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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20대. 하지만 꿈도 우정도 사랑도 잃어버렸습니다. 목소리마저 잃은 채 먼지처럼 떠다닙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소리쳐야 합니다. 슬로우뉴스가 20대의 목소리 [미스핏츠]와 함께 합니다.

‘반도의 신(新)문물’은 위대한 대한민국의 문물을 국내뿐 아니라 널리 해외까지 소개하기 위한 연재입니다. (편집자)

미스핏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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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신문물 3편. 오늘은 창의력 대장, 한국 친구들의 특별한 발명품을 소개합니다. 요즘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선 생일 선물로 이런 게 유행이라고 합니다. 바로바로바로!

ㅇㄻㄴㄹ
짜잔~! 이름하야 과방!! 과자로 만든 가방이에요.

비주얼이 압도적인 이 물건. 한국의 학생들은 이것을 ‘꽈방’ 또는 ‘과방’이라고 부릅니다. 가방 모양으로 갖가지 과자들을 붙여서 만든 DIY 제품입니다. 유치원에서 생일날 받았던 사탕 목걸이나, 과자 종합선물세트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중고등학생 사이에 생일 선물로 과방을 선물하는 것이 인기라고 합니다.

빼빼로처럼 포장 상자가 딱딱한 과자를 이용해 복고풍 가방을 만들기도 하고, 봉지 과자를 이용해 푹신한 백팩을 만들기도 합니다. 개별 포장된 긴 젤리 과자를 이어붙여 어깨끈을 만드는 게 보통입니다. 어떤 과자를 선택할지, 끈을 어디에 달지에 따라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꽈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안주용 과자로 꽈방을 만들고 옆에 맥주를 달면 훌륭한 ‘성인용’ 꽈방이 됩니다.

우와! 저거 어떻게 만드는 거에요?

과자로 만드는 거예요.
과자로 만드는 거예요~!

꽈방을 만드는 방법은 각양각색입니다만, 기본형 꽈방 만들기에 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일단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스테이플러와 투명 테이프를 준비해주세요. 테이프는 얇은 것보다는 널찍한 것을 준비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과자가 필요합니다. 가방의 밑바닥 부분이 될 과자는 초코파이나, 몽쒤 같이 상자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해야 안정감이 있습니다. 이제 밑바닥을 감쌀 가방의 몸통이 필요합니다.

자, 이제 푹신푹신한 한국산 질소 과자가 등장할 차례입니다. 봉지 과자를 취향에 따라 4~6봉지 정도 준비해주세요. 그리고 가방 바닥이 된 과자 상자의 옆면에 둘러서 붙여주세요. 이때, 스테이플러를 잘못 찝어서 과자 봉지에 구멍이 날 경우 질소가 빠져 가방이 굉장히 초라해질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과자 가방 만드는 순서 한 눈에 보기! (사진: 네이버 블로그 dbwls0791)
과자 가방 만드는 순서 한눈에 보기! (사진: 네이버 블로그 dbwls0791)

그러면 푹신하고 거대한 가방의 몸통이 완성됩니다. (작은 젤리나 사탕도 2봉지 정도 붙여주시면 좋습니다) 완성도 있는 가방을 만들기 위해서 가방 덮개와 어깨끈을 만들 차례입니다. 가방 덮개는 개별 포장되어 있는 작은 과자를 여러 개 붙여서 가방의 몸통 뒷부분에 스테이플러로 고정해줍니다.

테이프로만 붙일 경우 덜렁거릴 위험이 있으니 꼭 스테이플러로 고정해주세요. 가방 끈은 길고 쫀쫀한 쫀득이 류의 과자나, 사탕을 연결해 만듭니다. 그리고 가방 안에 작은 과자나 친구에게 주고 싶은 편지, 선물을 담습니다. 이렇게 하면 감동적인, 압도적인 비주얼의 꽈방이 완성됩니다.

고수들은 이런 과방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미상)
고수들은 이런 과방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미상)

가방에 붙일 과자를 어떤 걸 얼마만큼 쓰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만 원~3만 원 선에서 꽈방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별한 선물이 되겠지요?

아니, 한국 친구는 저 무거운 걸 어떻게 들고 집에 갑니까?

Steven Lilley, CC BY SA https://www.flickr.com/photos/sk8geek/6950681993/
Hey! Korean!! 과방이 무겁지는 않습니까? (사진: Steven Lilley, CC BY SA)

걱정하지 마세요~!

가방의 부피는 아주 크지만, 실제로 가방을 들어보면 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이 모든 건 한국 과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국의 과자들은 아주 연약하고 바삭바삭하기 때문에(?) 한국 제과업체들은 이중 삼중으로 포장합니다. 봉지 과자는 실을 매달면 저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공기로 빵빵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쿠키 과자는 바스러질세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것은 물론 완충재 역할을 하는 종이나 플라스틱 박스에 또 한 번 집어넣습니다. 그래서 한국 과자로 꽈방을 만들면 항상 안심입니다. 스테이플러로 포장을 찝고, 테이프로 둘러도 과자가 부서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커~다란 꽈방을 만들어도 무게는 1kg가 될까 말까. 포장이 부실한 수입 과자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페덱스도 울고 갈 실력(?)
페덱스도 울고 갈 실력입니다(?)

한국 과자 포장의 달인을 순위 매겨보자면, 오리온이 1위를 차지한다고 하는데요. 오리온의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의 경우 과자 내 빈 공간이 83.2%. 2위는 롯데제과의 갸또 화이트로 80.7%가 과자가 아니라 공기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과자 포장을 딱 뜯으면 그 안에 80% 넘게 들어있는 게 과자가 아니라 공기라는 말입니다. 아주 꼼꼼하기 짝이 없습니다.

슬로우카드 과자
2014 컨슈머리서치의 과자별 빈 공간 순위

한국 사람들이라고, 약간의 과자와, 과자 냄새가 나는 질소를 사는 일이 유쾌할 리 없습니다. 지난해 환경부도 이런 과대포장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규칙 개정에 나섰습니다. 수입과자와 국내 과자를 비교한 2011년 실태점검 결과를 반영한 건데요. 우리나라는 포장이 과자의 최대 6.5배, 평균 2.5배인 데 비해, 수입 과자는 내용물보다 포장이 평균 1.6배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규칙이 2013년 7월부터 시행됐습니다.

“포장의 빈 공간이 35%를 넘으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런데 왜 아직도 이러냐구요?
그런데 왜 아직도 이러냐고요?

이 35%를 측정하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인데요. 한마디로 과자와 포장 사이가 아니라 (이게 우리가 생각하기엔 당연한데) 포장과 포장 사이를 측정하는 겁니다. 1차 포장지와 최종 상자 포장 사이의 비율을 따지는 거라서, 속 포장지를 부풀리면 단속에 걸리지 않습니다.

[box type=”info” head=”한국 과자의 미래(동영상) “]

YouTube 동영상

국산 과자의 미래(Future Of Korean Biscuit) 동영상. 이대로 가다간 정말 이렇게 될지도 모르죠? [/box]

그래도 난 한국 과자 맛있게 많이 먹었는데?

하지만 우리 글로벌 친구들은 한국 과자를 참 좋아하신다고요? 맞아요. 그럴 만하죠. 한국 과자는 외국에서 먹으면 참 먹을 만합니다. 한국에서 와서는 먹지 마세요.

MBC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불만제로 UP] 2014년 8월 6일 방영분
MBC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불만제로 UP] 2014년 8월 6일 방영분
얼마 전,  MBC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과자의 내수 차별 관련 보도가 있었습니다. 코리아 맛동산을 코리아에서 팔면 더 조금 주고 (질소만 많이 주고) 비싸게 파는데, 코리아 맛동산을 아메리카에서 팔면 더 싸게, 더 많이 주고 판다는 거에요. 한쿡 사람, 한쿡 사람한테 야박해요. 외쿡에선 한쿡 좋아해. 하지만 한쿡 사람 한쿡 싫어해.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고발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초코파이 1상자를 기준으로 각국 대형마트의 판매가를 조사해봤습니다. (8월 6일 12시 18분 환율 기준) 결과는? 당연히 한국이 1등! 제일 비싸요!

  • 1위 한국 3,840원
  • 2위 호주 3,833원
  • 3위 러시아 3,636원
  • 4위 중국 3,164원
  • 5위 미국 3,088원

‘10달러로 과자사기’를 해본 결과 똑같은 돈으로 미국에선 맛동산, 초코파이, 양파링, 고구마깡 등 10개 넘는 과자를 구입할 수 있었지만, 한국의 대형마트에선 똑같은 10달러, 만 원으로 쇼핑 한 결과 4봉지만 살 수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화나서 이제 수입과자 먹어요.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아나 싶어서요.

국내 과자는 사먹지 말자는 운동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이씨~ 치사해서 안 먹어!!”
국내 과자는 사 먹지 말자는 운동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이씨~ 치사해서 안 먹어!!”

가방으로나 들고 다니지 뜯어봤자 뭐 먹을 것도 없는 걸 사 먹겠어요. 이런 마음이 그대로 국내제과업체의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니 반성 좀 하셨으면 좋겠어요. 금융감독원이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오리온과 농심, 롯데 모두 국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네요. 100원, 200원씩 작년부터 찔끔찔끔 가격을 올린 탓도 있습니다만, 국내 과자 불매운동이 영향을 안 줄 순 없었겠죠. 벌 좀 제대로 받으시길! 소비자는 사랑입니다!

푹신푹신한 한국 과자, 가볍고 귀여운 꽈방 만들 땐 좋은데 먹을 거 없어서 너무 싫어요~ 물론 외국 과자로는 너무 무거워서 꽈방 같은 신문물을 만들기 힘들겠지만요. 과자 만드는 사장님들~ 과자 이거 선물할 거 아니니까 그렇게 정성 들여 포장하실 필요 없어요. 공기 말고 양심도 좀 담아서 과자 만들어주세요.

반도의 신문물 과자 가방

영어 해석: 안녕 글로벌 친구들~ 오늘은 신기한 가방을 소개할 거야. 바로 과자로 만든 가방이야. 이건 요즘 한국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특별한 아이템이야. 과자를 10개 정도 붙여서 가방 모양으로 만드는 거야. 귀엽지? 혹시 무겁진 않느냐고? 아니야~ 한국 과자로 만들면 괜찮아. 한국 과자는 엄청나게 가볍거든. 공기 반 과자 반. 심한 것은 80%가 다 포장이고 20%만 과자야. 심지어 한국 과자 회사들은 외국에 수출한 과자는 더 싸게, 많이 넣어서 팔고, 한국 사람들에겐 더 비싸게, 적게 넣어서 과자를 팔아. 그래서 우리는 푹신푹신하게 이걸로 가방을 만들었어. 친구들끼리 선물하는 그냥 funny 아이템이지. 사실, 우리도 포장 없이 꽉 찬 과자를 먹고 싶어. 한국 과자는 가볍고 푹신해서 가방 만들기엔 좋지만, 너무 양이 적거든. 그래서 우린 좀 화났어. 어쨌든 너희도 한 번 시험해봐~ 과자 가방. 한국 과자로 하면 더 가벼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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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그래도 저렇게 하는걸 다행이라 생각해라
    국내에서처럼 딴나라에서도 똑같이했으면
    당신들이 타인을 짓밝으며 사는 이기적인행위와
    반대를위한 반대를 외치며
    종북행위 사회질서교란 등을 일삼는행위가
    전세계는물론 은하행성의 외계인들한테까지 알려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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