 인터넷선거기사심의위원회(선관위 산하, 상시기구, 3년 연임 가능)

5개월 단기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마쳤다.

이번 22대 총선기간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과 뉴스통신사의 선거기사를 심의하는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 심의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추천 위원으로 일했다. 어제(10일) 위원회 활동이 끝났다.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가 남긴 숙제와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보도 공정성? 심의 공정성이 먼저다


선거 보도 심의를 둘러싼 논란은 넘어갈 수 없는 후유증 중 하나다. 그 중심에 선방심의위가 있었다. 하지만 선기심의위 소속 위원으로서도 선거보도 심의 전반의 공정성과 신뢰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 ‘옆 동네’ 일이라고만 여겨지지 않았다.

방심위는 2023년 12월 11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들을 위촉했다. 방심위 제공.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도 공정성뿐만 아니라 심의 공정성부터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게 더 시급하다. 다가올 다른 선거에서 또 다시 선거심의가 공정한 선거의 걸림돌이 되는 일이 반복돼선 안되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된 어제(5월 10일), 공직선거법에 따라 보도 공정성 여부를 심의해 온 임시기구인 선기심의위와 선방심의위의 임기는 모두 끝났다.

대통령선거는 선거일 8개월 전부터 종료후 1개월까지, 국회의원선거는 선거일 4개월 전부터 종료 후 1개월까지 심의위원회가 활동한다. 선거라는 특수 상황에서 불공정 보도의 피해를 피해를 막기 위해 각 심의위원회를 두는 것이다. 선거 보도를 심의하는 곳은 위 선방심의위, 선기심의위, 인기심의위까지 모두 세 곳이다.

선방심의위, 막판까지 무더기 재심 회의


내가 몸담았던 선기심의위는 지난 5월 3일 마지막 결산회의를 끝으로 일찌감치 활동을 끝냈다. 인선심의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방심의위는 임기 하루 전인 5월 9일까지 임시회의를 열었다. 재심신청이 18건이나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한 건만 제재수위가 한 단계 낮아졌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됐다. 선방심의위는 역대 최다인 30건의 법정제재 조를 내렸는데 그중 29건에 대해 방송사들이 재심 신청을 했을 정도로 심의 내용에 논란이 일었다. 대표적인 논란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김건희 특별법’ 보도에 ‘여사’를 붙이지 않았다(SBS)
  2. 일기예보 그래픽에서 파란색 숫자 1을 사용했다(MBC)
  3. 대통령의 법률안 무더기 거부권 행사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 가는 길이 역사가 되는구나”라는 표현으로 조롱했다(CBS)
김건희 ‘여사’ 특검이 아니라 “김건희 특검”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7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2024. 01. 15.)
파란색 1을 썼다는 이유로… MBC 뉴스데스크 날씨예보 보도 화면. MBC뉴스데스크 방송 캡처) 2024.02.27.

30건의 제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인 ‘관계자 징계’가 무려 14건이나 된다(이전 18~21대 총선에서 관계자 징계는 단 1건이었다). 회사별로는 MBC가 무려 17건으로 단연 최고다.

세 갈래로 ‘찢어진’ 선거 심의


선방심의위의 제재 강도는 다른 위원회와 통계수치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선기심의위는 총 41건의 법정제재를 했다. 이 가운데 주의사실 게재가 5건, 경고 9, 주의 27건이다. 전체 선기심의위의 대상이 되는 정기간행물 발행매체 수만 무려 1600개로 선방심의위에 비해 월등히 많은 데도 제재 건수는 비슷하다. 제재 내용도 여론조사 보도에 대한 경미한 ‘주의’ 조치가 23건으로 가장 많았다. 제재조치에 대한 재심 청구는 단 1건만이 제기돼 일부인용됐다.

인선심의위는 총 27건의 법정제재를 했다. 경고 결정 게재3건, 주의 조치 게재 4건 경고 4건, 주의 16건 등 재심청구는 11건이 있었고 모두 기각됐다. 인터넷 미디어의 양과 질을 감안하면 인선심의위의 제재가 상대적으로 가장 적었다.

이렇듯 심의위원회의 ‘실적’에 차이가 나는 것은 심의대상 매체의 특성도 있지만, 선거기사 심의가 3곳으로 나뉘어 있어 위원회 구성과 운영도 제각각이라는 데 우선 원인이 있다.

선기심의위는 종이에 인쇄된 기사와 뉴스통신사 기사만을 다룬다. 방송은 차치하고라도, 같은 A신문의 기사라 할 지라도 신문에 인쇄되지 않은 기사는 인기심의위 소관이다. 인터넷신문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2000년대 초 인터넷도 선거기사 심의 대상이 됐는데, 언중위가 인터넷을 다룰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밀쳐냈다. 선관위는 1급 공무원을 상임위원으로 하는 상근 조직으로 만들었다. 위원 임기도 5개월이 아니라 3년에 연임이 가능하다.

제재 수위는 선방심의위만 ‘관계자 징계’까지 가능하다.

예고된 불공정: 선방심의위, 구성부터 문제


선기심의위는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과 중앙선관위가 각각 1인, 언론학계 대한변협 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사람을 포함해 9명 내외’로 구성하게 돼 있다.

실제로 한국언론학회, 대한변협 한국기자협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정통성과 권위를 인정받아 온 단체들이 추천한 인사로 구성됐다. 나를 포함해 여야 추천인이 각각 1인이 포함됐지만, 심의 과정에서는 대체로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졌다.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 표결을 거쳤고, 위원들 모두 결정 내용에 동의했다. 제재를 받은 언론사들도 특별한 이의가 없었고, 재심을 청구했던 언론사 1곳 역시 일부 인용된 결정을 수용했다.

정부 여당이 방송에만 신경을 쓰고 종이신문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인지 선기심의위는 기존 관례대로 위원 추천이 이뤄졌다. 그 덕에 위원회 구성과 진행이 합리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위원장부터가 비상임인 언중위 조직 자체가 방심위와 달리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선방심의위 구성은 선기심의위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우선 선관위 대신 방송사가 추천권을 가진다. 그동안은 방송사 몫을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추천해서 큰 물의가 없었다.

그런데 류희림 위원장이 이끄는 방심위는 선거를 앞둔 지난해 11월, 심의위원을 구성하면서 협회가 아닌 TV조선에 추천권을 줬고, TV조선은 손형기 전TV조선 에디터를 위원으로 위촉했다. 심사받는 방송사가 심사위원을 직접 선정한 것이다. 야당추천 방심위원 2명을 윤석열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아 견제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일사천리로 이뤄진 일이다.

2024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무식. 류희림(위원장). 방통심의위 제공.

방송학계 추천도 한국언론학회나 한국방송학회 같은 학계 주류 단체가 추천을 맡았었는데, 신생학회인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맡았다.

시민단체 몫은 한국YWCA연합회나 한국여성단체연합같은 곳이 해 왔었는데, 생긴지 2년 된 보수 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의 권재홍 이사장(전 MBC플러스 대표)에게 돌아갔다. 국민의힘 추천위원 최철호 전 KBSN 대표이사 역시 공언련 대표를 맡았었다. 공언련은 MBC와 CBS 보도가 정부를 집중 비판해 선거 공정성을 해친다는 민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고, 선방심의위는 그 민원을 근거로 심의를 열어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인선심의위는 위원 임기가 3년인 상임 조직이라 이번 총선에서 위원 구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위원 구성은 선기심의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방심위와 언중위, 인터넷 언론단체가 추천하는 자를 포함해 11인 이내로 구성한다.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조직이기 때문에 신중한 심의가 이뤄지고, 결정 내용이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 다만, 선기심의위는 기자 출신이 3명 포함돼 있지만, 인선심의위 위원이 대부분 교수나 변호사 출신이고 현장 실무 경험이 있는 언론인 출신은 한 명도 없다는 점은 의아한 점이다.

다음 선거가 더 큰 문제다


선기심의위나 인선심의위 구성도 선방심의위와 같았다면?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를 두고도 방송 제재와 같은 일들이 똑같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번에 재미를 본 여당이 지방선거나 대통령선거 등 다가올 다른 선거에서 뒤늦게라도 선기심의위나 인선심의위 구성 방식을 바꾸려 할 지도 모른다.

당하는 야당 쪽에서는 당연히 칼을 갈다가 정권 잡으면 마찬가지 방법으로 반격할 것이다. 심의가 아닌 아닌 검열의 칼날로 적대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일이 반복되면 선거 기사 심의는 ‘공정성’이 아니라 ‘공격성’의 경연장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보도 심의 논란을 다룬 라디오 대담에서 한 출연자가 한 말이 인상 깊다:

“이런 시그널을 받고 선방심위 위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냐, 이 분들 5개월짜리잖아요. 다음에 다른 자리를 가야 돼. 지금 물어뜯고 뭐든 뭐 성과 내야 되는데 오더가 내려왔어.여사 호칭 문제 삼았는데 용산에서 별 얘기가 없네? 오케이 그럼 옆에서 무슨 생각하겠습니까. 아, 나도 쟤처럼 했어야 되는데 그래서 서로 물고 뜯고 지금 경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정주 CBS 기자)

노컷뉴스, “‘평범한 아주머니’인 김건희 여사 보도, 아예 하지 말란 거죠”[뉴스뒷담], 2024.05.05.
서울의소리 캡처.

어쩌면 이게 사태의 본질일 수 있다. 이정주 기자가 전한 그 표현 그대로 “나도 쟤들처럼 했어야 하나” 싶기도 한 심의위원이 있을 수 있다. 여야나 보수 진보를 떠나, 파국을 막으려면 최대한 중립적 심판 구성 방안을 구체적으로 손질하고, 구성 단계에서 치열한 논쟁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이유다.

3개로 나뉘어진 선거보도 심의 기능을 하나로 합치되, 전체 주관은 정부 간섭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난 보도 분쟁 중재에 특화된 언중위가 맡는 게 논란이 가장 적을 것으로 본다. 적어도 동일 매체 보도를 인쇄된 기사와 인터넷 기사로 나눠서 심의하는 기형적 시스템만이라도 고쳐야 한다.

더는 미룰 수 없는 22대 국회의 숙제


선거기사를 심의하면서 늘 머릿속에 머물렀던 화두는 ‘언론의 자유 vs 선거의 공정성’였다. 원론적으로는 언론의 자유는 공정한 선거의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현장 보도는 공정성의 담장을 너무도 쉽게 부숴버리곤 한다.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일방적이고 편향된 기사를 줄기차게 쏟아내거나 군소 지역 매체는 당선이 유력한 후보에게 줄대기 위해 홍보지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다. 이런 보도에는 최소한의 경종을 울리는게 그 조직이나 거기 몸담은 언론계 후배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언론 자유라는 가치와 별개로 공직선거법에 근거한 선거 기사 심의 기준 규정은 상당히 엄격하게 불공정 기사를 규정한다. 선기심의위 심의에서는 칼럼이나 기고인 경우에 최대한 제재에 신중히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원칙적으론 언론사 내외부 필진의 칼럼 및 기고도 제재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기준을 글자 그대로 갖다 대면 거의 모든 언론이 공평하게 레드카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현행 법규가 그렇다고 해도 규제 기구가 언론에 심사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언론밥 32년 먹은 내 생각이다. 다른 선기심의위원들도 대부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언론에 대한 평가는 독자에 의해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불공정하고 수준 낮은 언론은 시장 기능에 의해 퇴출돼야 한다. 현실은 불공정한 언론이 공정의 깃발을 내세우고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도 생존할 수 있는 게 지극히 한국적인 언론 시장 상황이다.

언론이 독자들에게 기사를 직접 전달해 평가받고 수익을 창출하는 게 아니라 포털을 통해 파편적으로 간접 소비되고, 하청업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게 근본 원인이다. 알면서도 하루하루 미뤄가고, 포털도 정치권 눈치 보며 기득권을 유지할 생각만 하는 사이 한국 언론의 병세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아웃링크 의무화나 언론사 징벌배상법 등 언론 개혁 법안들을 제대로 논의하고 추진하지도 못하고 유야무야 꼬리를 내린 건 최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책임이다. 그리고 다시 제1당이 된 민주당과 22대 국회가 받아든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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