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뉴스가 ‘잊혀질 소리’를 찾아 나섭니다. 철도 파업은 이슈 중의 이슈입니다. 수서발 KTX 신규 법인 설립을 둘러싼 정부/코레일과 철도노조의 갈등은 해를 넘길 조짐입니다. 이런 와중에 전 국회의원인 방송인 강용석 씨가 이런 소리를 했군요.
“이 먼 훗날에 대한 걱정을 왜 국민들이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출처를 찾아서
이철희 소장: (……전략……) 만약에 이게 민영화 수순으로 들어간다, 아예 이걸 매각해서 민영화 수순으로 간다고 했을 경우에는 그것(철도사업법 제9조)까지도 풀어줘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않으면 (사기업이) 들어올리가 없죠. 팔려고 작정을 하면 그만한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니까 들어올 것 아닙니까. 그렇죠?
외국에 민영화한 나라는 예외 없이 요금이 올랐어요.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서너 배만 올라도 폭탄이죠.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죠.
김구라: 서너 배 정도의 폭탄은…
이철희 소장: 그럼요.
강용석: 저는 이게 너무 성급한 얘기라는 게…
이철희 소장: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건 인정을 해야 되잖아요.
강용석: 저는 이 먼훗날에 대한 걱정을 왜 국민들이 해야되는지 모르겠어요.
김구라: (웃음)
이철희 소장: 그럼 누가 해요…
강용석: 노조가 걱정할 일이죠.
이철희 소장: 왜? 왜?
강용석: 노조 입장에서는 지금 일단 수서발 KTX라는 자회사가 생김으로써 경쟁 체제가 돼버리잖아요. 기준이 하나 생기는 거예요. 여기는 1km 운영하는 데 30명이면 되는데, 너네 150명 가지고 하느냐, 그럼 적어도 아무리 못줄여도 90명까지는 줄여야 될 거 아니예요. 이런 걱정은 노조가 해야 될 거예요. 그러니까 90명으로 줄여놓고 나면 적자가 안 발생할 수도 있어요. 철도공사 내부에서 지금 다 검토해놓은 게 있어요.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아서
강용석 씨 발언을 좀 패러디해보면,
- 저는 출산율 걱정을 왜 국가와 국민이 걱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가가 애 낳는 것도 아니고, 남자가 애 낳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건 애 낳는 여성들만 하면 되잖아요? 아니면 산부인과나 유치원 같은 곳에서만 하면 되지 않나요?
-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OECD 최고라는데, 그런 걱정을 왜 국민들이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청소년들이 하면 그만 아닌가요? 아니면 청소년 시기의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하면 그만이지 왜 국가와 국민이 나서서 그런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 노인연금 걱정을 왜 젊은이들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노인이 되려면 멀었는데 말이죠.
역할 분담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모두가 모든 일에 관여할 수는 없죠. 더욱이 큰 조직, 거대한 공동체, 하나의 국가에서 역할 분담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열심히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선생님은 학생을 가르치며, 또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간호사는 환자를 보살핍니다. 하지만 공동체 성원 모두가 마땅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철도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 대다수 삶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관계 맺고 있습니다
우리는 ‘관계 맺고’ 있습니다. 그 관계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치니 경제니 사회 문제니, 이런 것들이 나랑 무슨 상관이람?’ 고도화된 거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갑니다. 각자의 생활 영역에 묶여 자기 자신을 추스르기에도 점점 더 벅찬 하루하루가 이어집니다. 그렇지만 너와 내가 따로 없고, 우리와 그들이 따로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얼핏 그렇게 보이지 않는 일도 언젠가는 우리 자신에게 또는 우리의 형제자매에게 우리의 친구와 연인에게 닥칠 수 있는 일입니다.
민주주의는 그저 말이 아닙니다. 국민이 주인이 되어 국민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권자로서 국가의 크고 작은 일에 직접 주권자의 목소리를 보탤 때 민주주의라는 말은 그 말에 어울리는 빛깔과 풍경과 무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철도파업은 철도 노동자만의 일일까요? 그래서 7,834명의 철도 노동자를 “어머니의 찢어지는 마음으로 직위해제”(최연혜 코레일 사장)하든 말든 그저 어떤 식으로든 빨리 해결돼서 지금 당장 불편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만일까요?
요금 인상 없을 것? 말 따로 대책 따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미 지난 6월 ‘종합대책안’에서 KTX 요금 상한제를 폐지하는 대책을 세워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서발 KTX 법인이 설립돼도 요금 상한제에 묶여 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던 정부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철도파업 등 현안 이슈에 대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면 우리 경제 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철도파업 문제, 정말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면 우리 경제 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방송을 보지는 못했으나, 본문으로 미루어 보건대 : 강용석의 발언은 오해의 소지는 있으되, 실제 의도는 이것이 실제로 민영화가 될지 안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에서(혹은 민영화가 되더라도 그 폐혜 혹은 성공을 확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실제로 직면한 문제는 코레일의 구조조정 이슈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 구조조정이 합리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떠나서 말입니다. 평소 정치적 스탠스도 그렇고, 저 정도 깜이 되는 사람이 단순히 국민의 정치적 참여 및 관심에 대해 흰소리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봅니다(물론 예전에 어떤 모임에서 말실수를 해서 유명세를 탔던 인물입니다만, 그땐 강용석이 해당 모임의 성격을 착각했던 게 문제라고 봅니다).
잊소리라는 코너가 특정 유명인의 발언 한 토막을 토대로 포스팅을 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번에도 말씀드렸듯 간혹 순간적인 단문성 호소에 치중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특정 이슈에 대한 특정 발언의 유통기한을 생각해 본다면 포스팅은 신속해야 하겠으나, 좀 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풍자하고 표면적 형태를 비꼬는 것도 재미있을 수 있긴 한데요. 그런 건 슬로우뉴스가 아니더라도 이미 여기저기에서 안 하는 곳이 없어요. 그보다는 어떤 애매한 발언이 등장했을 때, 그 발언의 의도와 배경을 탐구해보고, 시사하는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이런 것들을 천천히 이야기해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해요.
요즘 어줍잖은 지식으로 훈장질하는 것 같아서 저어스럽습니다만, 동일한 문제가 다시 나타나는 것 같아서 다시 말씀드렸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말씀하신 훈장질(^^) 비슷한 말씀을 하는 걸 봤는데 슬로우뉴스에 대한 기대가 대단하신가봐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이 정도 글은 좋은 거 같은데…저도 슬로우뉴스 팬인데 다른 분들에게 슬로우뉴스 알려주면 글이 대체적으로 너무 길고 무겁기만 하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오히려 이런 잽도 있고 강한 어퍼컷도 있고 하는 게 좋은 것 같은데요.
(저는 이런 글과 함께 철도공사의 미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같은 글이 함께 올라오니 더 좋아요. 물론 사람들마다 원하는 건 다르니 제 말이 맞다는 건 전혀 아닙니다. 저도 그냥 의견입니다.)
팬으로서 저는 슬로우뉴스에 더 다양한 잽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여기는 낚시질도 한번 안하는 것 같고 해야 할 말만 하는 거 같기 때문에 잽을 좀 더 다양하게 만들어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가볍게 읽을 글도 있어야 더 많은 사람들도 들어와서 읽을 수 있으니까요. 좀 더 다양한 이슈에 대해 말을 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고요. d:^)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 )
모두 새겨 들을 말씀이라서….
편집팀 안에서 두 분 말씀의 긍정적인 취지를 살려 고민해보겠습니다.
진심으로 깊은 관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도 잊소리라는 코너 자체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대로 잽도 필요하고 위트있는 포스팅도 필요할테니까요. 다만 간혹 어떤 글들은 프레이밍에 젖은 저널리즘의 기존 태도를 답습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감정적인 반응이 앞서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말씀대로 제 기대가 과한 것일 수도 있고, 제 기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저널리즘의 질적 저하와 각종 문제들을 지적하며 시작한 매체인 만큼,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더불어, 일개 익명 댓글에 의견을 붙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줍잖은 의견을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엔 블로그도 종종 찾아갔는데, 요즘 블로깅이 뜸해지셔서 그런지 슬로우뉴스만 보게 되네요.
저도 일개 익명 의견일 뿐인데요. 무엇보다 과객님의 말씀이 옳은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제 주변 사람들이 슬로우뉴스가 무겁고 진지해서 읽기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슬로우뉴스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아쉬움이 들었던 차에 과객님의 글을 보니 저도 의견을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좋아도 많은 사람들이 읽지 않으면 안되잖아요. 저는 그게 좀 아쉬워서…
감사합니다. ^^
슬로우뉴스가 밖에서 보여지는 것보다는 내부적으로 논의와 절차가 있어서요. ^ ^;;
블로그는 늘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는데… 짬이 안 나네요. ㅜ.ㅜ;
(과객1234 님과 아웃복서 님의 이 논평들도 토론 주제로 삼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잊혀진 블로그의 시대에 (물론 슬로우뉴스 역시 블로거가 모여서 만든 매체지만) 제 초라한 블로그를 기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http://minoci.net/1205
앞으론 메모라도 틈틈이 짧게 짧게 올려야겠어요.
‘출처를 찾아서’에서 링크를 http://youtu.be/EFm1aY8qw4o 로 바꾸어 다는게 어떨까요? 출처를 찾아서에 나와있는 링크는 바로 해당 장면을 볼 수 없지만 이건 바로 볼 수 있잖아요. 다른 곳에서 올린 것도 아니고 JTBC Entermainment 공식 계정에서 올린 영상입니다.
해당 장면을 바로 보게 하려면 time 설정을 해서 http://youtu.be/EFm1aY8qw4o?t=1m50s 로 링크를 거는 것도 괜찮아 보이네요.
좋은 의견이십니다. (확인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
S2VP 님께서 주신 의견대로 링크를 교체하면 좋겠네요.
지금 바로 교체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