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단조로운 일상이다. 학업, 직장업무가 선사하는 회색빛 스케줄 표는 보기만 해도 답답할 지경. 반복되는 생활 속에 순간순간은 하루 속으로 덩어리진다. 홍대 앞, 독립출판서점 유어마인드로 갔다. [월간 잉여], [젖은 잡지] 등 발칙하고 낯선 제목이 눈에 띄었다.

내가 집어 든 잡지들은 텁텁해져 버린 일상의 반죽에서 한 움큼씩 떼어다 제각기 모양으로 빚어내고 있었다. 순간순간에 색을 입히는 일. 견디기 힘든 쳇바퀴 속에서 나를, 떼.어.내.다.

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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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의 선택, [66100]

잡지 앞표지에 마른 모델이 아닌 통통한 모델의 모습이 시선을 끈다. [66100]으로 적힌 제목도 의문을 들게 한다. [66100]은 여성 66 사이즈, 남자 100 사이즈 이상의 빅사이즈들을 위한 것으로 외모지상주의에 치우쳐 있는 세상에 반기를 든 잡지다. 모델은 ‘사이즈와 상관없이 당신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10,000원)

  • 땡길 때 : 건강한 에너지가 필요할 때. 

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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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의 선택, [쏘-쓰]

‘고작 저게 취미라고? ㅋ’ 실소를 자아낸다. 자고로 취미라고 하면 우쿨렐레연주, 하다못해 독서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쏘-쓰>는 지극히 사소하고 덕질에 가까운 취미들을 모았다. 부끄러울 수도 있는 생활, ‘그게 네 취미야!’ 라고 말하는 이 잡지는 제목처럼 민숭민숭한 당신의 생활에 간을 할 것이다. 7080풍의 느낌 있는 일러스트와 레터링으로 보는 맛도 있다는 점은 덤이다. (5,000원)

  • 땡길 때 : 나른한 주말 아침, 침대에 누워서 보고 있던 스마트폰이 내 미간을 때렸을 때. 

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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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래의 선택, [GREEN MIND]

거칠고 흐린 인쇄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삐딱한 시선은 ‘재생종이와 콩기름으로 만든 친환경 잡지’라는 문구 위에 멈췄다. 허투루 만든 책으로 본 건 오해였다. 눈길로 손길로 책장 구석구석 벤 환경과 인간에 대한 진정성이 전해진다. 마냥 ‘자연’스러운 그냥 일상이야기도 좋다. 무엇보다 배출한 쓰레기를 통해 소비, 재활용 실태를 되짚어 본 ‘쓰레기 반성회’가 가장 신선했다. (10,000원)

  • 땡길 때 : 종일 아스팔트 위를 걸었던 날 저녁.

sungl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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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현의 선택, [젖은 잡지]

엎질러진 물에 닿아 젖은 것이 아니다. 당신이 궁금해하는 금지된 욕구를 흘려내어 감성을 살며시 젖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냥 도색잡지이겠거니, 하고 품에 잡지를 챙겨 화장실로 들어간다면 정체성을 깨닫고 ‘돈오!’하여 문을 박차고 나와 커밍아웃할지 모른다. 편집장은 미스맥심 출전경험이 있는 정두리다.

‘느끼게 하고 싶다. 야하고, 노골적이고, 음란한 것, 현자 타임이 와도 꼴 보기 싫지 않은, 사정이 온 후에도 계속 지니고 싶은 무언가를.’ 성적으로, 일반적인 사람들은 보지 못한 아주 특별한 곳을 ‘스쿠버 다이빙’하듯이 구경하다 나올 수 있는 잡지다. 인어가 될 수 있으니 적당히 보고 나오라. (9,000원)

  • 땡길 때 : 야구 동영상은 질리고, 이따금 떠오르는 석천이 형님을 이해하고 싶을 때.

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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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의 선택, [rove]

매년 2박 3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난다. 내가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방법은 주로 도보이다. 도보는 유람하기에 적합한 방법이다. 길을 걷다 보면 다른 여행객들이 미처 보지 못한 보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소소한 재미 때문에 나는 도보 여행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rove]는 내가 생각하는 ‘여행’과 맞닿아있다. 한 가지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내 호기심을 자극하고 독특한 사진 구도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당신이 도보 여행을 좋아한다면 [rove]를 지침서처럼 옆구리에 끼고 떠나도 좋을 듯하다. (8,000원)

  • 땡길 때 : 엄마 잔소리 피해 방랑하고 싶을 때.

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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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의 선택, [요리터]

익숙한 모습이다. 도마 모양에 손잡이까지 있다. ‘귀엽네?’ 그게 첫인상이었다. 위아래 좌우가 바뀐 편집은 마치 책을 흡입하지 말고 꼭꼭 씹어 읽으라고 말하는 듯하다. 터가 요리다. 부엌에서 만들어졌을 것 같은 요리가 실은 우리가 살고 자라난 터에서 생겨났음을 알려준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 아름다운 화보 위에 먹음직스러운 이야기를 가득 올렸다. 한눈팔다 주방에 걸어두진 마라. 맛집 검색은 이제 그만하고 도마 위에 요리된 이야기 한입하고 가시죠? (13,000원)

  • 땡길 때 : 사료 먹듯 패스트푸드를 먹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 없을 때. 

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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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민의 선택, [AVEC]

혼자면 어떻고 함께면 어때, 바스락거리는 종이에 아름다운 풍경과 인물 그리고 감각적인 사물이 인쇄된 몽환적인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독립잡지임에도 불구하고 창간호와 2호가 매진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이거 꽤 ‘있어 보인다’. 게다가 주제가 ‘alone’이라니. 카페에 무심코 올려둔 것처럼 보이면 누군가가 쳐다보고 갈지도 모르겠다. 나 곧 누군가와 함께(avec)일 수 있지 않을까? (8,000원)

  • 땡길 때 : 혼자지만 누군가와 함께(avec)이고 싶을 때.

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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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의 선택, [LINE]

여행 정보보단 여유에 관한 이야기. 화려하고 특별한 여행을 생각한다면 비추다. 그 흔한 맛집, 지도, 뜨는 관광지도 없다. 대신 삶과 일상이 있다. 무언가를 쫓고 무언가에 쫓기는 우리. 무궁화호를 타고 우린 여행지라 말하고 그들은 터전이라 말하는 곳으로 간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아니, 어쩌면 다소 지루한 일상 엿보기. 그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배운다. 화려하고 빠른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담백함은 오히려 새롭다. (8,000원)

  • 땡길 때 : 일상생활에 지쳐 여유를 느끼고 싶을 때.

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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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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