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뉴스가 ‘잊혀질 소리’를 찾아 나섭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구상으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관해 어제(2014년 1월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런 소리를 했군요.
“4는 어감이 좋지 않아 3개년 계획으로 했다.”
출처를 찾아서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구상에서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관련, “현 정부 임기 말까지 책임지고 하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수석은 박 대통령의 신년구상 발표 및 기자회견이 끝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3개년 계획은 임기 내 계획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5개년 계획이라고 하면 임기를 벗어나고, ‘4’는 어감이 좋지 않아 3개년 계획으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계획은 현재 기획재정부에서 준비하고 있으며 다음 달 초 예정된 기재부 업무보고 때 세부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 연합뉴스, 靑 “‘경제혁신 3개년계획’ 임기말까지 책임지고 추진임지고 추진” (2014년 1월 6일) 중에서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아서
한 나라의 경제 정책 기조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그 실무를 담당하는 중책을 맡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막중한 소임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4’는 어감이 좋지 않아서 3개년 계획으로 했다는 말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습니다. 혹여 독자에 따라서는 ‘웃자고 던진 말에 왜 죽자고 달려드나’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그 말을 하는 사람, 그 말을 하는 공간, 그 말을 하는 이유를 하나씩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경제수석(공무원)으로서, 청와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기자에게 발표하는 춘추관(공적 공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막중한 정부의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물론 공무원이라도 공적 사안에 관해 사적 공간에서 사적인 이야기나 농을 섞은 우스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뭐라 하지 않습니다. 기자 브리핑이 끝나고 비공개를 전제로 사담이나 여흥의 형식으로 가벼운 농담을 건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람직한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하지만 다시 강조합니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춘추원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4는 어감이 좋지 않아 3개년 계획으로 했다”는 청와대 경제수석의 “계획”을 국민들은 도무지 어떻게 신뢰해야 할까요? 지금이 고조선 시대도 아니고, 한 나라의 정책을 ‘주술’ 혹은 ‘마법’의 세계로 끌어내린(올린?) 조 수석의 발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하나 더, 조 수석의 발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불, 세계 7위 권의 선진대국)을 떠올립니다. 보잉 747의 웅장한 이미지를 빌려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그래서 ‘어감’이 무척 좋았던, 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은 그 공약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