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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쿨섹좌’ 고이즈미 신지로의 화법 배우기

우리도 고이즈미 신지로처럼 말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펀쿨섹좌(아래 설명 참조)로 널리 알려진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의 화법이 요새 화제다. 항상 해외 이슈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고이즈미 환경상의 화법 역시 그저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인데, 이번 시간에는 ‘고이즈미 신지로처럼 말하는 법’ 에 대해 배워 보도록 하자.

고이즈미 신지로 (출처: R2d2ki, CC BY SA 3.0)

고이즈미 신지로 (출처: R2d2ki, CC BY SA 3.0)

‘펀쿨섹’의 유래

고이즈미 신지로는 자유민주당 소속 중의원이자 제27대 환경대신이다. 1981년 4월 14일(만 39세)에 일본 카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서 태어났고, 간토가쿠인 대학에서 경영학(학사),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정치학(석사)를 배웠다. 그의 아버지는 일본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 준이치로다(삼형제 중 차남).

2001년 전쟁범죄자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고이즈미. 신지로의 아버지가 바로 고이즈미다.

2001년 전쟁범죄자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신지로의 아버지가 바로 준이치로.

신지로는 취임 직후인 2019년 9월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에 일본 대표로 참석하러 갔다. 회의 전날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처럼 거대한 문제를 논의할 때는… 기후 변화처럼 거대한 이슈 말이에요. 펀(fun)하고, 쿨(cool)해야 하죠. 당신도 섹시(sexy)해야 하고요.1

다음날 신지로는 일본 기자가 ‘펀쿨섹시’한 대책이 도대체 어떤 대책인지 묻자 이렇게 답한다:

“그 의미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섹시하지 않네요.”

그의 발언은 이렇게 ‘인터넷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 문화 요소와 컨텐츠 조각)이 되어 유행한다. (이상, 편집자)

'펀쿨섹', 전설(?)의 시작.

‘펀쿨섹’, 전설(?)의 시작.

 

#1. 인과를 고려치 않은 A+A’ 의 문장 구조를 적극 활용한다

고이즈미 환경상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묘하게 동어반복은 아니지만 동어반복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그가 실제로 두 개의 단문을 합친 문장을 구성하면서 실제로 그 두 단문의 구성 단어만 다를 뿐 의미는 사실상 당연한 인과로 묶여 있는 유사한 단문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문장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1) 다람이는 공부를 잘 한다.
(2) 다람이는 평소에 시험 점수가 높다.

사실 이 두 가지 문장 중 무엇을 말해도 대개 다람이가 공부를 잘 한다는 의미로 통한다. 이 두 문장을 고이즈미 신지로 식으로 엮으면 아래와 같이 변환된다.

‘우리가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시험 점수를 평소에 높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해가 되시나? 위 문장은 누군가가 말했을 때 대충 뜻을 알아듣기야 하겠지만 얼핏 봐도 이상한 문장이다. 분리해서 이야기 해도 같은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단문 둘 사이에 억지로 인과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시험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평소에 공부를 잘 하면 됩니다.” 로 뒤집어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미 사람들은 ‘공부를 잘 한다’ 라는 말에서 ‘시험을 잘 보겠네’ 라는 인과를 머릿속에 그리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문으로 조금 더 연습을 해 보자.

  • 경제가 성장하면 불황에서 탈출할 것이라 믿습니다.
  • 여러분들께서 퇴근을 간절히 원한다면 출근을 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가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은 우리를 하얗게 불태움으로써 이뤄진다는 의견입니다.
  • 일회성 대책은 필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지속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조선일보 리빙포인트에서 이러한 예시를 이미 과거에 몇 차례 선보인 바 있기 때문에 참고하면 좋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다소 부족하다. 신지로의 화법에는 중요한 요소가 두 가지 더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아래부터 설명할 순환논법의 활용이다.

 리빙포인트 '레전드'로 뽑히는 '차가운 맥주가 없을 땐'. 이 삶의 지혜는 뻔한 듯하면서도 오묘한 울림을 준다. 맥주가 미지근할 때 한번 따라해보면 좋겠다. (출처: 조선일보 리빙포인트)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5100970250

많은 이들이 리빙포인트 ‘레전드’로 손꼽는 ‘차가운 맥주가 없을 땐’. 이 놀라운 삶의 지혜는 뻔한 듯하면서도 오묘한 울림을 준다. 맥주가 미지근할 때 한번 따라해보면 좋겠다. (출처: 조선일보 리빙포인트)

 

#2. 순환논법의 오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위에서 예시로 든 문장들은 유사한 의미 또는 인과를 모두 함축하고 있는 단문을 병렬로 나열함으로써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순환논법을 끼얹으면 조금 더 그의 의식 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두 문장이 있다고 가정하자.

(1) 상위 던전을 돌기 위해서는 강한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2) 강한 장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상위 던전을 돌아야 한다.

위 두 문장은 서로의 주장을 서로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 모순된다. 그러나 이 문장은 고이즈미 신지로 식으로 훌륭하게 결합될 수 있는데, 예컨대 아래와 같은 방식이다.

‘상위 던전을 돌기 위해서는 강한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강한 장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상위 던전을 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사람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말 자체가 아무런 알맹이가 없는 그저 쓸모없는 단어의 집합체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신지로처럼 말하고 싶다면 순환논법의 오류를 적극적으로 범하면 좋다. 예시를 더 들어 보자면 아래와 같다.

  • 기후변화 대책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기후변화이기 때문입니다.
  • 특가라는 것은 싸게 판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세일(sale)이라는 특가판매인 것이니까요.
  • 아니 신입을 뽑는데 경력을 우대하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 우리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 냄으로써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이해가 되시는가? 신지로의 화법을 잘 살펴보다 보면 우리가 언어 생활을 할 때 ‘공리를 어떻게 설정해야 그 공리에 기초한 모든 명제가 모순 없이 작동할 수 있는가’ 라는 고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물론 신지로의 무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만화 캐릭터 같은 비장함을 끼얹으면 이제 완전체가 되는 것이다.

신지로의 마법 같은 화술, 이제 빠져나갈 출구는 없다!

신지로의 마법 같은 화술, 이제 빠져나갈 출구는 없다!

 

#3. 쓸데없이 비장해진다

고이즈미 환경상의 시그니처 어록 중 역시나 가장 멋진 것은 “하겠습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요.”가 있다. 만화책에 나왔더라면 많은 청소년들의 심금을 울렸겠지만, 문제는 신지로가 이를 공약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했다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보다는 이번이 훨씬 쉽다. 바로 연습해 보자. 1과 2를 활용하여 응용할 수도 있다.

  • 살아내겠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니까요.
  • 너에게 고백하겠어! 누구보다 너를 사랑하니까. (Re: 이제 누가 공지해주냐)
  • 먹겠습니다. 그것만이 생존하는 방법이니까.
  • 왜 먹을 수가 없니! 설렁탕을 사 왔는데!! 

사실 이러한 방법은 도치법이라 하여 문학적 감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즐겨 사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신지로처럼 말하기 위해서는 문학과 현실 세계 사이에 놓인 제4의 벽을 격파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오늘 당장 그에게 달려가 2번의 예시를 말해 보자. 아주 효과가 좋을 것이다.

고백 프로포즈 고이즈미 신지로

지금까지 ‘고이즈미 신지로처럼 말하는 법’ 에 대해 배워 보았다. 여기까지 왔다면 다들 아시다시피 고이즈미 신지로처럼 말하는 법은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절대로 사용하면 안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나 뭐 어떤가? 인생은 본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인생이기 때문이다.


  1. “On Tackling such a big… big scale issue like climate change. It gotta be Fun, It gotta be Cool, You gotta be Sexy,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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