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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대선이 100일도 안 남았다. 하지만 후보별 대선 정책 전달과 정책 검증 보도보다는 지지율 여론조사 보도만 쏟아진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 2022년 대선이 100일도 안 남았다. 하지만 후보별 대선 정책 전달과 정책 검증 보도보다는 지지율 여론조사 보도만 쏟아진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지금까지 한국 대선 보도에서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번 선거부터라도 새로운 판세 조사를 할 수는 없을까? 선거 때만 되면 늘 봐오던 지지율 조사와 보도가 올해도 여전히 정당이나 후보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지하는 후보와 선호하는 정당 조사는 물론이고 후보 간 대결구도를 가상으로 설정해서 누구를 지지하는지를 묻고 있다. 심지어는 누가 될 것 같은지도 질문하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언론은 ‘선대본’이 아니다 

대선 후보 입장에선 후보 간 지지도 조사는 불가피한 정도가 아니라 선거기간 내내 선거운동 중심에 둘 일이긴 하다. 선거승리 전략을 수립하거나 선거 지지도 추이 변화에 따른 발 빠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돈이나 노력이 적지 않게 드는 일이지만 적극 덤비지 않을 수 없다.

미디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언론이 어느 후보나 정당의 선거운동에 나서는 게 아닌 만큼 지지율에 그리 몰두할 이유가 없다. 한국기자협회와 같은 언론인단체나 바른 언론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언론학계도 모두 후보·정당 지지율에 중심을 둔 경마중계식 선거보도를 자제해주기를 오랫동안 권고해왔다.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이런 보도가 중심이 되면 정작 선거의 본령인 정책은 유권자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언론은 선대본이 아닙니다. 왜 후보 지지율에'만' 목맬까요. 정책 보도와 의제 설정에도 조금만 더 신경 써 주세요.
언론은 ‘선대본’이 아닙니다. 왜 후보 지지율에’만’ 목맬까요. 정책 보도와 의제 설정에도 조금만 더 신경 써 주세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매일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는 지지율 보도의 현실은 어떠한가?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곰팡내가 날 정도로 구태의연하다. 후보와 정당 지지율 일색이다. 왜 지지하는지에 대해 묻지 않는 소수문항 설문조사이다 보니 지지율에 대한 추측과 얄팍한 분석이 대부분이다. 유권자도 어느 후보가 앞서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적지 않으니, 얄팍해도 후보와 정당 지지율 보도는 끊이지 않는다. 앞으로도 법이 허용하는 기간까지는 계속될 터이니 걱정이다.

현재 후보·정당 지지율 보도를 둘러싼 여론의 움직임을 보면 심각성은 더 크게 와 닿는다. 원내 진입한 정당이 모두 후보를 확정했음에도 정책 대결은 실종 수준이다. 후보들이 정책을 발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지율에 가려지는 경향이 크다.

정책이 선거보도의 중심에 들어와야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내용은 지금 한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정책이 선거보도의 중심에 있어야 된다면 공약으로 내세우는 몇 가지 시책에 대한 비교와 지지 정도로 인식하기 쉽다. 공항을 어디에 짓겠다느니, 특정 분야 복지비용을 얼마 늘리겠다느니 선거가 되면 자주 봐온 ‘그렇고 그런’ 공약에 대한 지지율 정도로 여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공약은 종종 정당 간에 하도 닮아 있는 부분이 많아 차별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후보·정당 지지율 조사 보도와 같은 얄팍한 보도가 아니라 후보·정당의 세계관과 국가관, 국민관을 읽을 수 있는 두꺼운 정책 지지율 보도가 필요하다.
△ 후보·정당 지지율 조사 보도와 같은 얄팍한 보도가 아니라 후보·정당의 세계관과 국가관, 국민관을 읽을 수 있는 두꺼운 정책 지지율 보도가 필요하다.

패러다임 읽을 ‘두꺼운’ 정책 지지율 필요

이제부터는 지금까지와 다른 ‘두꺼운’ 정책 지지율 조사·보도를 볼 수 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두꺼운’ 정책 지지율 조사·보도라고 함은 정당이나 후보의 세계관, 국가관, 국민관을 읽을 수 있는 패러다임 지지율 조사를 이르는 말이다. 사실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는 지금 패러다임 전환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당장 2050년이 한계라는 지구 온난화가 큰 문제로 등장했다. 근대 자본주의 산업사회 발전 패러다임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해결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시선을 한국 사회로 돌려보면 지구온난화 같은 지구적 과제가 국내 사정과 동떨어져 있지 않아서 이와 맞물려 있는 문제를 패러다임 교체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이런 상황에서 이윤 극대화라는 무한질주 사회 패러다임은 그대로 유지해도 좋은가? 한국 사회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줄까? 심해지는 빈부격차 문제를 사회 전체 파이 극대화로 해결하려는 패러다임이 여전히 유효할까?

상대 정치세력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가 팽배해 있는 사회라는 점에서도 후보·정당 지지율 중심의 얄팍한 선거보도는 문제다. 패러다임 비교의 틀로 접근해 비교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엔 차이보다는 유사성이 더 많이 보인다. 패러다임 중심으로 지지율 조사·보도를 해야 거대 양당이 아닌 대안 정당의 대안적 목소리가 귀에 들어올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2016년 11월 12일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사진 제공: 옥토)
2016년 11월 12일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사진 제공: 옥토)

지금 같은 후보·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는 아무리 해도 두 자리 수 지지율을 얻을 수 없는 정당 정책의 경우 패러다임 수준의 정책 지지율 조사보도를 해야 국민에게 확연히 보일 수 있는 대조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이대로 좋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한국 언론은 지금부터라도 패러다임 수준의 두꺼운 정책 지지율 조사·보도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어떻게 할지 막막할 수도 있겠으나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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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 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언론포커스’ 칼럼으로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입니다. 이 글의 필자는 정연구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교수이고, 이 칼럼은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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