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스팟] 초등교육 현장에서 만연한 악성 민원. 체육 시간과 운동회가 사라지고, 수학여행마저 기피하는…민원이 만든 무균실 학교는 과연 교육적일까. (⏳3분)
“악성 민원과 전쟁을 선포해야 할 시기다.”
천하람. 2026.04.13. 대정부질문.
천하람(개혁신당 의원)이 13일 대정부질문에서 초등교육 현장에서의 ‘악성 민원’ 문제를 꺼냈다. 일부 국민이 제기하는 과도한 민원이 교육 현장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악성 민원으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스포츠 활동을 금지하고, 수학여행마저 포기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초등학교에서 축구 등 스포츠 활동을 금지하는 사례가 더 이상 놀랄 일은 아니다.
- 천하람 의원실이 최근 교육청을 통해 조사한 결과, 전국 212개 초등학교가 축구를 점심 시간이나 방과 후에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산의 경우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105개 초등학교가 운동장에서 스포츠 활동을 금지한다고 답했다.
- 의원실이 취합하지 못한 학교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숫자는 더 늘 수 있다.
민원이 만든 세상.
- 두 가지 민원 때문이다.
- 첫째, ‘아이가 다치면 누가 책임질 거냐’다.
- 둘째, ‘아이가 소외감이나 박탈감을 느끼면 어떡하느냐’다.



학교를 무균실로.
- 아이들의 물리적 안전을 넘어 심리적 안정까지 교사 책임이 되고 있다.
- 천하람은 “선생님들이 민원에 시달리고 있고, 그러다 보니 학생들한테 상처 안 주는 것을 교육 목표로 삼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며 “‘무균실’ 같은 환경에서 정말 안전하게 학생들을 보호하는 데만 치중돼 있다”고 밝혔다.
- 노는 무리에 끼지 못하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는 힘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 “쉬는 시간이든 점심 시간이든 교실에만 있으라고 하는 학교도 있었다”는 천하람 지적에 최교진(교육부 장관)은 “운동장에서까지 스포츠 활동을 금지하는 학교가 단 한 곳이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
현직 교사 피드백.
- 천하람이 전한 현직 교사들의 피드백이 흥미롭다.
- 대정부질문 주제로 ‘축구 금지 학교’를 꺼낸다고 하자 교사들은 이렇게 우려했다.
- “(대정부질문을 통해) 이슈가 되면, 위에서는 ‘축구시키라’고 압박하고, ‘축구 금지하라’는 민원은 계속 들어올 텐데, 민원이 쏟아지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
- 교사들이 민원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천하람은 “민원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교사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운동회 반대하는 민원, “경찰이 떴다.”
- 학교 운동회 때문에 경찰차가 현장을 찾는 일도 있었다. 112 소음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학교가 민원을 피하려 운동회를 포기한다.
- 지난해 윤영희(국민의힘 서울시의원)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내 초등학교 운동회 개최 관련 소음 민원은 2018년 77건에서 2024년 214건으로 2.7배 늘었다.
- 윤호중(행정안전부 장관)은 과도한 운동회 소음 민원을 우려하면서도 “우리가 아는 운동회 수준을 넘어 기획사를 부르고 앰프 노래를 트는 경우가 있어 민원이 제기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라지는 수학여행.
- 천하람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605개 초등학교 가운데 수학여행, 수련회 등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시행하는 곳은 41곳(6.78%)에 불과하다.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남, 제주 등 지역은 시행률이 60~90%에 달했다. 전국 평균도 60% 수준이다.
- 최교진은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에서 학생을 인솔하다가 사고가 났을 때 그 책임을 온전히 선생님이 지도록 한 것 때문에 기피 현상이 커졌다”고 말했다.
- 교사들이 안전 조치 의무를 했다면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현장은 냉담하다.
- 현장 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학생 사망 사고로 교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 교육 일선의 트라우마가 됐다.
민원 대응팀 만들고 “선생님에게 토스.”
- 핵심은 민원 대응 체계다. 천하람은 “민원 대응팀이라면서 교장 선생님이나 행정실이 민원을 접수한 뒤 다시 담임 선생님한테 토스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천하람은 업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로 교사가 고소를 당하면 국가가 변호사를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 최교진은 “‘교권 침해’ 사안이 있을 때학교가 전담 변호사를 두어 상담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지원하고 있다”며 “교사 개인이 감당하지 않고 학교가 감당할 수 있도록, 학교가 감당할 수 없는 민원일 경우에는 교육지원청이 직접 나설 수 있는 체계를 갖춰 놓고 있다. 앞으로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