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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정책경쟁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치 있고 개혁적인 정책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기존 정책을 재탕해 나열하는 구태가 반복됐다. 구체적 내용 없이 선언적 공약을 단순 열거하거나, 정책적 시급성이나 우선순위 고려 없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2016년 4월 13일 치러지는 20대 총선도 마찬가지다. 정당과 후보자의 공약은 오직 표를 얻기 위해 장밋빛 헛공약으로 가득하다. 충분한 검토와 계획도 없고, 재원마련 등 구체적인 실현방안도 부족하다. 실현 불가능한 약속, 권한을 넘는 약속,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기는 약속, 마구잡이식 개발 약속, 모두 헛공약이다.

장밋빛 헛공약은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저해하고,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하는 동시에, 유권자를 현혹하고 올바른 투표를 방해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을 키울 뿐이다.

경실련은 실현 불가능한 장밋빛 공약이 남발되는 폐단을 근절하고, 정책 선거의 장으로 만들기 위하여 ‘공약 검증단’을 구성해 각 정당의 공약을 분석해 ‘장밋빛 10대 정당 헛공약’을 선정했다.

경실련이 뽑은 20대 총선 10가지 헛공약

[box type=”info” head=”20대 총선 10가지 헛공약”]

새누리당

  • (1) U턴 경제특구 설치로 매년 일자리 약 50만 개 창출
  • (2) 관광을 통해 지방을 살리고 153만 개 일자리를 창출
  • (3) 노인 일자리 40만 개 확대

더불어민주당

  • (3) 노인 일자리 100만 개 확대
  • (4) 청년고용할당제 민간기업 적용
  • (5)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조기 확대
  • (6) 기초연금 차등 없이 30만 원 지급

국민의당

  • (3) 노인 일자리 60만 개 확대
  • (4) 청년고용할당제 민간기업 적용
  • (5)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조기 확대
  • (7)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 2배 확대, 본인부담금 경감

정의당

  • (4) 청년고용할당제 민간기업 적용
  • (8) 2020년까지 국민 평균월급 300만 원 실현
  • (9) 공적연금 하나로 OECD 평균 수준 노후소득 보장
  • (10)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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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턴 경제특구 설치로 매년 일자리 약 50만 개 창출 (새누리당)

해외 현지법인이 10% U턴시, 2020년까지 연평균 47.1만 명 고용창출, GDP 34.7조 원 증가, 세수 21.4조 원 증가를 예상한다는 한국경제연구원 자료를 바탕으로 제시한 공약이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해외 현지법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2014년 기준 191.4만 명으로 이 중 10%가 U턴한다고 가정하면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수는 19만 개를 넘을 수 없다.

(2) 관광을 통해 지방을 살리고 153만 개 일자리를 창출 (새누리당)

공약에 의하면 외래관광객이 2,300만 명 방문하면 117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53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 54조 원의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새누리당이 현대경제연구원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자료를 따르면 2013년 외래 관광객은 1,200만 명정도였고, 2015년은 1,323만 명정도였다. 즉, 2020년에 2,300만 명이면 5년간 1,100만 명나 증가해야 한다. 관광 관련 인프라 조성을 한다고 해도 향후 5년간 1,100만 명이 늘어 지금 수준 두 배의 관광객 유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한, 고용창출 효과가 2013년 41만 명보다 3.7배나 늘어난 153만 명일 것이란 예측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관광산업 일자리도 업종의 특성상 저임금과 비정규직 중심의 질 낮은 일자리로 창출될 것이다. 아울러 관광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재원이 소요될 텐데 재원조달 방안은 새누리당 10대 공약 이행 재원인 중기 재정지출 계획(연 1.1조 원) 내에서 한다고 제시하고 있어, 과도한 기대효과 추산과 재원조달의 불투명성으로 헛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3) 노인 일자리 확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서 40만 개 어르신 일자리 수와 수당 2배 확대를 공약했으나, ‘증세 없는 복지’라는 국정운영 기조에 따라 수당 2배 인상 공약을 이행하지 못했다. 실현할 방안으로 내놓은 노인친화기업 지정, 공공기관 노인생산품 우선 구매 ‘권장’ 등은 지금도 시행하는 정책이나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해 유명무실한 실정이어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나타난 문제에 대한 개선 없이 숫자만 확대하는 것은 노인들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일 뿐이다.

노인 손

더불어민주당은 노인 일자리를 100만 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는데, 현행 노인 일자리 사업도 단순 일회성 사업이라는 비판이 크고, 운영과정에서 문제점이 지적되는 실정이다. 노인의 경력과 능력을 반영하는 좋은 일자리에 대한 검토 없이 기존의 단순일자리 사업의 수를 늘리고 수당을 인상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도 못하며 사회적 논란의 우려가 크다. 4년간 최소 2.4조 원이 소요되는 등 예산 확보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작다.

국민의당은 노인 일자리 60만 개 확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5년간 주요 공약 소요예산으로 46조 2,500억 원을 추정하고 있다. 5년간 복지예산을 매년 3% 증액해 소요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기존 재정증가가 연평균 2.6%인 상황을 고려하면 별도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증세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합의 후 추진하겠다고 밝혀 4조 원이 소요되는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

(4) 청년고용할당제 민간기업 적용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현행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는 공공 기관과 지방공기업에 만 34세 이하의 청년을 매년 정원의 3%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2014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분 즉,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의무고용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5년 9월 국정감사 자료(장하나 의원실)를 따르면 40개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중에서도 청년고용할당 3%에 미달하는 기관의 수가 29개에 달했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불리한 점수를 받지 않기 위해 계약 시작일도 맞춘 경우도 있었으며, 근로계약서 미작성 사례도 있었다.

청년 절망 사람 남자

민간기업은 회사 상황과 자체 인력수급계획에 따라 채용여부를 결정한다. 민간이 자율적으로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나 강제로 적용해야 한다고 하면, 공공부문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기업에 상당한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피크제도 민간부문으로 확산시키고자 하였으나 반발로 인해 자율에 맡긴 상황이며, 사회적 갈등만 유발됐다. 따라서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으로 확산하자는 정책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 부분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공약이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5)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조기 확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모든 병원에 간병서비스를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계획 수립과 재정마련을 위한 보험재정이 확충되어야 한다. 보장성 계획과 보험료 인상은 가입자와 공급자 정부 등 공익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사항으로 국회는 결정 권한이 없다. 건강보험 수가 확대도 국회의 권한이 아닌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나 소요재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재원마련을 위한 사회적 합의 방안 등을 제시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볼 수 있다.

병원 간호사

(6) 기초연금 차등 없이 30만 원 지급 (더불어민주당)

국민연금 연계 폐지와 기준연금액(20만 원) 인상을 위해서는 기초연금법 개정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국민연금 연계 폐지는 당장 큰 예산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으나 기초연금법 제정과정에서 다수당인 새누리당과 정부는 미래 재정부담 증가 우려로 인해 반대하고 있다. 기초연금법 제정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만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임기 내 실현이 불투명하다.

(7)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 2배 확대, 본인부담금 경감 (국민의당)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 확대를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 보장성 강화와 보험료 인상은 가입자와 공급자, 정부 등 공익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보험료 인상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현재 누적된 건강보험 재정 흑자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사회적 합의는 필요하다. 정확한 근거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대상자를 2배로 확충하겠다는 것은 임기 내 실현 가능성이 작다.

노인

(8) 2020년까지 국민 평균월급 300만 원 실현 (정의당)

정의당은 2020년까지 국민 평균월급 300만 원을 실현 하겠다며, 이행방법으로 다양한 노동시장 문제개선을 통해 실현 하겠다고 한다. 아울러 구간별 평균임금을 70만 원씩 인상하여, 전체 평균 300만 원을 맞추겠다고 한다. 이렇게 임금인상을 할 경우 임금인상분이 연 40조 원, 임기 내 총 160조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민 평균월급을 올리겠다는 것은 서민들의 실질소득 증대 차원에서 긍정적인 방안이나, 정의당이 제시한 다양한 이행방법이 다 실현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임금인상은 최저임금의 인상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강력한 법적 강제 수단과 민간부문의 자발적인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의 경제상황과 현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기업들의 저항이나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실현 불가능한 헛공약으로 판단한다.

(9) 공적연금 하나로 OECD 평균 수준 노후소득 보장 (정의당)

국민연금 연계를 폐지하고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법 개정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국민연금 연계 폐지는 즉각적인 예산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으나 다수당인 새누리당과 정부가 미래 재정부담 증가 우려로 반대(재정 절감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 파기)하고 있다. 국민적 합의와 여당과 정부 설득이 필요한 상황으로 실현 가능성이 작다.

노인 손 남자 사람

(10)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의당)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보험료 결정은 가입자와 공급자, 정부 등 공익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현재 누적된 건강보험 재정 흑자를 활용하더라도 사회적 합의는 필요한데, 가입자는 보장성 강화를, 공급자는 수가 인상을, 정부는 주식투자 운용을 하겠다는 등 이해 주체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회 내 특위를 설치해 사회적 합의 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국회의 권한이 아니므로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보장성 확대 방향은 긍정적이나 범위와 기준에 대해서도 다양한 쟁점이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아동 입원진료 전액 보장을 보면 2006년 도입됐다가 오남용과 과잉진료로 인해 중단된 정책이다. 반면 부작용을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은 제시되지 못했다) 아울러 첫해 누적 흑자분을 활용해 보장성을 확대한 이후의 재정부담은 제시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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