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이 책 04. 김선영의 "특별한 배달"

[box type=”note”]슬로우뉴스가 가로수길서점과 제휴하여 좋은 책과 함께 매주 독자를 찾아갑니다. 가로수길서점은 “가로수길에서의 책 한 권”를 더불어 나누고자 2012년 7월에 문을 연 온라인 공간입니다. (편집자) [/box]

언젠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 돌아가고 싶지 않고, 그저 앞을 바라보며 살고 싶다고 대답을 했었는데요. 오늘 가로수길서점에서 소개할 책에 담긴 이 문장을 보며 생각이 조금은 달라지려고도 합니다. “한 번쯤은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가 있는 거 같아. 자신을 들여다보는 사람만이 다른 형태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자신에게 주는 거라고 생각해. 자꾸 그렇게 점검하며 길을 내는 게 제대로 사는 거 아닐까?” 지나간 시간들은 잊으려 한 채,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것만 바라보는 저 자신에게 여러 가지 삶에 대한 생각의 숙제를 던져 준 책, 오늘 가로수길서점에서는 김선영 작가의 “특별한 배달”과 함께 합니다. 먼저 저자와 책 소개입니다.

2004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선영 작가는, 2011년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 후속작인 “특별한 배달”은 2012년 12월 말부터 EBS “라디오 연재소설”에서 탤런트 이민우 씨의 낭독으로 연재되어 호평을 얻은 작품인데요. 잉여인간이 되겠다는 태봉과 파양의 두려움을 안고 사는 슬아가 태봉의 알바용 오토바이를 타고 웜홀을 통과하여 과거의 시간으로 거슬러 감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삶의 방향과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고 힘을 받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김선영 작가의 “특별한 배달”

독자들의 마음에 닿아 SNS상에 남겨놓은 책 속 구절을 살펴보겠습니다.

Page. 82
바로 이 시간이 하늘과 땅이 얘기하는 시간이 아닐까. 이 우주와 또 다른 우주가 통할 수 있는 시간. 어스름 녘, 그 시간에는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을 가장 그리워지게 만드는 시간, 새들도 둥지를 찾아 날개를 돋치는 시간, 어린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집을 향해 우는 시간, 떠도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시간. 치매 걸린 노인이 반짝하고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시간, 어떤 것으로도 숨길 수 없는 본능적인 시간인지도 모른다. 살아온 날 중 가장 회환이 남는 순간을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Page. 139
“정해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마치 정해진 길이 있는 거처럼 똑같은 길로 똑같은 행동을 하며 가는 것 같아. 프로그램이 입력된 자동인형들처럼.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것도 모른 채 말이야. 대개 그런 부류들은 묻지도 않아,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Page. 143-144
어느 순간, 말도 안 되는 싸움을 벌여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건 전혀 공정하지 않은 싸움이었다. 나약한 개인에게는 패배가 전제된 그런 싸움이었다. 그렇게 목을 매고 진입하려던 거대 괴물의 손바닥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더 이상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삶에는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게 아니다. 내게 맞는 다른 방식을 찾아 나서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세워놓은 한 가지 기준에 부합하려고 애쓸수록 더욱 진창이지 않았던가. 그 기준은 내가 세운 게 아니다. 이제부터 나의 설계로 내 기준을 세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밖에서가 아니라 안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나는 고독할지언정 기꺼이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Page. 204-205
왜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해의 과정 없이는 어른들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무조건 생략하고 감추며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라고 한다. 예고가 없기 때문에 아무 대비도 없이 날벼락을 맞아야 하는데도 크면 다 알게 된다는 식으로 얼버무린다. 크면? 그건 너무 늦은 말이다. 이미 뒤틀린 것들은 걷잡을 수 없이 금이 가기 때문이다.

Page. 210
웜홀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다. 날카로운 칼날에 심장이 베이는 듯한 죽음을 감수하는 자에게만 오는 것이다. 용기 있는 자만이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과 맞대면 할 수 있는 거다. 그것을 들여다보고 인정해야지만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것이다. 평행 우주와 같은 다른 삶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우주에서도 가능하다. 그것은 자신의 선택과 그 선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만날 수 있는 일이다.

볼까말까 이 책!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감상은 어떨까요? SNS상 독자리뷰입니다.

싱 님 : 이 책의 모든 주인공들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부정하는 대신 받아들이는 ‘선택’을 했다. 비단 이 책은 두 인물만의 성장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바쁘게, 남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쉼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삶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빈번한 비속어의 사용이었다. 물론 지금 10대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것이겠지만 굳이 자주 사용했어야 했나 싶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말을 그대로 사용해서 책을 읽는 내내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오금드리, 소도록, 돌개바람…… 여느 책에선 찾기 힘든 단어들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단어들이 청소년 독자들에게 많이 닿기를 바란다.

손옒 #지지배군단 님 : 책 다 읽었는데 와…김선영 작가님 사랑해요.. 시간을 파는 상점 말고도 특별한 배달도 재밌어. 쬐끔 판타지..?도 있지만 정말 재밌음.

2t**gk2 님 : 나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너무나도 고마운 ‘시간을 파는 상점’의 김선영 작가님의 신작, ‘특별한 배달’. 역시나, 책을 읽는 내내 뿐만 아니라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당연한 것이라며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어른들의 따끔한 충고보다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 이야기 해주는 이 책 한 권이 내 마음에 더욱 깊게 와 닿았다. 나는 친구들과는 조금 다르게 타 지역의 고등학교를 지원했고, 패배의 쓴 맛도 느끼게 되었다. ‘추가모집’ 이라는 제도를 통해 새로운 고등학교를 선택해서 2년 동안 온갖 불만을 내뱉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이 일들은 모두 나의 선택에 의해 생긴 일이고, 내가 지고 가야 할 책임이다.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나는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지금 이 자리는 나의 욕망과 선택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고쳐먹기로 다짐했다. 나도 금이 되어가는 하나의 과정을 거치는 것뿐이라고 위로하면서!

kgh53244 님 : 참으로 오랜만이다. 청소년 문학을 읽어본 지도. 고등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른인 척이 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청소년 문학을 거의 읽지 않았다. 청소년 문학은 자라나는 중고생을 위한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드라마 ‘학교’, SBS 스페셜 학교의 눈물. 모두들 청소년의 문제에 집중한다. 집중만 한다. 그러는 동안 문제는 너무나 거대해져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다. 김선영 작가의 책 특별한 배달은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장래희망이 잉여인간인 ‘하태봉’ 그리고 모의고사 전국 1등, 항상 공부를 잘해야 엄마에게 버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스트레스로 기면증을 앓게 되는 ‘윤슬아’를 통해서 청소년 문제를 그려낸다. (중략) 웜홀이 있다면 나는 무엇을 보게 될까. ‘웜홀’을 통해서 태봉과 슬아처럼 삶을 점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겉으로 변한 것은 없었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을 점검했고, 좀 더 다른 형태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에게 ‘특별한 배달’이라는 책이 ‘웜홀’은 아닐까. 이 책으로 나는 내 삶을 되돌아보고 있으니 말이다.

삼순이딸 님 : 나는 세상의 잣대로 보자면 세상이 정한 트랙을 이탈한 사람이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나는 현재 그 트랙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의 자신을 똑바로 마주해야만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그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동시에 그것은 현실을 단단히 움켜쥔 채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자신의 존재성을 증명해준다. 이것이야말로 카이로스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 삶의 모습일 것이다. 지금을 카이로스로 만들지 못한다면 미래라는 상상은 결코 현실이 되지 못한다. 물론 매순간 선택에 직면한다 해도 그것이 전부 카이로스의 시간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카이로스에 자신의 삶을 위치시키려고 무언가를 행하고 노력할 때 트랙이탈자는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운명을 만드는 트랙개척자로 탈바꿈할 수 있다. 나는 이런 트랙개척자가 되고 싶다. 나만의 트랙을 만들고 닦으면서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아마추어로 살고 싶다. 이것이 지금의 내 선택이다. 태봉과 슬아는 선택에 직면하는 순간이 why I am here의 답변임을 이렇게 내게 알려줬다. 또 다시 거울을 본다. 그들의 특별한 배달 덕분에 나는 거기에 있다. 어제보다 또렷하게.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특별한 배달”,이 책이 자신 스스로의 깨우침을 위해 많은 정화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후회하며 살 것인지? 사랑하며 살 것인지? 망설이는 분들께 김선영 작가가 초대한 이 ‘웜홀’을 선물해 지고 싶어집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팀장님으로부터 청소년 문학이 성인이 읽기에도 아주 좋은 장르라는 말을 듣고서 저도 몇 년 전부터 챙겨 읽기 시작했는데요. 쉽게 읽히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청소년 문학은 책을 가까이하고 싶은 분들이 입문하기에도 아주 좋은 장르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는 태봉과 슬아처럼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어진 환경에서 온 거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저를 비롯한 못난 어른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