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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의 추억: "쌩뚱맞은" 검찰개혁 권고안

“쌩뚱맞죠?”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로 추억되는 웃찾사의 ‘그때 그때 달라요’. 이 코너엔 정찬우가 연기하는 영어강사 ‘미친소’가 나온다. 미친소 선생님은 간단한 영어 문장을 말도 안 되게 해석하고, 그게 이 콩트의 웃음 포인트다. 말도 안 되는 해석을 계속하는 미친소가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스스로 봐도 너무 억지스럽다고 생각하는 순간을 만나면, 마치 폭죽 터지듯, 외친다.

“쌩~뚱맞죠?”

그제(27일) 나온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 변호사, 이하 ‘개혁위’)의 21차 검찰개혁권고안(이하 ‘권고안’)에 대해 그동안 누구보다 ‘검찰 개혁’을 앞장서서 고민하고, 주장했던 참여연대가 한마디 했다.

“쌩뚱맞고 권한의 분산이라는 취지에 역행합니다.” (참여연대)

그 논평이 나에게 ‘미친소’ 선생님의 추억을 불러왔다.

참여연대, “쌩뚱맞다” 

참여연대의 논평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1

  • 권고안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검찰총장에 집중된 수사지휘권을 고등검찰청장에게 나눈다.
    2. 법무부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해 고검장을 지휘한다.
    3. 검찰총장의 인사권 축소하고, 법무부장관의 인사권은 강화한다.
  • 즉,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은 분산하자면서 법무부장관에게는 구체적 수사에 관한 지휘권을 부여하고, 인사권까지 강화하자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권한의 분산이라는 취지에 역행”하는 “쌩뚱맞은” 제안이다.  
  • 검찰 개혁의 “핵심은 민주적 통제를 받는 수사지휘권과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인 검찰의 공정한 수사”다. 권고안은 인사권에서 검찰총장의 권한은 축소하고, 법무부장관의 권한은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검찰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 수사지휘권을 둘러싸고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이런 권고안이 나온 것은 소모적인 정쟁을 가중”할 수 있다.
법무검찰개핵위의 21차 권고안을 "쌩뚱맞다"고 비판한 참여연대

법무검찰개핵위의 21차 권고안을 “쌩뚱맞다”고 비판한 참여연대

참여연대의 논평은 이런 류의 공적 의제에 관한 (우리가 통상 예상하는) 시민단체의 ‘격한’ 어조의 논평과는 달리 차분하지만, 분명하고, 격조 있으면서도 위트 있게 의제의 핵심 내용을 상기하게 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글 말미에서는 제언까지 더한다:

“현재 시점에서 제도화된 검찰권력에 대한 견제 방안은 공수처 설치입니다. 공수처법 시행일이 7월 15일이었지만 공수처장 추천위조차 아직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공수처 설치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나는 참여연대의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경실련, “검찰개혁 본질 망각” 

참여연대의 논평이 차분하지만, 분명하고 위트 있게 권고안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면, 경실련의 논평은 좀 더 격정적이고, 거칠고 직설적으로 권고안을 비판한다. 특히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권 행사의 ‘중립성’이라면서, 장기적인 비전을 생각했다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숸부터 폐지해야 순서”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논평의 일부를 직접 인용해보자.

“권고안은 검찰권 행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준사법적인 기관이며, 검찰의 수사권은 준사법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런데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법무부장관이 고등검사장을 수사 지휘할 수 있도록 해 정치권력이 검찰권을 휘두를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검찰개혁의 본질은 검찰이 ‘정치의 시녀’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고, 검찰권 오남용의 방지는 그 다음의 과제이다. (중략)  만약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개혁의 장기적인 비전을 생각했다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부터 폐지해야 했을 것이다. 이런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안)은 폐기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경실련)

표현이 다소 거칠긴 하지만, 나는 그 내용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검찰 개혁은 시대의 과제다. 이건 너무도 분명하다.

검찰 개혁은 우리 시대의 가장 과제 중 하나다. 이건 너무도 분명하다.

K·M·S·······동 

주요 제도권 언론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아래는 구글에서 동일한 검색 키워드(해당 언론사 + 21차 권고안)으로 검색한 기사들 중에서 ‘단순한 사실 전달’ 기사들을 제외하고, 비교적 이 사안에 관해 해당 언론의 적극적인 입장이 반영된 기사를 골라 모은 것이다(즉, 사설이 있는 경우에는 사설을, 사설이 없는 경우에는 해설 기사를, 해설 기사가 없는 경우에는 단순 사실 전달 기사를 올렸다.).

방송3사 

KBS의 기사가 그래도 좀 적극적인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BC는 비교적 법무부의 입장을 강조하는 리포트인 것으로 해석되지만, 직접 판단해볼 것을 권한다. SBS는 다소 건조하게 권고안의 내용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 KBS MBC SBS

한경오 

한겨레와 경향은 다소 소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거듭 강조하건대, 직접 읽고 판단하길 권한다. 오마이는 양쪽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부딪히게 함으로써 비교적 이 사안에 관해 적극적인 보도 태도를 보여준다. 가정이 무의미하다는 건 알지만, 만약에 ‘통합당 정권’에서 이런 개혁안이 나왔다면, 한겨레나 경향이 이런 보도 태도를 보였을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뜻밖에’ 사설을 냈다. 내용은 법무부의 입장에 두둔하는 듯한 양비론/양시론에 가깝다.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거나 “악용될 경우 검찰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은 권고안에 대한 비판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검찰 개혁안은 “악용될 경우”를 최대한 원천에서 제거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최대한 그 악용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는 점에서 한국일보 사설의 ‘두리뭉실’한 판단에는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

조중동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아주 직접적인 ‘목소리’로 권고안을 비판한다. 표현 수위는 제도권 언론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 혹은 그 경계를 살짝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전적 의미의 ‘욕’이 없을 뿐, 읽다보면 마치 환청처럼 욕하는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사설에 쓰인 표현들을 열거해보면 이렇다:

“검찰총장을 허수아비”
“대통령의 수족”
“국민을 바보”
“정권 사냥개”

“황당한 시행령안” 
“인사 학살”
“권력 사유화와 권한 남용” 

몬스터 종이신문

조선일보 사설을 읽으면 ‘욕’이 환청으로 들리는 것 같다. (출처: epSos.de, CC BY)

중앙은 제목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데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직접적인 비난이나 분석이나 해설의 형식을 빌린 비판은 보이지 않는다. 동아는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건조하고 소극적으로 이 사안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불길한 신호  

시민단체 논평과 개별 기사에 관한 판단은 직접 하시길 바란다. 무엇보다 검찰 개혁위의 권고안에 관한 판단도 각자의 몫이다. 다만 이 사안에 관해 내 입장을 말한다면, 나는 참여연대의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경실련의 판단에 대체로 동의한다. 법무부 검찰개혁위의 21차 권고안은 “검찰개혁의 본질을 망각한”(경실련) “쌩뚱맞은”(참여연대) 안으로, 폐기되어 마땅하다. 좀 더 직접적으로 내 심정을 밝히자면, 소위 진보 정권이라는 문재인 정권의 법무부에서 이런 ‘개혁안’이 나왔다는 게 한심하다기보다는 참담하다.

우리나라 언론 지형은 여러분이 넉넉하게 체험했듯, 방송사는 정권의 부침에 따라 정파성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조중동과 한경오는 각각 보수와 진보를 대변한다고 여겨진다(나는 다소 이견이 있지만, 이 글에선 생략하자). 물론 한겨레 출신의 청와대 참모가 ‘강남 부동산 부자’로 입길에 오르는 시대다. 나에게도 조중동이 오로지 악의 축이라는 생각은 이제 흐려졌다.

그럼에도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관해 보수의 ‘끝판왕’ 조선일보와 진보의 ‘최전선’ 참여연대 및 경실련이 그 거시적인 입장을 함께 한다는 건 불길한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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