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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논란의 이면: 질본과 복지부가 진정 원한 것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가장 존재감이 커진 곳은 단연 질병관리본부다. 질병관리본부가 보여준 성공적인 방역과 헌신은 국민들의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형성됐다. 정부조직 개편이란 원체 복잡한 논의를 거칠수밖에 없는 문제인데도 질병관리청 승격·독립은 공론화부터 법안 제출까지 40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신속한 정책 결정 뒤에 우리가 놓친 건 없었을까.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대응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고,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을 앞두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대응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고,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을 앞두고 있다.

‘무뉘만 독립’ 논란 

질병관리청 승격·독립이 공론화된 건 5월 3일부터다. 대통령 문재인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면서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지역체계도 구축하여 지역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매우 급작스럽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질병관리청 승격·독립은 사실 질병관리본부나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랫동안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던 과제였지만, 정부 자체에서 이 문제를 깊게 고민한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만 해도 “실효성 있는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으로 제2의 메르스 사태 방지”를 강조했지만, 세부 내용은 “2022년까지 중앙·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만 언급했을 뿐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은 “질병관리청 승격”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질병관리청 독립”을 보건복지분야 핵심 공약으로 발표하긴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상황을 반영한 즉흥적인 성격이 강했다.

대통령 발표 이후 정부는 급박하게 움직였다. 논의 결과물은 6월 3일 나왔다. 이날 발표를 보면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에서 독립된 별도 ‘청’으로 위상과 역할을 높이고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칭)를 두도록 했다. 보건의료에 대한 종합적 연구개발(R&D)과 장기·조직·혈액 관리 기능을 복지부에서 수행하도록 하면서 현재 질병관리본부에 있는 국립보건연구원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복지부로 이관하도록 했다. 국립보건연구원 소속 감염병연구센터를 확대 개편해 국립감염병연구소도 신설하기로 했다.

새로운 조직 개편안에 의하면 질본의 예산은 오히려 줄게 된다.

6월 3일에 나온 새로운 조직 개편안에 의하면 국립보건연구원과 혈액관리원이 복지부로 이관돼 질본의 인력과 예산은 오히려 줄어 든다. 복지부 ‘조직 이기주의’ 혹은 ‘재주는 곰(질병관리본부)이 부리고, 돈을 왕서방(복지부)이 챙긴다’는 비판이 바로 나왔다. 그리고 이 계획은 철회됐다.

즉각 ‘무늬만 독립’이라는 논란이 벌어졌다. 국립보건연구원이 복지부로 소속을 바꾸게 되면 질병관리본부 인력과 예산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에 불을 붙인 건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한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는 글이었다. 그는 이 글에서 “주요 감염병 연구기관을 (복지부로) 떼어간다니 황당하다”며 “연구소 주요 보직을 복지부 출신의 적체된 인사로 채우려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문재인은 6월 5일 정부조직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6월 15일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본부 소속으로 두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질병관리본부에서 승격·독립하는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감시부터 치료제와 백신개발, 민간시장 상용화 지원까지 전 과정을 질병관리청이 주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6월 17일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을 보면 38조 2항을 “감염병 및 각종 질병에 관한 방역·조사·검역·시험·연구 및 장기이식관리에 관한 사무를 분장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질병관리본부를 둔다”에서 “방역·검역 등 감염병에 관한 사무 및 각종 질병에 관한 조사·시험·연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질병관리청을 둔다”로 개정했다.

‘보건연’ 논란은 복지부 욕심 때문이었을까

이제 모든 논란이 해결된 것일까. 질병관리청 승격을 둘러싼 논의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난맥상이 교과서처럼 폭발한 사례였다.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됐던 문제부터 따져보자. 국립보건연구원이 질병관리청이 아니라 복지부 소속기관으로 넘어가면 질병관리청 설립 취지가 훼손된다고 할 수 있을까.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윤태호는 6월 4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은 감염병 연구만 담당하는 조직이 아니라 보건의료와 관련된 전반적인 연구를 담당하는 곳”이라며 “여러 가지 기초연구 등이 다 포괄되기 때문에 범정부적인 협조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범정부적인 협조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은 장관급 부처인 복지부 소속기관으로 있는 게 더 적합하다는 의미다. 그는 인력과 예산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권역별 질병대응센터와 감염병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에 대한 집행기능 등이 추가되기 때문에 현재보다는 예산이나 인력 부분들이 추가로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이 발언은 “복지부의 조직 이기주의”의 한 증거처럼 취급됐다. 하지만 국립보건연구원의 기능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국립보건연구원의 연구 기능은 크게 감염병, 만성질환, 보건산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만성질환과 보건산업은 업무 성격상 질병관리본부보다는 복지부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게 맞다. 만약 질병관리청이 생기면 만성질환과 보건산업 관련 업무를 두고 복지부·질병관리청·국립보건연구원이 매번 협의를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 국립보건연구원을 어디에 두느냐는 국립보건연구원의 기능 가운데 어느 측면을 더 중요하게 보느냐와 관련된, 다소 기능적인 문제였다.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뒤 터졌던 논란, 그에 따른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국립보건연구원 소속 문제는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사이에 가장 이견이 적었던 사안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협의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질병관리청에 독자적인 정책 기능을 부여하는 문제였다”면서 “오히려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 소속으로 하는 건 가장 먼저 정리가 끝난 안건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 문제는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이 6월 4일 정례브리핑에서 명확하게 정리를 한 바 있다. “보건의료 R&D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청에 소속기관이나 2차 소속기관의 형태보다는 복지부의 직접 소속기관으로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의 두 가지의 그런 기능을 같이 공동으로 발전시키고 확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2020년 2월 4일 브리핑하는 모습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질본이 ‘진정’ 원했던 것은… 

오히려 질병관리본부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역학조사 관련 연구·교육, 정책 개발을 강화할 수 있는 별도의 연구기관을 세우는 것이었다. 이 역시 6월 4일 정은경이 브리핑에서 “질병관리본부도 청이 되더라도 연구기능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이 하고 있는 (중략) 연구와는 조금은 성격이 다른 그런 공중보건연구의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행안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선 복지부 장관 박능후는 6월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질병관리본부가 필요로 하는 (감염병·백신개발·역학조사) 단기적 연구기관을 따로 만들려 했는데 몇몇 감염병 학자들이 마치 복지부가 욕심을 내 조직 개편안을 낸 것처럼 오해를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한 정부 관계자 역시 “많은 분들이 질병관리청 관련 논의를 복지부가 주도해서, 잇속을 차린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은 전혀 다르다”면서 “오히려 복지부는 협의 내내 방어적인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질본이 '진짜'로 원한 건 국립이 아니라 연구기능이었다.

질본이 ‘진짜’로 원한 건 국립보건연구원을 소속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연구기관을 세워 연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통상 정부조직개편 문제는 세 단계를 거친다.

  1. 기능 진단
  2. 기능 조정
  3. 인력 조정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더 하고 덜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리한 다음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 것인지 결정하고, 그에 맞춰 필요한 인력규모를 산출한다. 발표는 그 다음이다. 하지만 6월 3일 발표 당시 행정안전부 차관 윤종인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면 정원이 어떻게 달라지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정부부처간 협의가 끝난게 6월 1일이었고 최종안이 나온게 6월 2일이었으니 정원 조정은 논의할 틈도 없었다.
질병관리청 승격·독립은 감염병 대응이라는 중차대한 국가 역할에 관한 문제를 담고 있다. 오랜 시간 숙의를 거칠 수밖에 없는,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실제로는 40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사실 ‘부처간 협의’조차 구색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문재인이 “질병관리청 승격”을 언급했을 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나마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사이에 이견이 가장 적었던 국립보건연구원 문제조차 ‘외풍’이 불자마자 대통령이 앞장서서 뒤집어 버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애초에 청와대에 보고를 하지 않았겠느냐. 당시만 해도 그 문제는 전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질병관리청 승격 결정과정은 말 그대로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답정너’(정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였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코로나19 대응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까지 생겼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논의 과정에서 복지부 공무원들이 상실감을 느꼈다”면서 “복지부 공무원들도 코로나19 대응에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조직 이기주의’라며 욕만 엄청나게 먹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의 한 축인 질병관리본부의 사기 진작을 위해 또다른 한 축인 복지부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발생한 셈이다.

질병관리청 일지  

  •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 발생
  • 2월 05일.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질병관리청 독립” 총선공약 발표
  • 3월 01일. 더불어민주당, “질병관리청 승격” 총선공약 발표
  •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질병관리청 승격, 복지부 복수차관제” 발표
  • 6월 03일.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 개편안 발표
  • 6월 05일. 문재인 대통령 “질본 연구기관 복지부 이관, 전면 재검토” 지시
  • 6월 15일. 당정청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청 소속으로 두는 정부조직개편안 확정
  • 6월 17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제출
  • 6월 29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부

그 관계자에 따르면 정은경이 시종일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건 “방역전선에 균열이 생기면 안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국립보건연구원 문제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그건 곧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협조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청이 승격되더라도 어차피 인력 충원과 조직 개편 등으로 시간이 걸린다. 연구기관 혹은 연구부서 어느 쪽이든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전반적인 논의가 ‘머리’(질병관리청)로만 쏠리다 보니 ‘손발’(지역조직과 보건소)이 뒷전이 되는 것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현재 법적으론 감염병 감시, 조사, 대응은 지방자치단체가 1차적인 책임을 지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대구에서 민낯이 드러났듯이 역학조사관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곳이 많다. 현재 권역별 질병대응센터와 지자체의 기능조정과 역할분담 논의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논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승진으로 굴러가는 조직에서 인사적체? 

또 하나 따져봐야 할 대목은 복지부를 ‘생선가게 고양이’처럼 취급하는게 정당한가 하는 문제다. 이는 정부 운영의 기본원리와 직결된다.

복지부로선 다소 억울할 수도 있지만, 식약처나 질병관리본부는 전문가 집단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어서 일반직 공무원들이 중심인 복지부와는 색깔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집단이 보기에 비전문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건 어쨌든 곱게 보이기 힘들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오랫동안 질병관리본부 독립을 내켜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복지부 본부의 승진 적체가 영향을 미쳤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복지부는 현행 체계에서 질병관리본부에게 독립성을 좀 더 주는 쪽을 선호했다. 과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할때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단순히 ‘복지부가 생선가게 고양이라서’라고 치부하는 건 너무 손쉬운 혹은 게으른 결론일 뿐이다.

공무원조직은 승진이라는 당근을 먹고 살면서 굴러가도록 설계돼 있다. 최근 20년 가까이 성과급 제도가 대폭 확대됐지만, 솔직히 말해서 급여란 승진하면 자동으로 따라오게 돼 있다. 게다가 공무원조직은 연공서열을 따지는 문화가 지금도 강력하다. 모르는 공무원 만나면 몇급인지 몇기인지부터 따진다. 고향이나 학교는 한참 다음이다. 성과급 많이 받는 만년 과장이 국장이 된 후배들과 사이좋게 유유자적하며 일한다는 건 현재 한국 정부구조에선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바로 그런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승진 포기한 6급’이란 말이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자주 진실이다. 그리고 공무원에게 '승진'은 매우매우 중요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자주 진실이다. 그리고 공무원에게 ‘승진’은 매우매우 중요하다.

승진은 강력한 당근이지만, 무시무시한 채찍이 되기도 한다. 정부부처 각 실국에는 선임과장이 있다. 일반적으로 선임과장은 국장이 거느린 여러 부서 과장들 중에서 가장 선임이자, 승진 0순위인 사람이다. 어느 정부부처를 보더라도 업무량이 가장 많은 사람은 단연 선임과장이다. 선임과장은 실국장을 보좌하고 여러 과장들을 이끌어야 한다. 당연히 해당 실국의 각종 업무를 줄줄이 꿰고 있어야 한다.

왜 선임과장은 과로에 시달리는가. 고생 뒤에는 승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감사원을 동원해 KBS 사장 정연주를 몰아냈다. 당시 KBS 감사를 책임지고 수행한 이들은 승진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승진했고, 좋은 자리로 영전했다.

상황이 이러한지라, 정부조직에선 승진적체가 매우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고생한 실장 국장에게 괜찮은 기관장 자리 하나 못주는 장관, 과장을 승진시켜주지 못하는 실국장이란 무능력도 무능력이지만, 말 그대로 ‘나쁜 놈’이다. 이는 정부조직을 키우고 싶어하는 한 유인이 된다. 가뜩이나 정부 업무는 계속 늘어나 해야 할 일은 늘어나는데 승진이라도 시키지 못하면 정부조직이 굴러갈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꽤나 역설이지만, 정부조직 키우기는 국민들의 편익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복지부도 정확히 이런 현실의 제약을 받는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도 예외는 아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정부 조직을 무작정 늘리는건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적절한 제어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을 통해, 행정안전부는 조직을 통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부작용도 존재한다. 기재부는 예산을 깎는데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정작 코로나19 같은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을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져버린다.

행안부는 총액인건비제 등으로 과도한 조직확대를 막는일을 너무 잘하다보니 꼭 필요한 정부역할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이런 정부조직구조는 코로나19를 통해 우리가 새삼 깨닫게 된 ‘역학조사관이 모자란다’, ‘공공병원이 모자란다’ 같은 문제점으로 표출된다.

코로나19처럼 대중의 요구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국면에서 대통령과 청와대는 엉킨 실타래를 단번에 풀어주는 갈등해결자가 되려는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 결과로 문학이나 연극·영화 기법 가운데 하나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장치로 내려온 신”, 문학에서 결말과 갈등 해소를 위해 뜬금 없는 사건을 일으키는 플롯 장치)가 현실에서 나타나는 예를 종종 봐왔다.

2013년 연말정산 논란에서 봤고, 7년만에 질병관리청 논란에서 다시 목격했다. 하지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결론을 내는 연극이나 영화치고 명작은 거의 없다(프랭크 카프라의 영화나 코헨 형제의 ‘허드서커 대리인’ 정도를 빼고는). 게다가 관객들을 감동시키기도 쉽지 않다. 정책 영역에선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새로운 갈등을 촉발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필자의 서울신문 7월 6일 자 기사를 대폭 수정보완해 슬로우뉴스 원칙에 따라 편집, 발행한 글입니다. 필자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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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전문기자를 꿈꾸는 기자 겸 박사 겸 블로거( http://www.betulo.co.kr )입니다. 시민단체 공동신문 '시민의신문'을 거쳐 현재 서울신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와 저널리즘학연구소에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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