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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번져가는 경제적 재해에 대해 일단 선별적 지원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일회성 지원을 넘어 추가 지원이 시급해 보입니다. 아울러 허술한 복지 체계, 조세 제도의 변환도 필요합니다.

추가적인 지원책 가운데는 ‘재난기본소득’으로 이름 붙여진 여러 제언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아이디어는, 명칭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비판이 상당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매우 시의적절한 수단이라 생각합니다.

우선은 보편적 정액 급여 형식으로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이듬해에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환수하는 방식입니다. 보편적 정액이라는 측면에서 기본소득과 일면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선별성이 가미되어 보편 정액 및 기본소득의 최대 약점인 ‘복지의 하후상박(下厚上薄: 아랫사람에게 후하고, 윗사람에게 박함) 미흡’을 보완합니다.

이 방식은 캐나다의 기초연금에서 이미 실시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캐나다 기초연금은 캐나다 노인 대다수에게 정액이 지급됩니다. 약 2%, 소수의 초고소득층만 수급 자격이 없습니다. 초고소득층 아래의 고소득층에게는, 이것도 약 5%의 소수에 그칩니다만, 전년도 소득에 비례하여 차년도에 기초연금을 환수(claw-back)합니다.

캐나다 노인 93%가량이 평균임금의 약 13%에 해당하는 정액의 기초연금을 받고, 소수 상위층은 받았던 기초연금을 세금으로 일부 납부하거나 수급하지 못합니다(수급 자격의 상실은 전액 환수라는 개념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선 보편 지급, 후 선별 회수’  

이 방식이 현재 한국의 재난 지원에 응용된다면 그 장점으로는 첫째,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초유의 전염병 위기로 인해 초유의 살림살이 위협이 발생했습니다.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캐나다의 보편 정액 기초연금 지급 방식은 최대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둘째, 올해의 소득을 기준으로 내년에 세금 환수가 이루어지므로 전년도의 소득 및 자산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현재 정부의 선별 지원 방식보다 효과적입니다(예를 들어 김상조 정책실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복지 전달 루트를 그대로 활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를 파악하는데 적절한 방법은 아닙니다).

셋째, 정부에서 기존의 루트 외에도 새롭게 피해가 심한 이들에게 선별적인 지원을 하려고는 합니다. 초유의 경제적 재해를 맞아 어디가 더 위급한지 구별하는 일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떤 훌륭한 행정부도 이 긴박한 상황에 이를 잘 해내기는 어렵습니다. 지원 대상을 넓힘으로써 발생하는 재정 사용의 비효율을 막는 일은 세금 환수 제도를 통해 보완하고, 지원 대상을 축소함으로써 발생하는 사각 지대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편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캐나다의 기초연금 방식으로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문제가 끝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는 기초연금으로는 부족한 저소득 노인들에게 추가적인 선별 연금인 보충연금을 지급합니다. 이 보충 연금을 통해 평균임금의 최대 30%까지 공적연금의 최저 보장 수준을 끌어올립니다.

일단 코로나 사태로 힘겨운 이들에게 재난소득을!
코로나 사태로 힘겨운 이들에게 일단 재난기본소득을!

선별 복지, 누더기 복지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라는 목소리에는 선별의 무용성과 부작용을 비판하는 주장도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선별적 지원은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복지에 관한 국제 비교를 보면, 선별 복지를 튼튼히 하는 나라에서 저소득층 및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이 세계 최고를 구가합니다.

(재난)기본소득 측에서는 곧잘 일체의 선별 없이 정액을 지급하라고 주장합니다만, 보편을 강화한 지원과 선별성을 강조한 지원을 혼합하는 것이 유효합니다. 한국의 선별 복지가 국제 비교 통계상 극도로 빈약하며, 전달 체계도 저발달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를 청산주의적으로 일체의 선별 복지가 유해하다는 듯 접근해서는 우수한 복지 체계를 갖출 수 없습니다.

캐나다의 기초연금을 평균임금 대비 원화로 환산하면 40만 원 남짓입니다. 5,000만 명에게 40만 원 정액이라면 20조  원입니다. 3달이면 60조 원입니다. 첫 달에 20조 원을 지급하고 코로나 사태의 추이를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을 해봅니다. 차년도에는 세금으로 환수를 하며 선별성을 가미하고, 20조 원에 원래 정부가 하려던 선별적 지원은 예정대로 진행을 합니다.

우수한 복지 체계는 누더기 복지 체계입니다. 보편과 선별이 제도의 실행 측면에서도, 가치관 측면에서도, 역사적으로도 누더기처럼 기워져 있습니다. 얼마 전엔 보편의 장점을 내세우던 이들이 다음에는 그를 비판하며 선별의 장점을 강조하는가 하면, 그 반대의 현상도 나타납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역전과 누더기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복지 제도 발전의 과정입니다.

보편과 선별에 대한 청산주의적 태도는 지양하면서, 선행국가들의 성취와 시행착오로부터 유용한 시사점들을 더 많이 얻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복지 후발주자 한국의 최대 장점이니까요.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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