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이 글은 [꽃의 안드로이드 학원](스마트폰 모에 의인화, 모에)에서 영감을 얻은 가벼운 정치 패러디입니다. 필자는 대선후보 및 기존의 정치인들을 IT업체에 비유합니다. 스마트폰이 이제는 우리 삶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필수재가 되었듯, 정치는 항상 우리 삶과 불가분입니다. 이 패러디가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 대한 관심 환기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box]
대통령 후보와 정치인이 스마트폰 업체라면
박근혜- 삼성
1. 압도적인 점유율(지지율)로 독주하며,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불패 신화.
2. S급 패스트 팔로어(S-class fast follower) 전략으로, 상대당의 ‘혁신’을 금방 베낀다 따라잡는다. (관련 기사: 삼성의 ‘베끼기’ 관행과 애플 소송)
3. 언제나 조만간 몰락할 거라는 ‘위기론’ 이 나온다.
4. 구태를 벗어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다들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5. 세습이 최대의 약점.
문재인 – LG
1. 전임 CEO(대통령)가 훌러덩 말아먹었다.
2. ‘명가 재건’을 기치로 내세우지만, 과거의 유산에 발목이 잡혀 있다.
3. 언제나 ‘OO 타도’, ‘붙어보자, OO’라는 구호를 즐겨 사용한다.
4. 무언가 노력은 하지만, 오히려 ‘헬지(친노)가 뻔하지’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5.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그럴듯한 걸 내세우지만,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다.
안철수 –HTC
1. 다른 업종에서 왔다.
2. 구글과 통신사(무릎팍도사와 힐링캠프) 때문에 떴다.
3. 처음에는 ‘황태자’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으나, 경쟁(검증)에 돌입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4. 회사 규모가 작아 타사와의 경쟁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5. 마니아들은 “삼성이나 LG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 노키아
1. 폭삭 망했다.
2. ‘불타는 플랫폼’을 목격했다. 아침이슬 노래 환청도 들렸다고.
3. 낡은 운영체제(a.k.a. 강부자)가 핵심 문제.
4.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5. 외부 세력(MS 검찰)의 힘을 빌어 살아남으려고 하고 있다.
이정희 – RIM
1. 시원하게 말아먹고 있다.
2. 한때 SO COOOOOOOOL 함의 대명사였다.
3. 핵심서비스가 낙후된 시설과 기술 때문에 먹통이 된다.
4. 외관 때문에 낚인 사람들이 가끔 있다.
5. 자기네들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손학규 – 소니 모바일
1. ’저녁이 있는’ 디자인으로 호평받고 있다.
2, 하지만 한 단계 처지는 스펙 때문에 결국 패배.
3. 옆 동네 피(에릭슨 a.k.a. 한나라)가 흐르고 있다. 좋게 말하면 하이브리드. 나쁘게 말하면 잡종.
4. 한때 잘나갔다.
김두관 – 팬택
1. 맨몸으로 시작했다.
2. 한때 돌풍을 일으켰었다.
3. 어떻게든 메이저 플레이어에는 끼어있다.
4. ‘OOO 나와라’며 2등 전략을 펴지만 커뮤니티에서 굉장히 많은 비판을 받는다.
5. 제품력 결함을 지적하는 비판자들이 상당히 있다.
김문수 – 모토로라
1. 무언가 시원하게 망한 듯.
2. 애프터서비스(나 경기도지산데 위기관리)가 안되어서 맹비난을 받았다.
3. 은근히 마니아들이 있다. 일부 시장(보수 세력)에서는 점유율을 유지한다.
4. 만만해 보이는데, 알고 보면 그렇지는 않다고?
박원순 – 화웨이
1. 겉보기와 달리 무섭다. 삼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경쟁자일지도? (관련 기사: 이미지 정치의 함정,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2. 조만간 큰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관측된다.
3. 출신에서 오는 한계가 있다.
오세훈 – 팜
1. 이 모든 사태의 장본인. (2001년 미국 최초로 스마트폰을 도입)
2. 참신한 이미지로 상당한 지지를 얻었으나 이후 여러 자충수가 이어졌다.
3. 승부수를 띄웠지만….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됨.
4. 멋진 디자인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진표 – KT테크
1. 과거의 후광이 있다.
2. 내놓는 제품마다 듣보잡 취급을 받았다.
3. 특징이 없다.
4. 망했다.
이재오 – 후지쓰
1. 예전에는 실세였었다.
2. 지역구만 근근이 방어한다.
3. 이제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는다.
김태호 – SK텔레시스
1. 의욕적으로 나와봤다.
2. 하지만 왜 나왔는지 다들 이해하지 못했다.
3. 본사(청와대)에서 도와주지 않았다.
안상수 – 아이리버
1. 다른 시장에서 완전히 망했었다.
2. 제품보다 다른 것(예: 보온병)으로 회자된다.
오바마 – 애플
1. 왠지 멋져 보인다.
2. 한국에서 인기가 아주 많다.
3. 트위터 등에서 연설 동영상이 자주 떠돌아다닌다.
4. 하지만 국내에서는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
진보신당 – 창고창업자
“내게 두려운 상대가 있다면 지금 어느 창고에 처박혀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는 데 골몰하고 있을 누군가요.” – 빌 게이츠(1997년)
해설: 왜 박근혜-삼성, 문재인-LG, 안철수-HTC인가
박근혜 – 삼성
삼성은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대중화의 물결에 빠르게 올라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 가운데 명실상부한 1위 자리에 오르게 된 원동력은 삼성 특유의 빠른 추종자 전략과 이를 가능케 하는 집행 능력이다. 그리고 1위 자리를 계속해서 굳히며 일종의 ‘대세론’이 형성되어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박근혜 후보는 대선계의 삼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과감하게 상대방이 먼저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구호를 가져다가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이 2012년초 ‘경제민주화’ 이슈를 제기하면서 이는 박근혜가 못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여기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바로 김종인을 영입하면서 야권의 포지션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경제사회 이슈뿐만 아니라 메시지 관리 전략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박근혜식 빠른 추종자 전략이 계속 선두 자리를 유지하게 할지 의문을 던지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것이 진보진영의 혁신을 그대로 베낀 ‘짝퉁(카피캣)’이라는 비판도 계속 받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줄푸세’를 언급했던 과거는 ‘옴레기(옴니아+옴레기)’ 라는 비난을 들었던 삼성의 면모와 닮았다.
삼성의 핵심 문제는 세습이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세습 문제를 벗어던질 수 없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은 ‘CEO 리스크’도 다대하다. 박근혜가 아버지의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기는커녕, 그것을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식으로 넘기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으로 지지율을 잃고 있는 것과 묘하게 겹친다. 한편 박근혜의 지지세에는 아버지가 일궈놓은 ‘산업화’에 대한 향수와 그 유산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중도 포지션으로 달려갈 수 있는데 기인한다. 문제는 ‘반(反) 박근혜’라는 불길이 그의 박정희 독재에 대한 긍정을 땔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삼성에 대한 반감이 이씨 일가의 세습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처럼 말이다.
문재인 – LG
LG는 피처폰 시기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들로 삼성을 위협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훅 가버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전임 CEO의 과도한 마케팅에 대한 신뢰와 연구 개발 부서의 조직 개편으로 연구개발능력이 떨어진 것을 그 이유로 꼽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친노계의 성공과 뒤이은 몰락과정과 유사하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 실망감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잡음, ‘대한민국 남자’를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의 메시지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내놓는 제품마다 악평에 둘러싸이고, 결국 브랜드 자체에 대한 충성도를 잃어갔던 LG의 행보와 같다.
무엇보다 LG가 문재인과 유사한 이유는 언제나 삼성을 의식하는 행보 때문이다. 올해 대부분의 제품군에 내걸고 있는 ‘붙어보자’는 구호는 ‘이명박 타도’, ‘독재자의 딸’, ‘이명박근혜’ 구호와 묘하게 그 스탠스가 일치하는 구석이 있다. 중요한 것은 본연의 제품력을 구축하지 못한 채 ‘붙어보자’나 ‘독재(이명박 또는 박근혜) 타도’처럼 안티테제를 내세울 뿐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관련 기사: ‘기병대 정치’의 종말: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드러낸 민주통합당의 한계)
안철수 – HTC
원래 HTC는 미국이나 일본 전자 업체의 외주조립업체(EMS)에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IT기기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HTC 스토리는 2000년대 대만 기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다. HTC가 휴대폰 업계의 메이저 플레이어가 된 계기는 구글과의 협력이다. 2007년말 발표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G1’은 HTC의 성장에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이후 휴대폰 업체들이 속속 자사 라인업을 확충하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HTC의 본사 규모가 작아 연구개발, 영업 및 마케팅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측면은 안철수 후보가 겪고 있는 과정과 유사성이 있다.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안철수의 외침은 몇 차례 TV 출연을 계기로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 시작해 마침내 대선후보 출마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그의 앞날이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최근의 잇따른 ‘검증’은 그의 지지율을 끌어내렸으며, 정책 대결을 주장하지만, 그의 정책은 막연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정책도, 전략도, 인력도 없는 캠프의 상황은 그의 발목을 계속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제3후보의 약점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안철수 지지자들은 ‘박근혜와 문재인의 기성 정치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참신함’이 과연 ‘수권능력’과 ‘위기관리’ 등의 ‘역량’과 연결될지는 의문이다. 안철수는 19일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의회 정치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지만, 그것을 어떻게 바꿔나가자는 비전과 집행 방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 이 글은 현재 사업 중인 휴대폰 업체의 실제적인 영업 활동과 연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