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평균 경쟁률이 1.8대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후보 등록 저조로 ‘투표 없이 당선’된 사람도 5월 27일 기준 509명으로 2000년대 이래 역대 최다입니다. 정치, 특히 지방 정치에 대한 견제 시스템이 무너지고, 거대 양당 체제는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5월 3주 차에는 유권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약 보도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공약 검증 여부를 분석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다당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중대선거구제’가 시범 실시되는 만큼 제3당의 목소리를 언론이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소폭 늘어난 정책․공약 보도, 검증은 18% 불과
5월 3주 차 8개 신문 지면에서 지방선거가 언급된 기사는 총 397건이며, 그중 ‘지방선거’를 주요하게 다뤄 ‘지방선거 보도’로 분류할 수 있는 기사는 248건입니다.
지방선거 중점 보도 248건의 주제를 분석해보니, 정책․공약을 다룬 기사가 89건(23%)으로 그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요. 그 뒤를 행보․이벤트 60건(16%), 후보자 정보 40건(10%), 정당․후보 선거 전략 33건(9%) 등이 이었습니다. 이는 한 기사에서 여러 주제를 다뤘을 경우 분량을 기준으로 최대 3개 주제를 뽑아 중복 계산한 것으로 언급된 주제의 총 횟수는 384회입니다. 직전 주는 단일화․공천․경선 주제를 다룬 기사가 43건(26%)로 1위였으나,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고 5월 19일 선거운동이 본격 개시되면서 지역 후보 정책과 공약을 전달하는 기사가 많아진 영향으로 보입니다. 정책․공약 보도는 2주 차에 비해 54건(4%p) 늘었습니다.
그러나 정책‧공약을 다룬 기사가 늘었다고 해서 모두 양질의 기사인 것은 아닙니다. 5월 3주 차 정책‧공약으로 분류된 기사 89건의 정책 검증 여부를 살펴보니, 실제 공약을 검증한 기사는 18%(16건) 수준입니다. 오히려 검증 없이 받아쓴 경우가 69%(61건)였고, 경쟁 후보의 반박을 언급한 수준에 그친 경우도 13%(12건)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경쟁 후보의 반박을 실은 경우도 ‘검증’에 속할 순 있으나, 상대 후보 발언 역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라는 점에서 언론사가 ‘정책 검증 보도’를 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정책․공약 보도 10건 중 8건은 검증 없는 정책 보도라는 점에서 정책․검증 보도의 기본을 갖춘 보도는 전체 지방선거 보도 248건 중 16건으로 약 6% 정도입니다.
‘농어촌 공약’ 검증 대신 “어린 시절 농사경험” 부각
한국일보 기사형 광고 섹션(Advertorial Section) ‘BIZ&Life’에 실린 ‘더불어민주당 공영민 고흥군수 후보’ (5월 19일 문채형 기자)는 검증 없이 정책을 언급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고영빈 고흥군수 후보의 “농수축산물 브랜드화와 6차 융복합산업 육성” 정책을 소개하면서 “어릴 적부터 몸에 밴 농사경험을 살리고 농어민의 마음을 헤아린 고흥군 농어업·농어촌의 지속발전을 위한 방안”이라는 설명만을 덧붙였습니다. 기사형 광고 섹션에 실린 기사이긴 하지만 실현 가능성, 정책의 구체적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후보의 인생살이는 가난, 꿈, 도전, 성취로 이어지는 드라마”라며 후보의 성공 스토리에 분량을 더 할애했습니다.
정책의 ‘반’만 보여줘 정보를 부족하게 전달한 경우도 있습니다. 5월 20일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간 토론회를 전한 경향신문 ‘오세훈·송영길 첫 TV토론회…‘집’중포화’ (5월 21일 유설희 기자)는 송 후보의 부동산 정책 ‘누구나집’(공공임대주택 15만호의 확정분양가를 현재 시세 감정평가액으로 고정해 10년 후에도 같은 가격으로 분양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오 후보가 “월세 200만원이 넘는다”고 비판하고, 오 후보의 장기전세주택 정책 ‘시프트’를 두고 송 후보가 “이자 월 200만원 내야 한다”고 비판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두 후보 지적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그에 대해 어떤 재반박이 있었는지 기사에선 확인할 수 없습니다. 동아일보 ‘송 “택시기사 150억 인센티브”…오 “대중교통 운행시간 연장”’ (5월 21일 이윤태 기자) 역시 ‘누구나집’에 대해 오 후보가 “무리수”라고 했다고만 짧게 전해 ‘반쪽짜리’ 정책 보도에 불과했습니다.
언론이 모든 정책을 검증하고, 검증이 완료된 정책만 보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검증 없이 받아쓰거나, 사실 확인이 부족한 기사가 정책 보도의 87%에 이른다는 점은 언론이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게 합니다. 후보자 TV토론은 정책에 대한 여러 정보와 주장이 오고가는 만큼, 찬반 핵심을 보도하고 발언 진위만 확인해도 유권자에게 도움 되는 정책 검증 보도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확인이 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기사는 유권자의 답답함만 키우고, 잘못된 정보를 키우는 확성기가 될 우려가 큽니다.
소수정당 1,609명 출마…거대 양당 139건 VS 소수정당 3건
이번 지방선거는 기초의원 선거구 30곳에 중대선거구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당 최소 3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해 소수정당의 기초의회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제도입니다. 애초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전면 도입이 논의됐지만, 4월 14일 시범실시로 축소돼 그 영향력은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체제를 타파하려는 시도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맞춰 언론이 소수정당 후보와 이들의 좋은 정책을 발굴하고, 적극 소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계속 있었습니다.
지방선거 중점 기사 248건 중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당이 특정 후보를 추천하지 않아 정당을 표기하지 않는 교육감 관련 보도 26건을 제외한 222건 기사에 언급된 후보 소속 정당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거대 양당 후보만 다룬 보도는 139건(63%), 소수정당 후보만 다룬 보도는 3건(1%)으로 격차가 컸습니다. 소수정당 후보가 거대 양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와 함께 언급된 32건(14%)을 포함해도 35건에 불과해 15~16% 수준이었는데요.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수와 비교하면 언론의 소수정당 외면 현상은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정의당과 무소속을 포함한 소수정당은 1,609명(21%), 국민의힘 2,918명(39%), 더불어민주당 2,967명(40%)입니다. 전체 후보자의 21%가 소수정당 소속인데, 언론 보도에서 이들이 언급되는 비율은 훨씬 낮습니다. 게다가 거대 양당만 등장한 기사 139건의 경우, 기사 1건으로 계산되더라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언급된 것이므로 거대 양당 후보들의 언론보도 지분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다음 날인 5월 20일 신문지면 1면을 보면, 소수정당에 대한 태도나 인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8개 중 5개 신문이 선거운동 사진을 실었는데요. 모두 공식 선거운동 시작에 주목하면서 서울시장 후보 사진을 실었습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얼굴만 크게 나온 사진을 게재한 데 반해 경향신문은 정의당, 기본소득당,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선거 벽보를 함께 실었습니다. 한겨레는 서울시장, 구청장, 시의원 등 기초의원 벽보까지 모두 나온 사진을 1면 상단에 가로로 길게 배치했습니다.
이러한 사진 배치는 장단이 있지만, 지역 주민 일상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시·도·군·구의원 등 광역·기초의원 등을 뽑는 지방선거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면 소수 유력 정치인만 부각하는 방식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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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지방선거보도 민언련 감시단은 4월 28일 출범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뉴스,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니터 보고서는 5월 16일(월)부터 5월 21일(토)까지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한국일보), 2개 경제일간지(매일경제·한국경제) 지면 선거보도에 대한 3차 양적 분석 결과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작성해 5월 30일(월) 발표했습니다.
모니터 대상:
2022년 5월 16일~2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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