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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0월 박근혜 정부가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을 불법적으로 사찰해왔다는 게 밝혀지면서 많이 시끄러웠습니다. 덕분에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하는 등 당시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행태에 분노했습니다.

저 역시 화가 났었으며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했고 그해 말 참여한 무빙트리엔날레에서 감시사회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총 4점의 벽화를 부산시 중구 노인복지회관 특별전시장에 그렸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 ‘BIG SISTER IS WATCHING YOU’라는 작품입니다.

"BIG SISTER IS WATCHING YOU" (지알원 作)
“BIG SISTER IS WATCHING YOU” (지알원 作)

그리고 횟수로 2년이 지난 며칠 전(2016년 2월 중순) 친한 친구에게서 밤에 전화가 왔습니다. 우연히 들린 페인트 가게사장님이 부산시의 부탁을 받아 그림을 지웠고, 지금 부산시와 경찰이 그림을 그린 작가를 찾기 위해 수사 중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한동안 모르는 전화는 받지 말라는 친구의 걱정스러운 말이 있었습니다.

부산MBC 지알원

이 그림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맹목적 비난이 아닌 정부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비판을 그림을 통해 했을 뿐이고 이러한 작품을 몰래 그리는 불법적 형태도 아니고 부산시의 후원을 받아 열린 미술행사에서 미술감독의 허가까지 받아 작품을 제작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뒤늦게 이를 발견한 부산시와 중구청은 뒤늦게 작가를 찾겠노라며 경찰과 수사 중에 있다고 합니다.

그림을 2년이 지난 지금 발견했다는 것은 건물을 관리·감독할 책임을 지고 있는 시와 구청이 그동안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말로 들리며 그림 옆에는 제 서명까지 있기에 검색엔진에서 이름만 검색하면 쉽게 홈페이지까지 찾을 수 있습니다. 한데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은 경찰의 무능함만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를 찾으면 뭘 할까요? 사상교육을 하려나요? 앉혀놓고 빨갱이냐고 물어볼 겁니까? 저는 북한정권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김정은 개새끼) 그리고 저는 왼쪽 끝에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한가운데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려 하지만 지난 몇 년 세상의 축이 너무 오른쪽으로 가버려 제가 왼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사실 오른쪽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우주의 기운이 내려오는 어딘가… 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이런 그림을 그렸다고 걱정스러운 전화가 오는 것에 대한 사회에 화가 났고 지금은 그저 한심하고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러한 수사는 국민 세금의 낭비이며 현 정부에 대한 과잉충성이라 생각합니다.

정부의 불법적 사찰은 괜찮지만, 합법적으로 그려진 벽화는 괜찮지 않은가 봅니다.

나 도망가지 않고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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